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진실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 ‘충격’ 내막
기자·교수·대기업 간부 까지…“사회 곳곳서 활동했다”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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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08 [14:4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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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댓글부대의 규모가 수천여 명으로 밝혀진 가운데, 국정원과 이들 민간인 댓글 부대 사이에서 조직을 지휘했던 ‘댓글팀장’들의 면면이 공개되고 있다. 지상파 기자, 명망있는 교수, 대기업 간부 등이 암약했던 민간인 댓글팀장들은 이명박 정부시절 악화됐던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것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속도를 올리면서, 몸통격인 MB를 사정권 안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간인 댓글부대 본격 수사범위 확대하기 시작한 검찰

속도전 전개…팀장급 관계자들 대거 소환해 조사 나서

언론·기업·교육 총망라된 댓글팀…여론조작 적극 감행

아직도 적폐청산 소극적인 국정원?…영수증 제출 안해

 

▲ 수천명의 달하는 국정원 댓글부대는 여론조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진=MBC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민간인 댓글부대’ 활동을 겨냥하고 있는 검찰이 점차 수사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수사범위 확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서 국정원이 여론조작에 가담한 민간인 팀장으로 지목해 수사 의뢰한 48명 외에도 10여명을 추가로 입건해 수사 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정원이 당초 수사 의뢰한 내용을 넘어 검찰이 새로운 범죄사실을 포착하고 수사 대상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현직 국정원 직원, 보수단체 관계자 외에 전직 군 간부도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벌어진 여론조작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에도 국정원과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폭로한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을 4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근 KBS파업뉴스팀이 공개한 영상에서 김씨는 “2010~2012년까지 진행된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에 매일 보고했다”로 폭로한 바 있다.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당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결국 이번 수사의 종착지로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면서도 “검찰 수사가 군 내부의 댓글 활동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기엔 아직 좀 이르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당시 민간인 팀장들에게 댓글 활동의 대가로 돈을 지급하고 기록한 ‘수령증’에 대해서도 확보에 나섰다. 국정원이 조만간 수사팀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과 민간인 팀장들 간의 자금 흐름을 겨냥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국정원은 외곽에서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을 한 민간인 팀장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돈을 준 날짜와 금액, 신상 등을 기록한 수령증을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간인들에게 지급된 돈의 출처가 국정원 예산으로 확인될 경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횡령이나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수사팀은 우선 국정원이 2차 수사 의뢰한 외곽팀장 18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들을 조사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수사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사 마무리는 연휴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1차 수사 의뢰 이후 15일 만에 처음으로 외곽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 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양지회 현직 간부인 박모 씨는 증거은닉 혐의로 5일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 관계자는 “노 씨는 외곽팀장으로 활동하며 댓글 활동을 주도했다”며 “노 씨의 혐의와 관련해 양지회 소속 관계자들도 이미 일부 조사했다”고 밝혔다.

    

▲ 이명박 정부시절 원세훈 국정원장 산하의 국정원의 ‘댓글공작’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속도전 전개

 

이처럼 국정원 댓글 수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14일 국정원으로부터 사이버 외곽팀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과거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 소속됐던 서울중앙지검 김성훈 공공형사부장과 진재선 공안2부장을 모두 이 수사에 투입하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8월23일 국정원 댓글 외곽팀장 김모씨 주거지 및 관련단체 사무실 등 30여곳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외곽팀장 김모씨의 주거지 뿐만 아니라 댓글부대 외곽팀장 활동에 연루된 사단법인 양지회, 늘푸른희망연대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양지회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이며, 늘푸른희망연대는 ‘이명박과 아줌마부대’라는 이름의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의 후신이다.

 

압수수색과 동시에 검찰은 댓글부대 외곽팀장들을 소환해 조사를 시작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양지회, 한국자유연합, 늘푸른희망연대 등 국정원 댓글부대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팀장급’ 관계자들이 대거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외곽팀장이 언론계 종사자, 사립대 교수, 대기업 간부, 대학생, 미디어 전문가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수사의뢰를 받은지 16일 만에 검찰은 첫 구속영장 카드를 내놨다. 검찰은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범, 현직 간부 박모씨에 대해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그동안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댓글부대가 피라미드식 점조직으로 운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외곽팀장들은 댓글부대를 운영하면서, 팀원들에게 1차적으로 국정원과 관계가 있다는 부분을 숨겼고, 일부 팀원들은 국정원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댓글부대 팀원들은 단순 우익활동으로 생각해 참여했으며, 활동비를 지원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외곽팀장들은 대포폰을 사용해 팀을 운영하는 등 치밀하게 노출을 꺼렸던 정황도 포착됐다.

