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진실
마지막 희망마저 부수는 ‘불법 일수 대출’
살인적 이자율 절망…“이자가 원금보다 높다고?”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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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08 [17:1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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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A(28)씨는 최근 회사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몇 년 전 지방에서 상경해 자취방 보증금을 내기 위해 카드회사와 대부업체에서 각각 500만원과 250만원을 대출받았다. 카드사 연 18%, 대부업체 연 36%라는 금리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처음 몇 달 동안은 꾸준히 원리금을 갚아나갔다. 월 30만~40만원을 냈다. 그런데 A씨가 최근 갑자기 몸이 아파 석 달 정도 일을 쉬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수입이 없어 대출금을 연체하게 되자 하루에도 몇 통씩 빚 독촉 전화가 걸려왔다. 이자가 연체됐으니 이제 원금까지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거듭되는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할 수 없이 다른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아 먼저 빌린 돈을 갚고, 얼마 뒤엔 그 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곳에서 대출했다. 이렇게 몇 차례 ‘돌려막기’를 하자 빚은 순식간에 2000만원을 넘어섰다. 결국 A씨가 눈을 돌린 것은 일수대출이었다. 

 


 

 

제도권 밖의 돈놀이 서민들 좀먹는 ‘불법 대부업’ 대출

상상초월하는 이자율…‘원금’ 훌쩍 넘어서는 빚은 기본

협박하고 쫓아오고…채무자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일수

강력한 서민 지원 대출 필요…‘구제 금융책’ 마련 시급

 

▲ 서민들을 좀먹는 불법 일수 대출 전단지. <사진=구글 사진 캡처>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A씨는 결국 지난해 말 안양 근처에서 일수업자를 만났다. 일수업자는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여러 수수료 명목으로 10만원을 떼갔다. 그리고 매일 2만원씩 65일을 갚으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필요했던 금액 중 절반도 마련하지 못하고 또다시 빚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A씨는 “빚이 늘어나는 걸 알았지만 순간순간 상황이 급박하여,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수업자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무서웠다”면서 “그들은 ‘돈을 제떼에 갚지 않으면 좋지 않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고 밝혔다.

 

돈을 일주일 단위로 12만원씩 꼬박꼬박 입금을 한 지 2주가 지난 후, A씨에게 일수업자가 전화를 했다. ‘돈을 잘 갚아 신용이 좋으니 추가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A씨는 지난 1월9일 이들에게 다시 200만원을 빌렸고, 빚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상상초월한 이자

 

일반적인 일수업자들의 수법에 말려든 것 같다는 A씨는 “이제는 일수 같은 거 안 빌린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사실 매달 돌아오는 빚 갚는 날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난다”면서 “이들은 이런 상황을 악용하면서 결국 담보로 걸린 전셋집마저 빼앗아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B(52)씨도 지독한 빚 독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한 경험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사채는 바보가 아니면 안 쓰죠. 근데 워낙 빚 독촉에 쫓기고 돈이 급하다 보니 터무니없는 조건에 사채를 쓰게 되더라고요.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담배를 하루에 세 갑씩 피우고 소주도 2병씩 마셨어요.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B씨는 한때 잘나가던 음식점 사업자였다. 그런데 지난 2009년 5월, 사기를 당하면서 2억원의 빚이 생겼다. 이 빚을 해결하느라 여기저기서 대출을 쓸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유지하려면 빚을 빨리 갚아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급한 마음에 사채까지 쓰게 됐죠.”

 

B씨는 사기당한 2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부모와 주변의 도움으로 갚았지만,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저축은행, 대부업체, 매일매일 갚아나가는 일수 형태의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이런 돈은 이자가 수십 퍼센트에서 때로는 100%를 넘는 경우까지 있다 보니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아나가기도 숨이 가빴다. 버는 돈을 다 털어 넣어도 수천만원의 빚은 줄지 않았다. 나중에는 사업까지 어려워져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이자가 연체되면서 지옥이 시작됐다. 대부업체들은 주로 전화를 이용해 빚 독촉을 했다. 변씨가 사무실에 출근한 오전 8시 반부터 20분간 정확히 20통의 빚 독촉 전화가 걸려왔다. 오전 10시, 점심시간 후, 오후 6시에도 마찬가지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20~30통씩 계속 연락이 온다. 직원들과의 회의는 물론 고객들과 만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추심업자들은 변씨에게 연락이 안 되면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었다.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지금 당장은 돈이 없으니 돈 생기면 연체 이자까지 갚겠다고 사정해도 소용없어요. 당신 같은 신용불량자를 어떻게 믿느냐, 한심하다, 그 나이 먹고 그 돈도 못 구하냐는 말까지…. 온갖 얘기를 다합니다”라고 증언했다.

