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소통정치 ‘無각본 기자회견’

사전 시나리오 없었던 청와대…“권위는 내려놓았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8/18 [13:56]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정치 ‘無각본 기자회견’

사전 시나리오 없었던 청와대…“권위는 내려놓았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8/18 [13:56]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은 큰 화제가 됐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전 정부와는 완벽하게 차별된 사전 시나리오가 전혀 없는 ‘무각본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같은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막힘없는 답변으로 기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전국민적 관심 주제인 복지 재원 확충 등에 대해서는 팔을 걷어붙이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면서 진정한 ‘소통’을 했다는 평이다.

 


 

無각본으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기자들 참여열기 뜨거워…외교·안보·경제 막힘없는 답변

자유질의응답 형태로 진행…65분간 15개의 질문 쏟아져

적폐 청산 의지 드러내…특권·반칙, 부정부패 청산 다짐

 

▲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전 시나리오가 없었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미리 질문자를 지정해서 질문내용과 순서를 사전에 조율하는 익숙한 풍경이 사라진 것. 형식적인 기자회견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시작 전에도 팽팽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자리를 잡은 기자들은 삼삼오오 청와대 참모진들과 대화를 나눴다. 즐거운 소통의 장이었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은 기자들에게도 ‘인기만점’이었다. 일부 기자들이 조국 수석 옆 좌석에 앉아서 기념촬영을 할 정도였다.

오전 11시 정각 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이하 참모진들이 일동 기립해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무대 중앙에서 5분 분량의 모두 발언을 했다. 이어 60분간에 걸쳐 본격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사회를 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질의내용과 답변 방식은 사전에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 대통령님 긴장되시죠”라고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어 “질문하실 기자분들은 손을 들고 제가 호명하면 일어서서 소속과 성명을 말씀하신 후 질문해 주십시오”라는 안내가 끝나자마자, 내·외신 언론사 출입기자 250여 명 중 대부분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無각본 기자회견

 

지난 정부 때 짜인 각본대로 진행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대통령 기자회견이 확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아무런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무각본’ 자유 질의응답 형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25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반원형으로 둘러앉아 각본 없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은 이날 기자회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질문 주제와 순서만 조율했고, 질의내용과 답변 방식, 질문자 등에 대해서는 어떤 사전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에게도 사전에 질문지가 제공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은 어느 언론사 출입기자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을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출입기자들도 질문기회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들며, 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총 15개 언론사 출입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뉴스통신사 1곳, 방송사 4곳, 종합지 1곳, 경제지 2곳, 지역지 3곳, 인터넷 매체 1곳 등 국내 언론사 12곳이 질문기회를 얻었으며, 미국 CNN과 NBC, 일본 NHK 등 외신 3곳도 문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매체 특성별로 비교적 공정하게 질문기회가 돌아갔으며, 지역지 3곳과 외신 3곳이 포함되는 등 지역 안배와 해외 언론에 대한 배려도 이뤄졌다는 평이 나온다.

 

유형별로는 외교·안보 분야 질문이 6건, 정치 2건, 경제 2건, 사회·지역 분야 5건 등으로 나뉘었다.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이 답변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라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졌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나 모든 국민이 해당하는 증세 문제, 전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 등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초반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기자회견이 진행될수록 여유를 찾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검정 플러스펜을 들고 기자들의 질문을 메모지에 받아 적으며 간혹 미소를 비추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나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복지정책의 재원 문제에 대해 답하면서 “현재 정부가 발표한 여러 복지정책은 지금까지 발표한 증세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답변 중 이날 조간신문에 보도된 ‘산타클로스 정책’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윤 수석은 농담조로 “대통령께서 여러분의 기사를 얼마나 열심히 보고 계시는지에 대한 방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 관련 질문을 받고는 3∼5초가량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정오 정각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질문기회를 얻지 못한 기자들의 질문요청이 쏟아져 추가 질문을 하나 더 받느라 낮 12시 5분에 끝났다.

 

추가 질문기회는 영남 지역 언론사 출입기자에게 돌아갔으며, 해당 기자는 “이 질문만큼은 꼭 하고 싶다”며 울산 지역의 현안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한 탈원전 정책에 대해 질문했다.

