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내
진박감별사의 당연했던 몰락, 최경환
적폐정권 2인자…‘철창행’으로 정치인생 끝내다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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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05 [14:3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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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권력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이 말은 결국 임기내내 위세등등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 후 구속되면서 뼈저리게 느껴지게 됐다. 최정점에 섰던 인물이 각종 비리·국정농단 혐의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그 수하에 있던 간신들도 대거 재판장에 서게 됐다. 그리고 최근 드디어 전 정권의 실세 정치인이자 ‘진박 감별사’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이 철창행을 지게 되면서, 적폐청산의 또 한발을 내딛었다.

 


 

문재인 정권 첫 현역의원 구속사례로 기록된 ‘최경환’

박근혜 정권 실세로 암약…‘문고리 3인방’과 호형호제

자연스레 청산되는 친박계…논평도 없는 ‘자유한국당’

흔들리는 ‘여소야대’ 구도…야권인사 비리수사 활발해

 

▲ ‘진박 감별사’로 불리며 전 정권에서 권세를 누리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결국 구속수감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4일 새벽 구속된 최경환(63) 자유한국당 의원은 수많은 친박(친박근혜) 정치인 중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핵심 실세’로 꼽힌다.

    

구속된 최경환

 

그는 전 정권 기간 옛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하며 막강한 정치적 권한을 손에 쥐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에 가장 먼저 구속된 현역 의원이 됐다. 이는 개인적인 불명예인 동시에 정권 교체를 전후해 가속화한 친박 세력의 정치적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행정고시 22회 출신인 최 의원은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을 거쳐 1999년 예산청에서 관료 생활을 마쳤다.

 

잠시 언론계에 몸담은 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옛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북 경산·청도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같은 해 당 수도이전대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으면서 이 사안에 관심을 보인 당시 박근혜 당 대표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처음 대권에 도전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는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으며 전폭적인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집권 여당 원내대표와 경제팀 수장을 지낸 그는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최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배경에 그가 경제부총리로서 지녔던 예산편성권뿐 아니라 당시 여권 ‘실세’로서 동료 의원들의 예산안 처리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점이 작용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최 의원이 국정원 측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활비 상납 및 증액을 요구한 정황도 일부 파악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인사였다고 알려질 정도로 긴밀한 관계였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을 최정점으로 둔 국정원 특활비 유용 의혹에도 깊이 연루됐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전 실장에게서 ‘이병기 전 국정원장 지시를 받고 최 의원을 정부서울청사 경제부총리 집무실에서 만나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의원을 상대로 구체적인 자금수수 경위와 사용처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청와대가 국정원에 상납을 요구한 경위가 밝혀질 지도 관심사다. 검찰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매월 5000만원~2억원 등 총 36억 5000만원 상당의 국정원 특활비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국정원 상납은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로 시작됐다. 아울러 최 의원 역시 국정원 측에 상납과 금액 증액을 직접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3년 5월 남재준 전 국정원장 측에 특활비 상납 시작을 요구했다. 이후 2014년 7월 이병기 전 원장에게는 상납금 증액을 요구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검찰은 최 의원을 상대로 국정원에 돈을 요구하게 된 경위 등 파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최 의원은 1억원 수수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일 때부터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과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이 관계는 3인방이 청와대로 들어가고 나서도 유지됐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제공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인사는 “3인방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 활동비가 부족하자 최 의원이 나선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 의원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 그대로 수용됐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직원을 채용하라고 압박한 혐의로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옛 새누리당 공천 예비후보에게 출마 포기를 종용·협박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12월20일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최경환 의원 등 박근혜 정부 인사가 줄줄이 철창행을 면치 못하면서, 친박이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길로 가는 중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몰락한 적폐정권

 