 

B씨는 추심업자들, 특히 일수업자들은 집으로도 찾아왔다. 아파트 문 앞에서 사람이 있건 없건 초인종을 눌러대고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그러다 사람을 못 만나면 문 앞에 독촉장을 붙여놓고 갔다. 너무 시끄러워서 이웃들의 항의도 받았다. 얼굴을 들고 동네에서 살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B씨가 너무 돈이 궁한 나머지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연락해 돈을 빌린 한 일수업자는 폭력배처럼 B씨를 괴롭혔다. B씨는 이 업자에게서 100만원을 빌렸는데 ‘선이자’라며 40만원을 떼고 60만원만 통장에 입금을 해줬다. 그리고는 B씨가 상환을 약속한 1주일 내에 100만원을 갚지 못하자 ‘이자 40만원이라도 내라’고 독촉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지만 원금을 못 갚은 B씨는 40만 원을 입금했고, 이런 식으로 무려 320만원을 그에게 뜯겼다.

 

이 사채업자는 B씨가 괴로운 나머지 연락을 안받자 사무실로 찾아와 B씨의 휴대폰을 빼앗더니 지인들의 연락처를 다 적고 그 자리에서 일일이 본인확인 전화를 했다.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앞으로 사회생활을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용으로 B씨의 얼굴 사진도 찍어갔다. 

    

▲ 제도권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 신용자들은 불법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사건의내막

 

공격적인 마케팅

 

이처럼 불법 일수 업체를 이용하는 이유는 제도권 대출을 이용하기가 어려워 불법업체로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이들 일수업체는 공격적인 마케팅들을 자주 감행한다. 대표적으로 ‘불법 전단지’다. 서울 시내 유흥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위험천만 할 정도로 빠르게 내달리는 오토바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검은 마스크와 헬멧으로 무장한 채 오토바이에 올라탄 이는 운전하면서도 쉴 새 없이 명함 크기의 종이를 무차별적으로 도로 옆 상가와 인도 등을 향해 던진다. 바로 불법 전단지다.

 

명함 전단은 음식점, 성인 용품, 대리운전, 성매매 업소 등 다양하지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전단지는 바로 대부업체 전단지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영세한 자영업자와 가난한 청년을 겨냥한 불법 광고이기 때문이다. 이들 계층은 낮은 신용등급 탓에 금융기관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만큼 불법 대출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향후 살인적인 고금리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겪는다.

 

소규모 자영업자가 밀집한 데다 대학생이 주로 거주하는 대학교 주변에 대부업 전단지가 날마다 쌓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들 지역의 소규모 음식점과 원룸촌 앞엔 대부업 전단지가 수두룩하다.

 

실제로 유흥가로 유명한 경기도 부천역 주변 거리를 걸어보면 각종 대부업체에서 뿌린 광고명함 수십여 장들이 발길에 차였다. 수십장의 광고 명함이 바닥에 널브러진 채 그대로 방치된 모습은 이곳에서는 일상이라는 게 지역 주민의 전언이다. 아울러 소자본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나 도시락, 삼각김밥, 컵밥, 돈가스, 떡볶이 등을 파는 가게를 창업한 자영업자들이 이 같은 대출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인근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은 “가게 앞을 청소해도 다음날이면 다시 또 불법 전단들이 널리다 보니 매번 짜증이 난다”며 “여기는 대학가 주변이라 학생들이 쉽게 유혹에 빠진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특히, 대출광고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도“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방치된 불법 전단들은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쓰레기 더미가 되고,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길 모퉁이나 길가 쓰레기통 주변에는 어김없이 불법 대출전단지가 수북이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불법 대출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한 공무원 준비생은 “힘든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 싫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0만원 일수대출을 했다”라며 “어느새 400만원으로 불어나서 부모님께 말도 못하고 정말 미칠 지경이다”고 하소연 했다.

