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진실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데이트 폭력’
단순한 사랑 싸움이란 인식을 버려라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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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3 [13:5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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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 씨는 2년 반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한 게 3개월 전. 그때부터 그의 괴롭힘은 집요했다. 직장이나 집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나타나 놀라게 하는 것은 기본. 메신저로 “안 만나주면 나쁜 짓을 하겠다”거나 “나 버리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협박이 연일 계속됐다.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 정도였다. 경찰도 도움이 안 됐다. 경찰서를 찾았지만 “폭행 피해를 당하거나 하면 112신고를 하고 다시 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당하는 사람은 매일매일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데 법적으로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절망스러웠다”고 했다.

 


 

피해자조차 인지 못하는 경우 존재한 ‘데이트 폭력’

심각한 협박 있어도 ‘신고자들 고통 외면’하는 경찰

‘가해자 처벌+피해자 보호’ 법적 수단 마련 시급해

연인 간 ‘폭력전과 인지’ 등 사전 안전장치도 대안

 

▲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나날이 커져 가고 있다. <사진=PIXABAY>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데이트폭력은 현직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 및 상해를 일컫는 말로서, 우리나라에선 ‘치정폭력’이라는 용어로도 사용한다.

    

데이트 폭력?

 

쉽게 말하면 ‘가정 폭력’에서 벌어지는 양상이 ‘미혼 남녀’ 사이에서 나타난다라고 이해하면 된다. 실제로 가정폭력 문서에 서술된 많은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가해자에게 예속되거나 무기력 상태에 빠져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거나, 폭력을 못 이겨 공권력을 비롯한 타인 도움을 요청해도 연인간의 일이라며 개입하려 들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이 그렇다.

 

또한 가해자가 배우자나 부모, 자식이라는 구속력을 가진 가정폭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속력이 덜한 연인 관계라는 점이 적극적 대처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주변에서 진작 헤어지지 그랬냐, ‘좋아서 계속 만난 거 아니냐’, ‘남자가 되어서 여자에게 당하냐’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이 어디선가는 나올 확률이 높다.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전근대적, 집단주의적 유교 문화와 가부장제, 정 문화가 짙게 남아있는 한국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사적 갈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실제로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폭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물리적 폭력부터 정신적 폭력까지 그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헤어지자는 연인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별하더라도 집요하게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명백한 데이트 폭력에 속한다.

 

아직까지는 데이트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가볍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역시, 남녀 모두 상당수가 주변에 알리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경우가 많다.

 

엄연한 데이트 폭력인 벽치기(일종의 공포 분위기 조성이므로 현실에서 당하면 무섭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후 강제로 키스, 연인의 행동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연인의 팔목을 거칠게 잡고 강제로 끌고 가는 행위가 미디어에서는 로맨틱하게 묘사된다.

 

또한 상대의 뺨을 때리거나 물을 끼얹는 등의 폭력 행위가 드라마에서 별 문제 의식 없이 넘어가거나, 연인(현재는 배우자)이 결혼을 요구하며 자신을 감금했다는 예능 출연자의 이야기가 마치 배우자가 출연자를 너무 사랑해서 일어난 프로포즈 해프닝처럼 가볍게 다루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해자는 폭력임을 깨닫지 못하거나 폭력임을 알더라도 문제 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사랑해서 그랬다, 욱해서 그런 거다, 상대방이 맞을 짓을 했다, 살짝 밀친 거다, 힘 없는 여자가 때린 것에 무슨 엄살을 떠느냐, 이 정도는 폭력도 아니다(특히 물을 끼얹거나 폭언을 행사하는 등의 정도가 덜한 행위 때) 등의 주장을 한다.

 

심지어 폭력의 피해자조차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른다고 여기는, 가정폭력 장기 피해자의 전형적인 왜곡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과거 남편에게 구타 당한 아내가 자기가 죄가 있어 맞았다고 생각하거나, 드라마나 만화 등에서 종종 나오는 여성이 남성을 때릴 때 남성이 자기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그냥 참고 넘어가는 모습 등도 이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학교 폭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보는 경우도 존재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도 우정을 빌미로 상대방에게 집착을 하며, 피해자가 자신에게 벗어나려 시도할 때 회유나 협박 등을 이용하면서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진다.

