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진실
국정원 마티즈 자살, ‘타살 의혹’의 내막
“얼굴에 구타 흔적 있다” 쏟아지는 진상규명 요구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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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21 [10:4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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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국가정보원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유서를 남기고 마티즈 차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당시 45살) 과장의 유족이 사망 2년여 만에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수사당국은 “부검결과로 볼 때 타살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무수한 의혹이 쌓여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에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이 사건까지 다시 들여다볼지 관심이 쏠린다. <편집자 주>

 


 

 

핵심인물 지목됐던 임 과장 죽음 둘러싼 의문 폭증해

사망 2주기 앞두고 타살 의혹 제기…‘폭행 흔적’ 존재

아버지 폭로 뒤 들끓는 정당·시민사회 ‘진실 밝혀내야’

“부검 결과 타살 가능성 없다”는 경찰…TF 조사 주목

 

▲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된 빨간색 마티즈 차량. <사진제공=경기경찰청>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국가정보원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유서를 남기고 마티즈 차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의 유족이 사건 발생 2년이 지나 뒤늦게 ‘타살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석연찮은 의문사

 

임 과장은 국정원 팀장급 간부로서 지난 2015년 7월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탈리아 해킹팀 정보 유출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IT 개발 업체 ‘해킹팀’의 내부 정보가 다른 해커에 의해 인터넷에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업체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해킹프로그램을 개발해 각국에 비밀스럽게 판매하는 곳이었다. 거래내용 유출로 각국 정보기관들이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해 불법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힌다. 예컨대 유엔으로부터 무기 금수 조처를 받은 수단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엔 평화유지군을 해킹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국정원도 지난 2012년부터 해킹팀의 주요 고객이었다. ‘5163부대’란 대외용 명칭을 사용해 여섯 차례에 걸쳐 약 9억원을 들여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특히 한국산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해킹을 문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원이 이 프로그램을 악용해 2012년 대선에 개입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국정원은 “대북 감시용” “연구용”이라며 불거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이 프로그램의 구매를 담당한 인물인 임 과장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그는 그해 7월18일 낮 12시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의 한 야산 중턱에 세워진 자신의 빨간색 마티즈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임 과장은 발견 당시 운전석에 앉아 숨져 있었으며, 조수석 앞과 뒷좌석에는 번개탄이 발견됐다. 승용차 조수석에는 A4용지 크기의 노트에 자필로 쓴 유서 3장이 놓여 있었다. 유서에는 부모와 가족, 국정원에 전하는 글이 쓰여 있었다.

 

국정원 앞으로 남긴 유서엔 “(저의)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합니다.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습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자살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민간인 사찰 등 불법이 없다면서 자료는 왜 삭제했을까?’라는 의혹이 쏟아졌다. 임 과장의 바람과는 달리 국정원 해킹사건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게 된다.

 

여론이 들끓자 국정원은 유서를 공개한 데 이어 ‘직원 일동’ 명의의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한다. “(임 과장이) 국정원의 공작 내용이 노출될 것을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의대로 이를 삭제하고 그 책임을 자기가 안고 가겠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서를 글자 그대로 믿으라는 국정원 직원 일동의 성명도 의혹을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사건의 정황들이 온통 석연치 않았기에 세간에는 수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차량이 발견된 곳을 향하는 도로에서 찍힌 마티즈 차량의 번호판 색깔이 다른 점, 국정원 직원이 경찰보다 빨리 현장에 도착한 점, 현장 기록 구급차 블랙박스에서 28분 분량의 영상이 사라진 점, 마티즈의 빠른 폐차 등 의문은 계속됐다.

 

관련 자료를 지워버렸다는 유서 내용 역시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정보기관 직원이 단순히 ‘딜리트 키(Delete Key)’로 자료를 삭제한 뒤 자살했다고 국정원이 밝힌 점도 온갖 의구심을 낳았다. ‘딜리트 키’로 삭제되었다면 자료 복구에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텐데 국정원은 일주일이나 걸린다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국정원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제3자에 의한 진상조사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여러 의문은 풀리지 않았는데도 경찰은 그해 10월20일 사건 발생 94일 만에 사건을 종결하고 만다. “불거진 의혹은 많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단순 자살이 명백했다”는 것이다.

