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사연
대형마트 규제, 전통시장 살릴 수 있을까?
“주먹구구식 정책으로는 유통산업 공멸한다”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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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13 [13:5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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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경제민주화’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간 중소상인 ‘최대의 적’으로 일컬어 졌던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규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던 의무 휴업 제도는 물론이고, 출점제한 등이 대기업 자본의 ‘복합 쇼핑몰’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들에 대해 대형유통업체나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소상공인도 못살리고 대형마트도 죽는 유통업 공멸정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형마트·복합쇼핑몰 의무휴업 확대 등 규제 법안 산적

쇼핑몰 부작용만 거론…‘마트 인근 상권’ 살아난 경우도

영업 제한 실효성 문제…‘전통시장 성장’은 계속 제자리

대형 쇼핑몰 입점상인들의 불만…온라인에 잠식 당한다

 

▲ 최근 대형 마트 및 쇼핑몰 등의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사진=KBS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월 2회 의무휴업 제도가 복합쇼핑몰에도 적용될 것이 확실시 되면서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고조 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업태 전반에 대해 대규모 유통업법 보호대상에 포함 시킨데 이어, 정치권에서도 이른바 ‘대형 쇼핑시설 패키지 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장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의무휴업 확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익표 의원 등 11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29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홍 의원은 기존 국회에 발의된 20여개가 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을 절충, 통합안을 마련해 대표 발의했다.

 

아직 접수만 되어있고 위원회 심사 진행 전이라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스타필드 고양, 하남 및 롯데몰 등 대기업 계열의 복합쇼핑몰도 매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 도입, 전통시장 주변 외에 기존 골목상권도 ‘상업보호지역’으로 지정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출점 봉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월2회에서 월 4회로 늘리고, 백화점 면세점 휴일 의무휴업 및 외국계 기업 이케아 등을 의무휴업 규제에 포함시키겠다고 한 기존의 정부 방침에서 한 걸음 물러난 모양새이긴 하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소비자 편익을 배제했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유통업 관계자는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보호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주말 휴업을 하게 되면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며 “쇼핑몰 문을 닫게 한다고 사람들이 주차를 비롯한 편의시설이나 여가를 보낼 거리가 없는 재래시장에 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 주요 복합쇼핑몰 운영 기업들은 향후 법안의 국회 통과 등 공약 실행과정을 눈여겨 보면서 매출 타격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의 휴일 매출이 평일의 2~3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2회 휴일 의무휴업 시행시 매출과 이익 타격은 5~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심의 복합쇼핑몰 휴일 매출은 평일의 2배 정도 나오고 있으며, 교외형 프리미엄아울렛의 경우 휴일 매출이 평일 매출의 3배가 넘는다”면서 “도심 대형몰보다 아울렛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시행에 따른 매출, 이익 타격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형마트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 규정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 지자체 등과의 협의를 통해 지역 여건에 맞게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한 곳이 많아 복합쇼핑몰도 향후 휴무일이 평일로 지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복합쇼핑몰의 월2회 휴무일이 평일로 지정된다면 매출 타격은 대략 2~3%대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일 지정은 그나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상권 활성화 도움?

 

이처럼 당정이 추진 중인 유통규제 핵심은 대규모 유통시설이 인근 소상공인 및 재래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대형 마트 규제가 도입된 지 7년이 흐르면서 대형 마트가 주변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데 촉매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통시설 입점이 상권을 활성화 시킨다는 사실은 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은 소비자가 주도 했는데 이제는 전통시장 등 인근 소상공인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41개 지자체들이 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전국의 228개 지자체 중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9%로 5분의 1에 가까운 지자체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휴무일을 바꾼 것이다.

 

이 가운데 월 2회 모두 평일로 바꾼 지자체는 34개였다. 울산 중·남·북구의 경우 둘째 수요일, 넷째 일요일에 쉬거나 제주의 경우 둘째 금요일, 넷째 토요일에 쉬는 등 월 1회만 평일에 쉬는 지자체들도 있다. 대형 마트 업체별로 보면 이마트의 경우 월 1회 이상 평일에 쉬는 점포는 44개로 전체 점포인 118개 가운데 약 40%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롯데마트도 40%, 홈플러스의 경우 약 30%의 점포가 월 1회 이상 평일에 쉬고 있다.

 

지자체들이 의무 휴업일을 바꾸는 근본적인 원인은 마트를 주말에 쉬게 해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재래시장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유통업의 변화를 연구해 온 한 전문가는 “편리성, 즐거움,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소매업체는 단순히 판매를 하는 목적 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쇼핑을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은 각 업태별로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다른 업태와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업태가 등장했으나 기존의 업태 또한 새로운 업태와 공존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이 1200만 명의 신용카드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과 골목상권·개인슈퍼마켓은 오히려 보완관계임이 관찰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가 시작된 이후로 골목상권의 매출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는 오프라인 소비를 축소 시켜 온라인 소비만 가속화 할 뿐”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등도 의무휴업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SBS 뉴스 캡처>  

 

영업제한 역효과?

