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흉기 변질된 ‘타워크레인’

끊임없는 참사…건설 현장 ‘죽음의 탑’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2/22 [10:20]

하늘 위의 흉기 변질된 ‘타워크레인’

끊임없는 참사…건설 현장 ‘죽음의 탑’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2/22 [10:20]

경기도 평택시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또다시 타워크레인이 부러지면서 근로자 한 명이 추락해 숨졌다. 지난 12월9일 용인 물류 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9일 만이다. 특히 이 크레인은 지난 12월9일 ㈜한국산업안전이 검사를 실시해 하루 뒤 합격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용인 사고 이후 전국 타워크레인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으나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타워크레인 참사가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300명이 훌쩍 넘는 사상자를 낼 만큼 빈번한 사고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6건 발생한 사고…줄어들지 않는 참사

건설현장 마다 쓰이지만 정작 안전 관리는 크게 소홀

‘하청업체의 딜레마’…공사기간 맞추려 무리하게 운용

약했던 정부의 감시의지…안일한 행정이 참사 키워와

 

▲ 지난 12월18일 발생한 평택 아파트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사진=KBS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건설현장마다 아찔하게 솟아있는 대형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 19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당하면서, 그 심각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어지는 참사

 

지난 12월18일 오후 2시 40분쯤 평택시 칠원동의 GS건설 자이 더 익스프레스 3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L자형 타워크레인 20층 높이에서 인상 작업을 하던 정모(53)씨가 약 6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정씨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던 이모(46)씨 등 3명, 조종석에 있던 운전기사 신모(33)씨는 다리 등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씨 등 3명은 안전 고리를 착용해 추락을 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2월9일에는 경기 용인시 물류 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인상 작업을 하다 크레인이 부러지면서 3명이 추락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또한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10월10일 오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또 대형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경기 의정부시 낙양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이 쓰러졌다. 이 사고로 아파트 14층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작업하던 이모(55)씨와 염모(52)씨가 지상으로 추락해 숨졌고, 김모(56)씨는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숨졌다.

 

지난 5월20일에는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상승작업 중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23일에는 서울 마곡지구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앞부분이 꺾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타워크레인 일부가 도로로 전복돼 자칫하면 차량과 행인을 덮칠 수도 있었다. 5월13일에는 경기 부천시의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30민터 높이의 소형타워크레인이 강풍에 꺾이면서 인근 상가의 노래방 간판을 내리쳤다.

 

또한 ‘노동자의 날’이었던 지난 5월1일에는 삼성중공업의 거제 선박건조장 7안벽의 800t급 골리앗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타워크레인 상부 철골수평대 50~60m가 부러져 노동자들의 휴식장소인 흡연실과 화장실을 덮치면서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형 크레인 사고는 지난 5월까지의 사고 뿐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타워크레인은 전국적으로 5881대가 사용되고 있으며 크레인에 의한 중대재해는 점차 늘고 있다. 2012년에는 타워크레인 중대재해가 한건도 없었지만 2013년 5건, 2014년 6건으로 늘었다. 2015년에는 1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건으로 뛰었다.

 

이처럼 올해만 해도 수없이 발생할 타워크레인 사고는 수년간 수많은 건설 인력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2012년 이후 5년간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40명이 넘는 근로자가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전국적으로 270건의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해 33명이 숨지고, 252명이 부상했다. 최근 일어난 평택 아파트 건설 현장 등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46명, 부상자는 3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연도별 사망자는 2012년 3명, 2013년 8명, 2014년 4명, 2015년 2명에서 2016년과 2017년 각각 10명과 19명으로 크게 늘었다.

 

타워크레인과 함께 건설기계에 포함된 이동식·천장크레인까지 합한 산업재해건수는 같은 기간 4067건에 달했다. 이 사고로 194명이 사망하고 3937명이 다쳤다.

