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막후
화학공화국에 살고 있는 당신, 안전한가요?
알아두면 쓸모 있는 생활 속 화학 이야기
김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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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1 [11:5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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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알람을 끄면서 눈을 뜬 당신이 곧장 향한 욕실에는 샴푸, 클렌징 폼, 치약, 보디워시, 비누, 락스 등이 즐비하다. 화장품을 바르고 향수까지 뿌린 후 새로 산 옷을 골라 입고 외출한다. 점심으로는 뚝배기 전골을, 간식으로는 감자 칩을 먹고 가계부를 정리한다는 핑계로 영수증을 챙겨 지갑에 넣어둔다. 퇴근 후 미용실에 들러 염색을 하고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한다.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욕실은 락스로 청소한 후 침실에는 향초를 켠 채 잠들 준비를 한다. 오늘날 세상은 이렇듯 먹거리, 화장품, 생활용품, 가구, 집에 이르기까지 화학물질로 가득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일상에서 화학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화학물질에 의해 누군가는 병들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소비자는 언제나 한발 늦는다. 넘쳐나는 화학제품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은 무엇인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생활 속 화학 이야기를 소개한다.

 


 

생명 앗을 만큼 치명적인 화학물질 관리실태 불확실

넘쳐나는 화학제품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은 무엇?

정보 모른 채 천연·친환경 마크 보고 물건 구입 곤란

값비싼 친환경·천연소재 마크들, 때때로 마케팅 수단

 

▲ 오늘날 세상은 먹거리, 화장품, 생활용품, 가구, 집에 이르기까지 화학물질로 가득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일상에서 화학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사진출처=Pixabay>

 

[사건의 내막=김혜연 기자] 인류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사용량이 계속 늘고 있다.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은 벌써 수만 종에 이르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이제 이 물질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그런데 자칫 생명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기도 한 화학물질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일일이 독성을 파악하고, 용도에 맞게, 올바른 방식으로 쓰도록 규제되고 있을까.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합성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 추산 사망자를 포함해 5만여 명의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발암물질이 함유된 생리대, 구토와 설사를 비롯해 장기 손상을 유발하는 살충제 계란, E형 간염을 유발하는 소시지에 이르기까지, 화학물질로 인한 위협은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케미포비아에서 도망쳐라!

 

현대사회는 화학물질로 가득하다. 집은 물론이고, 온갖 화장품, 음식(달걀에서부터 소시지, 베이컨과 같은 각종 가공육 등), 옷, 민감한 생리용품에 이르기까지,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것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는 이러한 화학물질이 어떻게 건강을 위협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는 건 뉴스나 신문보도를 통해서다. 당뇨, 알레르기, 과체중, 암 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화학물질이라는 걸 뒤늦게 접하곤 한다. 바로 이 화학물질에 의해 누군가는 병들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화학물질에서 벗어나 살 수 없는 현시대. 이제는 정말 피해야 할 제품 성분은 무엇인지, 위험한 물질은 무엇인지, 화학제품을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뉴스들은 모두 정확할까?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잘못된 정보들 때문에 모든 화학물질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퍼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어차피 우리 인류는 화학물질로부터 온전히 벗어나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화학 물질로부터 온전히 자유롭다는 뜻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부터 당장 벗고 다녀야 한다는 의미이고, 자동차 없이 걸어야 함은 물론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화학에너지공학을 가르치는 강상욱 상명대 교수와 소비자주거학 강의를 하는 이준영 상명대 교수가 뭉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으며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제안한다. 화학제품 사이에서도 현명하고 지혜롭게, 그리고 조금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실전에서 써먹는 생존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

 

“2017년은 각종 축산물 먹거리 사고로 인해 식품 안전에 관한 소비자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해마다 나타나는 돼지 구제역이나 조류 독감의 반복적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소비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에그포비아(달걀을 뜻하는 Egg와 공포를 의미하는 Phobia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소비자들이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서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푸드 주식회사’에서는 사육 시스템의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한 바 있다. 공장식 축산환경에서 소는 자신의 배설물을 무릎까지 담근 채로 생활하고 있다. 비위생적인 집단 사육으로 인해 소들은 자신의 배설물로 뒤덮인 채 살아간다. 공장식 시스템은 도살장도 마찬가지이다. 도살장에서 1시간에 400마리 이상의 소를 도살하는 과정에서 소 개체들은 서로의 배설물들로 상호 오염된다. 도살 과정에서 이러한 오염은 극대화된다. 소고기의 가공 및 세척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환경에서 상호 감염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살충제 사용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없어지는 생명체 중 하나가 꿀벌이다. 2016년 미국에서는 꿀벌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꿀벌의 멸종위기는 인류에게도 큰 위기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종이 꽃가루 받이를 벌에게 의존하고 있다. 화분 매개 곤충인 벌이 자취를 감추면 곧바로 곡류나 과일 등 인간의 먹거리가 크게 감소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GMO 농작물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괴기 소설 이상으로 끔찍하다. 제초제 제조 공장에서 흘러나온 물이 호수로 흘러 들어갔는데 여기에 있는 생물들이 모두 죽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테리아가 있었다. 제초제 회사는 이 박테리아 유전자를 작물에 주입하는 유전자 조작을 시행함으로써 제초제에 견딜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하여 박테리아와 식물이 결합한 괴이한 작품인 GMO 작물이 개발된 것이다.