    

민간인 댓글부대

 

이처럼 국가정보원 적폐청산TF가 지난 9월1일 검찰에 추가 수사의뢰한 국정원 댓글부대 민간인 외곽팀장 18명에 언론계 종사자 외에도 대학교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앞서 국정원 TF가 지난달 21일 1차로 검찰에 수사의뢰한 외곽팀장 30명보다 앞서 댓글 활동을 한 인사들로, 국정원의 댓글 공작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해 치밀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어 충격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2차로 수사의뢰된 외곽팀장 신원과 관련해 언론계 종사자, 사립대 교수, 대기업 간부, 미디어 전문가, 대학생 등 각계각층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기존 1차 수사대상이 된 외곽팀장 30명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에서는 2011년 6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는 2012년 7월에 활발히 활동했다. 반면 2차 수사대상인 18명의 외곽팀장은 이보다 앞서 민간인 댓글팀을 이끌었다.

 

1차 수사의뢰 대상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오모(38)씨 등을 비롯, 주로 보수·친MB 단체 회원 출신인 것에 비해, 2차 수사대상은 사회 유력 인사나 일반인 등 다양한 직업ㆍ계층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이들 외곽팀장과 팀원들에 대해 신원조회를 실시하고 대포폰을 사용해 외곽팀장만 접촉하는 등 점조직 형태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또 활동내용 발설 금지, 수사시 대처 요령 등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는 등 국정원이 철저한 보안 조치를 취해왔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들 민간인 외곽팀 댓글은 원 전 원장의 논지와 방향에 따라 작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외곽팀장들이 팀에 활동 방향 및 논지를 전파하고 활동실적, 파급력 등의 기준에 따라 활동비를 지급했다”며 “실적을 점검해 부진할 경우 경고 및 퇴출조치를 하는 등 체계적인 사이버 여론 조성 활동을 장기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외곽팀장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돌연 보수·친MB단체 회원으로 대거 교체된 것과 관련해서는 친보수 성향이지만 일반인인 이들이 보수단체 회원들에 비해 신분상의 이유 등으로 댓글 활동을 하기에 부담감이 커 실적이 부진했고, 보안상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 국정원은 댓글부대 팀장들로 지상파 기자, 유명 교수, 대기업 간부 등 사회적 명망가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사진=유투브 영상 캡처>    

 

국정원의 영수증

 

이처럼 민간인 댓글부대에 대한 충격적 진실이 연이어 쏟아지는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사이버외곽팀’ 소속 민간인 팀장들에게 활동 대가로 현금을 주고, 대신 ‘수령증’을 받아 이를 보관하는 식으로 예산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민간인 팀장들을 수사의뢰해 놓고도 보안 등을 이유로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인 ‘수령증’ 등 자금집행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일간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사이버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민간인 팀장 등 총 48명에게 활동실적과 파급력에 따라 활동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돈을 건네며 이들로부터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신상 정보와 함께 돈을 받은 날짜, 금액 등이 적힌 ‘수령증’을 받았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 수령증 원본은 예산을 총괄하는 심리전단에 보내고, 스캔한 사본은 내부 전자결재 시스템에 올렸다고 한다.

 

국정원 내부 시스템에 민간인 팀장들에게 여론조작의 대가로 언제 얼마의 예산이 집행됐는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검찰도 최근 민간인 팀장들과 국정원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하며 이런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정원이 검찰에 넘긴 수사 참고 자료에는 이런 구체적인 자금집행 내역이 빠진 채 민간인 팀장 이름과 활동 기간, 수령한 총액 등 대략적인 내용만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국정원에 자금 집행과 관련한 자료들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국정원 내부적으로는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 이첩에 소극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민간인 팀장들에게 지급한 돈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예산이어서, 국정원 예산이 국회에서 깎일까 꺼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민간인 팀장들이 정치·선거개입을 한 사실을 밝혀내더라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서는 한번 판결이 내려진 범죄에 다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 형을 받은 원 전 원장을 같은 혐의로 기소할 수 없어, 불법행위에 예산을 갖다 쓴 국고 횡령 등의 혐의로 추가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안팎에선 ‘수령증’ 등 자금집행 자료가 원 전 원장 등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인 팀장 활동비가 ‘현금’으로 지급돼 계좌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해당 자료 확보가 절실한 셈이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사이버외곽팀’을 운영하면서 2012년 한해만 3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

 

국정원이 민간인 팀장을 수사의뢰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빼놓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민간인 팀장들이 수사를 받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직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부 징계를 검토하는 등 절차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형평성이나 적폐청산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찌됐듯 민간인 외곽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원세훈 전 원장 재수사 및 추가기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들 활동에 사용한 국가예산 규모가 드러나면 원 전 원장에게 배임·직권남용 혐의를 추가 적용해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결과와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한 데 이어, 검찰도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운동을 시기별로 나눠 일부 제한한 부분과 트위터 일부 계정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 등은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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