경제의 사연
김승연 한화 회장, 과감 ‘투자 경영’의 내막
남들 힘들 때 투자 승부수…“영업이익 2배로 점프!”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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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11 [17:4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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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학산업을 선도하는 한화의 성장세가 무섭다. 최근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 ‘63 빌딩’으로 기억되는 한화생명에 매출에 상당부분을 의지하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명실상부한 화학·방산분야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같은 성장의 원동력에는 김승연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경영’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편집자 주>

 


 

그룹 핵심 산업 화학·방산으로 삼고 ‘선택과 집중’ 투자

업황 나쁠 때 오히려 실속 기업들 M&A로 규모 키워와

새로운 도전 ‘항공 및 면세점’…단기보다 장기적 바라봐

회사성장 최중요 요소 인재 방점…‘쉬어야 능률 오른다’

 

▲ 김승연 한화회장의 뚝심 ‘투자 경영’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한화그룹이 최근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2조원)의 2배에 가까운 3조6200억원으로 뛰었다. 매출도 52조원대에서 56조원대로 늘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삼성에서 인수한 화학사인 한화토탈이 그룹 전체 이익의 40%인 1조5000억원, 한화케미칼은 전년의 2배 이상인 4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4000억원대 적자를 냈던 한화건설의 흑자 전환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과감한 투자

 

실적 개선 비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들이 포기할 때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한화는 그룹 핵심 산업을 화학과 방산으로 삼고, 이 분야에 ‘선택과 집중’ 해왔다. 특히 업황이 안 좋을 때마다 매물로 나온 실속 기업들을 싸게 사들였다.

 

지난해 한화토탈은 사상 최대인 1조5000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한화그룹 역사상 최대 이익을 낸 계열사로 등극했다. 한화토탈은 페트병·스티로폼 등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화학사로, 삼성그룹이 2014년 고유가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 등으로 한화에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당시 증권가에선 “삼성은 잘 팔았고, 한화는 잘못 샀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인수 직후 유가가 급락했고, 제품 가격은 급등하면서 호황을 누리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인수 수년 전부터 방산·화학을 키우기 위해 삼성 계열사를 눈여겨봤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2408억원)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태양광 업체 한화큐셀도 업황이 안 좋을 때 키웠다. 2010년 침체기가 시작될 때 중국 솔라원을, 이듬해 법정관리 중이던 독일 큐셀을 인수해 2015년 합친 게 한화큐셀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1년 직원들에게 “태양광 같은 미래 사업은 장기적으로 키워야 하니, 당장의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며 투자를 밀어붙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1981년 2차 석유 파동 당시 한국에서 철수하던 다우케미칼의 한국 사업을 인수해 한화케미칼을 키웠고, 2002년 누적 손실이 2조원이던 대한생명을 인수해 한화생명을 키웠다”며 “위기일 때 투자하는 것은 한화그룹의 DNA”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승연 회장은 그동안 굵직한 M&A를 통해 한화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화그룹은 2012년까지만 해도 한화생명 매출에 의존하는 구조였지만 지난 2014년 2조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한화토탈과 앞서 1982년 한양화학으로부터 인수한 한화케미칼(전 한양화학)이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화학 계열이 금융 계열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며 한화그룹의 구조가 바뀌어가고 있을 정도다.

 

한화토탈은 인수 4년여 만인 지난해 1조4667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한화케미칼도 지난해 7792억원의 이익을 내며 4년 만에 148배나 성장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한화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7조1214억 원, 영업이익 1조7749억 원을 내며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 134%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로써 김승연 회장은 M&A가 성공공식임을 또다시 입증했다.

 

업계에선 한화의 또 다른 실적 비결로 ‘인수 후 조직 간 화학적 결합의 성공’을 꼽는다. 한화그룹은 2014년 말 삼성에서 화학·방산 4개사를 인수한 뒤, ‘삼성맨’이었던 직원들의 사기와 능력을 최대한 살려주는 데 중점을 뒀다.

 

삼성에선 비주력 회사였던 이들을 그룹 본사 건물에 입주시키는 등 그룹 ‘핵심 계열사’로 대우했다. 기존 경영진은 최대한 유임시켜 조직 운영 방식을 최대한 유지했다. 한화토탈의 경우, 인수 직후 임원 40여 명 중 사장 포함 5명만 교체했다.

