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사연
초저금리 시대 종결의 의미
“가계부채 해결 없이는 경기회복 없다”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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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1 [13:3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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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 1.25%의 사상 최저금리 시대도 끝나게 됐다. 한은이 저금리 기조를 종결하고 약 6년 반 만에 금리를 1.50%로 전격 올린 데에는 국내외 경제 여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된 영향이 크다.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통화완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되레 완화의 정도가 커지게 되고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리인상에 우리경제에 가장 크게 우려되는 ‘서민경제’와 ‘부동산버블’에 어떤 영향이 있게 될지 초미에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끝 보이는 ‘초저금리 시대’…인상 단행한 한국은행

경기회복세에 전격 인상…미국과 금리역전도 우려

서민경제 영향력 미치나…한계가구 구호책 시급해

떠돌던 부동자금 향방 관심…부동산 불패의 종말?

 

▲ 바닥을 찍던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PIXABAY>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경제는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4%를 찍으면서 올해 3% 성장이 가뿐할 만큼 ‘성장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세 만큼 뒤따르지 않던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걷혔다.

    

초저금리 종결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3으로 6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도 크게 줄었다.

 

민간 경제전망을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에서 계절적 요인과 불규칙 변동을 빼고 산출한 ESI순환변동치 지수도 이달 기준치 100을 넘어섰다. 기준치 100을 넘은 것은 5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과거보다 경기 전망을 좋게 보는 민간이 늘었다는 얘기다. 통화 완화 기조를 바꿀 타이밍을 재고 있던 한은으로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그토록 저금리 기조를 탈피하려고 한 데에는 그동안 통화완화 정책으로 누적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14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 문제다.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한 한은의 부담감은 크다. 한은은 지난 2012년 7월 연 3.0%의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뒤 지난해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금리를 내렸다.

 

장기간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중에는 막대한 돈이 풀려났다. 지난 9월 기준 시중 통화량(광의통화·M2) 2491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저금리 기조에 투자할 곳을 잃은 자금은 부동산 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빚은 빠르게 몸집을 불렸고, 급기야 지난 9월말 가계신용은 1419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평소에도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치곤 했다. 이 총재는 “실질 금리가 오래가면 금융 불균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이 장기화되면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고,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킬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올해 내로 미국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우려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2월 현재의 연 1.00~1.25%의 금리를 0.25%p 올리고, 우리나라가 금리(기존 연 1.25%)를 묶어두게 되면 미국 금리와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내에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에 선제적으로 막을 예방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환율 급락세는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올라가면 원화 강세가 급격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미 금리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환율은 곧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통위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리스크가 불거지긴 했지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은 만큼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진 못했다.

 

결국 저금리 시대의 종언이 가져올 이 같은 그늘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경제 전체적으로 이런 부작용을 감내할 만큼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서민경제 영향력

 

다만 한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에 어느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일단 한계 상태에 내몰린 게 한계가구가 문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가계부채 차주를 네 그룹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상환 능력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C그룹’이 32만가구, 전체의 2.9%다.

 

한계가구는 C그룹에 해당하는데, 가구당 3∼4명으로 가정하면 100만명 안팎이다. 이들이 보유한 가계부채는 94조원이다.

 

C그룹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다. 손에 쥔 돈의 40% 이상을 대출 원금과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DTA(Debt To Asset ratio·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100%를 넘는다.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다 못 갚는 셈이다.

 

금리 인상의 충격파는 이들 한계가구(고위험가구)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다는 데 이론적으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C그룹은 가구당 평균 소득이 4100만 원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부채는 7배를 넘는 2억9000만원에 달했다. DTA도 120%에 달했다. 소득이 갑자기 늘지 않는 경우 금리가 오르면 부채 상환 부담이 급증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들의 소득 여건이 당장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직업 안정성이 낮기 때문이다. C그룹은 정규직 근로자가 38.6%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이 15.1%, 자영업이 33.8%다. 무직도 12.5%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이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168만원 늘어나고, 한계가구는 803만원에서 1135만원으로 332만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계가구 문제는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집계된 한계가구는 2015년 29만7000가구에서 2016년 31만5000가구로 늘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한계가구는 2만5000가구 늘어나지만,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는 6만가구나 증가한다.

 

금리 인상의 충격파는 한계가구와 함께 영세 자영업자를 덮칠 것으로 보인다. 한계가구(C그룹)는 약 3곳 중 1곳꼴로 자영업자다. 일정 부분 겹치는 셈이다.

 

올해 처음으로 부채 규모가 분석된 자영업자의 실태는 무척 심각하다. 약 150만명의 자영업자가 빚을 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이 48만명, ‘일반형 자영업’이 85만명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38조6000억원, 일반형 자영업자들이 178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1인당 평균 부채가 3억24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 즉 직장인의 1인당 평균 부채(6600만원)보다 훨씬 많다. 소득 대비 대출 비율 역시 7.5배로 비자영업자(1.8배)와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의 경우 규모가 영세해 대출금액은 많지 않지만, 소득이 변변치 못해 연체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위는 진단했다.

 

음식점, 소매업 등을 주로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인당 8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연 소득은 1600만원에 불과하다. 월 100만원 남짓 버는 수준이다. 그나마 수입이 일정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나 상권 변화 등에도 취약하다.

 

금리 인상이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에 더 심각한 이유는 이들의 부채가 상대적으로 악성이고 고금리라는 점에서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다고 해서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오르지는 않는다. 조달금리 상승과 신용위험 등을 반영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C그룹 한계가구의 다중채무(2종류 이상의 대출 보유) 비중은 73%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괜찮은 A그룹은 35%, B그룹은 50%다. 생계형 자영업자 가운데 7∼10등급의 저신용자는 13.8%, 고금리 대출 비중은 14.3%다.

 

결국 금리 인상에 따른 대비책은 이들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에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장기적인 대출이자 증대와,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인해 ‘부동산 불패’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존재한다. <사진=PIXABAY> 

 

부동산 엑소더스?

 

이처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그간 초저금리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던 부동자금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낮은 금리 탓에 부동산 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대거 빠져나오거나 시중 부동자금이 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으로 흘러들어 가는 대규모 ‘머니 무브’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 집계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9월 말 국내 단기 부동자금은 1069조5715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자금 규모가 980조7531억원으로 집계됐지만, 1년 사이에 90조원 이상 늘었다. 전월과 비교하더라도 30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부동자금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다른 투자처로 옮겨갈 수 있는 자금을 뜻한다.

 

그간 저금리가 단기 부동자금을 늘린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은행권 고금리 상품이 부동자금을 흡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동은 서서히 일어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신호등 같아서 은행 금리도 따라 오르긴 하겠지만 움직임은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며 “게다가 시장금리는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선반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긴장한 모습이다.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거래 절벽을 맞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상승하면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상승기에 부동산 임대업의 대출금은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금 규모는 195조7107억원에 달했다. 2013년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111조56억원이었던 임대업 대출금은 불과 4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처럼 대출로 부풀었던 부동산 시장은 임대업자들이 대출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면 꺼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상승 기대가 꺾인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올 여지도 커지는 셈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대신 금융상품 투자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생긴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 예·적금 등 금융상품보다는 부동산 수익률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형 아파트로 보증부 월세(반전세)를 받는 박모(54·여)씨는 “예금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월세 수익률에는 못 미친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도 굳이 아파트를 팔고 은행에 넣을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금리보다도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기준금리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차후 정책 방향 시그널에 따라 가계가 부동산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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