 

이같은 데이트 폭력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7500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1년 상해 3074건, 폭행 2633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1068건이 일어났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근 5년간 폭행 3만6363명, 이 중 사망한 사람이 290명이다. 2010년부터 2015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연인이나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은 총 645명으로, 3일에 1명 꼴로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경찰 통계에 잡히지 않은 폭력을 합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는 233명이다. 이 기간 살인미수 피해자도 309명이나 된다. 이들 중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이고 이별 통보 과정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같은 심각성으로 인해 지난 2016년 3월6일에 대한민국 경찰청은 데이트폭력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2월 한달의 데이트폭력 집중 단속 기간 동안 1279건의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 중 61명을 구속했다. 피해자 1306명 중 여성이 1201명(약 92%)으로 105명(약 8%)인 남성 피해자에 비해 훨씬 더 많았다.

 

이번 신고기간 동안 적발된 가해자의 연령대는 20, 30대가 58.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40, 50대가 35.6%로 뒤를 이었다. 가해자 중 전과 9범 이상도 11.9%에 달했다. 피해 유형은 폭행·상해가 61.9%로 가장 많았고, 감금·협박(17.4%)과 성폭력(5.4%) 순이었다.

    

▲ 데이트 폭력은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사진=KBS 뉴스 캡처>

 

폭력의 편견?

 

이같은 데이트폭력은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여성이고 남성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나, 실제 조사에 의하면 경중을 따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는 남성도 여성 못지않게 많다. 다만 중대 피해자의 경우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데이트 폭력은 한쪽 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넘어가야 한다.

 

Straus와 국제 데이트 폭력 컨소시엄(2004)에서 지난 25년간 100편 이상의 연구와 국제적 발생률 통계를 검토한 뒤 데이트 폭력 피해는 성 비율의 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한국의 연구에서는 유독 남성보다 여성 피해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4년 말 데이트 폭력을 연구한 서경현 삼육대 교수의 논문(집착 성향 및 경계선 성격과 대학생의 데이트 폭력간의 관계)을 인용하자면 데이트 폭력의 범주에 있어서 단순히 상대를 밀치거나 꽉 잡는 등의 행위를 포함하여 신체적 폭력이라 정의함에 따라 갈등책략척도에 있어서 가벼운 폭력의 빈도가 높게 잡혀서 성차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음을 밝히며, 동시에 실제로 강도 높은 폭력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결국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특정한 성별의 소유자로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더라도, 심각한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주장 자체는 크게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 이유로 연구 대부분에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 차이 를 지적하는데, 예컨대 남성과 여성 모두 가해 경험이 있을 때 여성은 가해 동기를 자기방어로 보는 비율이 37%인데 비해 남성은 6%에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을 기자고 심각하지 않은 피해를 유발한 경미한 폭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법조계에서도 그간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거나 가벼운 폭력도 엄연한 폭행으로 보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사회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할 수록 가벼운 폭행도 심각하게 본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집요하게 지치게 하는 경우도 폭력과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토킹’으로서, 일부의 경우에는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등의 심각한 결과로 마무리 되기도 한다.

    

인식변화 중요

 

이처럼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경찰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보복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억누른 채 경찰서로 어렵게 발걸음을 떼지만 신체적으로 또는 성적으로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듣기 일쑤. 피해자들은 “심리적인 공포와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터뜨린다.

 

