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 ‘나눔’에 있는 이유

‘발전’보다 ‘공유’…“기술 독점 의지 해체하라”

이성관 기자 | 기사입력 2018/01/26 [11:35]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나눔’에 있는 이유

‘발전’보다 ‘공유’…“기술 독점 의지 해체하라”

이성관 기자 | 입력 : 2018/01/26 [11:35]

최근 몇 년간 정치·경제·사회를 막론하고 자주 거론되는 주제중 하나가 바로, ‘4차 산업’이다. 미래먹거리인 4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에대한 투자에 한창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4차 산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개념자체가 모호하기도 하다. 물론 ‘1차 증기기관’, ‘2차 전기’, ‘3차 IT’처럼 ‘4차 AI(인공지능)’ 정도로 정의되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가지고 오는지는 아직도 애매한 것이다. 결국 향후 4차 산업의 발전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미래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이 수없이 언급되는 대한민국

‘IT 버블’때와 비슷한 현상…공허한 말로 분위기만 띄워져

4차 산업 실체에 대해 사회가 충분히 합의한 해답 있어야

여전히 ‘2차 산업혁명’에 머물러 있는 마인드 혁파 필요해

 

▲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출처=삼성 뉴스룸 캡처> 

 

전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미디어를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나라가 어디일까? 이 질문의 답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단연코 우리나라라는 것을.

    

모호한 정의

 

우리는 이미 2000년대 초 이른 바 ‘IT버블’현상이 있을 때 이와 유사한 현상을 경험했다. 그때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온다는 말만 무성할 뿐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않았다. 단지 ‘좋은 것’ 혹은 ‘미래의 먹거리’ 정도의 단순한 이해로 접근한 것이다.

 

현상과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앞으로 다가온다’는 신념만 가득한 상태로 IT버블은 형성되었고, 거품이 사라지자 빚더미에 짓눌린 개인들만이 그 후폭풍을 감내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때보다 더 겁나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른 바 ‘IMF시대’를 맞닥뜨리기 바로 전까지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개인들은 가진 돈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개인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기초 기반이 있었던 탓에 다시 한 번 재도약의 길을 열었다. 3년 만에 IMF시대의 종언을 선포하고 다시 경기가 살아났으며 IT관련 기업의 창업이 엄청나게 활성화되었다.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생긴 아래 맞았던 IT버블사태에는 그나마 치명적인 피해 없이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가계부채 1400조인데, 이는 안전핀이 뽑힌 폭탄과 같아서 조금이라도 정책적인 악수(惡手)를 두면 국가적인 경제재앙을 가져 올 도화선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성숙했고,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예측의 기반은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해석은 IT버블 때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세상이 IT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도 들어맞았다. 다만 그 중심에서 우리가 밀려났을 뿐이다.

 

수많은 미디어에서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한 번도 제대로 제시된 바 없다. 모호하지만 그럴 듯한 단어를 나열하여 공허한 말로 분위기만 띄우는 방식이 IT버블을 부추기던 때와 다를 것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의 맥락은 증기기관 발명으로 대변되는 1차 산업혁명부터 이어져 온다. 2차 산업혁명은 미국의 포드자동차에서 고안한 컨베이어 벨트로 대변되는 자동생산체제이고, 3차 산업혁명은 PC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혁명을 말한다.

    

