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내
‘안철수·유승민’ 밀월관계 시작된 내막
불안한 당내 입지 돌파구…‘우리는 통합 운명공동체?’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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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4 [14:5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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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 “실망입니다” 지난 대선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박지원 상왕설’에 대한 파상공세를 하자 안 대표가 던진 말이다. 이 당시 안 후보는 얼굴이 달아올라 힘들다는 투로 말하며 당시 유 후보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 했던가 최근 양당의 대표로 만난 두 사람은 대한민국의 정치거물들 중, 현 시점에서 가장 사이가 좋은 관계로 변모했다. 무엇이 이들을 변하게 했는가. 그것은 바로 ‘통합’이다.

 


 

본격적인 밀월시작한 안철수·유승민…통합논의 지속

국민의당 호남계 강경한 반발직면…전당대회로 돌파?

리더십 지적 안철수…영향력 하락에 사퇴 목소리까지

숨 고르기 시작 유승민…상황 지켜보며 安 측면 지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간 통합을 둔 ‘밀월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당 대표가 지난 11월23일 한 자리에서 만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토론의 주제 역시 ‘양당 연대·통합의 의미와 전망 및 과제’여서 관심을 모았다.

    

밀월 시작 대표들

 

두 사람은 우선 정책연대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확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당 의원총회에서 전원이 한 명도 예외 없이 동의했던 내용이 정책연대였다”며 “정책연대 차원에서 함께 생각을 맞춰보자는 그런 의미로 해석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국회 입법이나 예산 정책 분야에서 협력할 부분이 있는지, 우리에게 공통분모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을 서로 해보고, 협력할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하겠다는 정신에 대해선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우선 정책 연대를 통해 양당이 선거연대나 통합 논의를 할 정도로 정체성 측면에서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대표는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바른정당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연대·통합 논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합리적 중도 개혁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국민의당이 앞장세워 나가고 있는 점은 문제해결 중심의 정당”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기존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념 중심의 정당이다. 좌, 우, 무조건 찬성과 무조건 반대, 모든 사안에 대해 선명하게 입장을 정하고 서로 간 타협도 없으며 무조건 반대하는 그런 행태가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 이상 좌우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중요한 문제를 풀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실행에 옮길 수 있고 이게 지속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갖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게 문제해결 정당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중도·개혁 세력이 뭉쳐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념정당과 문제해결 중심 정당, 또는 기득권 양당과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라는 표현으로 바른정당과의 공통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유 대표도 모두발언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정말 정책이든, 선거든 앞으로 크게 협력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이 자리에 왔다”고 협력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양당 연대·통합 논의의 방향이 단순한 ‘세 불리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유 대표는 “선거에서 유불리만 따지는 그런 식의 정치행위에 대해선 국민들이 꿰뚫어보고 계신다”며 “정말 진지한 고민 끝에 우리가 가는 새로운 길이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의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양당의 협력이나 연대에 대해 정체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다. 정체성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또 “야권 전체가 협력할 부분을 찾아서 연대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은데, 자유한국당이 워낙 이런 부분에 소극적”이라며 “일단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정책과, 앞으로 선거까지 연대할 부분을 찾아보겠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내 개혁세력까지 아우르는 ‘중도·보수 연대·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그는 “바른정당 입장에서도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하고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시도하자 정동영·박지원 의원 등 호남계 의원들이 ‘새로운 교섭단체’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반발직면 안철수

 

이처럼 정책연대에 공감하며 서로간의 밀월관계를 형성한 안철수·유승민이지만, 연대를 넘어 통합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해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의당 내 국회의원의 상당 수를 차지하는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철수 대표를 위시한 통합파와, 호남계 대표급 중진들이 포함된 반대파가 각자의 세 규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11월21일 장장 5시간에 걸쳐 이른바 ‘끝장토론’을 진행했음에도 통합 찬반 두 세력은 각각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의원총회는 정당의 중요한 하나의 축이긴 하지만 당의 결정을 하는 그런 기구는 아니다”라며 통합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는 “당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기구는 최고위원회, 그리고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또 전당대회”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표급 중진들을 비롯해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이 다수 분포한 의원총회보다는 원외를 기반으로 통합 동력을 모아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안 대표 측은 통합을 두고 의원들은 찬반 백중세지만, ‘최고위→당무위→중앙위→전당대회’로 이어지는 공식 의사결정기구를 밟으면 통합을 관철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안 대표 지지세가 두터운 원외 지역위원장들과 당원들은 찬성하고 있어 세 대결을 하면 무난히 과반을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지역위원장 3분의 2는 통합론을 지지한다”고 했다.

 

안 대표 측은 당규에 전당대회 정족수 규정이 없는 만큼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의 전당대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계인 박주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당원의 의사를 묻는 ARS(자동응답) 투표, 국민여론조사로 안 대표의 리더십까지 연계해 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다.

