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내
중도·보수통합 三人三色 ‘홍준표·유승민·안철수’
서로 간에 넘쳐흐르는 앙금…“어떤 통합이든 갈등폭발”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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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7 [15:1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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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중도·보수 통합’을 선언하면서, 야권의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올해 두 차례의 탈당 사태로 인해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잃은 바른정당을 사실상 흡수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경우, ‘배신자들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협상불가’를 천명한 홍준표 대표로 인해 유승민 대표 측이 꿇고 들어가지 않는 한 쉽지 않아보인다. 이에 유승민 대표는 기존에 ‘중도 통합’을 원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밀월 관계’를 형성하며 정책연대 이상의 관계를 원하고 있으나, 입장이 다른 호남계 의원들에 반발을 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전당대회 공약으로 ‘중도·보수통합’ 내세웠떤 유승민

무시작전으로 일관한 홍준표…아예 만나주지도 않아

보수갈등 반사이익 얻으려는 안철수…밀월관계 형성

‘자유한국당 친박’·‘국민의당 호남계’ 통합 강력반대

 

▲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오른쪽)가 ‘보수·중도 통합’을 제기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YTN 영상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11월1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12월 중순까지 ‘중도보수통합’의 성과를 내자는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노력하겠다”며 “바른정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할 창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자신이 그린 밑그림을 설명했다.

 

이처럼 ‘중도·보수대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야권 새판 짜기에 나선 유승만 바른정당 대표가 자신의 당 대표 공약을 지키기 위한 본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자유한국당·국민의당에게 모두 러브콜을 보냈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는 사실상 퇴짜맞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점점 가까워지는 형국이다. 결국 중도·보수통합 논의가 출발부터 국민의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1월13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 대표는 이틀 동안 국회 예방 일정을 소화했다. 당권을 쥐고 첫 인사에 나서는 자리였지만 홍 대표와 안 대표는 유 대표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극명한 태도 차이를 보였다.

    

보수 관계 악화

 

일단 홍준표 대표의 경우 유승민 대표가 주장하는 ‘중도·보수대통합’ 논의의 첫 발을 떼기도 전에 무시작전을 쓰며 서로간의 감정 앙금만 깊어진 상황이다. 이와더불어 양 당의 대표가 수위 높은 발언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탓에 향후 보수통합 논의의 물꼬를 트는 데도 난항이 예상된다.

 

유 대표는 11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와 어떤 자리에서든 만나 앞으로 국회에서 두 당간의 협력·연대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생각이 있지만 수차례 연락에도 사실한 한국당에서 (예방을) 거부하고 있다”며 “예방조차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를 보고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월13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당원대표자회의)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 대표는 같은 날 홍 대표를 예방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유 대표 측은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인 지난 11월11일 홍 대표 측에 미리 예방 요청을 했지만 ‘당선되기도 전에 예방 요청은 아닌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당선 직후 재차 예방 의사를 밝힌 유 대표는 끝내 만남을 거절당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정당 측에서 예방 요청이 왔지만 (홍 대표가) 우선은 안 만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홍 대표는 바른정당을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태도는 개혁보수를 주창하고 있는 바른정당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서 한국당의 보수 적통성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홍 대표 측근은 “대표님이 유 대표 예방과 관련 ‘배신자 집단이기 때문에 정당으로 안 본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잔류 배신자 집단에서 소위 말로만 개혁 소장파니 운운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은 정책으로 개혁을 이루어 낸 것은 하나도 없고 당내 흠집 내는 것만 개혁인양 처신해 오히려 반대 진영에 영합하는 정치로 커왔다”며 “더 이상 그들과 같이 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문을 닫고 그들의 실체를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쪽은 유 대표일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잔류 의원 11명은 지난 11월8일 의원간담회를 갖고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보수대통합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 일부 의원들은 새 지도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한 달 안에 내야 한다며 일종의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만약 이 기간 내에 의원들을 설득할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추가 분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바른정당의 새 지도부가 홍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가 친박(친 박근혜계) 청산을 하겠다며 칼춤을 췄는데 칼은 휘두르지 못하고 춤만 추다 내려왔다”며 “요즘말로 친박 청산에 있어 홍 대표는 노답(답이 없다)이다. 친박과 더불어 홍 대표도 낡은 보수, 청산해야 할 보수인 게 확인됐다”고 날을 세웠다.

 

박인숙 최고위원은 “홍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의 지도부들이 매일 혼란스럽게 정계의 변화에 따라 온 사방으로 총질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 보수층에 부끄러움을 주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 내 최다 현역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친박계’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배신의 정치인’ 지목을 받을 정도로 서로간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났기 때문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유승민 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하면서 둘의 사이는 완벽하게 틀어졌다. 이에 현재 자유한국당의 남아있는 친박들은 물론, 유승민 대표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한겨레 TV 영상 캡처>   

 

국민바른정당?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 달 안에 중도·보수대통합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논의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평의원 시절 당의 진로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던 유 대표도 국민의당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이에 안철수 대표도 화답하며 정책연대 이상의 연대는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같은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로 취임 인사차 찾아온 유 대표에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공통점’을 부각했다.

