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돌풍, 의미와 한계점 [집중분석]

편의성·친숙함으로 승부…“금융판도 바꿀까?”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8/11 [14:00]

카카오뱅크 돌풍, 의미와 한계점 [집중분석]

편의성·친숙함으로 승부…“금융판도 바꿀까?”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8/11 [14:00]

인터넷은행의 대표주자 ‘카카오뱅크’의 돌풍이 거세다. 등장 일 주 만에 150만을 넘겼던 가입자가 보름에는 200만을 돌파하면서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 다음 등을 운영해 인터넷 운영 노하우가 장점인 카카오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무서울 정도의 편의성과 낮은 대출금리로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에 기존 은행들은 관망하던 자세를 벗어나, 거품이 상당했던 각종 서비스 요금을 낮추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 출범 보름 만에 200만명 돌파하며 폭풍 성장

하루이용량 시중은행 위협…경쟁 촉발시키며 ‘지각변동’

‘주거래통장 쟁탈전’ 돌입해…연말부터 인터넷으로 변경

서비스 지연 문제·고객선별·유동성 관리 등 과제도 산적

 

▲ 등장 1주일 만에 200만명에 고객을 유치한 카카오 뱅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금융시장에 등장한지 보름이 채 안 돼 가입계좌수 200만좌를 돌파하며 유례없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권의 예상을 뛰어넘어 가히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만큼 위력이 세다.

    

질주하는 카뱅

 

아직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카카오뱅크가 일단 ‘고인 물’로 평가되던 금융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내심 카카오뱅크를 경계하는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다시 손보거나 비대면 상품 강화, 금리 및 수수료 인하 등 고객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 경쟁을 촉발시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출범 13일째인 전날 오후 2시 기준 가입자수 203만좌를 넘겼다. 지난 7월27일 출범 이후 하루당 16만좌 꼴로 계좌 가입이 이뤄진 것이다. 예·적금 등 수신액은 996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모였다. 대출액은 7700억원이 실행됐다.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신청은 141만장이 이뤄졌다.

 

카카오뱅크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가입자 4200만명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친근함’과 복잡한 가입 절차가 없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에 있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를 지니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던 고객들에겐 카카오뱅크의 등장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낮은 수수료와 대출금리 등 가격적인 면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누구든지 모바일로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휴대폰 번호 인증으로 실명 확인을 거치면 즉시 카카오뱅크 계좌에 가입할 수 있고, 계좌번호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카카오톡을 통해 계좌에 송금을 할 수 있다. 대출신청도 시중은행과 달리 복잡한 가입조건이나 우대조건 없이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최저 연 2.84%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한도는 높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는 최대 1억5000만원이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체크카드로 끌고와 재미적인 요소까지 더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처음 출시됐을 때 앱에 접속한 뒤 놀랐다”며 “인터페이스가 쉽고 편리해 기존 모바일 뱅킹들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같은 편의성은 앱 사용자의 숫자에서도 나타난다.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앱에이프(App Ape)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일간 신규 설치 수는 앱 출시일인 지난 7월27일 가장 높게 나타나 약 80만 회에 달했다.

 

특히 하루에 1회 이상 앱을 실행하는 유저수(DAU)는 지난 7월31일에 가장 높아 약 112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한S뱅크보다는 낮고, 우리은행 원터치개인뱅킹보다는 높은 수치다. 카카오뱅크가 기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모바일 앱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음을 방증한다.

 

시간대별로 가장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시간은 오전 10시로 출시 첫날에는 시간당 약 18만 명의 사용자가 몰렸다. 현재는 사용자가 더 늘어나 지난달 31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약 21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앱을 실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을 사용하는 주 연령층은 30대 남성으로 약 11.2% 를 차지했으며, 이어 40대 남성이 11.1%, 30대 여성이 9.2%로 뒤따랐다.

 

앱에이프 관계자는 “카카오는 모바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 이모티콘 증정 이벤트 등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한 성공 사례를 만든 경험이 다수 있다”며 “현재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폭적인 광고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만큼 카카오뱅크도 또 하나의 성공 사례로 만들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또한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기존 은행 앱을 보유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추가로 카카오뱅크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KB국민은행 스타뱅킹’ 이용자들이 카카오뱅크를 가장 많이 설치했다. 무려 58만 명에 이른다.

이어 'NH 스마트 뱅킹'을 보유한 사람 중 50만 명, '신한S뱅크'를 보유한 사람 중 45만 명, '우리은행 원터치개인뱅크' 보유자 중 42만 명, 케이뱅크 보유자 중 40만명 등이 카카오뱅크를 추가로 설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래 은행?