4차 산업의 질문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떤 구분점이 있는가?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대응되는 단어를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3D프린터’, ‘인공지능’ 등으로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기술에 집중한 단어들은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위의 기술들은 모두 수십 년 전부터 연구되었고, 이미 상용화된 기술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 최대의 전략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을 저술하면서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런 말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든다.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에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금방 발을 들여 놓을 곳이 없을 듯한 불안감을 가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시작한다고 해서 그 변화에 중심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관망하며 본질을 파악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시작되었다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고, 또 사회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 올까?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 줄 수 있는 언론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어 보인다. 본지에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있지도 않은 것을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술의 변화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이 그랬듯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 변화는 지금까지 산업혁명이 그랬듯이 뚜렷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변화를 한 해 한 해 체험할 것이고, 그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기술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은 일순간에 우리를 뒤흔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부터 아주 천천히 생활 전반으로 번져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한 세대정도가 지난 다음에야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처음에는 빅데이터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도태될 것처럼 말했고, IoT기술이 우리 인생을 모두 바꿔 놓을 것처럼 말하다가, 한동안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 갈 것처럼 떠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실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혹여 그 시대가 확실히 올 것이고, 이미 왔다고 해도 우리는 이 질문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이 생기지 않는 한 그런 시대는 올 수 없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충분히 납득하고 합의한 해답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망만 남기고 사라진 IT버블처럼 사변적인 것만 남기고, 정작 혁명적 변화에는 뒤처지는 전철을 또 밟게 될 것이다.

    

▲ 정부가 정의한 4차 산업혁명. <사진제공=KOTRA>

 

발전보다는 공유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겉핥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술변화에 편중된 담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기술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1에서 3차까지의 산업혁명이 기술변화가 선행되고 그 다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진 것 또한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그 이전의 산업혁명과 가장 다른 부분이 바로 기술변화가 산업혁명을 이끌지 못한다는데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4차 산업혁명의 재료로 회자되는 기술들은 모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개발된 기술이다. 그 기술의 유무로 3차와 4차의 선을 그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경계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열기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된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그의 저서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ial revolution)’에서 말하는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변화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의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하며, 이전의 산업혁명과 구분되는 면을 3가지로 나누었다. 그 세 가지는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번째 범위와 깊이인데, 이 점을 설명하면서 그는 재밌는 표현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우리는 인간이다”일 것이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까지 우리는 산업의 부속품일 뿐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은 노동력을 제공하여 생산물을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소비하는 경제체제의 한 성분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우리가 누구인가를 자각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은 인간 하나하나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직이 되기도 하고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며 사회의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것이 유명인사만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이를 이해하고 있는 모두가 가능하다.

 

인간이 기계와 산업의 부속품에서 사회 전체를 통괄하는 뇌세포로 전환되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까지의 경제가 자본가와 소비자 간 수요와 공급의 조절로 움직였다면 이제부터는 모두가 함께 공급하고 함께 소비하는 공유의 문제가 경제의 중심이 되어 갈 것이다.

 

이 대목에서 경기를 일으키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이미 함께 생산하고 함께 소비하는 공산주의가 실패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골자는 바로 모두가 함께 기술을 공유하고 경계를 허물어 함께 생산하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가 기술변화에만 치우쳐서 본질이 없는 변화에 몰두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문제를 받아들이기, 혹은 설명하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이미 와 있는 미래이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또, 카셰어링이나 홈셰어링 등의 이야기가 이미 낯설지 않다. 또 전기자동차는 기존의 자동차 산업과 전기산업을 융합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선두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나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 선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산업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D프린팅 기술의 핵심적인 문제도 공유와 나눔이라는 것과 맞닿아 있다. 디자인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3D프린터는 무용지물이다.

 

여러 가지 예에서 볼 수 있듯, 3차 산업혁명까지의 산업이 앞선 기술을 먼저 발견해서 산업에 적용하는 것을 상식으로 정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인식 자체를 변화시킬 때가 온 것이다. 나만 독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모두가 함께 나누어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거나 다른 기술과 접목시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 또 그것이 인류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골자이다.

 

그리고 이미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만들어 전 세계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고, 페이스북 역시 무상 어플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두 기업은 세계 재계순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미 와 있는 미래란 말은 단순히 조급증을 일으키려고 하는 표어가 아닌 것이다.

    

기술독점의 해제

 

이제 우리를 바라보자. 우리는 누구인가? 사실 우리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시기에 머물러 있다. 생산하고 공급하고 소비하며 거기서 발생되는 것을 자본가가 독점한 뒤 급여 형식으로 나누는 시스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대 재벌은 이제 변화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나누지 않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이러한 기술 독점의 의지를 해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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