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사연
여름 공략성공, ‘수입 맥주’ 전성시대
소매 시장 과반 잠식한 외국산…“혼술은 맛있게?”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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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11 [13:3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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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마찬기지로 한 여름 무더운 ‘슈퍼 더위’가 찾아오면서, 성인들의 기호식품 ‘맥주’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혼술족이 늘어나며 마트 등지에서 맥주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맛있는 수입맥주의 판매량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형마트 기준으로는 50%이상의 점유율을 수입맥주가 장악하면서, 맥주계의 ‘마이너 리그’가 아닌 진정한 ‘주류’로 등극하게 됐다.

 


  

수입맥주 돌풍 거세져…대형마트 기준 ‘점유율 50%’ 돌파

영업용 시장까지 파고들면 맥주시장 판도 크게 흔들릴 듯

중국·일본 등 아시아 맥주 급부상…독일 맥주 판매량 넘어

고전하는 롯데주류·하이트진로…오비맥주는 상대적인 여유

 

▲ 수입 맥주 판매량이 대형마트 기준 과반에 이르렀다. <사진=kbs 뉴스 캡처>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가격경쟁력과 다양한 향을 내세운 수입맥주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가파른 매출 성장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생수 판매액까지 뛰어넘었다. 특히 각양각색의 수입맥주가 인기를 얻으며 시장 판도 흔들기에 나섰다.

    

수입맥주 돌풍

 

국내에서 맥주 수입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도별로 보면 ▲2012년 7474만L ▲2013년 9521만L ▲2014년 1억1946만L ▲2015년 1억7091L ▲2016년 2억2055L가 수입됐다. 올해는 사상 첫 3억L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다른 조사 결과를 봐도 수입맥주의 위력은 매섭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해외업체들의 맥주는 총 22만556톤으로 2015년 17만톤보다 30%가량 급증했다.

 

맥주 수입액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액 규모는 2016년 기준 1억8158만달러(약 2070억원)로 전년대비 31.3% 증가했다. 2년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는 약 66% 늘었다.

 

2010년만해도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은 3%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회식을 기피하고 혼술, 홈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 수입맥주 점유율은 10%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수입맥주는 600여종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류업계는 업체 간 과열경쟁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판매량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시장점유율은 확인하기가 어렵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유통채널의 판매량을 역산해 대략적인 점유율을 추정한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2월 처음으로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국산맥주를 추월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 비중이 51.5%를 기록해 국산 맥주를 처음으로 앞서면서 국산맥주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이후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에서 형성돼 있다. 편의점 역시 수입맥주가 절반가량의 매출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으로 회식 문화는 줄고, 집에서 술을 소비하는 홈술족이 늘어난 영향이다. 즉, 과거에는 맥주 소비가 주로 식당이나 주점에서 이뤄졌지만 최근 회식 기피 현상과 혼술·홈술 풍조 확산 등으로 혼자 혹은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국산맥주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면 국산맥주 시장 규모는 갈 수록 줄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현재 약 50~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 때 국산맥주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40%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산 맥주업체들이 수입맥주대비 강도높은 규제에 묶여 가격경쟁력을 잃은 점도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 맥주는 생산원가를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현행법상 국산 맥주보다 30% 이상 낮은 주세율이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국산맥주는 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영업비, 제조사 마진 등을 포함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수입맥주보다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주류 제조사 관계자는 “아직 수입맥주가 영업용 시장으로까지는 파고들지 못했지만 가정용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추세대로라면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이 20%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국산맥주 업계가 과감한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갈수록 거세지는 수입맥주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기준으로 세계 맥주의 매출 비중은 올해 평균 50% 이상을 기록, 사상 처음 국산 맥주 매출 비중을 넘어섰다. 국내 시장 전체로도 올해 처음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 점유율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미국 맥주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고 7월에는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맥주에도 무관세가 적용된다. 국산 맥주와 가격차가 더욱 좁아지면서 국산 맥주의 점유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1일~6월24일) 수입맥주의 매출이 생수의 124%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판매액 역전을 기록했다. 생수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수입맥주 판매액은 2013년 64%에 불과했지만 2014년 70.1%, 2015년 69%, 지난해 96%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같은기간 국산 맥주와 생수의 매출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2013년 생수 대비 233%에 달하던 국산맥주 판매액은 2014년 193%, 2015년 153%, 지난해 168%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51%로 감소했다.

 

수입과 국산맥주의 희비는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롯데마트의 수입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2% 급증한 반면, 국산맥주는 1.4%로 역신장을 간신히 면한 수준에 그쳤다. 이마트에서도 수입맥주는 전년보다 48.1% 더 팔렸지만, 국산맥주는 2% 성장에 불과했다.

