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LGU+, 보편요금제 ‘사면 초가’ 빠진 내막

강력한 정부 의지…“요금 스스로 내려야 하나…”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1/05 [13:14]

SKT·KT·LGU+, 보편요금제 ‘사면 초가’ 빠진 내막

강력한 정부 의지…“요금 스스로 내려야 하나…”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1/05 [13:14]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안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과 관련, 통신사가 수세에 몰렸다. 정부와 통신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통신요금 절감 정책협의에서 정부가 제안한 ‘보편요금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통신사들의 매출은 단순 계산으로도 1조 2000억 원가량 줄어들게 되며 큰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는 그동안 다른 통신비 인하 정책협의는 평행선을 달려왔는데, 보편요금제만큼은 정부 측 의견이 확고하다고 설명하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통령 필수 공약 사안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 시동

통신비 절감위해 ‘마지노선’으로 책정한 ‘보편요금제’

수용불가라고 맞서는 통신사…매출 1조원 이상 줄어

정부·시민단체 등 사방에서 공격…선제적 가격인하?

 

▲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안인 통신비 인하 절감 정책의 핵심사안으로 ‘보편요금제’를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정부와 시민단체의 보편 요금제 도입 압박에 이동통신사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보편요금제는 기존 3만원대 요금제를 2만원에 제공하는 게 주요 골자다. 만약 도입된다면 2만원대 요금제만 사용해도 음성통화는 약 200분, 데이터는 1GB를 쓸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보편요금제 요구

 

현재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 판매에만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저가 요금제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7년 8월23일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에게 보편 요금제와 흡사한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통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의견 수렴 중이다.

 

시민단체 역시 보편요금제 즉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통3사가 지나치게 부를 축적하고 있는 점과 이통 3사가 요금제를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통사 최근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통사는 투자 지출 완료 후에도 3조원 가까운 큰 이익을 냈다”며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보편 요금제를 도입해 경제적 곤란함으로 통신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보편적 통신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 핀란드 경영 컨설팅 업체 리휠 비교 분석 자료를 보더라도 국내 요금제는 독일이나 리투아니아 등 국가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비싸다. 그들 국가에서 30유로, 국내 화폐로 3만8000원으로 국내 최고가 요금제와 흡사한 요금제 이용이 가능하다”며 “국내는 3만원 대 요금제로 300MB 데이터 요금제만 이용 가능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결국 통신 서비스 자체를 의식주와 같이 인간 생활에 필수적 재화 또는 서비스, 즉 필수재로 보고 있는 것인데, 이는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22일 “통신 서비스는 공공재는 아니더라도 필수재다”며 통신비 인하 정책 당위성을 피력한 것과 동일한 주장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통신비 인하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협의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협의회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시민단체, 이동통신 3사·알뜰폰협회·단말기 제조사 관계자 등 총 20명이 참여해 2017년 11월 10일 출범했다. 오는 2월 말까지 운영되며 협의회가 낸 결과는 3월 정기국회에서 활용된다.

    

통신비 인하 대책

 

그동안 도입됐거나 추진 중인 통신비 인하 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신규가입자 선택약정할인률을 25%로 상향 ▲단말기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다. 선택약정할인은 지난해 통신사들이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도입됐고, 나머지 두 정책은 협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협의회에서 세 가지 정책을 ‘패키지’로 묶어 도입해야만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중심으로 나머지 두 가지 정책을 병행해야만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선택약정할인제도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자급폰·중고폰 사용자들에게도 요금할인으로 신규 구매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자는 판단에서 마련된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지난해 9월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상향조정됐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란 이동통신사는 통신 서비스만, 단말기 제조사는 휴대폰만 각각 판매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 가입이 한 번에 이뤄지는 구조다. 

 

과기정통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으로 ​연 8조 원대에 이르는 ​이통 3사 마케팅 예산 중 절반 정도 절감된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경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4조 원 늘어나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직접적인 이익이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없어 선택약정할인 25% 상향과 보편요금제 병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협의회가 첫 번째 의제로 삼고 출범 이후 최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비공개 회의를 진행해왔지만 결국 무산됐다. 찬성 의견은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중립이나 부정적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 무산에는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게 작용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으로 선택약정할인 25%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사는 현재 가입자에게 통신사 이동을 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걸고 지급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더 이상 줄 이유가 없어진다. 통신사는 지원금 실적과 지원금을 받은 가입자가 일으킬 미래 수익을 근거로 할인율을 산정하는데, 지원금 내역이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사라진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협의회는 사업자(통신사)들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단말기 자급제) 자체 시행이 가능한 만큼, 일단 의무 조항 없이 시장이 자율적으로 자급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2월 협의회 활동이 종료되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단말기 자급제가 무산되면서 정부 측은 보편요금제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의 통신비 인하 정책 세 가지 가운데 추진 의지가 가장 강력하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협의회에서 논의가 시작됐고, 1월 중순쯤 결론 낼 가능성이 높다.