얼마 전 경찰서를 방문한 박모 씨 역시 유사한 경험을 했다. 헤어지자는 말에 사귈 당시 찍은 노출 사진을 보내면서 “나에게 이런 사진이 더 많다”고 하는 전 남자친구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직접적인 협박 흔적이 없어 입건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직접적으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는 게 경찰이 설명한 이유다. 대학생 김 모씨는 “남자친구 집착이 너무 심해 경찰에 상담을 요청했는데, 경찰에서는 ‘사랑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 식으로 이해를 종용하더라”고 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연합회 관계자는 “남성과 여성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협은 일반 협박 사건보다 피해자에게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 마련인데 현실에서는 이를 제대로 처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피해 여성들은 이 같은 안이한 대응이 결국 데이트폭력의 강도를 키우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데이트폭력으로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한 피해자만 25명에 달한다. 8월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40대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데이트 폭력에 경찰의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가령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이상 없다고 하는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유부남인 기간제 고등학교 교사가 헤어지자는 여성의 집에 침입 후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했다. 이에 경찰이 출동하자 여성은 가해자의 협박을 받고 별 일 아니라며 경찰을 돌려보내려 했다. 그러나 경찰이 여성의 말을 듣지 않고 현장에 머무른 후 가해 남성을 체포해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실제로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에서 피해자가 괜찮다며 경찰을 돌려보내는 일이 종종 있고, 그로 인해 참사가 벌어진 적도 수차례 있다.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 의심 사례에서는 설사 피해자가 소극적이고 범죄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일지라도 협박이나 공포심에 의해 그럴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찰 등이 좀 더 세밀하고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이같은 경찰의 대응적 문제를 넘어서 데이트폭력 관련 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신고 시 보복 우려가 있고 재범 가능성도 높은 데이트폭력을 일반 폭행이나 상해 사건과 똑같이 처리할 수밖에 없어 경찰로서도 물리적인 폭력 등이 동반됐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일선 경찰이 정신적·언어적 폭력에 관대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다. 여성가족부 등 관련부처는 젠더폭력과 관련한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도 줄을 잇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데이트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스토킹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데이트폭력 신고체계 구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동시에 피해자의 신변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한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경찰서장이나 검사가 법원에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청구하도록 조항을 마련했다. 스토킹범죄와 관련한 법안에도 피해자 신변안전 조치에 대한 사항이 명시돼있다.

 

표 의원은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안은 별도로 발의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교제관계에 있었던 상대방에게 상습적으로 특수폭행, 특수상해 등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가중처벌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표창원 의원은 “과거처럼 과잉입법 논란이나 구체성 결여 등 입법기술적인 문제로 법안 통과가 어려웠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면밀히 분석한 끝에 보호절차 관련법과 처벌법을 분리시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법 제·개정 움직임이 꾸준히 있었으나 관련 법안은 줄줄이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표 의원은 “더이상 ‘사랑싸움’ ‘사적인 문제’ 등 상처가 되는 말들로 공권력이 피해자로부터 뒤돌아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면 빠른 신고와 함께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법안은 미비한 상황이다. <사진=KBS 뉴스 캡처> 

 

방지책은 있나?

 

다만 데이트 폭력은 기본적으로 서로 남남인 관계에서 만나 관계를 쌓아가는 이성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 이성이 데이트 폭력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영국 및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알 수 있는 법을 제정해 놓았다. 전과를 조회하고 미리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이른바 ‘클레어법(가정폭력전과공개제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다. 남자친구는 이미 과거에 수차례 자신의 파트너를 폭행한 전과가 있었고, 클레어 역시 살해되기 몇 달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클레어는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2014년부터 ‘클레어 법’을 제정, 시행 중이다. 법은 데이트 상대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또 경찰은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폭행 위험이 있는 상황을 인지했다면 당사자에게 데이트 상대의 폭력 전과를 미리 알려줄 수도 있다. 데이트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관계를 유지할지, 또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지적에 대비해 지역정보공개결정위원회를 구성, 합법성과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일찍이 ‘데이트 폭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미국에선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스토킹금지법’이 만들어졌고 1994년 연방법으로 ‘여성폭력방지법’이 제정됐다. 법은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까지 범죄로 아우르고 있다. 법에 따라 관련 기관은 여성폭력 범죄 통계를 수립하고, 법조인과 경찰 등은 '데이트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피해자들은 각종 법적·의료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 아리조나주에선 2008년 17살 케이티가 헤어진 남자친구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보호명령’ 대상을 연인관계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케이티법’을 통과시켰다. 케이티법 제정 전에는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이나 스토킹, 살해 위협을 당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성희롱접근금지명령’만 가능했다. 그러나 케이티법이 만들어지면서 가해자에게 교정 명령을 내리거나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도 가능하게 됐다.

 

이같은 해외사례에 대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데이트 폭력은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들이 연인들 사이 사랑 싸움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에서 벗어나 피해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는 범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법적 보호장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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