 

불법 대출 전단을 살펴보면 노란 또는 빨간 글씨로 ‘어려운 경제고민’, ‘사장님의 급한불을 꺼드리겠습니다’, ‘천사 일수’, ‘초간편당일대출’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유혹하는 자극적 문구로 가득했다.

 

100만원 단위로 하루 상환금액이 구체적으로 표기된 전단도 있다. 한 대부업체는 200일 기준으로 100 원 대출 시 하루 동안 상환금액이 5300원, 200만원은 1만600원, 300만원은 1만5900원, 500만 원은 2만6500원, 1000만원은 5만3000원으로 나와 있다.

 

상환금이 소액이라 피부로 느껴지기엔 다소 낮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1000만원을 빌렸다면 200일 동안 상환하는 금액이 1060만원에 달하는 고금리를 감내해야 한다.

 

다른 대부업체들의 명함 광고는 ‘자영업자 100% 대출’, ‘신용불량자도 대출 가능’ 등의 문구로 앞세워 영세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기존 금융대출을 갚지 못한 이에게도 돈을 빌려주겠다고 유혹했다.

 

또한 강남권에서는 성형 대출 전단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대부업체들이 전단지 광고를 통해 성형대출 등 무분별한 대출을 조장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강남 등 원룸 밀집 지역에 여성전용 대출 전단지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내용을 보면 ‘여성행복대출’, ‘100% 첫 거래 100만원 무이자’, ‘성형대출’ 등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같은 불법 대출 전단을 보고 이용하는 연령대를 보면,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금전이 필요한 20대가 이들 불법 대부업체의 주요 고객이다. 이들 젊은층은 케이블 방송이나 SNS,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대출 광고에 익숙해져 고금리 대부의 위험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불법 전단지에 대한 단속을 맡는 구청은 속수무책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을 동원해 수시로 정비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토바이로 전단지를 던져 단속이 힘들다. 과태료를 부과해도 연체하기 일쑤고, 경찰에 넘겨도 경범죄로 분류돼 벌금이 3만원뿐이라 단속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 불법 대부 업체들은 상습적으로 채무자를 협박한다. <사진=SBS 영상 캡처>     © 사건의내막

 

서민 지원 필요 

 

결국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생활고 때문에 빚을 쓴 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그만큼 늘었다고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채무자에게 신체적 폭행을 가하거나 거친 말투로 공포심을 조장하는 협박 행위, 채무자의 직장을 찾아가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채무자의 관계인에게 빚을 대신 갚을 것을 강요하는 행위 등은 모두 불법이다. 이런 행위가 적발될 경우 강화된 법률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사법처리를 위해서는 금감원과 경찰측에서 요구하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피해 구제가 원활하지 않다. 한 금융전문가는 “채무자가 극도로 궁지에 몰린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협박내용을 휴대폰 등에 녹음하고, 폭행 등 위협적 행동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 사채업에 발을 담그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정 최고금리를 훌쩍 넘는 폭탄금리, 그리고 연체할 경우 불법 추심과 갖은 압박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채업자를 찾는 것은 돈을 빌릴 곳이 없어서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3만 명 수준이던 불법 사금융 이용자 숫자는 2016년 43만 명으로 10만 명이 늘었다. 이용 총액 또한 2015년 10조5897억원에서 2016년 24조1144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1인당 이용총액으로 환산하면 2015년 3209만원에서 1년만에 5608만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불법 사금융에 발을 디딘 사람들 대부분은 대부업체 심사에서 탈락한 저신용자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2015년 9월 127만 명 수준이던 대부업 이용자수는 지난해 말 120만 명으로 5% 가량 줄었다. 특히 저신용자들의 피해가 컸다. 2015년 9월 7~10등급의 저신용자 중 대부업체 이용자 수는 94만 명이었지만 지난해 말 84만 명으로 9.7% 감소했다.

 

결국 일반 대부업마저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최근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제도권 금융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이 생활자금을 구하러 금리가 높은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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