 

이처럼 카카오뱅킹의 등장으로 인터넷 은행의 돌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거래 은행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부터 인터넷은행으로도 주거래은행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주거래 통장 쟁탈전이 예상된다.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계좌이동서비스 ‘페이인포’ 웹사이트에 접속해 시중은행에서 K뱅크로 주거래 계좌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를 목표로 금결원과 협의 중이다. 시중은행간 이동은 이미 자유롭지만, 인터넷은행이 새롭게 ‘판에 끼는’ 셈이다.

 

계좌이동서비스는 여러 금융회사를 통해 자동이체하는 급여, 통신요금, 보험료 등의 항목을 일괄 조회하고 이체계좌를 변경할 수 있는 서비스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페이인포에 등록되면 기존 시중은행의 자동이체 계좌를 이들 은행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인터넷은행의 공격무기는 금리다. 주거래 계좌는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대부분의 은행에서 금리가 0%대로 낮은 편이지만, K뱅크의 ‘듀얼K 입출금통장’과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최대 500만원)는 최대 연 1.2%로 정기예금 수준이다. 시중은행이 수시입출식 예금에 우대금리를 얹어줄 때 1000만원 등 고액의 평균잔액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는 것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본인이 목표액을 설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금리를 받기 용이하다.

 

주거래 계좌는 매월 빠져나가는 돈이 많은 소액 예금이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에 거액을 예치하기 꺼려하는 소비자라도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 대학생, 젊은층이나 대출 이용자를 중심으로 주거래 은행 변경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의 초반 인기몰이가 거세자 주거래 고객을 빼앗길까 긴장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했거나 주거래 은행을 변경한 고객들에게 예금ㆍ대출 금리우대나 대출 프로그램 안내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너스 대출 금리를 내리고 한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 곳도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거래 고객 대상으로 별도의 소득·재직확인 절차 없이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비대면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타행의 주거래 고객을 끌어오는 영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페이인포 사이트에서 쉽게 주거래 계좌 변경이 가능해지면 K뱅크나 카카오뱅크를 주거래은행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에 없던 편의성과 친숙함으로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뱅크>     © 사건의내막

 

작전상 후퇴

 

이처럼 편의성과 저렴한 대출 금리로 승부를 걸었던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작전상 후퇴’를 선언했다. 폭발적인 대출 수요로 은행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줄인 배경에 대해서는 “건전성 유지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상품의 한도와 금리조정은 수시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8일 애플리케이션 공지를 통해 이런 내용을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정한 예대율 임계치는 70%대 중후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8월3일을 기점으로 예대율이 76%에 육박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시중은행에서는 카카오뱅크처럼 대출 한도와 금리를 수시로 조정하겠다고 나선 사례가 많지 않다. 수조원 덩치의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대출 폭증이 반갑지만은 않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3000억원인데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절반 가까이 소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최근 기존 고객 상담 센터에 90명의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제2 고객 상담 센터를 개설하는 등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케이뱅크도 지난 6월 직장인K신용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중단 결정 당시 여신액 규모는 5700억원이었다. 연간 목표(4000억원)를 석 달 만에 달성했다.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자본력을 가진 케이뱅크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에 증자 계획도 앞당겨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IT 핵심 인력을 제외한 카카오뱅크 전체 직원이 고객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체크카드 배송만 4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카카오뱅크는 “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제1금융권 은행으로서 고객의 예금보장과 안전성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주요한 변경에 대해서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벌써 카카오뱅크의 증자 얘기가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지분 58%를 소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난 27일 출범식에서 “증자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대출 중단도 없다"고 단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증자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드러난 문제점

 

결국 규모의 문제 외에도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문제점도 함께 노출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8분 만에 뚝딱’이라며 업무처리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카카오뱅크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서비스 이용이 원활치 않아 고객들의 불만은 점차 증가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카카오뱅크에 대출을 신청하려면 ‘무한 클릭해야 한다’는 비아냥 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화 상담이나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 모두 사실상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8일 뒤늦게서야 공지를 올려 고객들에게 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대출 신청 트래픽이 과도하게 몰려 유관기관의 처리 용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다.

 

그러나 출범 초반 고객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비스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은행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출 신청도 안 되고, 상담도 어렵다”며 “계속 핸드폰만 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당장 서비스 지연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급증하고 있는 대출 증가세에 따른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도 과제다. 대출이 증가하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비율이 나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신용등급별 한도를 축소한 데 이어 향후 대출 상품의 한도와 금리조정을 수시로 할 계획을 밝힌 것도 유동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은산분리’ 규정에 막혀 있는데 카카오뱅크가 자본확충을 위해 증자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구조와 리스크 관리 문제도 남아있다. 아무래도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게 주다보니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자칫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 자산 건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우량 고객을 선별해 나가면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해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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