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내
자유한국당 홍준표, 공수처 설치 반대 속내
사정칼날 두려움…‘좌파 수사기관 믿을 수 없다’
김범준 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7/11/24 [14:41]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최순실 등이 행한 국정농단의 핵심은 ‘권력기관’을 마음대로 주무른데 있다. 이에 ‘촛불민심’을 타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에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삼았고, 그 1호 공약이 바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였다. 그리고 최근 이 공수처가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자유한국당이 강경한 반대입장을 보이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권력분산 주요공약 ‘공수처’…논의 본격 시작

자유한국당 지도부 강경반대…논의 자체마저 거절해

검찰 사정태풍 속 의원 많아…찬성의견 상당수 존재

맹비판 시작 더불어민주당…검경수사권 논의는 고심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정부여당의 공수처 설치 의견에 대해 강경한 반대입장을 필력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국회가 공수처 설치를 위한 논의의 닻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가운데 권력기관 개혁 분야 최중요 공약중 하나였던 공수처 관련 논의가 새 정부 출범 195일 만에 입법 절차를 본격화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절대 불가’ 입장을 앞세워 추가 논의를 거부하면서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다른 야당들도 세부 쟁점에서 이견을 나타내 기관 신설까지는 ‘산 넘어 산’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갈등 시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1월21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 4건 등에 대한 심사를 시작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이미 제출된 공수처 설치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발의안과 민주당 양승조 의원 발의안,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 발의안, 정의당 노회찬 의원 발의안과 함께 법무부가 의견 형태로 제출한 안까지 병합심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법안 심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회의가 마무리됐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이자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시작부터 “여당일 때도 반대한 공수처를, 더군다나 야당이 됐는데 어떻게 찬성해주겠느냐”면서 “검찰이 지금 정권의 손과 발이 돼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또 다른 칼을 하나 더 쥐여주는 것엔 반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고 우리 당에서는 계속 반대다. 당의 일치된 견해”라고 했다.

 

한국당은 심의 대상이 아닌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로 논의 주제를 옮기려는 모습도 보였다. 김 의원은 “나도 검찰개혁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 정부 공약인 수사권 조정은 슬그머니 빼느냐. 템포 조절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도 “확실히 검찰 힘 빼줄 테니 검경 수사권 조정안부터 가져오라. 어떻게 공수처부터 덥석 가져오느냐”며 법무부 관계자를 몰아붙였다. 한국당 의원 3명 모두 반대했다.

 

이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공수처장 임명 방식과 관련, “야당이 추천하는 2인을 국회에서 표결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권이 힘을 싣고 있는 법무부안은 공수처장을 추천위원회가 2명 추천하면 국회가 1명을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후보자 2인 추천권을 전부 야당에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완강한 거부로 이 방안도 검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남북 간 군사회담 하듯이 자기 얘기만 하는 건 의원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박 의원의 파격적 수정안은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한국당이 검토는 해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한국당 의원들의 완강한 반대로 이날 회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소위원회를 마친 후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이 벌써 4번째 법안 소위였는데 (이런) 반복적인 협의는 실익이 없다”며 “더 이상의 공수처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고, 법사위는 종전에도 만장일치 방식으로 표결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의에 실익이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두려움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강경한 반대 태도를 유지하면서 공수처 설립이 쉽지 않아보인다. 전날까지만 해도 공수처 논의에 진전이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청와대가 당정청 회의를 열어 “검찰 개혁은 촛불 혁명의 요구이고, 공수처는 검찰 개혁을 위한 기관”이라는 논리로 공수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한국당에서도 입장 선회의 기류가 읽혔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 대변인은 “검찰에 대한 강력한 견제 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제동을 걸면서 이는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났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홍 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공수처 문제는 국가 사정기관 전체 체계에 관한 문제이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충견도 모자라 맹견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검찰을 정권에 충실한 충견에, 공수처를 맹견에 비유했다. 결국 공수처도 문재인 정권의 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와더불어 당 내 투톱인 정우택 원내대표도 강경한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11월21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두 가지 이유에서 공수처에 반대한다”며 “공수처는 ‘옥상옥’이 될 수 있고, 정치적인 악용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당내 일부 법제사법위원이 전날 정 원내대표를 만나 조건부로 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을 설득했지만, 정 원내대표의 뜻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입장은 홍준표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같은 당 투톱의 반대 입장에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반대기류가 강하다. 실제로 홍준표 대표는 장제원 의원에게 “공수처 문제는 아예 언급도 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발 사정 태풍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검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지만 그 방안으로 거론되는 공수처에는 찬성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1억여원을 수수한 의혹으로 친박계 구심점인 최경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지난 11월20일 단행됐고, 이우현 의원과 원유철 의원 등도 검찰 수사 선상에 잇따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에 대한 불만이 폭주해, 한국당에서는 연일 검찰의 정치보복·편파 수사를 중단하라는 논평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 한 당직자는 “설령 야당이 공수처장을 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해온 것을 보면 야권 추천 인사로 처장을 앉힌다고 해도 그들 마음대로 공수처를 휘두를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야권 추천 인사로 공수처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문재인 정권에 좋은 일이다. 찬성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검찰의 사정 태풍에 직면한 상황을 두고서는 “(검찰 수사가) 잘못됐지만 검찰 개혁의 방법이 없다. 공수처를 허용해주면 속는 것이다. 완전히 정부여당의 올가미에 걸리는 것”이라며 “여론이 (문재인 정권에) 돌아서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도 공수처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는 이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찬성의견 존재

