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의 판을 흔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오픈했다. 올해 초 첫 선을 보였던 ‘케이뱅크’에 이은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과 다음을 운영하는 인터넷 전문기업 ‘카카오’가 만든 은행이라는 이점으로 인해 엄청난 ‘온라인 편의성’을 가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보다 압도적으로 싼 이자율은 그간 유지되던 은행판도를 바꿀수도 있다는 기대감마저 갖게 한다. 다만 ‘은산분리’와 ‘장·노년층 접근성’은 풀어야할 문제로 지적된다. <편집자 주>
엄청난 편의성…금리 우대와 해외송금 수수료도 강점
카카오톡 토대 확대 추진…시중은행 모바일 강화 대응
기존 은행과 규모 경쟁 한계…‘관련법 개정’돼야 성장
소비자금융 지각 변동 시작…향후 추가 설립 가능성도
▲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이미지. <사진제공=카카오뱅크> © 사건의내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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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케이뱅크에 이은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카뱅)가 지난 7월27일 문을 열었다. 카뱅은 42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카카오톡이라는 채널,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인 해외 송금수수료, 연 2%대 직장인 신용대출(최대 1억5000만원 한도), 전국 11만4000대의 ATM 입출금 수수료 면제 등 기존 은행권에서 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4월 ‘1호’ 케이뱅크의 출현으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기존 은행권 ‘그들만의 리그’가 더욱 강력한 ‘2호’의 출현으로 ‘빅뱅’ 수준의 대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큰 금융 혜택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의 돌풍이 다시 한 번 몰아칠지 주목된다. 카카오뱅크는 후발 주자의 이점을 십분 살리며 기존 케이뱅크보다 강화된 서비스를 내놓았다.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과 연계된 만큼 폭발력이 케이뱅크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상품과 서비스를 보면 인터넷 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보다 진화된 모습이다. 우선 전국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1만4000대에서 무료로 입·출금과 이체를 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GS25편의점에 깔린 현금지급기(CD) 1만여대에서만 무료로 출금할 수 있지만 입금할 수 있는 ATM기는 600여대가량에 불과하다. 케이뱅크 가입자가 다른 ATM에서 입출금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신용대출은 한도가 1억50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케이뱅크를 포함해 은행권의 직장인 대상 모바일 전용 신용대출의 한도는 1억원이고, 이 중 씨티은행이 1억4000만원으로 높다.
카뱅의 출현으로 금융권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해외송금 수수료다. 일명 국경세인 해외송금 수수료는 그동안 시중은행의 독점사업이나 다름 없었다. 카뱅은 연간 10조원 규모의 해외송금 수수료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뒤엎을 태세다.
카뱅을 통해 5000달러(560만원)를 송금할 때 고객이 내는 비용은 단돈 5000원이다. 이는 시중은행 창구 수수료의 10% 수준이다. 기존 간편 해외 송금 서비스와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췄다. 카뱅은 송금수수료를 제외한 전신료,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 등 나머지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5000달러 이하 송금 시 5000원, 초과하면 1만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일본, 태국, 필리핀은 금액과 관계없이 8000원이다. 송금 대상 국가는 미국을 포함한 유럽, 일본, 영국 등 22개국이다. 통화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12종이다.
휴일과 주말을 포함해 언제든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동일인에게 2번 이상 송금할 경우 별도의 정보 입력 과정 없이 30초 이내로 송금신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외국은행 계좌에서 카카오뱅크 계좌로 송금도 가능하다.
카뱅은 해외송금 서비스 외에도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평균 7분 계좌개설을 시작으로 수신, 여신, 체크카드, 해외송금 등 주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계좌 개설 후 평균 60초 내에 소액 마이너스 통장대출이 가능한 ‘비상금대출’은 신용등급 8등급도 신청할 수 있다.
누구나 동등한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급여이체, 적금가입, 통신비·관리비 자동이체 등 복잡한 금리·서비스 우대조건을 없앴다. 기존 금융권에서 타성에 젖어 유지해 온 ‘실적을 위한 형식’을 탈피해 누구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더불어 ‘입출금통장’에는 간편하게 예비자금을 보관할 수 있는 ‘세이프 박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의 핵심 전략 상품이기도 한 ‘세이프 박스’는 소비자금과 예비자금을 분리해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최대 500만원까지 가능하며 하루만 맡겨도 연 1.2%의 금리를 제공한다.
앞서 케이뱅크는 24시간 모바일로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과 낮은 대출금리, 높은 예금금리라는 가격경쟁력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중금융권 한 관계자는 “호기심에 케이뱅크에 가입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는데 금리가 낮아 기존 대출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갚았다”며 “금융회사에 일해 우대금리를 받고 있지만 케이뱅크 금리가 조금 더 낮았다”고 말했다.
