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진실
최순실 키운 괴물 ‘마피아즘’
온정주의 조직문화의 괴물…‘우리가 남이가?’
김용진 교수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7/12/22 [09:59]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법조·경제·문화·스포츠계 비리들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국가 구석구석에서 혈세를 빼먹으며 각종 비리를 저질렀고, ‘적폐 세력’으로 지목된 현재까지도 꽁꽁 뭉쳐 처벌을 최소화 하고 있는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적폐 세력들이 각종 국가적 비리의 중추로 암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시킨 대우조선 부실회계 및 공적자금 지원을 둘러싼 논란,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해양 관련 인사들의 비리, 대기업들을 둘러 싼 각종 특혜 및 비리의혹 등등 최근 우리사회를 들쑤셔놓은 대형 비리와 관련된 사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복잡하게 얽혀진 이익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하는 그들만의 리그(이 글에서는 마피아즘이라고 한다)는 한국사회에 음으로 혹은 양으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한국을 부패사회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낳고 있다.

    


 

마피아 문제 근원은 끼리끼리 뭉치는 ‘이익의 카르텔’

‘계급성’ 약한 한국사회서 유난히 횡횡하는 ‘관피아들’

가장 큰 마피아즘 ‘관피아’…나날이 낮아지는 ‘효율성’

모피아·세피아·교피아·원피아·팜피아 등 관피아들 활개

사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발전 하는데 저해요소 작동

마피아즘 분쇄하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제한조치 필요

 

▲ 마피아즘은 끼리끼리 뭉쳐서 남을 배제하고 이권을 철저히 챙기는 경향을 말한다. 즉, ‘우리가 남이가’라고 말하고 다니는 조폭과 다름없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사진=PIXABAY>

 

[글=김용진 교수] 마피아즘은 끼리끼리 뭉쳐서 남을 배제하고 이권을 철저히 챙기는 경향을 말한다. 마피아는 국가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뭉쳐있고, 그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폭력과 살인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확보된 자금력을 기반으로 금융과 산업, 정치 등에 까지 개입하여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는 범죄조직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피아즘의 속성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그들만의 끈끈한 배타적 유대감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범죄적 이익공유’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어느 사회이든지 마피아즘이 만연하기 시작하면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 곳곳에서 비효율성이 커지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지체되고 마피아 네트워크 이외의 사람들은 부당하게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부당한 취급을 받으면서 살게 된다.

 

한국에서 최근까지 가장 많이 비판받아 왔던 마피아즘의 일종은 관피아였다.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에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하여 요직을 독점하는 현상을 말한다. 낙하산 인사랑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데 낙하산 인사는 보통 해당 직무와 상관없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말하고 관피아는 해당분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을 영입하는 것인데 이 사람이 관에서 있었던 사람이거나 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문제는 모피아(기획재정부 마피아), 교피아(교육부 마피아), 세피아(국세청 마피아), 팜피아(식약청 마피아) 등 관피아 뿐 만 아니라 정피아(정치인 마피아), 원피아(원자력 마피아), 축피아(축구협회 마피아), 건피아(건설 마피아), 철피아(철도 마피아) 등 등 보다 넓고 깊게 퍼져있는 이익의 카르텔이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의 카르텔은 이제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 막고 불평등한 사회로 내닫게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도대체 왜 한국사회에 이러한 마피아즘이 만연하게 되었는지, 어떤 유형의 마피아즘이 횡행하는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남이가

 

