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전성시대 열은 ‘저비용항공사’

“LCC의 작은 비행기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0/20 [13:46]

하늘길 전성시대 열은 ‘저비용항공사’

“LCC의 작은 비행기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0/20 [13:46]

지난 2005년 출범한 저비용항공사(LCC)가 2008년 첫 국제선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여행 산업을 바꿔놓고 있다. 해외여행의 문턱은 낮췄고, 여행 일수는 짧게, 횟수는 늘렸다. 취항지와 항공편이 계속 늘어나면서 해외여행지도 다양화하고 있다. 2013년 전 국민 중 12.9%에 불과했던 해외여행 경험자 비율은 2016년 17.3%까지 올라갔다. 전체 국민 6명 중 1명은 해외여행을 해봤다는 뜻이다. 항공업계에선 그동안 무섭게 성장한 LCC가 해외여행객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에 LCC는 기존 대형 항공사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하면서, 항공산업 자체를 뒤흔드는 중이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신규 국제노선 취항 잇따라

다양한 지방거점으로 승객들 흡수…‘해외여행 붐’ 이끌어

대형항공사 못지않은 접객…톡톡 튀는 특화 서비스 인기

연이은 코스피 상장 준비…투자자원 확보해 新성장 모색

 

▲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서울 등의 저비용항공사가 ‘해외여행 붐’을 주도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각 사>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우리나라 LCC는 지난 2005년 한성항공(티웨이항공)의 청주-제주 운항을 시작으로 출범했는데, 당시 0.2%에 불과했던 LCC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55.5%까지 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국제선 수송 비중도 제주항공이 처음 운항을 시작한 2008년 0.05%에서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26%까지 늘어났다.

    

국제 노선 러시

 

이처럼 10여 년간 나날이 세를 확장하고 있는 LCC들이 4분기에도 공격적인 노선 확대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위축된 중국 노선 대신 일본 및 동남아를 중심으로 하늘길 확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제주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들의 신규 노선 취항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여행 수요가 높은 일본 및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신규 노선 개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여행 수요에 맞춰 일본 노선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오는 11월2일 국적사 최초로 인천~일본 마쓰야마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마쓰야마는 제주항공이 일본에 정기노선을 개설하는 7번째 도시이자 12번째 한일 정기노선이다.

 

이스타항공도 일본 노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LCC 최초로 11월부터 일본 가고시마 노선 정기편 취항을 시작하는데 이어 오는 12월 1일부터는 인천~미야자키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여기에 오이타 노선 또한 신규 취항 준비 중으로 하반기까지 일본노선을 8개 도시 9개 노선으로 대폭 확대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은 오는 10월30일 부산~비엔티안 노선에, 내달 2일에는 대구~다낭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부산~비엔티안 노선은 주 5회(월·수·목·토·일), 대구~다낭 노선 주 2회(목·일) 운항할 계획이다.

 

에어서울은 오는 10월31일 도쿄(나리타)와 홍콩에, 12월 22일에는 보라카이(칼리보)에 각각 신규 취항한다.

기존에는 일본 비인기 노선 운항에 집중했었지만 앞으로는 베트남·대만·태국 등 항공 수요가 많은 도시를 중심으로 노선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진에어의 경우 잠정 운휴에 들어갔던 호주 케언스 노선 운항을 다시 시작한다. 오는 12월22일부터 2018년 1월30일까지 주 2회(화·금) 스케줄로 운항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높은 편이지만 여행객들의 해외여행이 빈번해지면서 가까운 일본으로의 여행 수요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라며 “아직 일본에는 발굴되지 못한 좋은 여행지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 신규 취항지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LCC들의 실적과 항공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형항공사들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왔다. <사진=SBS 뉴스 캡처> 

 

지역 거점 선점

 

해외 신규 취항지 개발에 힘쓰며 해외여행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저가항공사의 큰 매력은 지방 거점 공항 곳곳에서 출발하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LCC들이 지역별 거점공항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에 무게를 실으면서 ‘거점공항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앞선 LCC 선두주자들의 전략을 모방하는 동시에 차별화 시도도 꾀하겠다는 의도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6개사를 비롯해 신규 사업자 진출을 노리고 있는 플라이양양 등 국내 LCC들은 각 지역별 거점공항 입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사명에서 드러나듯 제주와 부산이 기반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출범 단계부터 제주도 자본과 지역의 폭발적 수요를 바탕으로 업계 1위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에어부산은 지역 비즈니스 수요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사례다. 전국 각지에서 김해공항으로 모여드는 출장여객을 노려 타 LCC 대비 비교적 넓은 좌석과 LCC 유일의 전 노선 기내식 제공 등이 주효했다. 지난 5월에는 LCC 최초로 단독사옥을 세우기도 했다.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18개 국제선 가운데 12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대구공항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개항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해 온 대구공항이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할 수 있던 원동력 역시 티웨이항공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에어부산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인 에어서울은 남부지역 수요에 집중하는 에어부산과 달리 서울발 수요 공략을 맡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청주공항을 모공항으로 삼아 지역사회와 함께 중부권 핵심 항공사로의 도약에 힘쓰는 중이다.

