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내
자유한국당, 국가보안법 이슈 꺼내든 내막
국정원 개혁 막는 野…‘북한 이슈로 되치기?’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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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1 [14:4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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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각종 정치개입행위로 수사를 받으며 위기에 빠진 국가정보원이 조직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는 등 강력한 셀프 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는 더 이상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북한 및 해외정보 만 수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국정원 개혁을 원하는 진보 측 입장에서는 미덥지 못하지만, 일단 개혁 의지만큼은 인정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국정원 개혁을 반대하며, 북한 도발을 더해 ‘안보 이슈’로 가져가려는 기류가 강하다. 이같은 국정원 개혁을 두고 향후 예산 심사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근혜 9년 적폐 청산 중심에 서 있는 국가정보원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 변경…해외·北 정보만 수집

강하게 반발한 자유한국당…안보이슈 꺼내들며 배수진

‘특수활동비’ 절반 삭감된 예산안…묻지마 의결 사라져

 

▲ 자유한국당이 대북상황을 거론하며 ‘안보 이슈’를 부각, 국정원 개혁안을 막고있는 상황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국가정보원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 등을 타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하는 등 강도높은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좌파에 의한 국정원 해체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실제로 법안 통과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대외안보정보원

 

국정원 개혁안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국정원이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정치관여 등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적폐와의 단절을 통해 오로지 국가안보 및 국익수호에만 매진하겠다는 각오”라며 명칭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정원 명칭이 바뀌는 것은 약 18년 만의 일이다. 국정원의 뿌리인 중앙정보부는 1961년 박정희 정권 당시 창설됐고, 20년 뒤인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개편됐다. 이후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기부에 산업스파이 색출 등의 기능을 추가해 지금의 국정원을 만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안기부를 개혁하면서 불법 사찰과 공작정치의 주역이란 오명을 벗겨낸다는 명분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인적쇄신 작업도 병행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그동안 국정원이 공작정치에 앞장섰던 과거를 분명히 청산하고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대공수사권 등 모든 수사기능을 폐지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고, 정보수집 범위를 구체화한 방안도 높게 평가되는 부분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정원을 해외 정보 수집·분석 등에만 집중시키는 ‘해외정보처’로 개편한다고 공약한 바 있었지만, 내부 반발과 당시 야권의 색깔 공세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했다.

 

또 지난 7월 국내정보 파트를 폐지한 데 이어 ‘정치관여 우려가 있는 정보 수집용 편제의 설치’도 법으로 금지했다. 정치관여 실행에 이르지 않더라도 정치관여 목적으로 정보 수집만 해도 처벌(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국정원은 현재 ▲형법의 내란·외환죄 ▲군형법의 반란죄 및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분야에 대한 정보 수집 기능만 유지하고, 수사는 검찰·경찰 등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찬양고무·불고지죄에 대해서는 “다른 수사기관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양심의 자유 침해 등 위헌 논란이 지속돼왔다”며 수사는 물론 정보 수집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에는 국정원의 권한을 제한하는 조항만 있는 게 아니다. 국정원은 ‘방위산업 및 경제활동 침해’ 관련 정보 수집을 새로운 직무범위에 추가했다. 국정원이 그동안 ‘국내보안정보’의 범주로 정보 수집을 해온 분야이지만 이를 좀더 세부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국가·공공기관 대상 사이버공격에 대한 예방 및 대응”도 새 직무로 명시했다. 국정원에 사이버테러 대응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염두에 둔 조항으로 읽힌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사가 직무상 기밀 누설의 우려가 있을 때 “원장이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 신설도 국정원의 초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독소조항이 될 우려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이 함께하는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수사권은 이관했지만 ‘안보침해 행위 정보’를 그대로 수집하도록 한 것은 여전히 광범위한 국내정보 수집과 사찰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은밀한 사찰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국정원이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게 된다면 민간인 사찰과 같은 국정원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법 개정안에서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권한이 유지된 점도 지적하며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권력기관화를 부추기는 이 조항을 국회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가정보원의 자체 개혁안에는 조직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꿔, 국내정보는 취급하지 않고, 북한 및 해외 정보만 수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자유한국당 반발

 

이같은 ‘국정원 개혁’이란 명분과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국정원법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제1당인 자유한국당은 초장부터 개혁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국회 통과에 험로를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이 국가정보원이 국정원 개혁안을 두고 “개악”, “말도 안되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를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과 비교하면서 국정원 개혁이슈를 국가보안법 이슈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보수층 결집과 ‘색깔론’ 공세에 활용해 온 국가보안법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법안이 제출되자마자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번 국정원 개혁안을 “좌파에 의한 국정원 해체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북한이 한밤중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날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 개혁안을 내놓은 사실에 국민들은 북한 도발보다 더 큰 당혹감과 충격을 받았다”며 “좌파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국정원 개혁위’의 생각대로 만든 국정원 개혁안은 국정원 스스로 존립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대공수사권 폐지 및 타기관 이관과 국가보안법 중 ‘찬양·고무죄’ 등에 대한 정보수집이 국정원 업무에서 제외된 점들이다.