아마도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건배사가 ‘우리가 남이가’일 것이다. 여러분은 이 말의 연원을 알고 있는가? 이 말은 ‘초원복집 사건’이라고 불리는 14대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희대의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1992년 12월11일, 14대 대통령선거 사흘 전, 부산 초원복집에 검·경·안기부·재계를 망라한 부산지역 기관장들(김기춘 전 법무장관,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검장 등)이 모여 “우리가 남이가” “영도다리 빠져죽자” 등 지역감정 조장 발언들을 하면서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자고 모의했다. 그런데 이 모임이 언론에 보도됐고 문제가 되자 쟁점을 ‘도청’으로 바꾸어 이 모임 참여자들이 오히려 피해자 행세를 했고 불리한 상황에 처했던 김영삼 후보가 기사회생하여 경상도 지역의 몰표를 받으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써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하지 말았어야 할 발언들이 불리하게 작용하기는커녕 당선에 도움이 되었으니 지배이데올로기가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신은 큰 대통령선거판에서, 그보다 작은 국회의원선거에서, 그 보다 더 작은 각종 선거나 사업에서 뭉치는 것이 당선을 담보하거나 혹은 이익을 담보해주는 특별한 공식으로 인정되었다. 특히 공직자들의 경우, 공직을 그만 두고 나가 사업을 하거나 거대조직에 몸담으면서 전관예우라는 형태로 각종 특혜를 받고 비리 행위를 일삼게 되는 암묵적 배경이 되었다. 관피아라는 말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부각되었던 것은 청해진해운이 운영하던 세월호가 2014년 4월 16일 진도에서 침몰하면서 해양관련 공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의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관예우나 모피아 같은 단어는 아주 오래 전부터 관치경제, 관치금융 등 우리사회의 문제를 말할 때 쓰여지던 용어다.

 

문제는 공무원들만 이러한 내부 써클 혹은 범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이익의 카르텔이 주는 유혹은 실로 대단해서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카르텔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마피아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는 일시적인 사회문제가 되어 대중의 비난을 받더라도 그 비밀스럽고 끈끈한 연대의 특성 상 조만간에 묻히게 되고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이러한 마피아즘이 횡행하는 것일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계급이 매우 약하다고 한다. 계급이 없는 한국사회에서는 나이가 유일한 계급이고 기수가 유일한 계급이다. 공직, 군대, 학교, 직장,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이 원칙은 적용된다. 선배는 후배를 보살펴야 하고 후배는 선배를 모셔야 한다. 후배를 잘 챙기지 못하는 선배는 덕망이 없고 무능한 선배이고 선배를 잘 모시지 못하는 후배는 시쳇말로 ‘싸가지 없고 무능한’ 사람이다. 후배를 잘 챙기지 못하는 선배는 퇴직 후에 자리가 없고 선배를 잘 챙기지 못하는 후배는 승진이 없다. 이들 선후배 혹은 친구 사이는 남이 아니다. 바로 우리이다. 선배 또는 친구의 이익이 내 이익이고 후배 또는 친구의 이익이 내 이익인 까닭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익의 카르텔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관피아’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면서 가장 오래된 마피아즘의 하나이다. <사진=PIXABAY> 

 

최악은 관피아

 

관피아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면서 가장 오래된 마피아즘의 하나이다. 관피아에는 모피아(기획재정부 마피아), 세피아(국세청 마피아), 교피아(교육부 마피아), 원피아(원자력 마피아), 팜피아(보건복지부, 식약청 마피아) 등이 있다. 이러한 관피아가 형성되었던 이유는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던 시기에 국가시스템을 운영하려니 제도를 해석하는 사람과 인맥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사람과 인맥이 시스템이 갖춰진 지금까지 힘을 쓰고 있으니 시스템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비효율이 높아진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MOSF,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한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캠코), BC카드,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 금융관련 기관은 기획재정부 산하이고 이들 최고기관장 자리는 으레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우 역대 위원장 6명이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이고 금융감독원 또한 부원장급 이상 대부분이 모피아 출신이다. 증권산업쪽도 마찬가지다.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원,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등의 최고경영층들 대부분이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선배, 후배 등 비공식적 관계로 끈끈하게 묶여진 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전화 한 통 혹은 식사 한 끼로 업무 협조를 이뤄낸다. 공식적인 관계와 비공식적인 관계가 엉키면서 공식적인 형태보다는 비공식적인 형태를 통해 문제를 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금융과 관련된 문제들은 관행상 비밀리에 추진되기 때문에 밀실회의가 일반화돼 있는데, 이러한 것도 비공식적인 문제해결을 강제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물론 모피아의 역할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는 시장의 미성숙으로 인해 정부가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했고,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도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 위기를 조기 탈출하는 역할도 했다. 특히 한국처럼 금융제도에 모호한 점이 많고 관료들의 해석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는 비공식적인 관계가 효율적이다. 문제는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국가의 경제정책이 검증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시를 통해 결정된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 환경에서는 이러한 비공식적 의사결정 시스템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금융 관련 정책의 법적 절차를 좀 더 정교히 할 필요가 있다.