 

이밖에 제7의 국적 LCC를 노리고 있는 플라이양양은 이사회를 통해 ‘플라이강원’으로 사명을 변경키로 했다. 양양공항을 중심으로 강원권 전체를 대표하는 항공사를 표방한 상태다.

 

이처럼 LCC들이 거점공항에 주력하는 이유는 유사한 품질의 서비스에 기인한 차별화의 필요성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항공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로부터 우호적인 이미지와 지원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CC들이 타사의 거점공항과 거점 항공사가 없는 지역공항 취항편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이유 역시 제2, 제3의 거점공항 구축을 통한 영향력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도 일품

 

이처럼 지역 거점에서 해외로 가는 다양한 노선들을 제공함으로서,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여 성장해가는 LCC는 그간 대형 항공사에 뒤졌다고 평가돼 온 서비스마저 따라잡고 있다. LCC도 대형항공사 못지않은 톡톡 튀는 특화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타로 점을 봐주거나 음악회를 열어 여행객의 기분을 더욱 즐겁게 해주거나 여행지 현지에서 라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종류와 방법도 항공사별로 다양하다.

 

제주항공은 해외에서 현지가이드의 역할을 담당하는 라운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지 숙소와 렌터카 예약 등을 할 수 있다. 관광지와 쇼핑정보 제공, 유모차 대여, 짐 보관, 통.번역 서비스, 호텔 픽업 서비스 등 편의상품도 갖추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권 가격 1000원당 50포인트씩 적립해주는 '리프레시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카카오톡을 통해 항공권 예매 완료 시 탑승까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풍선아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는 펀 서비스팀도 운영 중이다.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반려동물 위탁수하물 탑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종에 따라 기내 반입 및 위탁수하물 탑재 방식 등으로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진에어는 일부 노선을 대상으로 뮤지컬 기내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기내방송문을 쉽고 재미있게 각색한 후 멜로디를 붙인 것이다. 객실승무원들이 직접 작사, 작곡, 노래에 참여해 모든 음원을 제작했다. 또 기내에서 제공되는 엽서를 보내면 100일 후 도착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에어부산은 국제선에서 따뜻한 기내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함께 사전에 승객의 사연을 접수해 승무원이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타로카드와 마술을 선보인다. 직접 핸드드립 한 커피와 악기 연주도 승객들에게 제공한다.

 

티웨이항공은 고객 편의를 위해 카카포페이.페이팔 등 간편 결제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승무원들이 캘리그라피로 만든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노래와 악기 연주팀을 통해 공연도 선보인다.

 

이스타항공은 기내에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승객들에게 경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객실승무원들로 이벤트 팀을 구성해 마술과 퀴즈는 물론 딜라이트쇼를 선보이면서 색다른 추억을 제공한다.

 

에어서울은 무원들이 직접 취항지를 여행한 동영상 후기인 민트스토리를 기내에서 방송하고 있다. 캐빈승무원들이 에어서울 취항지를 직접 여행하며 각 도시의 관광 명소와 여행 팁, 맛집 등의 정보를 소개한다.

    

코스피 상장

 

이처럼 몸집을 키우고 있는 국내 LCC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앞다퉈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원을 확보하고 신성장 산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IPO를 추진하고 있는 LCC는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이다. 앞서 LCC 최초로 상장한 제주항공에 이어 이들 항공사도 증시에 안착하면 증권 시장에도 본격적인 LCC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진에어는 현재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결과가 나오는 대로 투자 설명회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현재까지 계획에 차질 없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12월 중에는 IPO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거래소 규정상 최고경영자 불법행위 여부가 심사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액 7197억원, 영업이익 523억원, 당기순이익은 39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이뤘다. 특히 매출액은 전년 대비 56% 증가해 국내 LCC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진에어는 올해 매출 8800억원, 2018년에는 1조원을 돌파해 업계 선두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LCC 업계 3위를 다투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앞다퉈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IPO 추진은 에어부산이 조금더 빨랐으나 티웨이항공이 속도를 더 내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IPO를 목표로 이번 주 내로 상장주간사를 선정하고 상장예비심사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달 티웨이항공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제안 발표에는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6개 증권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진에어 IPO를 진행 중인 만큼 티웨이항공의 주관사로 선정될 경우 기존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55% 증가한 2615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000억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1112% 증가한 20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매출액 5500억원과 영업이익 4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도 IPO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2014년부터 상장을 검토하고 두번정도 추진했는데 부산시 등 일부 주주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지난 5월 신사옥 준공식에서 “특정 시점을 언급하긴 힘들지지만 이사회에서 의견이 모아지면 타진 할 것”이라며 상장을 반드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에어부산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집하고 있어 내년쯤 다시 IPO를 추진할 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올해 7월 자사 보통주를 10만주 매입해 최대 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이 48.4%에서 48.94%까지 확대됐다. 반면 부산시 등 지역 기업의 지분율은 모두 합쳐 51.06%까지 낮아졌다.

    

penfree1@hanmail.net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스타화보
배우 서인국, 화보 공개! 섹시+시크+몽환美 장착
광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