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대책’ 논란 커지는 내막

‘소비자·통신사’ 모두 불만족…‘유통구조가 문제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6/23 [10:46]

‘통신비 인하 대책’ 논란 커지는 내막

‘소비자·통신사’ 모두 불만족…‘유통구조가 문제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6/23 [10:46]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료 절감 대책의 핵심인 ‘휴대폰 요금제’가 수술대에 올랐다. 휴대폰 선택약정할인율이 현행 20%에서 25%로 바꾸는 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어르신·저소득층의 통신비가 월1만1000원 경감된다. 공공 와이파이가 20만개 설치되고, 지원금상한제는 폐지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6월22일 내놓은 통신비 인하 대책의 골자는 이렇게 요약된다. ‘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국민적 주목을 받은 사안이다. 과거 정부와 얼마나 달라질 지도 관심이었다. 지난 5월25일 국정위가 미래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관련 1차보고를 받을 때부터 한 달여 간 통신비는 이슈 중의 이슈였다. <편집자 주>

 


  

시행 어려운 ‘기본료 폐지’ 대신 체감가능한 통신비 인하

어르신·저소득 지원 폭 예상보다 커…업계 반발 커 난항

정권마다 반복 통신료 인하정책…소비자·업계 모두 불만

‘단말기 유통구조’ 변화 없이는 정부·이통사 갈등 불가피

 

▲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PIXABAY>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이번 통신비 인하의 가장 큰 쟁점은 처음엔 ‘기본료 폐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기본료폐지 공약이 통신요금 1만1000원 일괄 인하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기본료 폐지라는 단어의 흡인력이 워낙 컸다. ‘일괄적인 1만1000원 폐지가 아니라면 공약후퇴’라는 지적마저 나왔다.

    

실질적 비용 인하

 

하지만 이통업계는 물론 미래부도 난색을 표했다. 기본료라는 항목이 4G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법령을 개정하는 등의 요건이 필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기본료 폐지로 모아지게 된 것은 국정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정위는 지난 6월1일 “미래부가 대통령 공약사항인 기본료 폐지를 포함해 통신비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기본료폐지 가능성이 점쳐졌다.

 

심지어 지난 6월6일에는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며 이후 업무보고를 중단하는 등 초유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강도높은 질타를 받은 미래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급하게 지난 6월7일 이통3사 고위임원을 불러 현실적으로 통신비를 감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공공와이파이 확대와 데이터 요금제 개편 등이 거론됐지만, 이통3사들은 기본료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국정위는 다음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서 “김용수 신임 미래부 2차관에게서 보고를 받는다”고 밝혔다. 최민희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월 1만1000원의 기본료폐지’다. 현재 기본료 제도는 2G나 3G 단말기, 혹은 일부 LTE 단말기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또 문 대통령의 공약을 더 자세히 파고들어 가면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해 기본료를 폐지하겠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대강 대치상황을 벗어나 출구찾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거세게 반발하며 통신비 인하를 강하게 압박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6월9일 “모든 이동통신가입자에 대한 통신비 일괄 인하와 통신비 원가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정기획위에 전달했다.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 6월19일 통신비 인하를 위한 가닥이 잡혔다.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통신 기본료는 통신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통신사업자의 협조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위는 취약계층 통신비 경감문제, 할인율 문제, 보편요금제 등을 언급했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과제를 마련해 시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지난 6월22일 국정위는 당장에 실현이 어려운 기본료폐지보다는, 그에 준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내기로 결정했다. 실질적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국정위 관계자는 “기본료의 (4G 가입자가 제외되는)제한적 폐지보다는 25% 요금할인이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취약계층에 한해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수준에 준하는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정위는 기본료폐지에 준하는 통신비 절감을 위해 단기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나눠 시행한다. 단기과제로는 취약계층 요금감면 확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 상향, 알뜰폰 지원대책 마련이 선정됐다.

 

먼저 올 하반기 중으로 어르신(기초연금수급자)들에 대해 월 1만1000원의 통신비를 신규로 감면하고, 기존에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추가로 1만1000원을 더 감면한다.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의 요금감면제도 확대가 완료되면 어르신과 저소득층에 대해 2G ·3G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인하 혜택이 제공된다. 약 329만명이 혜택을 받을 걸로 예상되며, 혜택금액은 연간 5173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7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과 고시 개정안을 7월 입법예고하고 1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선택약정할인율은 현행 20%에서 25%로 올린다. 현행 고시는 미래부 장관이 ‘요금 결정의 자율성, 이동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로 100분의 5 범위 내에서 할인율을 가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요금할인율이 상향되면 평균가입요금수준(4만원)을 기준으로 기존 가입자는 월 2000원, 신규 가입자는 월 1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6만5890원의 데이터무제한 상품은 4만9420원이 되면서 월 5만원 이하로 내려간다. 음성무제한 상품은 3만2890원에서 2만4670원으로 요금이 줄어든다.

 

선택약정할인은 지난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단말기 지원금 대신 약정기간(12개월~24개월)에 상응하는 요금을 할인하는 제도다. 당초 할인율은 12%였지만 2015년 4월 20%로 올랐다. 2년간 총 할인금액이 공시지원금보다 많아 가입자가 급증했고 현재 15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또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본료폐지에 반대하면서 “알뜰폰 활성화가 가계통신비 인하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해왔다. 정부는 알뜰폰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도매대가 인하 등을 적극 지원하여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지속 유도할 계획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가계 통신비 절감 공약을 내 놓은 바 있다. <사진=kbs 뉴스 갈무리>     © 사건의내막

 

보편요금제 출시

 

공공와이파이 확대는 정부가 직접 구축에 나서는 한편 이동통신 3사의 와이파이 개방률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버스(5만개), 학교(15만개)에 공공와이파이 20만개를 설치해 직장인 ·학생(1268만명)에게 연간 4800억~8500억원 수준의 데이터 요금을 경감할 계획이다. 예산 확보 후 2018년부터 순차 추진하고, 지하철의 경우 기존 와이파이의 품질 개선을 유도한다.

