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직격탄, 흔들리는 기업들의 사연

자동차·유통 궤멸적 타격…“짝퉁까지 판치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9/01 [16:32]

사드 직격탄, 흔들리는 기업들의 사연

자동차·유통 궤멸적 타격…“짝퉁까지 판치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9/01 [16:32]

한국 기업들이 위기다. 해외수출이 어느정도 살아나면서 수익이 커진 듯 보이지만,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 경기 악화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의 사드보복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는 물론, 최대 유통그룹인 롯데, 그리고 각종 중국 진출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전체적인 지표는 성장했지만 마이너스 기업들이 더 많아

사드 보복에 직격탄 맞은 현대차…‘차 판매량’ 수직 하락

대대적으로 진출했다 피 본 롯데…사업재개 노력도 헛일

판치기 시작한 짝퉁…국내 유통업체 농락하는 중국 정부

 

▲ 현대자동차의 베이징 공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지난 8월31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단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착시현상’을 우려했다. 박 회장은 이날 “상장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을 들여다보니 전체적으로 17% 증가했지만, 10대 그룹을 빼면 20% 넘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위기빠진 기업들

 

박 회장은 평소 사석에서도 “전체적인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10대 그룹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의 본모습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착시현상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해왔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코스피 상장사 494개사를 대상으로 올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3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조6000억원)보다 17% 증가했다. 그러나 10대 그룹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2조8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24% 감소했다.

 

10대 그룹 내에서도 윗목과 아랫목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삼성그룹의 영업이익 증가 규모는 6조4000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증가와 맞먹었다. 그 뒤를 이어 SK그룹(1조9000억원 증가), LG그룹(1조1000억원 증가) 순이다. 반면 현대차그룹(-1조2000원), 롯데그룹(-1700억원), GS그룹(-600억원)의 영업이익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박 회장은 “통계 수치상으로는 한국 경제에도 회복세가 엿보이지만 일부 기업과 업종에 수익이 집중된 편중화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수출 증가 추세 역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상당 부분을 이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편중화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경제계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극화 해소 노력과 함께 전 산업 부문에 걸쳐 혁신 활동이 늘어나길 기대한다”며 “혁신을 통해 국가 전체의 역량이 강화되면 '지속 성장'과 '격차 해소'의 선순환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 경제 맏형이자 정책파트너로 대한상의가 수시로 업계 의견을 수렴·전달해주는 한편, 정부와 같이 호흡하고 같이 노력해달라”며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민간협력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심각한 경제·산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도 시원찮은데, 지금은 온통 관심이 사회·정치·안보이슈에 쏠려 있다”며 “경제 이슈가 사회 이슈에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현대차

 

무엇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의 보복문제가 심각하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에서의 위기 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기아차 역시 공장 가동을 언제 중단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 둥펑웨다기아의 옌청 1~3 공장 용지에는 현재 발 디딜 곳이 없다. 재고 자동차가 가득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아차는 지난 2분기 무렵 생산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공장의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중단이 잦은 생산라인의 근무자들은 한 달에 8일만 출근할 정도로 일감이 부족하다고 전해진다. 급여도 평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생산 인력의 분노도 폭발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진 않지만 철저히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며 “언제 퇴사를 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딜러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기아차 중국 딜러는 지난해 말 760개에서 올 1분기 736개, 2분기 703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에서 기아차 인기가 떨어지고 있던 차에 사드 위기까지 겹치면서 딜러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딜러들은 사드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연초에도 재고 압박을 호소하며 기아차에 4000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한 바 있다. 아직 기아차와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딜러들도 다른 자동차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중국에서 자동차 딜러의 복수 브랜드 판매를 허용하는 ‘신자동차판매관리방법’이 시행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밸류체인의 붕괴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사드 이슈가 해결되더라도 3차→2차→1차 벤더로 이어지는 부품 공급망, 딜러들이 유지하는 판매망과 애프터서비스망이 무너진 상태라면 완성차 역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겪는 어려움은 1·2차 벤더들에는 2배로 느껴질 것”이라며 “부품업체들에 정부가 선별적으로 자금을 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중국 정부에 적극적인 항의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부분을 앞세워 중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 관계자는 “현지 생산·판매 인원을 조금씩 내보내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밸류체인을 유지할 수 있다”며 “또한 중국인들에게 현대·기아차 위기는 결국 본인들에게도 타격이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2만5000명이 넘는 인원을 직접 채용하고 있으며, 연간 254만대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현대차의 판매 부진은 사드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마저도 나온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급성장할 때 현대·기아차가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현재도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큰 인기를 끌며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데 현대·기아차는 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의 수준이 크게 올라온 것도 현대·기아차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봤을 때 중국 차의 성능은 크게 좋아진 반면 가격은 현대·기아차에 비해 훨씬 싸서 현대·기아차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자동차 통계 사이트 카세일즈베이스닷컴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7월까지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순위는 11위와 25위다. 작년 현대차가 5위, 기아차가 15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의 낮은 순위에는 사드 사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작년엔 별다른 정치적 이슈가 없었음에도 순위가 2015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현대차는 2위, 기아차는 12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는 중국에서 한창 잘나갈 때 택시 모델을 공급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은 바 있다”며 “앞으로는 브랜드 고급화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롯데마트는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소재 롯데마트 매장 <사진제공=롯데마트>  