 

세피아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관세청과 마피아의 합성어로 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 부처 중 가장 힘이 센 이들 정부기관의 전임자들이 국세동우회, 관세동우회 등의 조직을 만들어 이권에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세금 징수를 담당하고 전국에 걸쳐 조직화되어 있는 이들과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탈세와 절세 사이를 넘나드는 복잡하고 미묘한 세금 문제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잘못되는 경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세동우회나 관세동우회는 매년 신년인사회를 열고 전·현직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각 지역별로도 지부를 중심으로 신년인사회와 정기총회 등을 개최한다. 국세청이나 관세청 사람들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대 모토처럼 '한 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라며 서로 챙겨준다. 현직에 있던 사람이 은퇴하고 세무사나 관세사로 개업하면 현직에 있는 후배들이 편의를 봐주어 일이 쉽게 되도록 힘을 쓴다. 법무법인이나 세무법인, 일반기업들은 이러한 관행을 알기에 고위 간부들이 퇴직하면 바로 모셔 온다.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국세청 퇴직자들은 술 병뚜껑업체에도 재취업하는데 국세청이 술 병뚜껑 개수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제도로 인해 만들어진 풍경이다. 국세청이 납세 병뚜껑 사업자를 지정하기 때문에 국세청 퇴직자들은 병뚜껑을 납품하는 삼화왕관과 세왕금속에 감사나 이사, 부사장, 혹은 대표이사로도 재취업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감독하고 제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경제 검찰’이라고도 불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무원들은 퇴직 후 조사 대상인 대기업이나 기업의 법적 대리인이 되는 대형 법무법인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현직에 영향을 주게 된다. 공저거래위원회 퇴직 후 재취업하는 조직을 예를 들면 공정위와 직접 연관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공정경쟁연합회 회장, 상조보증공제조합 이사장, 그리고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등이 있고, 기업과 법무법인인 LG경영개발원 자문역, KT 상무, 롯데제과 자문, 법무법인 바른과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등이 있다. 그것이 기업의 공정거래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와 업계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자리이든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재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피아 혹은 핵피아는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공공조직과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공공조직은 원자력 정책 최고 결정 기구인 원자력위원회를 필두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국제협력재단, 한국원자력산업회, 그리고 실행조직인 한국수력원자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번 원자력과 관련된 기관에서 일을 하면 이들은 가족이 되어 순환하게 된다. 원자력에서 진흥과 규제 업무는 서로 그 지향점이 달라 서로 견제를 해야 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은 원자력 업무의 특성과 관계없이 돌고 돈다. 그것이 규제든 진흥이든 상관없이. 원자력 산업체 근무자, 과학기술자, 정치인, 관료가 한 몸이 되는 강한 연대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사람들은 ‘원자력 레짐’이라고 부른다. 원피아는 말 그대로 체르노빌 핵사고나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보여 주 듯 철저하게 정보를 은폐하고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관료들 간, 혹은 관료와 공공조직간 이동에다가 학술단체와 민간의 이동이 더해지면서 원피아는 완벽한 마피아로 재탄생한다. 이들을 비판하고 견제할 세력이 아예 없어진 것이다. 두산중공업,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등 원전 건설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원전 건설의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고위임원이나 정부 쪽의 고위인사를 모셔오고 학술단체에 대폭적인 지원을 한다. 원전산업회와 한국원자력학회의 인력도 공유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철저한 비밀주의에 기반한 끊임없는 사건 사고의 은폐와 정보의 독점을 근간으로 원피아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다.

