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사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메르스·사드 위기 넘긴 원동력
공격경영 성공. 해외 매출 1조원 임박…신라면세점 훨훨 난다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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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15 [11:1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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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의 최근 성장세가 무섭다. 숙박업과 면세업 등 ‘관광객 대상’ 서비스 사업을 주로 하는 호텔신라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이겨내고 상승세로 올라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호성적을 거두는 중심에는 이부진 사장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힘들 때 일수록 공격적으로 경영하는 ‘돌파력’과 ‘위기관리 능력’으로 인해 3년 전 메르스부터 최근 사드까지 이어진 악재를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 경영…메르스·사드위기 돌파

해외진출 활발…세계 최대 화장품 면세사업자 떠올라

내년 해외매출 1조 돌파 전망…해외시장 공략 가속도

세계 여성 100인 등극…선 굵고 매력적 경영 부각돼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제공=호텔신라>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호텔신라가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내고 부진에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그 중심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사업 추진력이 강해 ‘리틀 이건희’로도 불리는데 공격적 경영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공격경영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호텔신라는 내년이면 사드리스크 전보다 실적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텔신라는 사드보복의 여파가 이어지던 3분기에도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실적을 냈다. 여기에 중국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이런 추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주가 상승폭만 32%에 이른다. 20일에는 직전거래일보다 6.40%(5200원) 오른 8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호텔신라 주가가 8만5000원 선을 넘긴 것은 2015년 12월 이후 2년여 만이다.

 

호텔신라는 최근 3년 동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와 사드이슈 등이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해왔는데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위기상황에서도 국내 안팎에서 외형확대를 멈추지 않은 결과 면세점 매출이 2014년 2조6000억 원에서 내년 4조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어려운 때 체력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호텔신라는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지난 2분기마저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 당시 영업익으로 173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8% 감소의 성적표를 받아 비교적 선방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이에 이부진 사장은 수익성 악화에도 면세점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면세점 수는 내년이면 국내 3곳, 해외 5곳 등 모두 8곳으로 늘게 된다.

 

특히 글로벌 면세사업자로서 입지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호텔신라는 4월 홍콩 첵랍콕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사업권을 잇따라 따내면서 아시아 3대 허브공항인 인천과 홍콩, 싱가포르의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유일한 사업자에 올랐다.

 

연말 첵랍콕국제공항 면세점이 문을 열면 국내 면세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해외매출 1조 원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도 적자폭이 개선되고 있다. 10월에는 창이국제공항이 제4터미널을 열면서 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매장도 19개에서 23개로 늘었다. 제4터미널은 여행객이 출국심사를 받고 나와 탑승 게이트로 향하려면 반드시 신라면세점의 센터매장을 통과해야 하는 노른자위기도 하다.

 

호텔신라 호텔사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면세점사업 매출비중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 사장은 호텔사업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애를 써왔다. 

 

특히 이 사장의 야심작인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가 앞으로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20년 방한 외래객이 2320만 명을 초과할 경우 서울시내의 중고가 및 중저가 객실 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숙박시설을 짓는데 보통 3~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019년에서 2021년까지는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고가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신라스테이 객실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평균객실이용료가 올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신라스테이 기존점의 영업 안정화로 호텔사업부의 실적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사장은 신라스테이를 호텔신라 사업부로 꾸리지 않고 별도로 법인을 만들어 운영할 만큼 애정을 보여왔다. 2013년 말 신라스테이 경기 동탄점을 시작으로 4년 동안 무려 10곳을 추가 출점해 현재 모두 11곳에 이른다.

