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업 산실 C랩에 찍힌 기술 ‘픽셀로’와 ‘원드롭’ 개발자들 스토리

“더 낳은 세상을 위하여 착한 기술 개발했지요”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11/10 [14:24]

삼성전자 창업 산실 C랩에 찍힌 기술 ‘픽셀로’와 ‘원드롭’ 개발자들 스토리

“더 낳은 세상을 위하여 착한 기술 개발했지요”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11/10 [14:24]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최첨단 IT 기술의 향연. ‘새로움’에 조금씩 무뎌지는 시대지만, 사람을 깊이 생각하고 만드는 ‘인간 중심의 기술’은 여전히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삼성전자’ C랩(Creative Lab) 하반기 스핀오프(Spin-Off, 分社)에 선정된 ‘픽셀로(pixelRo)’와 ‘원드롭(1Drop)’의 기술이 그렇다. 삼성전자의 창업 산실로 꼽히는 C랩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임직원의 창의와 혁신 마인드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활동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지원 덕분에 2017년 7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픽셀로’와 ‘원드롭’ 기술을 개발한 이들은 작게는 일상생활의 불편함 해소에 주목했고, 크게는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헬스케어’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소개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픽셀로’와 ‘원드롭’ 개발자들의 ‘사람냄새’ 가득한 스토리를 소개한다. <정리/김혜연 기자>

 


 

[사건의 내막=김혜연 기자]

 

1. 노안 필름 ‘픽셀로’ 개발진

 

노안으로 인해 시력 좋지 않은 이들에게 또렷한 화면 선사

100대 1 달하는 높은 경쟁률 뚫고 당당히 C랩 과제 선택

 

▲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픽셀로 앱은 화면상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보정한다. 그림이 렌즈를 통과하며 모이는 과정에서 픽셀 데이터가 중첩되지 않도록 이미지 처리를 반복하는 것이다. <사진출처=삼성전자>  



2017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병. 오는 202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 중 42%가 겪게 될 질환. 바로 ‘노안’이다. 평균 52세 전후로 나타나는 노안 증상은 나이가 들수록 안구 조절력이 감소하며 나타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현대인들도 ‘젊은 노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안을 그저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지 말아야 할 이유다.

 

‘픽셀로(pixelRo)’ 개발자들은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노안 인구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의기투합했다. 화면을 표시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Pixel)’과 길을 뜻하는 한자 ‘路(로)’를 조합해 화면의 픽셀을 제어해 눈까지 닿는 길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픽셀로(pixelRo)는 스마트폰 화면에 부착하는 기능성 필름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구성돼, 노안으로 인해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도 또렷한 화면을 제공한다.

 

픽셀로 팀원들은 다른 C랩 팀에 비해 평균연령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중장년층의 편의성을 생각할 수 있었음은 물론, 자체 테스트도 가능했다. 삼성전자에서 25년의 개발 이력을 가진 전종구 대표를 필두로 삼성전자에 오래 재직한 인력들이 모여 있기에, 탄탄한 노하우와 경험으로 무장한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

 

이들은 모두 인류에 공헌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도움이 되는 제품을 연구한다는 것에 뜻을 두고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팀원들의 노력이 깃든 픽셀로는 무려 100대 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C랩 과제로 선택되었고, C랩 스핀오프 7개 팀 중 하나로 선정되어 지난 10월31일 스타트업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얇은 필름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과연 노안을 교정할 수 있을까? 머리카락 두 가닥 굵기의 직경인 132마이크로미터(㎛)의 초소형 스태틱 렌즈(Static Lens) 수십만 개가 배열된 픽셀로 필름이라면 가능하다.

 

전종구 대표는 “픽셀로 필름은 렌즈 하나당 약 3개의 픽셀 데이터를 합친 뒤 노안에 맞게 굴절시킨다. 노안은 원시의 일종으로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히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를 뒤로 밀어 초점이 제대로 맞게 하는 원리다”라면서 기술구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렌즈에서 빛이 굴절되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온전히 보존하기 어렵고, 사람마다 노안의 정도와 시력이 다르다는 한계도 존재했다. 픽셀정답은 앱에 있었다. 해당 앱을 통해 사전에 사용자의 시력 및 노안 정도를 측정하는 것.

 

‘전문 기기가 아닌 스마트폰만으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종우 이사는 “과학적인 원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구체적인 원리를 설명했다.

 

“먼저 휴대폰 전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사용자의 미간 거리를 토대로 눈과 스마트폰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다. 이후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면에 적절한 크기의 시력 측정 화면을 띄운다. 또한 노안이 오면 빨간색과 파란색 파장에 따른 굴절률 차이가 나타나며 눈에 보이는 굵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 점을 이용하여 노안의 정도를 측정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픽셀로 앱은 화면상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보정한다. 이미지가 렌즈를 통과하며 모이는 과정에서 픽셀 데이터가 중첩되지 않도록 이미지 처리를 반복하는 것이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만큼 간결한 앱의 스텝별 구성도 눈에 띈다. 네 개의 그림 중 가장 선명한 그림을 고르거나, 검은 선이 잘 안 보일 때까지 휴대폰을 가까이 가져온 다음 확인을 누르는 식이다.

 

영상 밝기와 화면의 깊이감에 따라 실시간으로 사용자에 맞는 초점을 조절할 수 있어 기기에 친숙하지 않는 이들도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 인터페이스인 셈.