 

토건 마피아는 국토부의 퇴직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토목건설과 관련된 12개 협회의 (해외건설협회, 한국감정평가협회,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한국골재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전문건설공제조합, 건설공제조합,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나 부회장들은 거의 모두가 국토부 출신이다. 국토부가 이처럼 막강한 자리들을 독식할 수 있는 이유는 대형 인프라 공사나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고, 건축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으며 건설 관련 협회의 감독권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건축 토목과 관련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어 민간영역의 회사들이 현직 국토부 관료와의 채널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아주 강하고, 이러한 필요는 퇴직관료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보장한다. 또한 이들이 쉽게 민간영역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불투명한 후보 선임 절차에 기인하기도 한다. 건설 관련 협회가 회장을 선임할 때는 대부분 추대 형식을 취하고 있고,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추천한다. 이사회추천이라고 해도 내부와 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한 추천이 아니라 회장 혹은 국토부의 사전 내락을 받은 사람을 추천하게 되니 밀실추천과 다를 바가 없다.

 

노피아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출신의 노무사들과 건설업체가 만들어낸 변형 마피아이다. 이들 감독관 출신 노무사들은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후임인 현직 감독관에게 청탁을 해서 해당 업체의 불법이나 비리를 눈감아 주도록 압력을 가한다. 이를테면, 퇴직 감독관이 건설사와 현직 감독관 사이에서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인데 근로감독이라는 말단의 권력을 가지고 이익의 카르텔을 만들어낸 변형적인 관피아다.

 

팜피아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내의 약사 출신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말한다. 식약처는 식품·의약품에 관한 안전을 책임지는, 즉 사람의 목숨을 다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서 중의 하나이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실이 분석한 2005년부터 2014년 4월까지의 식약처 4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현황자료를 보면 93명 중 83명(89.2%)이 퇴직 2년 이내 유관기관이나 이익단체 혹은 관련 민간기업에 재취업했다. 이들 중 14명은 한국분석기술연구원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 식품과 의약품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유관기관으로, 17명은 대기업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식품산업협회 등 이익단체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여기에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한 사람 숫자도 25명이나 되었다. 이런 짬짜미 구조에서 식품과 의약품 안전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 한국 원전 학계의 카르텔. <사진=뉴스타파 영상 캡처>

 

기타 마피아즘

 

한국 사회를 보면 앞서 언급된 관피아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마피아즘이 횡행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부분은 분야별 마피아즘을 다루는 글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최근에 한 청년의 죽음으로 이슈가 되었던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도시철도공사를 지칭하는 말로 메피아라는 말이 만들어졌고, 실력 대신 학교와 파벌을 중요시 한다고 해서 한국축구협회에 붙여진 이름인 축피아, 그리고 대한항공과 관료들의 유착 혹은 대한항공의 독보적인 입지로 인해 벌어지는 항공정책의 난맥상을 꼬집는 말로 쓰이는 칼피아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다.

 

메피아라는 용어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철도와 관련해서는 2014년 철도공단의 부실시공과 특혜비리가 적발되었을 때 철피아라는 용어가 만들어져 쓰였고, 메피아는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을 사망에 이르도록 한 배후라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서울메트로는 매년 누적되는 적자로 인해 공기업 개혁의 표적으로 인식되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정원을 10%인 약 1000명을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해직된 서울메트로 출신들이 민간 용역업체인 은성PSD를 만들었고 서울메트로로부터 용역사업을 위탁받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 이후로도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이 재취업하는 통로로 이용되어 왔다. 이처럼 서울메트로 1·2급 고위직들이 은성PSD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이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데는 지하철 관련 업종 취업제한 규정 등이 없었던 것도 원인이 되었다.