 

실제로 정부 및 국회가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관련 법안 추진에 앞장서고 있지만, 정작 영업·출점 제한이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백화점 영업시간 규제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이다. 전통시장 당 매출은 2012년 하루 평균 4755만원에서 2013년 4648만원으로 줄었다. 2015년 4812만원으로 늘었지만 2012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

 

전통시장 방문자가 백화점와 대형마트 휴무일보다 영업일에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단법인 ‘e컨슈머’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광장시장, 광주 양동시장 등 5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주변 1㎞ 안팎에 대형마트·백화점이 있는지와 영업·휴일 사항을 중심으로 실제 방문자수를 비교한 결과 의무휴무일보다 영업일에 최대 957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점이 제한된 상황에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의 요구도 업계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신규 출점이 곧 일자리 창출로 직결되는 것이 유통업계 특성이다. 대형마트 1개 점포가 출점할 경우 최대 800명, 복합쇼핑몰은 수만 명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근접출점 제한 등의 영향으로 출점이 줄어든 상황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까지 추진한 규제가 전통시장이나 중소상인들의 매출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없는 규제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유통업계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비효율적인 규제만 남발하고 있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유통시설 내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유통시설 내에 입점했다는 이유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고 있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논리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생의 필요성과 규제 의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규제로 인한 실효성이 검증 되지 않은 상황에 업계를 옥죄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 정책방향에는 따르겠지만 기업 현장의 어려움도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점상인들 불만

 

이와더불어 유통시설 바깥의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시설 내 소상공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가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과 백화점에 입점한 파트너사 중 70%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롯데몰 등 아울렛의 경우 협력사 본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장은 20% 정도에 그치며 80%에 해당하는 매장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중간관리·수수료 매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3000여 개 매장이 아울렛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백화점·아울렛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복합쇼핑몰로 분류될 판교점 입점사 가운데 60% 정도가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백화점은 그 비중이 평균 7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하남, 스타필드 고양의 경우 입점 브랜드 700여 개·560여 개 가운데 90%가 신세계 계열사 외 매장이고 그 중 대다수가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 추산됐다. 특히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경우는 350여 개 입점사 가운데 98%가 신세계 계열사 외 임대 매장으로 역시 대다수가 대기업과는 무관한 상인들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과 입점 소상공인들은 복합쇼핑몰과 백화점까지 전부 의무휴업 규제 대상으로 넣으려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근 소상공인들의 의견만 반영해 유통시설에 입점해 있는 중소업체·소상공인까지 일방적으로 규제 대상에 집어넣는 건 형평성에 안 맞는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상권의 경쟁은 무의미해진 만큼 전통시장·소상공인·대형 유통시설을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상생 노력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마트의 경우 휴무일마다 주변 상권까지 어려워지자 전통시장 상인과 지방자치단체, 인근 소상공인들이 먼저 요청해 지난해부터 전통시장 내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설치하고 있다. 충남 당진, 경북 구미, 경기 안성에 이어 지난 6일에는 경기 여주에 신선식품까지 강화한 점포를 열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을 크게 잠식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밖으로 끌어내지 못한다면 전통시장이든 소상공인이든 대형 쇼핑몰이든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지방의 소규모 백화점이나 쇼핑시설들은 정부의 논의 상황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협상력이 없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늘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각각 0.8%, 4.7% 줄었다.

 

경영학 전문가는 “의무휴업일은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소비 축소를 불러와 납품업체의 매출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규제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 유통시설과 중소상인의 관계를 경쟁 관계뿐 아닌 보완관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형 쇼핑몰의 의무휴업이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의 매출증대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다. <사진=KBS 뉴스 캡처>   

 

외국의 사례

 

당정이 추진 중인 유통규제 명분 가운데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도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다르다. 대다수 나라가 도시계획 차원에서 접근했지 우리처럼 골목상권 보호를 내걸지 않았다. 아울러 미국·캐나다 등 상당수 나라가 규제를 거의 두지 않고 있고, 영국·프랑스·일본 등 기존 규제 도입 국가들도 고용 저하·소비자 후생 감소 등 경제 부작용 때문에 이를 완화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 실시하는 유통시설 영업시간 규제는 우리 당정이 추진하는 것과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이들의 규제는 대규모 소매점포만 한정해 휴업시키는 게 아니다. 도시계획차원에서 시설 유형을 분류해 제한하는 게 골자다. 우리처럼 대기업에서 운영하거나 업태가 복합쇼핑몰이라고 해서 무조건 규제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미국의 경우 슈퍼마켓 일요일 규제를 실시하는 주는 7개에 불과하다. 영국의 일요일 영업 제한 역시 기독교적 관점에서 종교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다. 프랑스는 노동자들의 휴식을 위해 일요일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거주민 생활을 위해 소음방지법으로 영업시간 규제를 ‘가능케’ 했을 뿐이다.

 

출점 제한의 경우도 우리와 다르다. 해외 국가들의 규제는 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전략이지 특정 경제주체를 죽이거나 살리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 특히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는 선진국들이 과거에 도입한 규제의 겉모습에만 목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유통업 관계자는 “매장에서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소비자 편익은 논외시된 채,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없이 명분만 앞세우며 대형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면서 “소비침체와 온라인쇼핑몰의 성장세 속에 수년째 성장이 답보된 상태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인데 온라인과 외국계 유통업체들에게 반사이익을 주는 모습이다. 향후 면밀한 법안심사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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