 

공공와이파이 확대에는 업계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는 이미 자사의 와이파이망을 개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와이파이 약 8만개를 타사 고객에 전부 개방했으며, SK텔레콤도 13만7000개 중 58%인 8만개를 개방했다. 가장 많은 와이파이(약 18만개)를 보유한 KT도 다음 달 중 53%에 해당하는 10만개를 외부 고객에 개방할 계획이다.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는 법안 마련이 필요해 중기 과제에 포함됐다. ‘보편요금제’는 월2만원대에 데이터1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저렴하면서도 데이터를 비교적 원활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행 3만원대에 데이터 300MB를 기본 제공하는 데이터요금제보다 1만원 이상 저렴하다.

 

이는 현재 요금 차이는 3배이지만 제공량은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 간의 격차를 일부 조정함으로써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요금혜택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국정위는 “전기통신사업법과 고시 개정을 통해 ‘보편요금제’가 도입된다면 현행 LTE 요금 수준이 사실상 월 1만원 이상 인하되는 직 ·간접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말기유통법도 개정한다. 국정위는 “단통법 개정을 통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고, 국내·외 단말기 출고가를 비교 공시하여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 경감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통신네트워크와 사업자들의 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통신시장 진입규제를 현행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는 등 경쟁 활성화 정책도 지속 추진한다.

    

▲ 통신 3사는 이번 통신비 인하 대책에 ‘소송 불사’를 외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 사건의내막

 

근본 해결책은?

 

이처럼 이번대책은 시작부터 사실상 모든 가입자의 ‘기본료 폐지’라는 큰 카드를 내밀었다가 후퇴한 모양새여서 이번 정책결정과정, 후유증은 두고두고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게다가 시장주체인 소비자와 통신업계는 이번 인하안에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측을 대변하는 소비자·시민단체들은 인하 폭이 너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이동통신업체들은 정부가 민간기업 상품의 가격을 설정하는 것은 반(反) 시장적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 모두 불만이 커지는 이런 상황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 왔다. 이명박 정부는 ‘통신비 20% 이상 경감’ 공약을 내세웠으나 직접 인하는 이동통신 기본료를 1만2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1000원 낮추고 10초당 과금을 1초당 과금으로 바꾸는 수준에 그쳤다.

 

알뜰폰 도입, 유심(USIM) 잠금장치 해제 등 경쟁 강화 방안도 시행됐으나, 통계청 자료 기준 전국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 지출(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 기준)은 이명박 정부 5년간(2008년 1분기∼2013년 1분기) 17.5%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가 이뤄졌다. 지난 2015년 이동통신 가입비가 폐지됐으며, 이에 앞서 2014년 10월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통칭 단통법) 시행에 따라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통칭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도입됐다. 선택약정 할인율은 제도 도입 당시에는 12%였으나 2015년 4월 20%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가계통신비 지출 변동(실질가격 기준)은 2013년 0.4% 증가했다가 2014년 1.5% 감소, 2015년 -1.6%, 2016년 -2.6% 등으로 3년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가계 소비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구매력 대비 통신비 지출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단말기 가격이 치솟아 소비자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통사가 단통법 시행으로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동통신사들도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매우 크다. 엄연히 민간 기업인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상품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것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를 할 여력도 정부의 요금 개입으로 줄어들게 됐다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선택약정할인 상향을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면 통신업계도 향후 추이를 파악한 후 필요하다면 행정 소송여부 등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전날 대형 로펌과 만나 새 정부에서 강행하고 있는 요금할인율 인상에 대한 위법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법률 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법률 자문 결과에 따라 서울 행정법원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문제의 요금할인 제도가 단통법 6조에 근거하는 만큼, 단통법 위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을 충분한 논의의 기회없이 통신비 절감 대책이 발표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향후 구체적인 사안별로 정부와 협의해 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면서도 통신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에 대해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현재 단말기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서비스 요금, 단말기 가격, 보조금과 장려금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그대로 두고서 정부의 요금 인하 압력만으로는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이동통신 단말기의 90% 이상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되며, 소비자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사는 ‘자급 단말기’의 비율은 한자리수대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선진국 주요 시장들에서는 자급 단말기 비율이 50∼60%다.

 

우리나라에서는 단말기 유통 대부분을 이동통신사들이 맡으므로, 단말기 제조사들 사이의 가격 경쟁이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 형태가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에게 장려금 지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발표에도 제조사의 장려금을 따로 표시하는 ‘분리공시제’ 등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제조사의 단말기 가격 경쟁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가 받는 단말기 지원금은 공시가 되지만, 제조사가 이통사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은 공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시행해 이동통신사들은 서비스만 판매하고 단말기 유통은 제조사가 담당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말기 자급제는 우리나라에 2012년 5월 도입됐으나 완전 자급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즉각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실적으로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 등 기존 유통망이 존재하며 여기에 수십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통업계에서 정부의 요금 인하 압력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차라리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장 현실성이 있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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