 

축피아는 축구협회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국제대회가 끝나는 시점마다 문제가 되어왔다. 실력에 따라 선수를 기용하거나 감독을 발탁하지 않고, 학연과 파벌에 의해 감독을 선임하고 선수를 선발하다보니 충분한 실력이 있음에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혹은 실력이 없는 사람들로만 대표팀을 만들어 국제대회에 나가니 망신스러운 결과를 안고 온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축구협회에서 기술위원장에 자격이 없는 사람을 선임한다든지 경험이 일천한 감독을 선입한다든지, 혹은 납득할 수 없는 선수단 구성을 한다든지 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들이 거의 모두 인맥과 학연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칼피아는 대한항공 (KAL)의 고위급 인사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대한항공의 고위급 인사들이 국토교통부에 취업해서 정책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대항항공에 유리한 결정들을 많이 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관피아와는 달리 대한항공은 민영회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항공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국토부에 이들 임원이 재취업을 함으로써 현장과 정책의 유착이 심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을 해야 하나?

 

앞서 논의된 대로 마피아즘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끼리끼리 뭉쳐서 남을 배제하고 이권을 철저히 챙기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서, 사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발전하는데 저해요소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공직자의 재취업에 제한을 두거나 아예 재취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들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공직자가 퇴직한 뒤에 재취업을 할 경우에 1, 2년씩 기한 제한을 두며 이를 위반할 경우엔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유사업무에 재취업하는 경우에는 취업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한조치가 개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지만 공공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재취업 시에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점점 강해지고 있는 마피아즘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제한조치가 필요하다.

 

마피아즘을 없애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이미 기득권화된 분야들이 많아 마피아즘을 해체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선은 이슈화를 한다는 의미에서 논의해 보자. 첫 번째는 법에 의해 각종 진흥업무를 맡고 있는 공공기관과 이러한 공공기관과 쌍생아처럼 태어난 각종 협회를 해체하는 것이다. 한국의 각종 법률 혹은 법령은 정부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면서 규제업무가 되었든 진흥업무가 되었든 그 실행 단위로 각종 공공기관과 협회를 상정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공공기관과 협회가 퇴임공직자들의 재취업기회를 보장하고 있고 이들을 통해 강력한 이권 카르텔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런 관행은 후임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고 협회를 만들도록 조장하고 있어 극심한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공직자 윤리법을 대폭 강화하여 공직자들의 비윤리적인 재취업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는 일부 공직유관단체와 협회 등은 재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재취업 심사에서 검토하는 업무연관성을 소속 기관이 아닌 부서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문화관광체육부 공무원이 강원랜드나 관광공사 등에 취업심사 없이도 취업할 수 있고, 농축산식품부 공무원은 곡물협회 사료협회에, 방위사업청 공무원은 각종 군사 관련 협회와 방산업체에 취업이 가능하다. 공무원이 민간의 협회를 장악하고 민간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둘째는 업무연관성을 소속 기관이 아닌 부서로 한정하면 회사 전체로는 업무연관성이 있지만 부서 자체로는 업무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체계는 형식적으로는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규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동안 관피아 논란의 핵심이 되었던 공공기관이나 협회를 중심으로 재취업 자체를 합법화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정부 예산의 사용 방법을 보다 시장친화적인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만약 정부의 예산 사용 형태를 보다 시장친화적인 형태로 바꾼다면 첫 번째 제시한 공공기관이나 협회를 줄이는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직접적으로 기업에게 출연하는 R&D예산을 살펴보자. 현재 R&D예산은 공공기관들이 배분하고 감독한다.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잘 제출하고 받아서 쓰면 그만이다. 예산의 부정 사용이 아니더라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딱 좋은 구조다. 사업에 대한 심사는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진행하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공평성에 많은 회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벤처캐피털이나 이와 동일한 투자업무를 하는 금융기관들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R&D자금을 심사하고 수혜기업은 이 자금에 상응하는 자신의 보통주 지분을 내놓던지 아니면 우선주를 발행해서 충족을 시킨 다음 R&D가 성공해서 성과가 있을 경우 이를 원래 가격에 되찾아가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다.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