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물가 상승, 심상치 않은 이유

“체감물가 폭등하니까 살 물건 없네요”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1/05 [13:12]

새해 물가 상승, 심상치 않은 이유

“체감물가 폭등하니까 살 물건 없네요”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1/05 [13:12]

2018년 새해 들어 식품, 가구, 화장품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물가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재료 값, 인건비, 물류비 등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줄줄이 오른 탓이다.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생활물가 폭등으로 서민생활 고충…경기성장 찬물

외식업계 가격인상 도미노…고유가·최저임금 원인

 

▲ 다양한 이유로 생활물가가 인상되어 서민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생활물가)가 지난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올해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와 고유가 지속, 최저임금 대폭 인상 여파로 더욱더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감물가가 예상을 뛰어넘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경우 자칫 민간소비가 위축돼 현재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경기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체감물가의 상승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 서비스를 포함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도보다 1.9% 상승했다. 이는 2012년 2.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도보다 2.5% 올라 2011년(4.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 12월 기준으로는 1년 전보다 1.6% 상승했다.

 

참고로 생활물가지수는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피부를 느끼는 장바구니물가(체감물가)로 불린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품목 중에서도 특히 기본적인 생필품과 소비자가 자주 사는 품목 142개의 판매가격을 종합해서 평균한 값을 기준으로 만든다.

 

문제는 서민들이 피부로 와 닿는 체감물가가 올해에는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 급증과 국제유가 상승 기조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달성이 확실시 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과 함께 민간소비가 올해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민간소비의 경우 지난해보다 2.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전망대로 소비가 늘면 그만큼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아질 확률이 높아 물가 역시 상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제유가의 경우 올해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배럴당 최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가격이 폭등해 소비재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승하는 외식물가

 

무엇보다 외식물가는 5년 연속으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밥, 소주, 라면, 짬뽕 등 서민이 주로 즐기는 외식 메뉴 가격이 많이 올라 피부로 느끼는 상승은 더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외식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현상은 5년째 계속되고 있다. 외식물가는 2013년 1.5%, 2014년 1.4% 상승한 후 2015년 2.3%, 2016년 2.5%를 기록해 2%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전체 소비자물가는 2013년 1.3%, 2014년 1.3%, 2015년 0.7%, 2016년 1.0% 등으로 1%대에 머물러 대조를 보였다.

 

상승 품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서민이 주로 찾는 품목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김밥은 작년 한 해에만 무려 7.8%가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와 비교하면 4배나 높은 수준이다.

 

한 잔에 일상의 스트레스를 담아 날려버리는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도 5.2% 상승해 주머니를 가볍게 했다. 맥주 가격도 2.5% 오르며 서민이 즐기는 폭탄주인 ‘소맥’의 원가를 높였다.

 

갈비탕(4.5%), 라면(4.2%), 짬뽕(4.0%), 볶음밥(3.6%), 설렁탕(3.3%), 짜장면(3.2%), 구내식당식사비(2.8%) 등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뛴 품목이었다.

 

통계청이 분석하는 전체 39개 외식품목 중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인 품목은 스테이크(1.9%), 돈가스(1.8%), 비빔밥(1.7%), 생선 초밥(1.4%), 치킨(0.9%) 등 16개에 불과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김밥 등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작년 달걀값이 많이 오르는 등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소주 가격도 작년 초부터 병당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올린 곳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새해부터 치킨 등 외식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프랜차이즈 인상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외식 가격이 줄줄이 인상돼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원재료 값·물류비 인상 등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서민들의 주머니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KFC와 롯데리아는 최저임금이 오르기에 앞서 일찌감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KFC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치킨·버거·사이드·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인상했다. 평균 가격 인상폭은 5.9%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전체 74종 제품 중 버거류 12종, 세트 15종, 디저트류 1종, 드링크류 5종 등의 가격을 조정했다. 데리버거 가격을 2500원서 2000원으로 낮추는 등 가격 인하를 진행했으나,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를 각각 100원과 200원 올리는 등 제품 30종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과 비난에 못 이겨 이내 철회한 치킨업계도 올해만큼은 더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 등 원가 상승 압박이 심해져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KFC는 지난 29일부터 치킨, 버거, 사이드,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평균 가격 인상폭은 5.9%다. 롯데리아는 지난 11월 불고기버거 100원, 새우버거 200원을 인상하는 등 버거와 디저트, 음료 가격을 올렸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인건비와 유류비, 매장 임차료 상승 등으로 가맹점에서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판매가 조정은 2년9개월 만으로, 늘어나는 운영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식 프랜차이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놀부부대찌개는 대표 메뉴인 놀부부대찌개 가격을 7500원에서 79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전체 찌개류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신선설농탕도 대표 메뉴인 설농탕 가격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순사골국·만두설농탕 등은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리는 등 전체 메뉴 가격을 약 14% 인상했다. 

 

죽 전문점인 죽 이야기도 버섯야채죽·꽃게죽·불낙죽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0원씩 올렸으며,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메뉴들의 가격도 조만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베이커리나 도넛류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 생산지인 미국과 호주에 닥친 가뭄으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해, 국내 밀가루 관련제품도 가격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것. 통상 국제 밀 가격이 국내에 4~5개월 뒤에 반영되는 만큼, 지난해 여름 가격상승분은 올해 1월, 늦어도 2월에는 반영될 전망이다. 제빵·도넛 업체 측은 인건비와 원재료 값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입장이다.

    

우려수준 아냐

 

다만 이같은 가격 인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물가 인상을 우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물가가 불안정한 시기가 있었으나 지난 4분기부터 농산물과 전기요금 등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가격 인상은 외식업과 화장품, 가구 등 일부 유통업계에만 한정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것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에는 “콕 집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격을 올렸다고 연관지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 “외식업과 달리 가구나 화장품업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많다고 할 수 없는 업종이기 때문에 제품가격 인상이 반드시 인건비 부담 때문이라고 관련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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