 

철수 직전 롯데

 

특히 사드부지 제공 등으로 중국내 여론이 안좋은 롯데에 경우에는 그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백화점·월드·시네마를 포함한 20여개 롯데그룹 계열사는 이미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다. 롯데마트를 포함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쉽게 중국 사업에서 철수를 진행할 수 없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중국사업을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13억 인구에 달하는 큰 시장규모와 경제성장 잠재력을 계산했을 때, 절대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롯데그룹 측의 입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점들을 거듭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시장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롯데의 속앓이는 커져만 간다. 특히 최근 중국사업에 있어서 추가 자금을 수혈한 롯데마트는 유난히 힘들어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업체 측은 지난 8월31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 롯데쇼핑 홀딩스가 중국 금융기관에서 직접 차입하는 방식으로 중국 롯데마트에 3억달러(한화 3400억원)의 자금을 긴급조달했다. 지난 3월 3억2000만달러(한화 3600억원) 수준의 운영자금 원조에 이은 두번째 지원이다.

 

업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이 금액을 모두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수혈한 3억달러 중 2억1000만달러(2367억원)는 기존에 계획돼 있던 단기 차입금에 대한 상환이 목적이다. 나머지 9000만달러(1014억원)만이 현재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롯데마트의 임대료와 인건비 명목으로 사용된다. 롯데마트는 이번 9000만달러의 운영자금으로 약 4개월치의 임대료와 급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투입 금액에 있어서도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와 인건비 지원이 들어갔다. 나머지 금액은 상품을 매입하는 자금으로 사용됐다. 즉 롯데마트의 매달 순손실 규모는 2250만 달러(254억원) 수준인 셈이다. 현재까지 순손실은 1524억원 정도, 올해 연말까지 상황이 이어질 경우 2000억원 대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철수는 없다”는 것이 롯데마트 입장이다. 현지에서 롯데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112개에 달한다. 롯데마트 입장에서는 사업 철수가 쉽지 않다. 최근 전면 철수를 결심한 이마트는 중국 매장수가 6개에 불과했다. 롯데마트의 매장 개수가 20배에 달한다.

 

그래서 사업 재개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진행했다. 올해 초 협상단을 파견해 현지 당국과 사업 재개를 위한 만남을 수차례 가졌다. 하지만 협상은 끝내 무산됐다.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이라는 정치적 차원에서 생긴 영업중단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정부의 발빠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상황이 정치적 문제에서 시작된 만큼 정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 사드보복 이후 중국의 짝퉁이 더욱 활개치고 있다. <사진=MBC 영상 캡처>    

 

판치는 짝퉁

 

이같이 사드 배치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특유의 ‘짝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산 짝퉁 문제는 하루이틀 벌어진 일이 아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에서 한국기업 상표가 도용된 사례는 1019건인데 이중 1005건이 중국 현지에서 발생했다.

 

특히 상표권 문제로 400여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드보복 외에도 한국기업들이 ‘짝퉁 브랜드’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디저트카페 설빙의 경우 중국에 진출하기도 전에 상표권이 먼저 등록됐다. 설빙은 2015년 5월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하지만 본격 진출에 앞서 중국에는 설빙과 똑같은 상호와 매장 인테리어, 메뉴 등을 갖춘 매장들이 이미 성업했다. 설빙이 공식 진출하기 전에 중국 현지에서 상표를 먼저 출원했기 때문이다.

 

땡큐맘치킨도 중국업체와 MF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도용당했다. 해당업체가 상담후 중국에 돌아가자마자 상표를 먼저 출원한 것이다. 이 업체는 항저우 등에 땡큐맘치킨의 브랜드명, 메뉴, 포장 케이스, 시설설비 등을 그대로 베낀 짝퉁매장을 열며 가맹점 모집 광고까지 냈다. 중국 특허당국은 무단 도용이 의심되는 상황이어도 무조건 먼저 등록한 쪽에 우선권을 준다. 이를 악용해 일부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기업형 상표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그대로 흉내 내 짝퉁 제품을 만들어도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한다. 중국 정부는 거의 똑같은 브랜드 로고를 사용하더라도 이름만 살짝 바꾸면 상표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외식과 유명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반면 자영업 문화는 아직 성숙되지 않아 무조건적인 모방 행태가 만연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를 베낀 ‘짝퉁’들이 활개를 치며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고 있는데 여기에 사드 여파로 매출까지 하락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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