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깜짝 ‘경제 성장’의 비밀

5년 만에 기록한 성장…“경제정책 탄력 붙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0/27 [14:14]

문재인 정부 깜짝 ‘경제 성장’의 비밀

5년 만에 기록한 성장…“경제정책 탄력 붙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0/27 [14:14]

지난 10월26일 경제계 전체는 깜짝 놀랐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무려 1.4%. 이는 지난 2010년 2분기 1.7%를 기록한 이후 29분기, 다시 말해 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시장의 한 인사는 “시장에 있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분기 성장률 1.4%는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 받는 2012년 이후 0%대 성장률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3분기 경제 성장률 1.4%…2012년 이후 최대치 기록해

금리 인상 가능성 제기…한국은행 금리 인상기준 부합

경기회복 위험요소…장기화 고용 한파 소비 발목 잡아

내년 글로벌 무역 및 중국 수요회복 긍정적 영향 기대

 

▲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3분기 한국경제가 ‘깜짝 성장’하면서 올해 3년 만에 3% 성장 복귀가 눈앞에 다가왔다. 3% 성장을 달성하면 그동안 기조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 성장률을 반등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깜짝 경제 성장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는 2분기(0.6%)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우리 경제가 4분기에 0% 성장해도 올해 성장률은연 3.1%에 달하게 된다.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여파를 회복한 2010년 6.5% 성장했으나 이듬해인 2011년 3.7%로 성장폭이 뚝 떨어졌고, 2012년 2.3%, 2013년 2.9% 등 2%대까지 낮아졌다.

 

2014년(3.3%) 3% 성장률로 반등했으나 다시 2015년과 2016년에는 2년 연속 2.8%에 머물렀다.

 

정권별로 살펴봐도 노무현 정부 때인 2003∼2007년 연평균 성장률은 4.48%에 달했지만, 이명박 정부(2008∼2012년) 기간에는 3.20%로 낮아졌고,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때는 2.96%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져 왔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지만, 올해 3% 성장을 달성하면 3년 만에 3% 성장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하락추세를 보였던 성장률의 반등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우리경제의 성장폭 회복은 기본적으로 지난해부터 새정부 들어서기전까지 이어졌던 ‘정치적 혼란’과 별개로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 경제적 여건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제시한 3.5%와 3.6에서 3.6%와 3.7%로 각각 0.1%포인트 상향조정했다.

 

글로벌 투자 및 무역, 산업생산의 반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IMF는 이러한 글로벌 무역 및 중국의 수입수요 회복을 반영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7%에서 3.0%로 높여 잡았다.

 

실제 우리 경제의 수출은 지난 9월 사상 최대인 551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깜짝성장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기 호조에 따라 수출이 증가했고 유가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간 것도 도움이 됐다”면서 “한국경제의 여러 지표가 외부요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두둑한 나라 곳간도 성장세 회복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과세수 기조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재원 마련에 대한 큰 걱정없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다.

실제 추경이 본격 집행되면서 3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은 2012년 1분기(2.8%) 이후 가장 높은 2.3%를 기록했다. 올해 3%대 성장 복귀가 가시화되면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내놓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3%대의 견실한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소득주도와 일자리중심 경제,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4개 축을 내세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3분기나 4분기 성장률이 나빠진다면 당장 정부 정책의 재량 여지나 활동폭이 좁아질 수 있었다”면서 “그런 면에서 (3분기 깜짝성장으로) 정부가 호흡을 길게 갖고 가면서 원래 하고자 했던 정책을 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가능성

 

이처럼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올해 3% 성장률은 기정 사실화된 모습이다.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률이 유력하다.

 

한은 추정 결과 4분기 성장률이 –0.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연간 3% 성장이 가능하며, 0~0.3%의 낮은 성장세여도 연간 3.1~3.2%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는 2% 후반대를 점친 민간 연구기관은 물론, 다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와 한은의 전망 수준을 웃돈다.

 

이에 따라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물가도 목표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확인되는 시점에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물가상승률은 목표로 정한 2%에 수렴하고,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의 회복세”라며 금리인상의 구체적 조건을 제시했다.

 

3.1~3.2% 성장률은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 2.8~2.9%를 웃돈다. 이 총재가 밝힌 기준금리 인상 조건에 부합된다.

