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박근혜와의 전쟁’ 밀리는 내막

역습의 친박…‘죽은 朴’이 ‘산 洪’을 잡는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0/27 [15:45]

홍준표, ‘박근혜와의 전쟁’ 밀리는 내막

역습의 친박…‘죽은 朴’이 ‘산 洪’을 잡는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0/27 [15:45]

자유한국당이 큰 내홍에 휩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친박의 핵심인물 ‘서청원·최경환’에 대한 탈당 권유한 홍준표 대표에 대해 친박세력의 대대적인 반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던 홍준표 대표의 ‘박근혜 색 탈피’가 난관에 부딪혔다. 친박계가 홍준표 대표가 연루된 ‘성완종 게이트’ 등을 거론하며 오히려 역습에 나선 것이다. 이와더불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TK(대구·경북)입성을 노리는 중진들이 ‘박근혜’라는 타이틀을 버리기 부담스러워 하면서, 홍 대표의 입장이 애매해 졌다. 이에 ‘바른정당과 통합하려 박근혜를 죽이려는 행위가, 오히려 친박을 살려주는 꼴이 됐다’는 이야기 까지 나온 상황이다.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위해 ‘박근혜 청산’ 나선 홍준표

강력 반발하는 친박…‘성완종 게이트’까지 던진 서청원

朴 옹호하다가 입장 바꾼 洪…친박 반발 자초 측면 커

청산 무산될 가능성 높아져…다시 ‘도로 친박당’ 컴백?

 

▲ 홍준표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 및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성공을 위해 ‘박근혜 지우기’를 시작했다. <사진=JTBC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자유한국당 ‘친박근혜계 청산’을 두고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올라가고 있다.

    

역습의 시작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홍준표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홍준표 대표는 반격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0월23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고’ 조치에 불복한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6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했던 분들”이라며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신들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 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자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결정에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그분들이 그렇게 말하려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경환 의원은 지난 10월20일 당 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한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리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리위원회 결정은 원천 무효이며, 당연히 취소돼야 마땅하다”며 “당을 사당화해가는 홍준표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앞으로 이를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청원 의원도 지난 10월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처지인데, 이런 상황 자체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며 “당과 나라를 위해 홍 대표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사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자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 당시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 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며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해서 판단해보자”고 맞섰다.

 

홍준표 대표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두고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며 “노욕, 노추로 비난받지 마시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시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 하기로 의견을 모은 지난 10월26일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박근혜·서청원·최경환 징계를 추진하는 당 지도부에 대한 친박계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로 친박계와 지도부 간 갈등이 첨예화한 가운데 의원들이 처음으로 한 데 모인 자리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내부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날 의총장에는 모두 90여 명이 출석했다. 이 가운데 15명 정도가 개인 발언에 나섰으며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에 대한 징계를 두고 발언한 의원은 4~5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강석호, 김진태 의원이 친박청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이에 맞서 출당시키자, 제명 시키자고 주장한 의원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수 의원이 오늘 모인 목적은 다른 성격이니 화제를 전환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징계안 비판에 대한 반박 의견이 터져 나오면서 서로 충돌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친박계의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의총장 밖에서도 계속 터져 나왔다. 김진태 의원은 아예 기자들에게 자신이 의총에서 한 발언을 세세히 공개했다.

 

김 의원은 “‘홍준표 사당화가 우려된다. 홍 대표는 이런 중대사안을 의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나’라고 주장했다”면서 “‘만약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 우리당의 보수적통은 끊어진다. 뜻을 같이해달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 친박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된 최경환·서청원 의원 등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홍준표 대표가 연루된 ‘성완종 게이트’를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사진=김상문 기자>

 

바꾼 입장이 문제

 

홍준표 대표가 친박세력과 전면전을 펼치는 것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다. 하지만 친박의 극렬한 저항에 맞닥뜨린 것 또한 홍준표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는 ‘친박 청산’을 염두에 두고 지난 1월 두 의원에게 ‘당원권 3년 정지’ 결정을 내렸지만, 홍준표 대표 본인이 ‘대선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면한 바 있다. 대선 후보였던 홍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친박계 표’를 얻고자 화해를 택했던 것이다.