 

이후 2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뀐 후 국정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주도·관여한 정황이 있는 13건의 정치공작 의혹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천명하면서 국정원 마티즈 사건과 관계있는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의혹’도 재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경찰이 공개했던 국정원 직원 유서. <사진=연합뉴스 TV 영상 캡처>     © 사건의내막

 

타살의혹 제기

 

유족들도 임 과장 사망 2주기 즈음에 그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임 과장의 부친인 임희문씨는 지난 7월12일 인터넷 언론 <노컷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아들의 얼굴에 상처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놀랐다. 몸이 저렇게 당할 정도면 뼈까지 상했을까 걱정돼 오죽하면 감정을 해달라고 했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간단하게 유서 쓰고 잠들게 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왜 몸뚱이에 상처가 있고 얼굴에 안 터진 곳이 없냐”며 타살의혹을 제기했다.

 

아들 임 과장은 2015년 7월18일 정오쯤 경기도 용인시 한 야산 중턱에 세워진 자신의 빨간색 마티즈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는 2년 만에 타살 의혹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아들의 장례식 당시 한 경찰서에 근무한다는 경찰이 ‘언론 등 외부 접촉으로 상황이 바뀌면 장례 일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협박이었다”며 “손녀(숨진 아들의 딸)가 육사에 들어가 있으니 앞으로 피해가 있을까 걱정돼 덮으라고 한 며느리의 만류가 한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임과장이 숨진 당시에도 ‘마티즈 사건’을 두고는 숱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임과장 차량의 번호판은 초록색인데 인근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에 찍힌 번호판은 흰색으로 보여, 차량이 바꿔치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원 직원이 경찰보다 사건 현장에 빨리 도착한 점, 마티즈 차량이 사건 발생 4일 만에 폐차된 점,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 블랙박스에서 28분 분량의 영상이 사라진 점 등도 ‘타살 의혹을 은폐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수사당국은 유족의 의혹제기를 반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부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질식사로 결과가 나왔다. 얼굴 상처는 고인이 의식을 잃은 뒤 차 안에 피워놓은 번개탄 쪽으로 쓰러지면서 화상을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처리한 검찰 관계자도 “번개탄 때문에 차 안 온도가 높게 올라가 온몸에 검붉은 화상 상처가 많았다. 그걸 오해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이 자살 결론을 내렸지만, 사건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국정원은 최근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산하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를 꾸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13대 탈법 의혹 사건 진상을 밝히기로 했다. ‘마티즈 사건’과 관련된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의혹’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있다.

 

이처럼 임과장 죽음에 대해 부친이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전방위적 진상 규명 목소리와 함께 재수사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어 “임 과장의 아버지가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며 "이 사건의 키는 임 과장의 부인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7월14일 제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 타살로 의심된다는 한 아버지의 양심선언이 있었다”며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 방식이 있었다면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또 지난 7월13일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가족들의 합리적인 의심과 의혹제기에 당국은 진실규명으로 화답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정원 지휘부는 적폐청산 TF에서 임모 과장 타살의혹과 함께 선거개입과 민간인 사찰 부분도 철저히 조사하여 불법이 있다면 엄정한 법집행으로 단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정부 국정원에서 벌인 정치적 왜곡과 국민 사찰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유가족이 진상을 밝히고 원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원 안팎에서 우선적으로 밝혀내야 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압한다는 공작문건을 만들거나, 반값등록금과 같은 절실한 민생정책을 방해하기 위한 문건까지 만든 국정원에서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임 과장이 연루된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RCS)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및 선거개입 의혹’은 국가정보원이 최근 확정한 ‘적폐청산 TF’의 13개 조사 항목에 포함돼 있다.

 

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지난 6월21일 발표한 ‘국정원개혁위가 조사해야 할 국정원 적폐리스트’ 15개 항목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대표적인 적폐이자 의혹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 과장의 죽음으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사건은 의혹을 한층 키우고 진상규명 의지는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임 과장이 연루된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의혹은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재조사 방침을 밝힌 13개 조사 항목에 포함돼 있어 철저하고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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