 

정 원내대변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가안보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수집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안보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지난 11월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 모임 세미나에서 “국정원 개혁안은 ‘개악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대공수사권을 없애고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나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한다”며 “국정원 개혁방향은 정권의 국정원이 아니라 국가의 국정원으로서 독립성이 강화돼야 하는데 (현재는) 개혁안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국정원 근간 해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가 (이 개정안을) 막겠다고 했는데 노무현 정부 때 국가보안법 폐지 데자뷰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이주영 의원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원 개혁안은 국가보안법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것으로 말도 안되는 시도로 한국당이 철저히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 개혁위원회 간사 중 장유식 현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평소 국가보안법 폐지를 일괄되게 주장해 와 국정원에서 예전 같으면 잡아가야 될 사람”이라며 국가보안법 이슈를 언급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국정원 개혁안 방향성 논란을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으로 전환하려는 데는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보안법 존폐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해 온 이슈다.

 

야당으로선 현재 검찰 수사로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이슈보다 국가보안법 이슈로 전선이 갈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표로 안보 관련 문제가 중대하게 다뤄지는 시점이라는 점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국가보안법 폐지가 결국 무산됐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험을 환기시키면서 ‘대여 강경투쟁’으로 당내 결집을 호소하는 것이다. 나 의원과 이 의원 모두 차기 원내대표 경선 후보자로 언급되는 만큼, 국가보안법 이슈를 고리로 선명한 투쟁 야당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예산’ 국정원 활동비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이번 예산심사에서는 엄격하게 확인해 절반을 감액됐다. <사진=KBS 뉴스 캡처>

 

환영하는 여권

 

이와 대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며 국회가 국정원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개혁안이 최종 마련되면 국외 및 북한정보, 방첩과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방위산업 침해, 경제안보 침해 등에 있어 국정원 활동이 명확해지게 된다”며 “개혁안이 국정원법의 전면적인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는 국정원 개혁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1월30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관련, “국정원 개혁의 물꼬가 마침내 트였다”고 평가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명칭을 대외안전정보원으로 변경하고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으로 이관하겠다고 했다. 유능한 정보기관 재탄생의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보역량 훼손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미흡한 것은 개정 과정에서 더 과감한 개혁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여야가 정보위 내 개혁 소위 설치에 합의했는데 적극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국정원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전 정권 적폐를 청산하는 게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라며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국정원의 명칭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정권의 국정원에서 국민의 국정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 통과의 향방은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 타기관 이관 및 폐지와 국정원의 정보수접 범위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에서 가늠될 것으로 관측된다. 어느 기관에 어떤 방식으로 대공수사권 등이 이관되고, 국정원의 정보수집과 민간인 사찰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지을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위 장유식 공보간사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여야가 잘 협의해 처리해줄 것으로 본다”며 “다음달 개혁위 활동이 끝날 때까지 여야와 소통하며 개혁안 처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반액 삭감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가정보원장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국정원 특수활동비도 정부 예산안보다 크게 감액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수십억 원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측에 상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거기서 파생된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보위가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보위는 지난 11월27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국정원 예산안 심사를 마쳤다. 한 정보위원은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문제가 된 특수공작사업비 같은 부분을 손질했다”며 “국정원장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돈을 절반 정도로 깎았다”고 전했다.

 

그는 “국정원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정원 예산을 정보위원들밖에 들여다볼 수 없으니 과거보다 촘촘히 봤다”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국정원장 특활비가 절반가량 감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정보위원은 “(청와대 상납 출처인) 특수공작사업비를 많이 조정해 ‘페널티’를 줬다”며 “국정원의 내부 통제와 국회 정보위 차원의 외부 통제 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정보위원은 “정확한 전체 감액 규모에 대해서는 국정원과 협의한 후 최종적으로 발표할 것”이라며 “국내 정보수집 업무 폐지와 관련한 예산은 국정원 개혁 방안이 도출된 후 다시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보위 예결소위는 앞서 지난 11월20일부터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어 특수활동비 세부 항목의 사용처 등을 꼼꼼히 따져 묻고 여야 이견 없이 상당한 액수의 감액을 의결했다.

 

정보위 예결소위는 통상 한두 차례 회의를 거쳐 국정원 측이 제시한 예산안을 ‘묻지마 의결’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앞서 김병기 예결소위 위원장은 지난 11월1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예년과 달리 예산안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한 항목씩 살펴보겠다”며 “특수성을 이유로 구체화하지 않은 여러 비용을 제로베이스에서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엄격 심사를 예고한 바 있다.

 

한편,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로 창설됐다. 모토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중앙정보부는 1979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수술을 거쳐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꿨고,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국가정보원이라는 현재 이름을 갖게 됐다. 국정원 앞에 세워져 있는 모토도 이때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다가 2008년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 헌신’으로 변경됐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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