 

“이제는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마인드도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일에는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경제 논리만 따져서는 위험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과 기업의 윤리정신 외에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사육 시스템은 결코 사라질 수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 늘 먹거리에 관한 걱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오랜 시간 집안에 향초를 켜두면 한정된 공간 안의 산소량이 줄어 건강에 해로울뿐더러 인체가 향료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Pixabay>

 

화학알못에게 건네는 고언

 

“몸에 안 좋다고 하여 무첨가로 표시된 식품첨가물들은 모두 해로운 것일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서 첨가물 중 대부분은 식품에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판정한 성분들일 뿐더러 기업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해 오도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여 시장을 왜곡한 사례도 많이 존재한다.”

 

강상욱·이준영 교수는 정확한 정보도 모른 채 ‘무첨가’, ‘천연’, ‘친환경’ 마크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이들을 향해 “천연이라고 무조건 안전하고, 화학물질이라고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다!”고 쓴소리를 날린다.

 

천연에도 유해성분은 얼마든지 있으며, 화학물질도 때로는 독성 자체보다 체내에서 반응하는 유해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 또한 값비싼 친환경이나 천연소재 제품의 마크들은 때로 건강한 제품으로 보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고. 식약처에서 첨가물 중 대부분은 식품에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판정한 성분들이 대부분일 뿐더러 기업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해 오도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여 시장을 왜곡한 사례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컨슈니어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고급 성분을 사용한 제품을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제조사는 ‘좋다’, ‘빠르다’와 같은 추상적 표현보다 구체적인 수치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득력을 높이는 전략을 내세운다.”

 

강상욱·이준영 교수는 “과도한 염려가 오히려 사람들의 건강을 해친다”고 지적하면서 “화학도, 규제도, 과학도, 법도, 정보만 넘쳐서 소화가 제대로 안 되는 현실을 제대로 알리 위해 친절한 설명자가 되기로 했다”고 강조한다.

 

“알루미늄 냄비의 가장 큰 문제는 노란색 코팅이 벗겨졌을 때 일어난다. 노란색 코팅이 벗겨지면 알루미늄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때 뜨거운 열기 속에서 김치나 라면스프 같은 산성이 강한 음식물에 노출되면 알루미늄이 용출된다. 우리가 양은 냄비에 끓인 김치찌개나 라면을 맛있게 먹는 동안 사실 알루미늄도 함께 먹었던 셈이다. 따라서 간장이나 된장 등 산이나 염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알루미늄 냄비에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침실에 향초를 켜두면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한다. 오랜 시간 향초를 켜두면 한정된 공간 안의 산소량이 줄어 건강에 해로울뿐더러 인체가 향료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순도 높은 양초를 구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강상욱·이준영 교수는 “하지만 양초 제품에 파라핀 함량을 기재하는 게 법적 의무는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언젠가 이 부분이 법제화되기 전에는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양초를 태우는 일은 자제하는 게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이라고 귀띔했다.

    

안전한 생존을 위한 꿀팁

 

우리를 둘러싼 사정이 이런 만큼 ‘가습기 살균제 사건’, ‘햄버거병’, ‘살충제 달걀 파동’, ‘생리대 파문’, ‘미세먼지’, ‘조류 독감’. ‘GMO 식품’, ‘새집증후군’, ‘동물실험’, ‘그린워싱’, ‘보디버든’ 등 화학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는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예전과 다른 생활의 지혜가 절실하다.

 

“다이옥신은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잘 녹기 때문에, 동물 몸속에 들어오면 소변 등으로 배출되지 않고,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따라서 이 다이옥신을 먹은 동물은 그대로 몸속에 다이옥신을 간직하게 되고, 이를 먹은 우리 인간 역시 이 다이옥신을 그대로 몸속에 흡수하게 된다. 결국 소, 닭, 돼지고기, 우유 같은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비건(Vegan) 같은 완벽한 채식주의자들에 비해서 다이옥신 노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강상욱·이준영 교수는 “화학물질은 우리의 삶을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명심하라”면서 안전한 생존에 필요한 화학 정보와 올바른 대처법도 소개한다.

 

“우리가 옷을 사고 입을 때 환경, 건강 등 다양한 측면을 생각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의류 제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합성섬유를 예로 들 수 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폴리에스터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인해 급격하게 발달할 수 있었다. 생산되는 모든 섬유의 60% 가까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베이킹소다, 식초와 소금 모두 우리가 평소에 먹는 것들이니 아무 문제가 없을까? 분명히 우리가 인지해야만 하는 사실이 있다. 먹어서 안전하다고 해서, 코로 흡입했을 때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먹으면 위로 가지만, 코로 흡입할 경우 기관지에서 못 거르면 폐로 간다는 점을 늘 유의해야만 한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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