 

한편으로는 새 직원들에게 한화의 조직 문화도 적극 알리고 있다. 한화는 해마다 야구 시즌만 되면 직원들에게 티켓을 주며 관람을 독려한다.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며 일체감을 다지자는 취지다. 최선목 한화 부사장은 “인수한 기업을 점령군처럼 장악하지 않고, 그들의 핵심 역량을 배워 전체 조직을 발전시키자는 것이 우리의 M&A 원칙”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1981년 한화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기업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를 통해 놀랄만한 성과를 이뤄 지금의 한화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삼성에서 인수한 화학사인 한화토탈이 그룹 전체 이익의 40%인 1조5000억원을 올리며 김승연 회장표 ‘M&A’의 대표적 성공작이 됐다. <사진제공=한화토탈>     © 사건의내막

    

새로운 도전

 

이처럼 어려울 때 투자하는 뚝심으로 회사를 키워온 김승연 회장은 최근 각종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항공’ 사업이다. 최근 한화그룹은 K에어항공사에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를 신호탄으로 저비용항공사(LCC)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국내 LCC 시장의 경쟁구도는 한진그룹(진에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어부산·에어서울), 독립 계열(제주·이스타·티웨이항공) 3대 구도에서 한진, 금호, 한화 3개 대기업과 독립계열 간의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가 K에어항공사에 FI로 참여해 160억원을 투자했다. LCC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한화그룹은 항공부품 조달 등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의 핵심 제조계열사인 한화테크윈의 항공엔진 부분 매출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LCC 비행기에 사용되는 엔진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화테크윈은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을 충분히 축적한 상태인 데다가, LCC시장 진출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 창출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관련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민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을 6% 보유하고 있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으로 19.02%, 다음으로 국민연금이 8.26%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M&A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M&A는 아직 성급한 예단”이라며 “K항공에 투자참여를 한 것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의 모태사업인 방위산업사업을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다방면의 청사진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한화그룹의 LCC 시장 진출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김승연 회장은 유통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는 김승연 회장이 시내면세점인 갤러리아면세점63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면세점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4월5일 인천공항공사에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했다. 한화갤러리아는 2015년 초에 진행된 인천공항면세점 3기 사업자 선정 때 입찰참가신청서만 제출하고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당시 막판까지 참가를 두고 고민했지만 과잉경쟁과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인수의사를 접었다.

 

당초 한화갤러리아가 시내면세점에서도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임대료도 비싼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으나 전혀 다른 결정을 했다.

 

김 회장이 앞으로 한화그룹에서 유통을 포함한 서비스사업의 비중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5년 7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내며 야심차게 시내면세점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적자를 내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운영법인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매출 2848억 원에 영업손실 123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면세점사업에서만 438억 원의 적자를 내며 백화점사업에서 거둔 영업이익을 다 까먹었다.

 

올해 들어 조금씩 매출을 회복하고 있었지만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한화갤러리아는 중동과 동남아 고객을 유치하고 개별관광객을 끌어들여 사드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천공항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수익성은 낮지만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장기적으로 면세점사업을 키우려면 인천공항면세점에 입점하는 편이 유리하다. 시내면세점과 시너지를 누릴 수 있고 구매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세계 1위 공항면세점으로 지난해 매출만 2조3000억 원에 이른다. 한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만 5천만 명으로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 앞으로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제조사들과 협상에서 구매력도 키울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면세점은 내국인의 매출 비중이 높다”며 “시내면세점이 중국의 사드보복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2015년 7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냈다.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초반 불리함을 이겨내고 대반전을 이끌어내며 주목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회장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63빌딩 지하1층부터 지상3층을 갤러리아면세점에 내주며 ‘통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김승연 회장은 업무 효율성을 배려하는 ‘유연 근무제’ ‘안식월’ 등 각종 젊고 미래지향적인 기업문화 구축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 사건의내막

    

사람이 먼저다

 

이처럼 과감한 투자로 각종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은 결국 회사성장 원동력은 ‘인재’라는 것을 중심에 두고 경영을 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창립 64주년 기념사를 통해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시장 지위가 높아질수록 임직원들의 의식 수준도 일류가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그룹은 젊고 미래지향적인 기업문화 구축을 위해 안식월, 유연근무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태양광 및 방산, 석유화학 기업 M&A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문화를 선진적으로 제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수렴했다.

 

가장 주목할 제도는 직급 승진 시 1개월 동안 안식월을 주는 것이다. 안식월 제도는 승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새 직책에 대한 각오와 계획 등을 설계하는 시간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재충전을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는 회사와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업무 효율성을 배려하는 유연근무제도도 도입했다. 개인별 업무 상황에 따라 미리 신청하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운 계열사는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해 추가 업무를 최소화하고, 자기계발 및 건강관리 등을 확대했다. 팀장 정시퇴근제(17시 팀장 의무 퇴근), 리더스 데이(월 1회 팀장 의무 연차) 등을 시행하며 일·가정 양립을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화는 조직문화 혁신에 임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지난해 3월부터 그룹내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선호도 조사, 직급별 워크숍을 통한 세부 의견 등을 청취해 반영했고, 선진기업 사례를 분석했다.

이같은 한화그룹 문화의 배경에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철학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회장은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업무 능률도 오른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의 지난 64년이 과감하고 혁신적인 결단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기업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창업시대의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안에 있는 젊은 한화를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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