 

내년 하반기 베트남 다낭 등 2곳에도 출점한다. 부산 해운대와 다낭 등 휴양지에 신라스테이를 열면서 비즈니스호텔에서 레저형 호텔로 정체성을 넓히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호텔신라 호텔레저사업부 영업이익이 올해 100억 원에서 내년 250억 원으로 150%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 신라면세점의 해외매출이 1조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제공=호텔신라>

 

해외매출 1조원

 

이처럼 이부진 사장의 공격적 경영의 성과는 신라면세점에서 잘 드러난다. 신라면세점이 지난 12월12일부로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의 6개 면세점 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로써 신라면세점은 세계 최대 화장품 면세사업자가 됐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은 작년 방문객 수 기준으로 세계 3위 공항이다. 아시아 3대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동시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신라면세점이 처음이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예상 해외매출인 5500억원에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의 매출이 더해지면 내년에는 해외매출이 단숨에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4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글로벌 1, 2위 업체인 DFS, 듀프리를 꺾고 화장품·향수·패션·액세서리 분야 총 6개 매장의 사업권을 따냈다. 매장 규모는 3300㎡(약 1000평)이다. 이들 매장은 이전까지 DFS가 운영했다. 11일 DFS에서 매장을 넘겨받은 신라면세점은 2024년 9월까지 7년간 단독 운영한다.

 

신라면세점은 매장을 순차적으로 리뉴얼해 내년 상반기 그랜드오픈할 예정이다. 방문객이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매장을 꾸밀 계획이다.

 

소비자의 아름다움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매장명은 ‘뷰티&유(BEAUTY&YOU)’로 정했다. 국산 화장품 브랜드 12개를 포함해 향수,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200여 개가 입점할 예정이다.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상주하면서 화장품과 패션 상품을 골라주고, 상품기획자(MD)가 한국과 일본의 떠오르는 인기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한다. 신라면세점 최초로 남성 전용 매장도 들어선다. 남성용 화장품과 패션상품을 선별해 판매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면세 한류’ 전략에 따른 것이다. “면세점이 한류 전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이 사장은 2013년 개장한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보테가베네타 매장을 시작으로 마카오공항 면세점,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도쿄 시내면세점 등을 차례로 열며 신라면세점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장은 주주총회에서도 “면세유통사업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확장을 강화해 글로벌 명문 서비스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홍콩 면세점 입찰 때도 이 사장은 실무진에 △현장조사와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시장 분석 △소비자 수요 분석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운영방안을 제안하도록 주문했다.

 

이 사장은 특히 화장품 면세사업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 화장품이 신라면세점의 ‘면세 한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홍콩은 세계 3대 뷰티박람회 중 하나인 ‘홍콩 코스모프로프 아시아’가 매년 열리는 도시다.

 

신라면세점도 연간 7000만 명이 오가는 홍콩 첵랍콕공항에서 ‘화장품 박람회’처럼 한국 화장품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이를 위해 유망한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 스타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미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면세점에선 8000㎡ 규모로 화장품·향수 매장을 운영하며 중소기업 브랜드인 아로마티카, SNP화장품, 클레어스, 리더스 등을 들였다. 화장품은 일반적으로 면세점에서 매출 40%가량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신라면세점은 앞으로도 해외 면세점 입찰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한인규 호텔신라 면세부문 사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 면세점 입찰에 뛰어들겠다”며 “특히 화장품·향수 면세사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 우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식 사랑 남달라

 

이부진 사장은 ‘품질관리’ 및 ‘전통잇기’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식당 라연이 전세계 미식가들의 교과서인 ‘미쉐린 가이드’의 3스타를 2년 연속 획득한 데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전통사랑’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성일 셰프의 진두지휘 아래 온 팀이 완성도 높은 음식을 만들어 낸 것이 직접적인 평가의 대상이겠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길을 잡아준 이 사장의 지원이 라연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미쉐린은 지난 11월8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을 통해 라연을 2년 연속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했다. 국내 호텔에서 한식당을 하는 곳은 많지만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2년 연속 꼽힌 호텔 한식당은 라연이 유일하다. 미셰린 3스타는 전 세계적으로도 100여곳에 불과하다. 단순히 식당의 명예가 올라가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식문화를 대표한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신라호텔에서 운영하던 ‘서라벌’을 9년 만에 라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던 2013년만 해도 이런 결과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호텔 한식당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레스토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예와 격을 갖춘 한식을 제대로 선보이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히 국내에서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세계에 한식을 알리겠다는 꿈도 꿨다.