 

친박근혜계와 관계 설정에서 홍준표 대표는 이후에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0월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하며 ‘도로 친박당’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친박 청산에 소극적이었던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 통합 논의가 진척되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최근 바른정당 내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중 어느 정당과 통합할지를 두고 노선 싸움이 일어나자, 홍준표 대표는 지난 10월20일 “(국민의당-바른정당) 양당의 통합은 보수 우파, 진보 좌파 양 진영과 영호남 양 지역에서 모두 배척받는 기형적인 정당이 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고, 홍준표 대표는 ‘친박 청산’ 카드를 꺼내들며 “(보수 우파 통합을 위해) 이제 우리는 박근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용서론’을 제기하는 등 친박계에게 유화 제스처를 보내다가 갑작스레 입장 변경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 캡처>

 

청산 무산 가능성

 

이같은 홍준표 대표의 갑작스런 입장선회로 인해 오히려 ‘친박 부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친박 청산이 지도부에 의해 무산된다면 겉잡을 수 없이 친박의 기세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간 최고위원들이 TK 민심을 자극하는 박 전 대통령 퇴출 문제를 밀어붙일 여력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서청원·최경환 3인의 출당은 최고위 의결사안이다. 당초 홍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의결이 불필요한 것으로 파악했다가 당 사무처의 확인을 통해 입장을 바꿨다.

 

일단 최고위원의 구성만 놓고 보면 홍준표 대표에게 불리하지 않다. 홍 대표 이하 이철우·류여해·김태흠·이재만(이상 전당대회 득표 순), 이재영(청년), 이종혁(지명) 최고위원과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9인이다. 이중 친박 색채가 강한 인사는 과반에 못 미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혹은 대구시장 등 출마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선 홍 대표의 말을 들어야 하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여전한 이 지역의 본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선 박심(朴心)을 받들고 있는 친박계를 거역하기 힘들다.

 

상당수 최고위원들도 최고위 의결이 불필요한 것으로 당헌·당규를 해석해왔다. 손수 박 전 대통령을 쳐내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위 의결이 필요하다는 당의 공식 판단은 이들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때문에 표결로 가는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기류가 흐른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제명안의 만장일치 찬성 혹은 반대로 처리해야지, 표결로 가면 당이 계파 갈등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만장일치로 의견 조율이 안 될 경우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재확인한 채 친박 청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 시점으로 예상되는 연말연초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된다.

 

홍 대표의 처지에선 표결 연기가 사실상 부결과 같은 역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당 대표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친박 청산이 지도부의 결정으로 가로막히게 되는 셈이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에선 대놓고 얘기하진 못해도 사석에선 홍 대표의 당권이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오가고 있다. 만약 홍 대표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게 되면 당권은 또 다시 친박계가 접수할 가능성이 크다. 친박 청산이 오히려 친박 부활의 빌미가 되는 역설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시절 한 당 대표의 참모그룹에 속하는 한 친박계 인사는 지난 10월22일 서청원 의원이 홍 대표의 ‘뇌물 수수’ 의혹을 재차 거론한 것을 놓고 “홍 대표가 너무 세게 나가다 되치기 당하는 상황이 오는 것 같다”며 “서 의원 같이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이 아무 수단도 없으면서 홍 대표를 공격했겠느냐”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의 당직자도 “누가 홍 대표에게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 아직 때가 아니다’ 이런 식의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총대를 매는 사람이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홍 대표가 보수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탈이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통합 ‘흔들’

 

친박 청산의 역설은 박 전 대통령 출당을 합당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바른정당의 통합파에도 해당된다. 청산이 무산될 경우 통합파는 바른정당에 머물기도,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하기도 어렵게 된다. ‘낙동강 오리알’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보수진영에선 바른정당 통합파가 당초 김무성 의원이 장담한 10명 안팎 의원에서 절반 가까이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 전 대통령 출당만으로 합당 가능하다는 분이 5명 이하인데 합당은 안되는 것”이라며 “(남은 것은) 개별 탈당인데 5명 이하라면 집중 포화를 맞을 수 있고 모양도 너무 빠져 (탈당) 결행을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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