 

보편요금제는 기존 월 3만 원대에 해당하는 음성통화 200분·데이터 1GB를 2만 원대에 제공하는 요금제다. 이 제도는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이 요금제 출시를 강제한다. 출시 대상을 한 업체로 제한해도, 경쟁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뒤따라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밖에 없다.

 

알뜰폰 업계도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한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통신시장 요금이 낮아지는 구조다. 앞서의 협의회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약한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수준인 월 1만 1000원 수준만큼 내리려면 이 구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 보편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1조원 이상의 매출감소가 우려되면서 통신 3사인 SKT·KT·LGU+는 강력반대하고 나섰다. <사진=KBS 뉴스 캡처> 

 

곤혹스런 통신사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로 연간 1조 2000억 원가량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통 3사의 매출이 1조 원가량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이통 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논의 과정에선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보편요금제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율 상승으로 이미 매출과 영업이익률에 타격이 크다. 보편요금제 도입은 통신 시장 전체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사자 중 하나인 이통업계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회의적이다. 알뜰폰 업계가 저렴한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이통사에게 값을 내리라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다.

 

A 이통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무선 사업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낸 것인데, 마치 요금제를 통해 폭리를 취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무선 사업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통사들은 안 그래도 낮은 무선 수익이 완전한 적자가 될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에서 모든 것을 그들 편의에 맞춰서 자료를 왜곡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면 소비자들이 이통업계를 곱게 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B 이통업체 관계자 역시 “시민단체들의 근거로 자주 인용하는 리포트는 오류 그 자체”라며 “그들 입맛에 맞게 자료를 각색해 사용하면서 이통사를 몰아붙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시만단체들이 주로 언급하는 리휠 리포트를 문제삼으며 “각 국가 별 통신 요금이 요금제 구간별 데이터 제공량, 요금할인, 약정 등 조건이 다 다른 상황이다. 리휠 리포트는 국내 데이터 제공량 대표 요금제로 299(데이터 300MB 제공) 요금제로 선정했는데, 국내 요금 수준에서 그 요금제가 국내 데이터 제공량을 대표하는 요금제는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휠은 이동통신 재판매(MVNO) 업체를 포함한 보고서라고 밝혔지만, 보고서 전체에 국내 알뜰폰 사업자 요금제는 하나도 없다. 이 외에 선택약정할인 등 어떤 고려도 없이 내놓은 보고서로 보란 듯이 이통업계를 비난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이통사들은 요금제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수년 간 이어져온 요금체계”라고 항변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SKT의 경우, 요금제를 정부로부터 인가받고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보고 다른 이통 업체도 비슷한 요금제를 맞춰 내놓는 것이다”며 “정부가 결정해준 요금제를 이제 와서 담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편요금제가 도입된다면 현재의 알뜰폰 업체는 사실상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A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에 저가 요금제가 생기면 알뜰폰 업계가 큰 피해를 볼 것이다”라며 “이미 알뜰폰 업계 적자 폭이 늘고 있는데, 보편 요금제까지 도입된다면 버틸 업체가 없다. 물론 소비자는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방어논리 골몰

 

통신사들은 이같은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편,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가 각각 다른 형태로 일부 요금제를 잇달아 ‘자진 인하’했는데 이는 일종의 ‘명분 쌓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는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밝혔지만, 제 살을 깎는 개편을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내면서 보편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약화 시킨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보편요금제 도입만큼은 통신사들이 수세에 몰렸다고 입을 모은다. 보편요금제를 추진 중인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와 휴대폰 유통점 대표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이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알뜰폰 업계가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 의견을 내며 통신사 쪽에 섰지만, 과기정통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점유율을 지켜줄 수 있는 특별 조항을 신설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88%(이통 3사)보다는 12%(알뜰폰 업계)에 특례를 주는 방식으로 전체 통신 요금을 줄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 입장에선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알뜰폰 업계가 같은 편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협의회는 보편요금제 논의를 오는 1월12일부터 이어간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경우 통신사 입장에선 자급제용 단말기 출시 확대, 유심요금제 출시 활성화 등 대응방안이 있지만, 보편요금제는 상대적으로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완전 자급제 논의도 간신히 임시 합의를 냈는데, 보편요금제 논의의 경우 정부 측 의지가 강력하더라도 양측이 강력하게 대립하는 만큼 보편요금제 논의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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