 

특히, 크레인 사고 사망자 194명 중 원청인 건설사 소속 근로자는 87명(44.8%)이고, 하청 근로자는 107명(55.2%)으로 파악됐다. 보통의 산재사고와 마찬가지로 하청근로자의 비율이 높아 크레인 업무도 하청 근로자들이 위험을 떠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자료를 받은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상습적으로 크레인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업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정밀안전검사 강화를 위한 평가방식의 개선도 시급하다”며 “국토교통부가 93%의 크레인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소관부처지만, 사고와 관련해선 고용노동부가 책임감을 갖고 획기적인 대책을 수립해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아찔한 높이까지 올라가 건설을 돕는 타워크레인은 한번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큰 참사로 번지게된다. <사진=PIXABAY>

 

하늘 위 흉기

 

이처럼 지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으며, 올해 들어서만 10여 차례 타워크레인 사고가 나면서 업계에서는 ‘하늘 위 흉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설 현장이 고층화·대형화하면서 많이 쓰이지만 정작 안전 관리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도심 속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 주변 건물과 보행자도 위험해진다.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은 보통 원청인 건설사가 크레인 대여 업체로부터 빌려 작업한다. 전문가들은 영세한 크레인 대여 업체들이 대여료 낮추기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업체들은 크레인을 빌려줄 때 통상 설치와 해체는 이른바 ‘도비팀’이라고 불리는 업체에 재하청을 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한 연쇄적 외주화 속에서 작은 하청 업체들은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노동자들만 죽어 나간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월10일 의정부시에서 철거 도중 넘어진 타워크레인은 제조된 지 27년 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원인이 노후 부품 등 기기 결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의정부경찰서는 원청업체와 타워크레인을 대여한 업체, 크레인 해체를 담당하는 하도급 업체등 현장 사무소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타워크레인은 사용 연한 제한이 없고, 정확한 생산 연도를 알기 힘들다는 점도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약 6000대의 타워크레인 중 21.3%가 20년 이상 된 것들이다.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국산 중고 크레인 등은 제작일자나 수입일이 조작된 경우도 많아 노후 타워크레인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노동자들의 지적이다. 시민안전감시센터 관계자는 “10년도 넘은 장비가 최근 만들어진 것으로 서류 등록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부품 결함 등을 잡아내지 못하는 형식적인 타워크레인 정기 검사 관행도 반복되는 타워크레인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타워크레인은 국토부에서 위탁을 받은 6개의 기관들로부터 6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받는데 이 과정에 ‘봐주기식 검사’ 관행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검사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기관이 검사를 까다롭게 하고 부적합 판정을 많이 내리면, 크레인 대여 업체들이 그 기관에 검사를 맡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깐깐한 검사를 해야 하는 기관들이 오히려 ‘고객’인 크레인 대여 업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셈이다. 타워크레인 운전사 이모(41)씨는 “검사원이 크레인에 올라가 보지도 않고 서류만 보고 적합 판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5월의 남양주 타워크레인 사고에서는 업체 측이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수입산 순정 부품을 주문하지 않고, 철공소에서 제작한 ‘사제 부품’을 사용한 게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지난 10월12일 원청업체인 H사 현장소장과 비순정 부품 제작을 지시한 하도급업체 관계자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중 원청업체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안전책임자, 크레인업체 대표 등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하청업체는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타워크레인의 중요 부품을 도면도 없이 철공소에 임의로 제작을 의뢰한 뒤 사용했고, 원청업체는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다.

    

▲ 타워크레인 참사가 이어지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공사기간 맞추려…

 

실제로 공사기간으로 인해 무리하게 운용하다가 참사가 발생하는 케이스도 빈번하다. 10여 년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 김모 씨는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말한다. 강풍에 지상 최대 200m 높이의 대형크레인이 휘청거려도 정해진 하루 작업량은 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간풍속이 초속 15m 이상일 때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지하도록 한 기준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그는 “대부분의 아파트 공사현장이 선분양제 방식이라 입주 때까지 무조건 공사를 끝내야 해 나쁜 기상에도 작업을 강행하기 일쑤며 그나마 풍속계도 없는 크레인도 많다”며 “건설사 요구에 싫은 내색도 못한다”고 한숨지었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타워크레인 업체도 고충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타워크레인 업체 A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선정 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고민이 크다고 토로한다. 안전관리비까지 다 떼고 남은 가격(최저가)으로 입찰가를 써 내도 낙찰 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원청인 건설사가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무조건 제일 낮은 입찰가를 써 낸 하청업체의 장비를 임대해 쓰는 구조 탓이다.