이처럼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이 구속되면서, 최 의원에 대한 수사성과에 따라 관련자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문고리 3인방’의 일원인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국정원 자금을 건넨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현재 조윤선·김재원·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원종 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한차례 구속위기를 면한 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연루자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할 방침이어서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또한번 박근혜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의 최정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문고리 3인방 및 이원종 전 실장과 공모해 36억 5000만원을 국정원에서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중 33억원을 이재만 전 비서관이 별도 금고에 보관해왔다. 검찰은 약 15억원을 대포폰 개설과 운영, 삼성동 사저 관리비용, 기치료·운동치료·주사비용, 문고리 3인방 관리비 등 박 전 대통령의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본다. 나머지 18억원은 쇼핑백에 포장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소환조사와 서울구치소 방문조사 등을 시도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실패하자 공범자 진술과 물증 등을 바탕으로 피의자 직접조사 없이 기소키로 결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상납금 사용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최씨의 조사 거부로 개입 전모를 확인하지는 못 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3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본인의 1심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고 있다.

    

청산되는 친박?

 

이처럼 ‘친박계 원톱’으로 박근혜 정부 최대 실세로 군림했던 최경환 의원이 지난 1월4일 새벽 구속된 것은 정치세력으로서의 친박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청산”을 선언했던 자유한국당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동료 의원의 구속을 받아들였다.

 

그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1월4일, ‘최경환 키드’들은 하루종일 조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맞서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까지 만든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탄핵 뒤 최 의원과 함께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집 앞을 지켰던 박대출·민경욱 의원 등 최 의원과 가깝던 이들은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보궐이사 추천에는 ‘문재인 정권의 만행’이라는 성명을 내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최 의원을 위해서는 단 한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옛 친박계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던 한 의원은 “우리는 이미 폐족이 되지 않았느냐”며 각자도생 상황을 전했다.

 

다만 최 의원이 구치소에 갔다는 소식에 친박계 의원들은 “설마 했는데 결국…”이라며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과 함께 같은 당 이우현 의원(재선·경기 용인갑)이 공천헌금 등의 명목으로 10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정치 보복’이나 ‘야당 탄압’이라는 흔한 대변인 논평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 의원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 최측근이다.

 

“최경환·서청원 자동소멸”을 선언했던 홍준표 대표, 박근혜 정부 시절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비박계로 핍박 받았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 2명이 동시에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로서는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하기 떨떠름했던 친박 청산을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 대신 마무리 해준 것”이라고 했다.

    

여소야대 ‘흔들’

 

한편, 자유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이 4일 나란히 검찰에 구속되면서 이들의 국회의원직 유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향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법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상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이 확정되거나 하급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의원은 대부분 야당 소속이어서 2016년 4·13총선으로 형성된 ‘여소야대’ 구도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0대 국회 들어 검찰의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로 의원직을 잃은 이는 한국당 김종태(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민의당 최명길(서울 송파을), 민중당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 등 3명이다. 이들 가운데 김 전 의원 지역구에선 지난해 보궐선거가 치러져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당선됐고 최·윤 전 의원의 지역구는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보궐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항소심까지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은 3명이다. 한국당 박찬우(충남 천안갑), 국민의당 박준영(전남 영암·무안·신안), 같은 당 송기석(광주 서갑) 의원인데 역시 모두 야당 소속이다.

 

한국당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배덕광(부산 해운대을),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의원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권 의원은 오는 1월22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배 의원은 1월25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각각 앞두고 있다.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 위반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 차원에서 정치인들이 연루된 각종 비리 의혹을 타깃으로 대대적 수사에 나섰다. 벌금 100만원 이상만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 선거범죄와 달리 일반 형법상 범죄는 금고 이상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 상실로 이어진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이 현직 국회의원 2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점에서 보듯 공무원의 뇌물수수죄 등에 대한 법원 판단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최 의원 지역구(경북 경산)와 이 의원 지역구(경기 용인갑)도 ‘무주공산’이 돼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외에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공공기관 취업 청탁 등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야당 의원이 3∼4명 더 있다.

 

결국 향후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선 지금의 ‘여소야대’가 ‘여대야소’로 뒤바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실제 2004년 총선에서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이 가까스로 원내 과반수를 확보했으나 이후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으며 ‘여대야소’가 깨진 전례가 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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