 

안 대표는 이어 “유 대표는 경제학자로, 저는 벤처기업가로 시작했다”면서 “함께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유 대표는 “앞으로 양당 사이의 진지한 협력 가능성을 얘기해보기 위해 방문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유 대표는 “특히 김동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면서 바른정당과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하고, 또 국가적으로 제일 중요한 안보·경제·민생·개혁에 대해 생각이 많이 일치해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짧은 시간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진솔한 대화를 통해 양당 간의 협력을 얘기하자”며 “둘 다 야당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견제·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지 대화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특히 비공개로 전환된 대화에서 정책연대는 물론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대화는 배석자 없어 5분간 진행됐다.

 

두 사람은 앞서 양당 원내대표끼리 협의한 7개의 정책연대 법안을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예산안은 최저임금과 공공일자리 부문만큼은 양당이 협력하기로 뜻을 모으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전했다.

 

안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 내부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선거연대까지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당장은 예산과 여러 개혁입법이 현안이지만 공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거연대 논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유 대표가 전날 취임 일성으로 한국당과 국민의당에 각각 통합논의 창구를 만들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선 “그 부분은 따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다만 한국당에도 창구를 열지만 그렇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한 배석자에 따르면 유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칼로 무 자르듯 할 수는 없고 한국당이 환골탈태하면 같이 할 수는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선거연대 가능성을 당연히 열어놓고 생각해보겠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국민의당이 얼마나 의지를 가졌는지는 직접 확인이 안 됐다. 대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과의 통합논의 창구와 관련해선 “국민통합포럼 등 여러 창구가 있으니 이를 통해 서로 솔직한 대화가 오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언급했다.

 

이날 면담에서 안 대표와 유 대표는 국민의당 호남 중진의원들의 원성을 산 유 대표의 이른바 ‘호남 배제’ 발언이 오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 대표는 “호남 배제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지역주의를 탈피하고 극복하자는 얘기였다는 설명을 드렸다”고 밝혔고, 안 대표 역시 “오해가 있던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 박지원 전 대표(왼쪽)·유성엽 의원(오른쪽) 등의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보수·중도통합론’을 강하게 비판하며, 최근 통합 움직임을 보이려는 안철수 대표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국민의당 유튜브 영상 캡처> 

 

국민의당 내분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밀월 분위기’를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은 반기지 않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호남계 의원들은 유승민 대표의 ‘중도보수통합’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호남계의 비판은 표면적으로 유승민 당 대표를 향하고 있으나, 실제론 안철수 대표의 무리한 중도통합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계 중진인 유성엽 의원은 지난 11월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점입가경”이라며 “우리 국민의당을 어떻게 봤으면, 아니 그 동안 우리 국민의당 측에서 어떤 메시지를 줘왔으면 3당 중도보수통합이란 말이 나왔을까”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SNS를 통해 유 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며 “바른정당 대표로서 바른 길을 가시길 바란다. YS식 3당 통합 제의를 우리 국민의당에 안 해 주시길 바란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정체성과 뜻을 같이 한다면 지금이라도 국민의당 안에서 같이 할 수 있다”며, 유 대표가 주도하는 ‘중도보수통합’이 아닌 국민의당 ‘자강’ 방향성을 강조했다.

 

유승민 대표를 향한 국민의당 호남계 중진들의 반발은 실상 안철수 대표의 최근 행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철수 대표는 최근 정부의 적폐청산 행위와 관련해 “과거에 매몰돼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고 우려하며 反문재인 행보를 강화해 호남계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유성엽 의원은 지난 11월13일 “그래서 적폐청산을 복수라 했는가. 그래서 ‘불편하면 나가라’ 했는가”라고 안철수 대표의 과거 발언을 겨냥하며, “과거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YS의 3당 합당이 떠오른다. 그렇게 호랑이 잡아서 다시 적폐를 쌓아갈려고 한다”고 주장해 중도통합 반대 의사를 거듭 표했다.

 

유성엽 의원은 또한 이날 SNS를 통해 바른정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에 더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 의원은 “보수중도통합에서 왜 진보는 빠져야 하느냐”며 일부 국민의당 호남계를 포함한 범민주계가 물밑 추진하고 있는 ‘진보통합론’에 대한 호의적 시각도 비쳤다.

 

박지원 전 대표의 경우에는 더욱 강하게 안철수 대표를 공격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1월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는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논의는) 명분상도 그렇고 정치적 실리 면에서도 조금 저능아들이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맹공을 가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그림을 잘못 그리는 사람”이라며 “여러 그림을 그리겠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부터 지금까지 (그려온) 대통령 그림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나오려고 해도 그렇게 큰 당선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니잖느냐”라고도 했다.

 

최근 안 대표의 ‘불편하면 당을 나가라’는 취지의 발언에도 ‘탈당 모색’까지 언급하며 맞불을 놓았다 박 전 대표는 “(뜻을 함께 하는 사람은) 열명보다 훨씬 많다. 우리도 (의원 20명 이상의) 원내교섭단체가 돼야 할 수 있다”면서 “ 끝까지 몰아 붙이면, 그러한 방법도 모색할 수가 있다. 진전도 된다”고 했다.

 

오는 11월21일 당 ‘끝장토론’ 의원총회를 두고도 “개판될 것 같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박 전 대표는 “(안 대표) 주위에 있는 한두 사람은 라디오에 나와서 지도부는 자기들이니까 거기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우리야 모르죠”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 측근인 최명길 최고위원, 송기석 대표 비서실장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계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친안계는 “사실무근”으로 일축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로 마치 국민의당이 보수화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의 강령은 확고한 중도 개혁주의를 천명하고 있고, 연대·통합 논의도 강령에 따라 하는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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