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포착
‘마녀의 법정’서 열연 펼친 배우 정려원
“묵직한 주제였지만 시청률까지 따라 계탔네요”
이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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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05 [14:1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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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으로 사이다 활약을 펼친 배우 정려원이 ‘마녀의 법정’으로 2017년을 마무리했다. 정려원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녀의 법정’이 끝난 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정려원은 극중 마이듬처럼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라운드 인터뷰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마녀의 법정’ 성범죄 묵직한 주제…시청률 좋아 성공

캐릭터의 힘 있어 출연을 결정하는 데 어렵지 않았어

옷차림도 캐릭터에 맞게 구상…단촐한 패션으로 맞춰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 목표로 집중하여 연기

 

▲ 배우 정려원 <사진제공=키이스트>     © 사건의내막

 

정려원이 연기한 마이듬은 성고문 피해자인 어머니 곽영실(이일화 분)이 사라진 뒤 검사가 된 인물이었다. 승소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성폭력 가해자는 물론 공안 형사 출신으로 영파시 시장이 된 ‘절대 악인’ 조갑수(전광렬) 앞에 서도 언제나 기죽지 않고 날을 세웠다.

    

어두웠던 주제

 

“캐릭터의 힘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하는 데 어렵지 않았어요. 성범죄는 사회에서 빈번하게 생기는 일인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죠. ‘누군가는 이런 작품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주제가 쉽지 않아 걱정도 많았는데, 시청률까지 따라와서 ‘계 탔구나’ 싶었어요(웃음).”

 

정려원은 “여성 직장인들이 관례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은 옳지 않다’고 짚어주는 핀포인트가 된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멜로드라마가 강세를 띠는 가을에 방송돼 어두워 보이거나 시청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실제 피해자들이 ‘마녀의 법정’을 보고 지난 아픔을 떠올릴까였다.

 

“작품을 표현하는 데 항상 조심했죠. 실제로 피해를 겪은 분들이 보실 수 있어서 쉽게 장면들을 넘길 수 없더라고요.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루는 가이드라인이 좋았어요. 실제로 검사로 재직 중인 분에게 자문을 받기보단 정도윤 작가님이 3년 동안 쓴 극본을 잘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사건 현장과 더불어 법정 신이 많았던 ‘마녀의 법정’을 위해 정려원은 법정 영화나 드라마를 참고했다. 그는 인터뷰 중 직접 일어나 검사석이나 배심원 자리 위치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마녀의 법정’ 세트장 증인석과 배심원 자리가 예상보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 두 곳을 보면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는 해설이 곁들여졌다.

 

정려원에게 ‘마녀의 법정’은 남다른 의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는 “어두움 뿐만 아니라 밝음도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작품”이라며 ‘마녀의 법정’을 소개했다.

 

“사건들이 있어서 어둡게 흘러가면 불쾌해질 수 있는데, 최대한 밝고 에너지 넘치게 하면서 ‘강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걸 하면서 밝은 에너지도 굉장히 강한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어떤 사건 앞에서든 거침없는 입담으로 재판을 이끌었던 마이듬은 소심한 성격의 정려원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이듬이처럼 하면 편할 거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실제로 제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평소 친구들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친구들이 알아요. 싫은지 아닌지는 잘 몰라요. 저는 그럴 때 (싫다 아니다 말하기 보다) 친구들이 얘기하는 걸 보는 편이에요. 어딘가 가자고 했을 때 제가 가겠다고 하는 건 진짜 좋은 거예요. 싫은 건 티를 안 내는 편이었어요. 싫다고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이제는 ‘나 이듬이야’, ‘나 바빠’ 하면서 조금 더 표현하게 됐어요.(웃음)”

 

정려원이 맡은 마이듬은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7년차 에이스 검사였다. 할 말을 다 하는 ‘사이다 캐릭터’를 준비하며 절친한 친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듬이를 닮은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저희 그룹의 사이다 역할을 해요”라고 말했다.

 

“저는 친구들이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라면 그 친구는 먼저 물어보는 편이에요. 그 친구를 보면서 저런 성격인 애가 캐릭터로 나왔으면 좋겠다 싶어서 리딩을 시켜 봤어요. 그 친구에게는 대사가 아니라 그냥 말이더라구요. 저는 어디서 강조를 해야지, 어떻게 해야지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후루룩 하는 데도 무게감이 느껴져서 많이 조언을 구했어요.”

 

7년차 에이스 검사가 이끈 사이다 전개는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마검’ 뿐만 아니라 ‘마크러쉬’, ‘우리듬’, ‘코카듬’, ‘듬부기’ 등 애칭도 늘었다. 정려원은 “제가 꼬부기 캐릭터를 닮았다고, 웃을 때 귀엽다고 붙여주신 별명이에요”라며 ‘듬부기’를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으로 꼽았다.

 

정려원은 “사실 드라마를 하면서 댓글이나 온라인 반응을 잘 보는 편은 아니에요”라고 했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팬들이 붙여준 별명들을 다 알고 있을 만큼 댓글 반응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드라마 찍으면서 한번씩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찾아 봤어요. 극중 피해자들이 등장하는데 실제 피해자 분들이 방송을 보게 될 수도 있잖아요. 제가 잘못 표현해서 2차 피해가 생기거나, 그 분들의 마음을 잘못 전달하는 게 있을까, 상처 받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댓글들을 검색했어요.”

