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사연
GS칼텍스 허진수 회장, ‘탈정유’ 강조한 까닭
향후 50년 위한 선택…“미래 성장동력 준비하라”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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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19 [15: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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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정유회사 GS칼텍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는 이 기록을 다시 한 번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허진수 회장은 미래성장동력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특히, GS칼텍스의 핵심산업인 석유외에도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탈정유’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허 회장은 ‘위디아 팀’이라는 회장 직속기구를 만들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해, 향후 50년도 끄떡없는 회사를 만드려하고 있다. <편집자 주>

 


 

 

창사50주년 맞이한 GS칼텍스…국내 대표하는 수출기업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에도 새로운 변신 강조하는 허진수

50년 후 담보할 수 있는 회사 계획…그 시작은 ‘탈정유’

회장직속기구 ‘위디아 팀’ 만들며 비정유부분 강화 천명

 

▲ 허진수 회장이 지난 1월3일 전남 여수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GS칼텍스>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지난 5월19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GS칼텍스가 탈(脫)정유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2조1404억원)을 내고, 올해 1분기에도 585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유 부문에만 기대서는 앞으로의 50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대표적 수출기업

 

1967년 5월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로 출범한 GS칼텍스를 포함한 GS그룹 계열사들은 2005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될 때만 해도 ‘안살림’을 도맡는 내수 기업들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 만해도 GS칼텍스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20%대에 그쳤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GS칼텍스의 수출 비중은 70%를 넘는다. 1983년 2차 오일쇼크 당시 정유업계 최초로 원유를 임가공 수출해 2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150억달러, 2011년 200억달러, 2012년 250억달러 어치의 제품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종전에 정유업체는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내수를 충당하고 남은 것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GS칼텍스는 국제 석유시장 변화에 맞춰 수출 주도형 전략 수립을 통해 정유산업의 수출 기업화에 노력해왔다.

 

특히 GS칼텍스는 2006년 약 5조원 이상을 투자한 중질유 분해시설 가동을 계기로 전통적 연료유뿐만 아니라 초저황경유·항공유·윤활기유 등의 수출도 크게 늘었다. GS칼텍스는 현재 하루 79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제시설과 27만4000배럴 규모의 국내 최대 중질유 분해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루 정제 용량이 6만배럴에 불과했던 가동 초기(1970년)에 비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셈이다. 당시 114억원이었던 연 매출은 지난해 25조7702억원으로 늘었다.

 

GS칼텍스의 성장에는 합작 파트너사인 셰브론과 돈독한 관계가 한몫했다는 게 중론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가 터졌을 때 원유 수급 전쟁이 벌어지면서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GS칼텍스는 셰브론의 원유 공급 덕분에 90%대의 가동률을 유지했다. 이런 신뢰는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셰브론은 1986년 50%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영권을 GS칼텍스에 넘기면서 공동 경영을 포기했는데, GS의 경영 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GS칼텍스의 지난 50년은 끊임없는 도전의 역사였다. 회사 설립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1965년 락희그룹은 정부에 ‘한국석유화학공업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국가가 독점하던 정유사업을 민간기업이 경영하겠다는 자체가 획기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은 정부가 공모 방식으로 사업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첫 시련을 맞게 됐다. 더구나 초기 파트너였던 일본의 미쓰이물산은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계약이 해지됐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칼텍스와 파트너 계약을 맺은 후에야 정부로부터 제2 정유 실수요자로 지명받게 된다.

 

그 이후 국내 정유시설 공급 부족을 예상한 GS칼텍스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섰지만 2차 석유파동과 경기 침체로 또다시 아픔을 겪었다. 공장 가동률이 50%를 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이를 수출로 이겨냈다. 내수에서 수출로 전략을 바꾼 뒤 1982년부터 9년 동안 총 1억3,000만배럴의 원유를 처리, 이 가운데 1억100만배럴을 수출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그 뒤 GS칼텍스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석유화학제품 생산 설비 투자에 나섰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정제시설 고도화 설비 투자에 집중했다.

 

지난해 말 GS칼텍스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고 올해에도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기세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신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위해 허진수 회장은 임직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GS칼텍스의 ‘조용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올 3월에는 ‘다이슨의 혁신’을 예로 들며 ‘탈정형적 사고’를 강조했으며 지난달에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하며 아이디어를 발전해나가는 ‘오픈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회사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막대한 규모의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50주년인 만큼 GS칼텍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 GS칼텍스 허진수 회장. <사진제공=GS칼텍스>     © 사건의내막

    

탈정유 강조

 

올해 회장직에 오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탈정유’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할 조직을 꾸리고, 바이오·화학 등 신사업 투자 확대에 나섰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GS칼텍스는 지난 4월 합작 파트너사(지분 50대50) 셰브론의 경영진을 초청해 부산에서 이사회를 연 데 이어 지난 5월18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임직원 500여명과 창립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GS칼텍스의 모태인 호남정유는 1967년 5월 락희화학공업사와 미국의 칼텍스(Caltex·셰브론 자회사)의 합작투자로 설립됐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극복한 호남정유는 1996년 5월 LG칼텍스정유로 상호를 바꿨고, 2005년에 GS칼텍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허 회장은 지난 4월 사내 공지를 통해 “기존의 틀 안에서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기존 틀 자체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탈정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 주도로 GS칼텍스는 지난 1월 경영전략팀을 없애고 이를 대신할 미래전략팀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유업계의 성장 동력 발굴 업무를 맡는다. 허 회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생활에 접목되고 있다”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의 이런 실험은 정유 부문에 쏠려있는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非)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 부문의 비중은 각각 55%, 69%에 달한다. 이들 회사는 영업이익률 10~20%를 넘나드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GS칼텍스의 비정유 비중은 35%로 지난해 1분기(19%)보다 늘어났지만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크게 낮은 편이다. 현재 국제유가가 50달러 수준이어서 정유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4%대에 그치고 있다.