 

그는 “타워크레인 12톤 기준 한 달 적정 임대료가 700만원인데, 최근엔 400만~450만원까지 떨어졌고, 한때는 150만원에도 장비를 넣은 적도 있다”며 “저가 수주는 장비점검 소홀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번 경기 의정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는 이런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타워크레인 사고는 올해만 6번 반복돼 12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수십톤의 무거운 자재를 들어 나르는 핵심 장비이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하늘 위 흉기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사고 때 마다 정부가 나서 “사고 업체 퇴출”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타워크레인 사고가 ▲아파트 선분양제 ▲다단계 하청 ▲부실한 안전점검 ▲속도전 작업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겹친 ‘인재’인 만큼 사고원인이 되는 구조적 구습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현장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아파트 선분양제도는 공사여건과 무관하게 공사기간이 미리 정해져 있어 공기에 맞춰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부추긴다. 건설사 요구대로 공정을 진행하다 보면 현장안전을 위한 교육과 장비점검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업체의 안전 의식도 여전히 미비하다. 고용노동부의 ‘크레인 관련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밀안전검사도 받지 않아 과태료 처분된 크레인 수가 2014년 116대에서 2015년 148대, 지난해 205대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건설사가 최저가 입찰을 통해 값싼 임대료를 주고 타워크레인을 조달하는 최저가 입찰제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싼 값에 수주받은 하청업체가 비용절감을 위해 정비 등의 안전관리비를 줄일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감시 의지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방치해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책임 떠넘기기 관행도 일어난다. 우선 건설기계로 분류되는 타워크레인은 현재 검사 등 구조적 안전은 국토교통부가, 현장 작업 안전은 고용노동부로 이원화돼 책임 있는 대응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사전 안전점검부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크레인의 가동 전 기계적 결함 유무 등을 살피는 안전점검을 민간에 맡겨 진행한다. 크레인 업체들은 합격률이 높은 대행사에 검사를 몰아주고 대행사도 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봐주기식 검사관행이 팽배하다.

 

실제로 지난 12월18일 평택 아파트 사고의 경우에도 크레인이 지난 12월9일 ㈜한국산업안전이 검사를 실시해 하루 뒤 합격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용인 사고 이후 전국 타워크레인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으나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처벌의지도 약하다.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5명의 사상자를 낸 타워크레인 붕괴사고와 관련, 원청업체 현장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현행법상 원청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강도 높은 책임 강화를 강조하는 정부의 의지를 무색케 했다.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안전점검을 민간에 맡기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무려 270여건의 사고가 빈발했는데도, 안전검사 통과율이 97%에 달할 정도다.

 

정부의 느슨한 규제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들이 현장에 즉시 투입되는 구조도 사고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크레인 설치·해체작업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24시간 단기 교육 이수생들이 고 위험 현장에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현장에서 크레인 조종사에게 신호를 주는 신호수는 2시간 교육만 받으면 일할 수 있다.

 

그리고 대여 업체 부품의 노후화도 크게 지적된다. 결국 타워크레인의 신고와 수리, 운전 등을 한꺼번에 관리할 부처의 일원화, 작업환경을 악화시키는 공기 단축과 최저가 입찰제, 다단계 하청, 장비 노후화에 따른 안전성 검사 강화 등의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은 설계에서 벗어난 그 어떤 작은 요인에도 붕괴 될 수 있는 최적화된 구조물”이라며 “사고 재발을 위해선 작업환경을 악화시키는 다단계 하도급과 최저가 입찰제는 물론 작업자의 자격요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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