 

그의 이같은 각오는 현재 라연의 메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한식은 밥과 국, 여기에 반찬들이 더해진 한상차림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라연은 다르다. 라연은 점심과 저녁 모두 코스요리로 제공된다. 외국인들의 식습관에 맞춘 것이다.

 

이 사장은 한 상 차림으로 낼지, 코스요리로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하던 라연 오픈 초기에 코스요리의 형태가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코스로 제공되더라도 음식 자체만큼은 퓨전보다 전통 한식을 지키는 형태가 좋겠다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라연이 계절에 맞는 최고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 역시 최고의 재료가 최고의 맛을 낸다는 그의 철칙이 반영된 결과다.

 

이 사장의 한식 사랑은 지난 2015년 10월 ‘수운잡방’의 조리법에 따른 음식을 소개할 때에도 드러났다. 수운잡방은 광산 김씨 설월당 종가(宗家)의 조리서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종가음식 조리서다. 그는 신라호텔의 대표 한식당인 라연에서 종가음식이라는 문화유산의 상품화와 대중화를 선언한 것이다. 맨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본인도 직접 참석해 광산 김씨 설월당 종가 음식의 본질인 맛(味), 멋(美), 정(情), 예(禮)를 주의 깊게 살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종가음식은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보여주는 자랑스럽고 지켜나가야 할 문화유산“이라며 ”종가음식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화유산인 한식과 종가음식 뿐만이 아니다. 수년의 도전 끝에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한옥호텔 건립을 승인받은 것 역시 이 사장의 전통사랑이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 사장이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 분야의 실무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결국 미쉐린이 한식을 인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미쉐린 가이드 3성을 받은 신라호텔 한정식 식당 ‘라연’. <사진제공=호텔신라>  

 

세계여성 100人

 

이같은 호텔·외식·쇼핑 등 서비스 분야 다방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부진 사장은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7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순위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93위에 올르는 쾌거도 달성했다.

 

포브스는 전반적인 영향력, 관할하는 자금의 규모, 언론 노출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순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이 사장이 한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여성이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로 호텔 신라 사장을 맡아 매력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건희 회장의 장녀라는 점, 돈이 많다는 사실등이 중요한 근거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위에 이름을 올린 데 돈이 많은 것이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력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라면서 “이부진 사장이 사회공헌적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큰 몫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일부 CEO들의 갑질 사례들과는 정반대로 선행과 관련된 미담이 많아 마음이 따듯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CEO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부진 사장은 언론에 노출 될 때 선행이나 패션과 관련된 이유로 노출되는 일이 많았다. 대표적인 선행 사례는 2014년도 모범택시 기사가 신라호텔 정문으로 돌진해 4억원 가량을 물어줘야 했는데, 이부진 사장이 이를 면책해 주고, 병원비도 다 내주었던 사례가 뒤늦게 밝혀지며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표본이라며 화제가 되었다.

 

지난 10월 이부진 사장은 제주 향토 음식을 알리기 위해 호텔신라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지역사회를 위해 재능기부하며 사회공헌해 눈길을 끌었다.

 

이부진 사장의 제주 사랑은 특별하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제주도 연동에 위치한 한 고기국수집을 찾은 이부진 사장은 식당 주인 부부가 아픈 딸을 돌봤지만 끝내 딸은 사망하고 남겨진 병원비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사연을 접하고 격려했다.

 

이후 호텔신라 주방장과 직원들은 4개월 동안 부부의 식당을 수시로 찾아가 메뉴 개발 및 주방 설비, 외관 개선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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