 

그럼에도 여전히 당내에서 조건부로 공수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현 구조에서는 태생적으로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새로운 독립적인 사정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야당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공수처장이 내부조직에 대해 전권을 행사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주광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검찰 구조로는 어떠한 정부가 들어서도 검찰은 정권의 충견이 될 수밖에 없다”며 “처장과 검사의 인사권을 독립시키면 (공수처 도입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당내 투톱인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가 모두 공수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 당내 공수처 논의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공수처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지난 11월21일 오후에 열린 법사위에서 공수처 논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전원반대로 ‘공전’하기도 했다. 현 단계에서 한국당의 당론은 공수처에 반대한다는 것이고, 설사 조건부로 찬성한다고 입장을 선회한다고 해도 정부·여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당내 의견이 다르고, 당분간 이견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입법은 힘들다”고 말했다.

 

설사 한국당이 전격적으로 공수처 설립 논의에 응한다 하더라도 난관은 많다. 공수처는 말 그대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독립기구다. 그런 만큼 ‘누가’ 수사하느냐, 즉 공수처장 인선 방식은 정치적 독립성과 연관된 최대 쟁점이다.

 

여당은 ‘국회에서 후보 2인 선출·대통령 지명’에,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야당에서 후보 1인 추천’을 주장하고 있다.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의 범위도 법무부안에는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한정돼 있지만, 더 넓혀야 한다는 견해와 축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민주당의 고민

 

이같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반대입장에 더불어민주당은 ‘촛불 혁명의 명령’으로 규정한 공수처 설치 문제와 관련해 거듭 야당의 협조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특히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 반대·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가능’ 기조로 ‘정치적 꼼수’를 부린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에 힘을 모으기로 한 당·정·청의 최근 회동 결과를 되새기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공수처와 비교해 논의가 설익은 검·경 수사권 조정 카드를 한국당이 들고나온 것은 결국 공수처 설치를 하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현재 공수처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무부 안이 나온 상태이며 국회에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4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다만 민주당은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이 반대하면 공수처 설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일각에선 거론된 ‘신속처리안건’ 지정 방안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신속안건으로 지정돼도 330일이 지나야 본회의에 자동상정되는 만큼 그때까지 현재 수준의 검찰개혁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민주당의 현실적 고민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한국당을 일단 검·경 수사권 조정의 논의장으로 불러온 뒤 공수처 얘기로 진전시키자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검찰개혁의 핵심이 공수처보다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있으므로 한국당과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다 근본적인 검찰개혁은 수사권, 기소권을 분리해 한 기관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며 “검찰개혁 방안이 여러 가지가 있으니 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을 다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