 

이제 한은의 마지막 판단만 남은 상황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094%로 전거래일보다 3.7bp(1bp=0.01%p)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값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경제성장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현 정부의 정책 공조를 위해 자산가격 안정이나 가계부채 연착륙을 이끄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월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점도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연 1.00~1.25%의 금리를 0.25%p 올리면 현재 연 1.25%의 우리나라 금리와 역전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우리나라에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도 높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도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 10월26일 기준 3.8원 내린 1124.1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최저가는 1123.9원. 지난 9월1일(1121.5원)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최저치다.

    

▲ 경기회복세가 보이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경기회복 위험요소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성장의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자칫 우리 경제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경제정책 방향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일단 3% 성장 달성 가능성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당초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서민 경제의 상황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지난해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닫히기 시작한 지갑은 좀체 열리지 않고 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실업률 고공행진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1.4%에 달했지만 민간소비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년까지 매분기 평균 1% 내외 성장세를 보이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올해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1분기 0.4%, 2분기 1.0%로 회복되는 듯했지만 3분기 다시 0%대로 돌아서고 말았다.

 

경기 회복세에도 서민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못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직 충분히걷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데 이어 국제신용평가사 신용등급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등 대외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북한 핵 리스크, 가계부채, 금리 인상 등 대내 변수는 여전한 상황이다.

 

장기화하는 고용 한파 역시 소비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3분기 고용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안정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취업자 수 증가는 7월 31만3000명, 8월 21만2000명, 9월 31만4000명을 기록했다.

 

7월은 건설업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했지만, 제조업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2월부터 이어지던 30만 명 대 증가 폭을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8월은 7개월 만에 증가 폭이 20만 명대로 고꾸라졌다. 2013년 2월 20만1000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

 

건설업 일용직 취업자 수가 크게 둔화했고, 무엇보다 15∼29세 청년실업률이 8월 기준을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9월은 다시 30만 명대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명절을 앞둔 시점에는 유통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열흘에 달하는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취업자 증가세는 강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질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증가세는 감소했고, 전날 감소했던 자영업자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경기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도 일부 관측됐다.

 

고용 지표가 성장을 견인한 수출 지표와 괴리를 보이는 것은 수출이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도체 등 장비산업 위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는 “반도체는 고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는 장비산업에 속한다”며 “반도체를 위주로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당장 체감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의 깜짝 증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수출에 크게 기댄 측면이 있고 확산 효과도 제한된 점 등을 고려해 정책을 신중히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 등 긴축 수단에 서둘러 힘을 싣는 것보다는 경기 회복세가 서민 체감 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대학의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긴축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면 국민 체감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소비와 고용 등 국민이 체감하는 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사진=KBS 뉴스 캡처>

 

내년에도 가능할까?

 

이같은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3분기 1.4%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정부 목표치인 3% 달성이 확실시된다. 이제 관심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같은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지에 모아진다. 일단 국내외 금융·연구 기관 등 시장의 대체적인 예상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목표치 3%를 하회했다.

 

3% 달성을 낙관한 곳은 IMF가 거의 유일하다. 지난 11일 IMF는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지난 4월 발표 전망치보다 각각 0.3%포인트와 0.2%포인트 높인 3%로 발표했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한국 경제의 성장률도 견인하리라는 분석이었다.

 

IMF는 최근 세계 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5%와 3.7%로 내놓았다. 역시 지난 7월보다 0.1%포인트씩 오른 수치다. 글로벌 투자 및 무역, 산업생산의 반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에 글로벌 무역 및 중국의 수입수요 회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이다. 실제로 3분기 깜짝 실적의 배경에는 국내 수출의 호조가 가장 큰 동력으로 꼽힌다. 수출은 지난 9월 사상 최대인 551억3천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민간 기관들은 올해 뿐 아니라 내년 성장률도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나란히내년 전망치를 2.5%로 묶었고, HSBC는 이보다 낮은 2.4%로 잡았다. 이들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2.8%로역시 정부 목표치를 하회했다. 이들은 올해 한국경제가 3%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내년에는 올해보다 0.2~0.3% 낮아진다고 본 것이다.

 

내년 2.8%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설 투자는 지난 3년간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으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대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감소로 전환하고, 설비투자는 전년도(2017년)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둔화될 전망”이라며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사드 보복의 장기화 가능성 등 대내외 위험요인을 고려할 때 2018년 국내 경제는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penfree1@hanmail.net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스타화보
배우 서인국, 화보 공개! 섹시+시크+몽환美 장착
광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