    

▲ 수입 맥주 강세에 국산 맥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 사건의내막

 

아시아 맥주 약진

 

이처럼 수입 맥주의 성장세에는 이웃나라인 일본·중국 맥주의 판매 호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맥주가 ‘원조’ 독일산을 밀어내고 국내 수입 맥주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마트가 지난 1월1일부터 7월16일까지 세계 맥주 판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아시아 맥주 매출 비중이 33.7%를 기록하면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유럽 맥주는 2015년 60.7%, 2016년 58.7%, 2017년 58.2%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아시아 맥주 전성시대는 일본·중국산의 약진에 따른 결과다. 2011∼2013년 수입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일본 맥주의 경우 2014∼2015년 독일에 1위 자리를 내줬다가 지난해와 올해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맥주는 2015년 6.0%의 매출 비중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매해 한 계단씩 순위가 하락했으나 매출 비중은 지난해 7.1%, 올해 7.5%로 소폭 증가했다.

 

일본 맥주의 경우 4대 맥주(아사히, 기린, 산토리, 삿포로)의 취급 종류가 늘어나고 '벚꽃 에디션' 등 한정판 맥주를 출시한 것이 인기 요인이었다. 중국 맥주는 '양꼬치 앤 칭따오'란 유행어가 생길 만큼 칭따오 맥주가 잘 팔렸다.

 

반면 유럽 맥주의 선두 주자인 독일 맥주는 2014년을 정점으로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와 올해엔 일본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시아 1위 일본과 2위 중국은 아시아 맥주 전체 매출의 88.0%를 차지하지만, 유럽 1위 독일과 2위 네덜란드는 유럽 전체 매출의 49.8%에 불과하다”며 “일본, 중국 두 나라가 유럽 연합군과 경쟁하고 있는 형세”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입 맥주의 종류도 점점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버드와이저, 일본 아사히, 네덜란드 하이네켄, 벨기에 호가든 등 메가 히트 브랜드들이 독식했던 시대는 지났다. 현재 롯데마트에서 팔고 있는 수입 맥주는 19개국의 450여개 제품에 이른다. 다양한 나라의 맥주를 맛보고 싶은 고객들은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선뜻 지갑을 연다.

    

국내업체 위기감

 

이처럼 수입맥주는 다양한 맛과 향을 강점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끌어올리며 주류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또한 여성 주류 소비층이 늘어나고 ‘혼술(혼자마시는 술)’ 시장이 커지는 등 가벼운 음주 문화가 확산된 것도 성장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특혜성 세금 부과 체계로 수입맥주 가격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산과 수입 맥주에 부과되는 과세 기준은 동일하지 않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영업비용, 마진 등을 합친 출고가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지만 수입 맥주는 원가에 관세를 합친 값에만 과세한다. 결과적으로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보다 30%가 넘는 주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2018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산 맥주 수입 관세가 현행 15%에서 0%로 철폐돼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맥주를 얼마에 사 오든 관계없이 가격을 싸게 신고해 세금은 적게 부담하고 유통 과정에서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면서 “국산 맥주가 받고 있는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수입맥주의 대대적인 공세에 국내 맥주 생산 업체인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는 고전을 하고 있는 반면, 오비는 그간 꾸준히 적립해온 점유율로 인해 일단은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롯데주류의 경우 국산 맥주 수요의 위축과 수입맥주의 고성장 추세 등을 감안하면 맥주사업의 환경이 녹록지 않으나 가정용 중심의 ‘클라우드’ 맥주 외에 업소용 수요를 충족시킬 제품군을 마련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롯데칠성의 매출은 크게 음료부문과 주류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 2조2642억원 가운데 음료부분이 전체의 67.6%인 1조5311억원을 차지하고 있고 주료부문은 32.4%인 7331억원으로 되어 있다. 음료부문이 2/3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올해 주류부문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비용 증가와 2공장 완공에 따른 감가비 250억원(2017년 50% 반영)이 반영되면서 초기 비용 부담으로 인한 적자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칠성의 올해 맥주 실적이 매출액 1202억원, 영업적자 2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롯데칠성 맥주 부문은 올해 신공장 가동과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적자 폭은 확대될 전망”이라며 “현재로서는 맥주 사업 안착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에는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지난 3월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구조조정은 5년만에 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출시한 3세대 ‘올뉴하이트’로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2014년부터 3년연속 적자만 키워왔기 때문이다.

 

반면 오비맥주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 맥주가 맥주시장 점유율을 60%이상 점유하고 있어 하이트진로가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올해 신제품 출시를 하겠지만 수입맥주 공세와 그간의 시장점유율 변화를 볼 때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결국 국내 맥주 시장 전반이 수입 브랜드들의 저가 프로모션으로 인해 경쟁 심화에 노출되어 있고, 주류 소비 트렌드도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일반 라거 맥주에 불리한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enfree1@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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