 

극중 마이듬은 자신이 취조했던 피의자로부터 몰카(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혼자 사는 집의 화장실에서 나올 때 거울에 뭔가 있다는 걸 생각하니까 너무 끔찍했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도 소름이 끼치더라구요”라고 털어놨다.

 

“물론 내가 당한 게 아니라 극에 불과하지만, 촬영하는 당시에는 피의자 역할을 맡았던 배우도 미울 만큼 ‘제대로 응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진짜 놀랐고 화나서 어떻게 해서든 법적인 조사를 받고 판결 받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처벌 받는 모습을 보고 너무 행복했어요.”

 

연기 외에 옷차림도 캐릭터에 맞게 구상했다. 통이 큰 바지를 입고 단화를 신으면서 서류가방만 단출하게 맨 마이듬은 모습만으로도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려원은 “옷이나 가방 신발도 여러 개를 준비하지 않고 돌려가면서 사용했다”고 했다. 마이듬에 맞게끔 겉치장을 최대한 자제한 것이다.

 

마이듬은 자신의 어머니를 성고문한 조갑수를 법정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곽영실이 증인석에 앉아 조갑수가 법의 심판을 받으면서 '마녀의 법정'은 막을 내렸다. 16회 동안 이를 위해 달려왔던 만큼이나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마이듬이 재판부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주고, 피고인에게 조금 더 냉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면 한 여자의 불행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하는 게 16회 동안 제작진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 배우 정려원 <사진제공=키이스트>

 

연기 대한 호평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인생 캐릭터 경신 등 쏟아지는 호평으로 향후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정려원은 “저한테는 다 소중했기 때문에 항상 인생 캐릭터를 했었어요”라며 “열심히만 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라 열심히 꾸준히 한 덕분에 이런 결과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운 좋은 때가 맞거나 시기적으로 잘 맞는 게 있어요, 항상. 그렇게 꾸준히 해야 이런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작품을 찍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 주는 게 좋은데 그런 걸 생각한다면 제가 운이 없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마녀의 법정’ 뿐만 아니라 tvN ‘풍선껌’(2015)처럼 가슴 따뜻한 로맨스도 “언제든 웰컴”이라고. 정려원은 “제 작품을 보신 분들이 언제든 다시 꺼내봤을 때,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베스트 셀러보다 스테디 셀러’다. “이번에는 스테디 셀러가 베스트 셀러까지 돼서 기뻤고, 제 나름대로 고르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초반 4권까지는 스테디 셀러의 느낌이 나는, 기획의도에서 스테디 셀러들을 해 왔어요.”

 

베스트 셀러가 된 ‘마녀의 법정’이었기에 한층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그는 “어떤 작품을 대할 때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요.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에 집중하자. 매번 내가 배울 수 있는 역할을 하자. 새로운 분야도 두려움 갖지 말고 도전하자, 이런 마음이 생겼어요”라고 밝혔다.

 

또한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도 빠질 수 없었다. 정려원은 “연기로는 상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 인기상을 받고 싶어요. 인기상은 한 번도 못 받아 봤는데, 진짜 인기가 증명된 사람들이 받는 상이잖아요? 저도 그런 인기 한 번 받아보고 싶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동료와의 호흡

 

‘마녀의 법정’은 남성이 여성을 이끌어가는 통상적인 남녀 주인공 역할에서 벗어나 즉흥적이고 열정적인 마이듬의 뒤를 여진욱(윤현민 분) 검사가 받치는 것으로 그렸다. 여성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성범죄’라는 주제가 남녀 성대결로 왜곡되는 것을 차단해 작품이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윤)현민이는 정말 배려심이 있는 친구예요. 연기할 때도 잘 맞았고요. 현민이 덕분에 마이듬을 잘 살릴 수 있었죠. 원래 제 성격은 마이듬과 정반대예요. 서로 마찰이 있을 때는 그 자리를 피하는 편이죠.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졸보인데, 마이듬이 상사의 잘못된 점을 쏘아붙일 때 진짜 통쾌하더라고요.”

 

‘앙숙 콤비’로 여아부 사건을 함께 해결하며 호흡을 맞춘 윤현민과는 베스트 커플상보다 베스트 콤비상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커플로서는 한 게 없어요. 베스트 파트너십, 베스트 콤비로는 활약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게 있다면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어 “원래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베스트 콤비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마녀의 법정’이 끝나고 시험을 마친 학생의 시원한 마음이 든다는 정려원. ‘마녀의 법정’ 애청자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같이 달리시느라고 고생하셨어요. 스피디한 전개가 있어서, 답답하고 미쳐버릴 것 같다가 시원한 것도 있고 화도 나고, 그래서 같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이 달려와주시고, 이듬이를 예뻐해주셔서 감사해요. 또 만나요.”

 

한편, 정려원은 신재호 감독의 영화 <게이트> 개봉을 앞두고 있다.

    

brnst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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