 

‘노안’ 해결에서 시작된 픽셀로는 기본적으로 휴대폰 사용자들의 ‘시야’를 또렷하게 만드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해당 기술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근시·원시·난시 등 현대인의 모든 눈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보다 많은 사람에게 확장되는 ‘착한 기술’이야말로 팀원들이 꿈꾸는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픽셀로 팀원들은 “현재 노안에 최적화된 픽셀로의 기술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근시용으로도 만들 수 있다. 원시용 픽셀로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고, 난시의 경우 수정체나 각막에 불규칙적인 굴곡이 발생해 빛이 산란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픽셀로의 소구경 렌즈를 통한 보정이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가며 관련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스마트폰 구매 동향에 따라 중저가형 등에도 지원 기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잘 사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주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고, 의식주가 해결됐을 때 건강을 찾는다. 하지만 반대로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눈의 불편함에도 소홀해지게 되는 셈. 픽셀로는 그렇게 소외된 이들에게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픽셀로 기술을 통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고 싶다. 특히 소외된 중장년층이 겪는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풍족한 일부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기술보다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 이 기술이 범용화되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복지적인 측면으로도 도움이 되고 싶다.”

 

2. 혈당 측정기 ‘원드롭’ 개발진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의료기기 만들면 어떨까’ 발상 실천

다양한 전문가 뭉쳐 ‘초저가 혈당측정 솔루션’ 세상에 공개

 

▲ 매우 간단한 구조로 구성된 원드롭의 일회용 스트립센서. <사진출처=삼성전자>

 

스마트폰 알람을 끄며 하루를 시작하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 휴대폰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필수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드롭(1Drop)’은 “이처럼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의료기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해 초저가 혈당측정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아이디어는 2016년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진행된 테마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C랩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 세상에 공개되었다.

 

의료 기술과 IT의 만남이 이처럼 높은 기술 수준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팀원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원드롭을 기획한 이주원 대표는 과거 삼성서울병원에 1년간 재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산업에 대한 조예가 깊다. 의료기기 사업부 출신의 김진경 이사는 원드롭의 핵(核)인 일회용 스트립센서 개발에 큰 보탬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곽현석 이사는 기구 및 광학 기술을 담당했다. 각 영역의 전문성이 고루 모여 한 단계 진보한 원천 기술을 만들어낸 셈이다.

 

보급의 간편함은 원드롭이 가진 가장 큰 장점. 때문에 원드롭은 기획 단계부터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약 13억 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는 혈당 환자의 수가 무려 1억30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인도의 의사 수는 OECD 평균치의 약 30% 수준에도 못미친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인도인들의 상황에서 원드롭은 하나의 해결책이 되어줄 전망이다.

 

이주원 대표는 현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원드롭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한 후 보다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IoT 개념을 도입한 원격 의료다. 혈당 관련 질환처럼 의사의 잦은 접촉이 필요할 때, 병원까지 먼 거리를 왕복하지 않아도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보건당국에서도 원격 의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원드롭이 유용하게 사용될 국가는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는 사보험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 이용료가 높은 편이다. 원드롭과 같은 솔루션을 활용한 원격 의료 개념을 도입한다면 의료원드롭이 ‘초저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핵심 기술은 바로 일회용 스트립센서이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부담 없이 소모할 수 있도록 고차원적인 기술을 집약시켰다.

 

다음은 원드롭의 기구 및 광학 전반을 담당한 곽현석 대표는 기술적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종이 한 장 두께의 스트립 안에는 빛의 전반사가 가능한 매질이 있으며, 1-레이어 구조의 초박형 센서가 자리잡고 있다. 일종의 필터와도 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데, 위쪽은 넓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멍이 미세하게 뚫려 있다. 이는 산업용 정수기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비대칭 필터 구조인데, 구멍의 크기 차이를 이용해 혈액에서 혈구와 혈장 등을 분리해낼 수 있다.”

 

원드롭의 구체적인 작동 스텝은 어떻게 될까?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그리고 원드롭이 개발한 일회용 스트립센서, 애플리케이션이다.

 

먼저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로 만들어진 틀에 스트립센서를 끼우고 앱을 작동시킨다. ‘시작’버튼을 누르면 후면 LED 플래시가 켜지며 광량과 색온도 등의 기본값을 재설정하는 과정을 수행한다.

 

이후 채혈침으로 손끝에서 피 한 방울을 낸 뒤, 센서에 묻히면 필터가 파랗게 발색되고, 애플리케이션에서 카메라를 통해 약 15초간 색 변화를 감지한 뒤 혈당 수치를 산출해낸다. 얇은 슬릿 사이에 혈액을 투입시켜야 하는 일반 혈당계보다 훨씬 간편한 방법이다.

 

측정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스트립센서가 일종의 암실을 구현하고, LED에서 발생한 빛이 센서를 전 방향에서 고르게 비춰주기 때문이다. 이주원 대표는 “주변광의 영향을 받지 않고 혈당 측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시판되는 혈당계와 허용 오차범위가 유사한 수준(5% 내외)”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초저가의 일회용 스트립센서만 더하면 건강 체크가 가능하다니…. 이처럼 경제적이고 간편한 원드롭은 그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설계 단계부터 다른 질환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진행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두고 센서만 바꾸면 콜레스테롤 수치나 통풍, 간질환, 신질환, 전해질 등 측정 가능한 항목을 22종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일회용 스트립센서 하나로 종합병원 수준의 건강검진을 받아볼 수 있는 셈.

 

원드롭 팀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는 만큼 의료인이나 가족들에게 측정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의료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사용법 숙지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음성 가이드도 내장시키고, 글자 크기를 크게 만들어 나이든 사람도 읽기 쉽게 만들었다”며 많은 이들의 사용을 권장했다.

 

스마트폰과 연계한 헬스케어 부문의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싶다는 원드롭 팀원들. 이들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이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까지 헬스케어가 필요한 곳은 많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드롭에 사용된 기술의 파생 방안으로 지카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을 판별하거나 특정 방역지역 또는 축산 관련 지역에서의 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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