 

반면 당내 대표적 통합 반대파인 정동영 의원을 위시한 11명의 전남·전북 의원들은 이날 조찬 회동을 갖고 ‘끝장토론’ 상황을 공유했다. 정 의원은 “평화개혁연대(평개연)는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며 "오늘 전남, 전북 의원들에게 배경 설명을 한 거고, 비례대표 의원들에게도 해야 하고 지역구 의원 중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도 설명할 것"이라고 세 규합 지속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아울러 “평개연은 일단 ‘당을 깨지 말자’, ‘인위적인 통합은 하지 말라’는 당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 첫 번째”라면서도 “이건 의견 그룹이니까 모여서 정책, 정세나 현안에 대해도 의견을 나누겠다”고 했다. 평개연에 다수 의원들이 합류할 경우 안 대표 및 지도부 의견과 별도로 원내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5시간여에 걸친 끝장토론에도 불구하고 찬반 양 측이 ‘마이웨이’를 고수하면서 서로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기만 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는 “‘여론조사를 하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면 이십 몇 프로가 나와서 자유한국당보다 더 높게 나온다’, ‘당장에 2등의 길에 올라간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구상유취”라고 강력 비난했다.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로 얘기한다면 국민의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5%, 4% 나오는 게 무슨 정당이냐”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시너지를 강조하는 당내 여론조사로 여론전을 펼쳐온 통합 찬성파 행보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또 “당대표가 절대 다수가 통합 논의를 하지 말자고 했으면 하루라도 참고 또 생각해 보고 소통해야지, 바로 한두 시간 후에 ‘통합만이 살 길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다시 말해 ‘평개연 당신들도 하라’라는 신호와 똑같다”고 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안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는 당의 결정을 내리는 기구는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 “(의총에서) 오죽 불리했으면 안 대표가 그런 얘기를 했겠나”라며 “정치는 원내 중심으로 하게 돼 있다. 의원총회가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원들이 반대하면 (통합) 못한다. 천하의 김대중도 의원총회에서 부결하면 안 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의원도 “결국 어제 집중 성토를 받은 리더십의 문제, 진실성에 관한 문제 이것이 결국 국민의당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안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 지난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의 모습. 이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향해 “저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 “실망입니다”라는 말로 비난했다. <사진=KBS 영상 캡처>  

 

리더십 만신창이

 

실제로 정동영 의원의 주장처럼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은 날이 갈수록 의심 받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 5년여 간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입지를 꾸준히 유지했던 안 대표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 빠졌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야권의 대표 인물 가운데 3위를 기록, 상반된 해석이 23일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18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현재 야권을 대표하는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6.2%,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18.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14.5%, 김무성 한국당 의원 3.8% 순으로 나타났다.

 

홍·안·유 대표의 경우 지난 5·9 대선에서의 성적표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대표 순으로 득표를 했지만 현재는 국민들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야권의 대표 인물로 유·홍·안 대표 순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안 대표 측과 비안계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정부여당 지지층이 안철수 대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안 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여당 지지층이 야권의 대표 인물로 안 대표를 굳이 세워줄 필요가 있겠느냐”고도 반문했다.

 

반면, 비안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안 대표는 국민의당 내에서도 리더십이 훼손되지 않았느냐”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보였던 모습들과 패배 이후 책임을 지지 않는 안 대표의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비안계 인사들은 국민정책연구원이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의 신빙성에는 한목소리로 의문을 제기, 야권 대표 인물 지지도 조사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안 대표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면서 “안 대표 전당대회 출마를 새롭게 일어나려는 계기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지만 특별한 전기가 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정치평론가도 “야권 인사들에 대한 인지도 조사로 보인다”며 “유승민 대표는 바른정당 분당 과정에서 언론 노출 빈도가 높았고 안 대표는 노출 빈도가 낮아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조심스런 유승민

 

이처럼 안철수 대표가 당 내 호남계와 치열한 다툼을 보이면서까지 ‘통합’을 부르짖는 것과 달리, 정작 통합 파트너인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태연자약한 모습이다.

 

유승민 대표는 일단 뒷짐을 지고 서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당 내홍 양상을 예의주시하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 내분이 깊어지던 지난 주말, 예고되지 않은 미국 출장길을 다녀와 안 대표의 속을 태웠다. 미시간대 한국학연구소가 여는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한 3박 5일 일정이다. 유 대표 측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참석하기로 한 학회여서 일정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의 행보를 두고 상대적으로 마음이 더 급해 보이는 안 대표를 상대로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장 내달 중순까지 중도보수통합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완성해야 하는 당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유 대표는 지난 11월13일 당 대표에 당선된 뒤 취임 일성으로 중도보수통합을 위한 당 대 당 협상 채널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이튿날 안 대표와 만나서도 연대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간다. 국민의당과는 협력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며 거리를 두며 하루 만에 온도 차를 보였다.

 

당 안팎에서는 유 대표가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를 취하는 이유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논의가 상대적으로 미진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더 이상 바른정당 의원의 복당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양당은 통합논의 창구조차 열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당과의 통합논의는 앞서 양당 원내대표가 만든 정책연대 협상 채널은 물론 오신환, 정운천 의원 등 개별 소통 창구도 가동 중이다.

 

이렇게 ‘미적대는’ 분위기의 유승민 대표지만 안철수 대표의 적극적인 구애는 유 대표에게 나쁠 게 없다는 게 대다수의 분석이다.

 

유 대표 자체가 탈당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바른정당을 규합할 카드로 ‘통합’을 던진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승민 대표는 ‘숨 고르기’를 하면서도, 안철수 대표와의 밀월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 대표는 측면에서 안 대표를 지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모두 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라며 “다만 국민의당의 반수는 통합에 반대, 바른정당은 대다수가 찬성이라는 상황에서 서로간의 중첩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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