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재계 질서 뒤흔든 내막

LG 제치고 현대 맹추격…“투자는 계속된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7/07 [10:09]

SK 최태원, 재계 질서 뒤흔든 내막

LG 제치고 현대 맹추격…“투자는 계속된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7/07 [10:09]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통 큰 경영행보’를 거듭하면서 삼성-현대-SK그룹 순으로 유지되어 오던 재계 ‘탑 3’ 순위가 삼성-SK-현대 순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SK가 이같은 규모의 성장을 거둔 이유로 최태원 회장의 통 큰 투자가 타 재벌기업에 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태원회장은 올해 총 17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4조원 보다 20%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를 쏟아 붓고 있다. 이같은 끝 모를 성장을 거듭하는 SK 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10주년을 맞이했다. <편집자 주>

 


 

 

과감한 투자로 10년 사이 기업 확대…시설 투자 17조

재계 부동 2위 현대 맹추격…대한민국 수출 10% 담당

투자의 화룡정점 도시바 인수…성공시 규모 대폭 확대

성장의 밑바탕 지배구조 개선…경영효율화로 수직성장

 

▲ 최태원 SK 회장. <사진제공=SK 그룹>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한지 올 7월 기준으로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7년 7월1일 SK㈜가 지주회사 SK㈜와 사업회사 SK에너지로 분할돼 출범한 것이 공식적인 지주회사 전환의 첫발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완성했고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선진화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SK그룹은 질적·양적으로 모두 급성장했다.

    

과감한 투자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10년 사이 매출과 고용, 재계 순위 등 정량적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SK그룹 전 계열사 매출 합계는 2006년 68조1000억원에서 2016년 125조9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3만명에서 8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연간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 규모도 2006년 1조원 수준에서 올해는 17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그룹 전체 투자규모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11조원을 국내시설에 투자를 결심하며 고용창출, 경제활성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최 회장이 주장한 사회와 상생하며 동반 성장하는 ‘뉴 SK 혁신’과 겹치는 부분이다.

 

더불어 국내외 M&A, 지분투자 등에도 4조 9000억원 투입을 계획하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의지를 공언했다. 이는 지난해(3조1000억원)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경영환경 불안 이유로 삼성, LG, 현대차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한 상황을 감안, SK그룹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올 들어 최 회장은 더욱 공격적인 M&A를 통해 그의 경영 화두인 ‘딥 체인지’를 적극 실천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 최 회장은 LG실트론 인수로 ‘웨이퍼-메모리 파운드리 생산’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이어 최근에는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상대적으로 열세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부분에서 약점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도시바 인수를 통해 세계 낸드플래시 1위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가능해질 전망이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대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 인수 5년 만에 하이닉스를 그룹 내 최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냈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하이닉스 이후 그에게 가장 큰 치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 회장의 공격적인 전략은 영업이익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올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4676억원으로 SK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1조43억원)과 SK텔레콤(4105억원)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특히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 한 해 영업이익은 3조 2767억원이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 4676억원으로 지난 한해와 맞먹는 실적이다. 이 추세라면 2분기에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쉽게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259% 증가한 11조 76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의 채용규모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최 회장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2100명을 포함해 200명 늘어난 8200명의 채용계획을 밝히며 인력양성에 공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매년 1만명 이상을 채용한 삼성전자의 대규모 공채가 사라지며 채용규모가 줄고, LG, 현대차 그룹은 이를 동결한 것과 비교, SK그룹은 오히려 늘었다.

 

최 회장의 행보는 주가 흐름에도 반영됐다. 6월 29일 종가 기준 SK그룹 시가총액은 115조 2589억원으로 현대자동차그룹(101조 27억원)을 14조원 차이로 따돌리며 2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더불어 SK하이닉스도 도시바 인수를 등에 업고 시가총액 49조원을 기록하며 현대자동차(35조원)와 큰 차이를 벌렸다.

 

이 때문에 재계 순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SK는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10년전만 해도 LG그룹에 못 미쳤지만 현재는 LG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부동의 2위였던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SK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 된다”며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 최태원 SK 성장에 화룡정점이 될 SK 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사진=KBS 뉴스 갈무리>     © 사건의내막

 

화룡정점 도시바

 

이처럼 나날이 성장해가는 SK는 성장의 화룡정점으로 일본의 반도체 업체 ‘도시바’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인수과정은 예상대로 그리 순탄히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지난 6월27일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매각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월21일 일본의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를 주축으로 일본정책투자은행, 한국의 SK하이닉스,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일본 반도체의 자존심 도시바 매각이 순탄하게 정리되는 것 자체가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런 관측을 반영하듯 최종 협상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불거지면서 업계 기류도 신중론으로 바뀌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참여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앞두고 ‘3중 파도’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애초 도시바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WD)이 매각 협상에 급제동을 걸면서 만만찮은 변수가 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도시바 지분을 획득하고, 의결권 33.4%를 얻게 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일본 안팎의 기류가 미묘하게 흐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울러 도시바 인수를 둘러싼 최종 조건과 매각 금액 등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핵심 과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리스크를 사전에 검토하고, 대비해왔다. 외부에서 계약의 조기 마무리에 무게를 실었을 때도 SK그룹 쪽에서는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로 최태원 SK 회장은 우선협상 지위를 얻은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안 끝났다”고 말했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모든 과제가 해결될 때까지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WD는 SK하이닉스 앞에 놓인 가장 큰 복병이다. WD는 법적대응, 언론플레이 등 다양한 루트로 도시바 매각 협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도시바도 공세적인 행보로 WD의 움직임에 맞불을 놓고 있다.