 

예정에 없던 추가 질문까지 받았으나, 질문기회를 얻지 못한 대부분의 기자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한 출입기자는 “열 번 넘게 손들었는데 결국 질문을 못 했다. 윤 수석과 눈을 마주쳤는데도 기회를 주지 않더라”며 아쉬워했다.

    

▲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장의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 사건의내막

 

책임지는 정부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100일째를 맞는 지난 8월17일 그동안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00일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한 시간이었고 이 시간동안 진정한 국민주권시대가 시작되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자평하며 “국민 여러분이 국정운영의 가장 큰 힘이다.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기존 정책 방향을 재확인했고,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소신을,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이어가며 향후 관련 분야에 대한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후 100일을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했던 100일이었다"며 "국민의 삶을 바꾸고 책임지는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100일 동안 국가 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를 실천해 왔다”면서 5·18 광주민주화항쟁 유가족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국가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약속드리고 아픔을 함께 나눈 것,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애국과 보훈의 의미를 되새긴 것, 국가정보원·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시작한 것,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한 일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국가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적극적인 참여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다”며 “그래서 저는, 오늘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과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과제와 어려움을 해결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은 없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따른 한반도의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감안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기존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두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있게 말한다. 한반도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우리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 군사행동을 정할 수 없다”며 “전쟁은 없다는 말을 국민들은 안심하고 믿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국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더러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위기설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해 자제를 촉구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더라도 결국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합의”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대화에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과) 대화 자체를 목적으로 둘 수 없고 대화를 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지고 대화가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고 대화 여건이 갖춰진다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은 ‘레드라인(정책전환의 기준점)’인데 북한이 점점 레드라인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며 “만약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한다면 북한은 더더욱 강력한 제재조치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에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것을 경고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요구에 대해서는 “한미FTA가 없었더라면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우리가 충분히 제시하면 미국과 국익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한일 회담으로 위안부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과거사 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형성)에 걸림돌 돼서는 안 된다. 과거사는 과거사 문제대로, 미래발전을 위한 한일 간 협력은 별개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유튜브 캡처>     © 사건의내막

 

적폐청산 의지

 

협치와 개헌, 적폐청산, 언론·방송 정상화 등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소신을 드러냈다.

 

협치 등에 대해서는 “편가르기 정치를 종식하는 통합의 정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2012년 대선부터 함께 해왔던 많은 동지들을 발탁하는 것을 소수에 그치고 과거 정부에서 중용됐거나 경선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도 능력이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발탁했다”며 “(정권이) 끝날 때가지 지역 탕평과 국민 통합의 인사 기조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며 “국회 개헌특위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 주권적 개헌방안을 마련하면 대통령도 그것을 받아들여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안 국민 투표로 부치겠지만 개헌특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정부가 개헌특위 논의를 이어받아 자체적으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에 대해서는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나 특정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적폐청산의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적폐청산은 사회를 불공정하게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들을 일소하고 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방송 정상화에 대해서는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언론이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 드린다. 그러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서 정권이 언론 장악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안을 입법을 통해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복지 확대 의지

 

새 정부의 복지 확대에 대한 증세 우려와 부동산 대책, 탈원전 정책 기조 등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소득주도성장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구상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현재 정부가 발표한 여러 가지 복지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발표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정부 여러 가지 정책에 대해 재원대책 없이 계속 ‘산타클로스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들을 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 대책을 검토해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을 이미 밝혔다”며 “앞으로도 조세의 공평성이나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득재분배와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국민 공론이 모아지고 합의가 모아진다면 정부가 (추가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8·2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역대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에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것이라 확신한다”고 자평했고,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안정화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오를 기미가 보이면 또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을 내 놓을 것”이라며 “주머니 속에 (대책을)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중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유럽 등 선진국 탈원전은 수년 내 원전을 멈추겠다는 계획이지만 저는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수명이 만료되는대로 하나씩 문을 닫아나가는 것”이라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기까지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동안 원전이 서서히 하나씩 줄어들고 LNG 등 대체에너지를 마련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현 정부 기간 동안 3기 원전이 추가로 가동되게 되는데 반해 줄어드는 원전은 지난번 멈춘 고리1호기와 월성 1호기”라고 부연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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