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 보다 중요한 기술 ‘블록체인’

무궁무진한 활용도…“기업들이 달려든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1/26 [11:51]

가상화폐 비트코인 보다 중요한 기술 ‘블록체인’

무궁무진한 활용도…“기업들이 달려든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1/26 [11:51]

지난해부터 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사회이슈화 되면서 접목된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에 대해서도 널리 알려져있다. 문제는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상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만든 시스템으로, 가상 화폐가 블록체인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수많은 기록을 실시간으로 한 묶음 만드는 ‘블록체인’

앞다퉈 기술 개발하는 기업들…‘물류·금융’ 적극 활용

 

▲ 가상화폐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은 기업들이 이미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 출처=PIXABAY>

 

블록체인은 기존 기술을 융합해 만든 플랫폼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최근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거래를 기록하는 장부로 활용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기본 개념은 ‘데이터 저장 기술’에서 출발한다.

    

블록체인 이란?

 

기본적으로 ‘블록(block)’이라 불리는 단위로 데이터를 묶은 뒤 동시에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가상 화폐는 이 블록에 ‘개인과 개인의 금전 거래 내역’을 저장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에 ‘A가 언제 B에게 비트코인 몇 개를 줬다’는 데이터만 담는다.

 

결국 A와 관련한 거래 등의 정보들만 모은 블록, B와 연관된 정보들만 묶은 블록 등 수 많은 블록(block)이 서로 체인(chain)처럼 엮여 정보를 저장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대신 이들 블록의 정보를 관리하는 중앙서버가 없다. 한 번 적은 내용, 거래된 흔적은 누구도 수정할 수 없다.

 

중앙서버 관리시스템은 한 사람이 가진 장부 하나를 고치는 것이라면, 블록체인은 1만 명이 갖고 있는 1만 개의 장부를 모두 고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앙관리 시스템이 없음에도,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동일한 정보를 갖게 되면서 보안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중앙관리 시스템이 없다는 건,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거래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블록체인은 2~3일 이상 소요되는 국가 간 송금, 결제, 청산 등의 금융거래를 P2P(개인 간) 분산 장부를 활용해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 간 정합성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줄여준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에 어떤 정보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해진다. 단순 거래뿐 아니라 선물거래 같은 복잡한 거래와 개인 정보, 물류 유통 기록, 계약, 부동산 소유권 이전 기록 등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를 블록에 담아 저장할 수 있다.

 

예컨대 물류 블록체인을 만든다면 ‘물품이 서울에서 출발한 뒤 부산항을 거쳐 어떤 선박을 통해 일본 도쿄항에 왔다’는 내용을 블록에 담을 수 있다. 이 내용은 매 과정 계속 업데이트되고 이에 관여한 모든 사업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블록체인을 통해 유통 과정이 더 투명해지는 것이다.

    

▲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정보를 묶어, 모든 당사자가 거의 실시간으로 알수 있는 기술이다. <사진출처=SW중심사회 홈페이지 캡처>

 

앞다퉈 기술사용

 

이처럼 가상화폐 광풍에 정부 정책도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IT 기업들은 블록체인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국내외 많은 기업들은 최근 가상화폐 열풍 전부터 블록체인에 주목해왔다. 인터넷 시대 가장 큰 위협인 ‘보안’ 우려를 해소할뿐더러 비용 절감 같은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예견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SDS는 2015년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자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을 삼성카드 보안 분야에 적용했다.

 

해운 물류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지난해 국내 물류 및 IT서비스 업체, 정부 및 국책 연구기관 등과 함께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한 삼성 SDS는 블록체인으로 실시간 화물 위치 정보를 공유, 출하·선적·입항하는 모든 과정을 추적해 물류의 가시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개자는 물론 종이문서 없이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다. 비용 절감은 물론, 업무 속도도 향상된다.

 

SK C&C도 국내외 선사를 위한 ‘블록체인 물류 서비스’ 개발을 지난해 일찌감치 마쳤다. SK텔레콤 기술 역량을 더한 게 차별화된 점이다. SK텔레콤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인 로라(LoRa) 망을 활용, 컨테이너 화물 위치 추적 및 관리 체제를 구현하고, 해상에서는 해상 운송 중 정보를 수집했다가 항구 도착 시 정보를 일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LG CNS는 2015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 기업 전자증권을 시험 발행했다. 글로벌 금융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사업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R3의 분산원장 기술 ‘코다(CORDA)’와 자사의 솔루션을 결합한 ‘LG CNS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LG CNS는 국내 블록체인 기술회사 코인플러그와도 제휴했다. 보험금 자동청구 블록체인 기술도 검증이 끝난 상태다.

 

KT도 올해 초 블록체인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융합기술원장 직속 조직으로 출범하는 블록체인 센터는 블록체인의 선도적 기술 확보 및 사업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도 블록체인 기반이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고객 정보를 암호화할 때 블록체인에 이를 저장하는 식이다. 별도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 키에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이 사용돼 공인인증서를 번거롭게 가져올 필요없이 비밀번호만 누르면 된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광범위하게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IT기업 IBM은 나아가 세계적 선사인 머스크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전 세계 해운 운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제무역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IBM은 블록체인과 더불어 자사의 AI, IoT 등의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활용해 국경 간 화물 이동 및 추적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조사, 해운사뿐만 아니라 포워딩 업체, 항만·터미널 운영사, 화주 및 세관 등 업계, 기관, 고객 등에게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웨덴은 국가 차원에서 토지 대장을 블록체인에 담으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코닥,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도 각각 사진 거래와 차량 공유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남미에서는 가상 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블록체인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서비스가 4월 출시 예정이다. 개인 대 개인이 직접 대출 계약을 맺고, 이 과정에 신용평가사와 보증인이 수수료를 받고 개입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거대 인터넷 대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분 확인 기능 등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나섰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가상화폐와는 거리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텐센트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개방형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간 신뢰 문제 해결에 사용할 것”이라며 “어떠한 형식으로든 가상화폐 발행이나 거래 관련 활동에 참여한 적 없으며 어떤 기관과 협력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지원

 

한편, 정부가 올해를 블록체인 기술 확산의 원년으로 삼고 기술개발 등에 14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안전성과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미래 유망기술”이라며 “올해를 블록체인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는 원년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에 100억원, 시범사업에 42억원을 투자하고, 상반기 안으로 ‘블록체인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가상통화는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창관 과기정통부 기조실장은 23일 사전브리핑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상통화)는 별개 개념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화폐는 관계 부처 협의하에 부작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고, 블록체인은 미래 신산업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명확하게 구분해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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