 

WD가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도시바 매각 중지를 요구하자 도시바는 “캘리포니아 법원에 법적 관할권이 없다”는 내용의 반론서를 보냈다. 캘리포니아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도시바 매각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사전에 못 박은 셈이다.

 

도시바 지분인수와 의결권 논란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본 교도 통신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의결권 중 33.4%를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지분을 취득할 것이란 보도와 함께 의결권 보도가 맞물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참여의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결권 논란 등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은행처럼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도시바 인수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술협력 등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도시바 지분참여와 의결권 확보 등의 논란이 계약을 마무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내부의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할 수 있고, 세계 시장의 반독점금지법 심사 통과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말을 아끼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계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WD의 방해 움직임과 지분참여 ·의결권 논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결국 도시바 인수전의 판을 흔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WD가 다양한 경로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도시바 인수 가능성을 내다본 포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도시바 입장에서는 최종 계약이 미뤄질수록 변수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다. WD의 행보는 도시바의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분명한 것은 도시바 인수전이 올해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라는 점이다. 한미일 컨소시엄이 인수전에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는 도약의 기회를, WD는 추락의 위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WD 15.5%, SK하이닉스 11.4%로 나타났다. 도시바 인수전 결과에 따라 앞으로 WD와 SK하이닉스의 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도시바 인수전은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SK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최태원 회장의 의지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 최근 마무리 작업을 하는 상황이다. <사진제공=SK 그룹>     © 사건의내막

 

지배구조 개선

 

도시바 인수전까지 나서는 등 SK가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배구조 개선이 우선 된 점을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7년 4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전격 발표하면서 “경영효율성이 높아져 기업가치와 대외신인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량적 지표 개선과 더불어 순환출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던 SK그룹 계열사들이 SK㈜ 밑으로 정리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후 SK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속도가 붙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다우케미칼 고부가화학 사업을 인수했고 SK루브리컨츠는 2015년 9월 스페인 최대 에너지 기업 렙솔과의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준공했다. 2014년에는 SK종합화학이 세계 3대 종합 화학회사 사빅(SABIC)과 합작법인 ‘넥슬렌’을 설립했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충칭에 후공정 생산법인을 준공했다. SK텔레콤은 2012년 세계 최초로 VoLTE를 상용화했다.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첫걸음을 뗀 것은 10년전이지만 사실상 진정한 지주회사 출범 시점은 통합 지주사 SK㈜가 탄생한 2015년 8월1일이다. 지주사 출범 이후 ‘최태원 회장→SK C&C→지주사 SK㈜→계열사’ 형태의 ‘옥상옥’(屋上屋·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뜻으로,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하는 일을 이르는 단어) 구조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고 SK㈜와 SK C&C 합병을 통해 비로소 이를 해소했다.

 

명실상부한 사업형 지주회사로 거듭난 SK㈜가 IT서비스, ICT융합, 반도체 소재·모듈, 바이오·제약, 글로벌 LNG 밸류체인 등 5대 방향성을 제시한 것도 이때다.

 

SK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10년 자체도 큰 의미가 있지만 지배구조와 기업경쟁력, 재무안정성 관점에서 보면 2015년 통합 지주사 출범이 더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유회사와 통신회사, 반도체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과감히 변신한 SK그룹의 혁신은 기존 사업의 글로벌 성장에만 치중해온 다른 기업들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며 “지주사 전환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기업을 어떻게 끌고 갈거냐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이 결실을 이룬 것”이라고 진단했다.

 

SK그룹은 통합 지주사 출범으로 안게 된 SK증권 지분 매각 문제를 이달 중 해소할 예정이다. SK C&C가 보유하고 있던 SK증권 지분 10%가 SK㈜로 들어오면서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분 소유 금지 규정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2년의 유예기간은 오는 8월1일 만료된다.

 

SK㈜는 최근 케이프투자증권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 호반건설을 숏리스트로 선정했고 예비실사가 시작됐다. 오는 7월25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와 함께 사회적기업 행복나래㈜ 지분 5%도 8월1일 전까지 정리해야 한다. 지주회사가 계열사 외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규정 때문이다. 공동투자기업으로 분류되는 행복나래는 SK이노베이션(42.5%), SK텔레콤(42.5%), SK㈜(5%), SK가스(5%), SK행복나눔재단(5%)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SK㈜는 보유 지분 5%를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에 각각 2.5%씩 매각할 예정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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