엄청난 편의성
이같은 금융 서비스 뿐만아니라 카카오뱅크 앱은 타 금융기관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을 구현해 고객의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기존의 시중은행이 로그인 후 첫 화면에 많은 탭과 메뉴를 배치한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패턴 입력 즉시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계좌를 볼 수 있고, 찾고자 하는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예상 가능한 위치에 배열해 쉽고 빠른 이용이 가능하다.
로그인 및 잠금 해제도 패턴 잠금, 지문 인증으로 설정해 사용 편리성을 강화했다. 프로필 사진과 인사말, 알림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통장 이름과 컬러를 고객이 직접 정하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계좌개설 본인인증은 휴대폰 본인인증, 신분증 인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타행 계좌 이체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카오뱅크에는 공인인증서를 걷어냈다. 주요 인증은 인증비밀번호(핀번호)를 사용한다.
또한 체크카드 서비스도 시중은행 못지 않게 알차다.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는 국내 및 해외 모든 가맹점에서 기본 0.2%의 캐시백 할인을 제공하며 주말 및 공휴일에는 2배인 0.4%의 캐시백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본 할인은 전월 실적이나 사용 금액에 관계없이 제공된다. 마스터카드사(Master Card)와 제휴가 돼 있어 해외 결제가 가능하며, 후불교통카드 기능도 추가했다.
‘프렌즈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내년 1월 말까지 전월 실적에 따라 별도로 월 최대 4만원 캐시백 혜택도 제공한다. ▲쇼핑/커피(G마켓, 옥션, 스타벅스, 커피빈, 이디야, 폴바셋), ▲대형마트/주유(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메가마트, SK주유소), ▲엔터테인먼트(멜론, CGV), ▲해외결제(해외가맹점) 등에서 다양한 캐시백을 각각 제공받을 수 있다.
▲ 더 쉽고 편리한 것이 목표인 ‘카카오 뱅크’ <사진제공=카카오뱅크> © 사건의내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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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초긴장
은행권은 카뱅이 등장하자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애써 무시했던 케이뱅크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금리외에도 서비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파격적인 혜택과 젊은 층을 겨냥한 사용자 환경 등이 무시할 수 없는 매력 요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있어 케이뱅크보다 파급력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은행권은 제2의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지만 긴장하는 기색은 역력하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편리성이 한층 더 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간편송금 기능의 그 사례다. 상대방의 계좌를 모르더라도 카카오톡의 친구로 등록돼 있다면 돈을 보낼 수가 있다.
기존 은행권은 비대면 채널의 서비스를 강화하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침공에 반격의 카드를 꺼냈다.
시중은행들은 카뱅 출범을 앞두고 해외송금 수수료를 재정비하기까지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25일 원큐 트렌스퍼 서비스 대상 국가를 중국을 포함한 총 16개국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26일부터 연말까지 비대면 채널을 통해 500달러 이하를 송금하면 수수료를 1만500원에서 2500원으로 인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송금 액수가 500달러 초과 3000 달러 이하면 송금수수료는 1만5500원에서 5000원으로 줄어든다.
내부 조직도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새 판을 짜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최고 디지털책임자(CDO) 자리를 신설했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오픈API, 클라우드, 디지털 경험(DX) 등 5개 핵심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그룹내 연구소도 만들었다.
KB국민은행은 소득증명 없이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액 모바일 대출 서비스인 ‘KB 리브 간편대출’을 내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뱅은 카카오톡 메신저의 사용자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은행에게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금리 등 모든 서비스 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은 규모 면에서 아직 기존 은행권과 상대가 되지 않아 한계 역시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카뱅의 한계?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두달 만에 연간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지난 7월11일 기준 누적 예금이 6500억원, 대출은 6100억원이다.
대개 한 시중은행의 저축성 예금 수신액이 100조원 이상, 여신액이 200조원 이상인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은산분리’가 절실한 까닭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이 중 4% 이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산업자본이 고객의 예금을 '사금고'로 활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최대 주주여서 최대 주주가 은행의 덩치를 키우고 싶어도 이 조항에 막혀 자본을 늘릴 수가 없는 실정이다.
국회에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50%까지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되 5년마다 재심사받게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안 등이 상정됐으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아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새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금융에서 소외되는 ‘핀테크 디바이드(Fintech divide)’도 인터넷 전문은행이 넘어야 할 산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고령층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모바일뱅킹의 사용자 환경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령층에는 모바일뱅킹이 익숙지 않다.
케이뱅크 출범 첫달인 올 4월 고객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40대가 전체 고객의 70%를 차지해 시중은행(45%)보다 젊은 고객들이 많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앱(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쓸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만들었다”면서 “어르신들도 카카오뱅크를 이용하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함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은 일단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소비자금융시장이 재편될지 주목된다. 시중은행은 모바일 뱅킹을 강화하고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시장을 지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 은행권의 고객 유치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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