 

GS칼텍스은 또 바이오 케미칼 및 복합소재를 미래 먹을거리로 선정하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케미칼 분야에선 바이오매스 원료 확보부터 생산기술 개발, 수요처 개발 등 상용화 기술 개발과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약 500억원을 투자,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착공했으며 올해 하반기 중 완공할 계획이다.

 

또 원료 공급을 비롯해 다양한 응용 제품을 생산할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등 협력체계를 구축해 바이오화학 산업의 기반을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 에너지로 불리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서,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밀도가 높으면서도 엔진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올해 GS칼텍스가 석유화학 분야 투자를 확대할지 여부에도 주목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GS칼텍스는 납사분해시설(NCC) 등에 수조원대의 투자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신규 투자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말쯤에는 투자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 허진수 회장이 탈정유를 위해 만든 프로젝트 팀 ‘위디아’ <사진제공=GS칼텍스>     © 사건의내막

    

혁신 산물 위디아

 

이같은 허진수 회장의 탈정유 노력의 결정체는 바로 ‘위디아’ 팀이다. 허 회장은 지난해 8월 출범한 직속 부서 위디아(WeDea)팀과 미래전략팀의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위디아는 위(We)와 아이디어(Idea)의 합성어로 ‘하나 되어 우리의 생각을 더하다’라는 의미다. 비 정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팀이다. GS칼텍스가 지난해 말 자동차 O2O 서비스 운영업체인 카닥에 투자해 정비보수 서비스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위디아팀의 작품이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해 8월 회장 직속 부서인 위디아(WE+dea)팀을 만들면서 “내가 줄 숙제나 성과를 만들 기한 같은 건 전혀 없다”며 “결과보단 과정을 중요시해달라”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김상현 기획조정부문 상무를 주축으로 각 사업부서 에이스들이 모였다. 올 초 신입사원 1명도 포함해 팀원은 총 7명.

 

위디아팀은 GS칼텍스의 비정유사업 강화가 목표다. 신사업 추진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게 임무. 그리고 딱딱하고 경직된 보수적인 ‘정유사’ 이미지 탈피에 나섰다. 가장 먼저 중간보고 체계를 없애고, 허 회장으로부터 바로 결재를 받도록 체계를 단순화했다. 직급도 과장, 차장, 부장으로 구분하지 않고 ‘프로젝트 매니저’로 통일했다.

 

김상현 상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든 수시로 회장께 보고를 올린다"며 "프로젝트를 잘 안다면 사원도 얼마든지 사업 리더가 된다”고 말했다.

 

팀이 생기고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첫 성과를 만들어냈다. 자동차 외장수리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인 ‘카닥’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것. 처음인 만큼 프로젝트는 3명이 공동으로 리더를 맡았다.

 

김남중 매니저는 “주유, 세차, 정비 등 3가지 분류를 정하고 스타트업을 물색했다”며 “우리가 현재 간단한 정비만 하는데 외장수리 등 중정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카닥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의 GS칼텍스라면 투자를 할 업체를 놓고 회장에 보고를 준비하는 데만 한 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보고부터 최종 결재까지 걸린 시간이 두 달도 안 걸렸다”고 밝혔다.

 

위디아 팀은 허 회장을 월 2~3회 만난다. 결정권자와 수시로 미팅하면서 스타트업 관련 트렌드를 보고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위디아 팀의 주선으로 이뤄진 자회사 GS엠비즈와 카닥 임직원들의 첫 만남은 순조롭지 않았다. 김 상무는 “GS엠비즈에서는 카닥과 시너지를 낼지 우려했다”며 “누가 자동차를 앱으로 고치냐고 하거나, 돈만 받고 사라지는 ‘먹튀’ 스타트업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닥에서는 대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 유연하지 못하는 조직체계를 놓고 걱정의 눈초리를 보냈다”며 “처음 두 달은 위디아팀이 매번 회의에 참여해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주 이뤄진 대화 끝에 서로의 필요함을 찾았다. 카닥은 기존 외장수리 사업 외에 세차나 엔진오일 등에 진출하고 싶어 했고, GS칼텍스는 기존 경정비를 넘어 카닥을 통한 중정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서히 분위기가 풀렸다.

 

김 상무는 “GS의 정비 브랜드 ‘오토오아시스’는 인증 수리업체로 등록돼 카닥의 상위리스트에 올라가게 되거나, 소비자들이 카닥을 통해 엔진오일을 주문하면 오토오아시스에서 교체를 하는 등 협업을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파주에 오토오아시스 중정비 1호점을 열었고 올해는 3~4곳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위디아팀은 그 흔한 올해의 목표조차 없다. 김 상무는 “목표를 세우는 순간 과제가 생기고 한계가 생기게 된다”며 “직원들은 멍 때리거나 밖으로 나가 새 아이템을 찾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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