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위조지폐’ 경보 발령된 내막

“급증하는 관광객 속 위조꾼도 숨어있다”

사건의내막 | 기사입력 2018/01/26 [14:22]

평창올림픽, ‘위조지폐’ 경보 발령된 내막

“급증하는 관광객 속 위조꾼도 숨어있다”

사건의내막 | 입력 : 2018/01/26 [14:22]

위조지폐는 조잡한 생계형 위조지폐부터, 범죄단체가 만드는 초정밀 위조지폐 ‘슈퍼노트’까지 위폐의 종류는 다양하다. 적발되는 위폐는 경제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인 범죄지만,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절대 없어지지 않는 범죄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 신권을 발매해 위조 요소를 줄였다해도 일반 시민을 속이는 건 어렵지 않다. 국내 뿐만아니라 최근 해외여행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해외에서 위조지폐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더불어 외국인 유입이 많아지는 평창올림픽 기간을 틈타, 외국 범죄조직 등이 위조지폐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어 금융권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경기 불황 타고 판치는 ‘위조지폐’…영세상인이 표적돼

위폐로 골치 썩는 시중은행들…하루에 두세 건씩 발생

해외여행지서 환전상이 교환…외화 위조지폐도 요주의

외국인 유입 증가하는 평창올림픽 기간 외화위폐 경보

 

▲ 평창올림픽 기간에 외국인 유입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이 ‘위조지폐’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위조지폐 범죄가 지난해 다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 조항에는 지폐를 위조할 경우 중형에 처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위폐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조지폐 범죄

 

특히 형편이 어려운 영세상인이 주로 표적이 되는데도 위폐 범죄의 경우 보상 정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개인이 위폐감별법 등 피해예방 요령을 익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조지폐 유통이 만연화 되면서 시중 은행에서만 매일 2~3건이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대부분의 위조범이 쇠고랑을 차고 있지만,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들어 위조지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가 전년대비 16.8% 늘어난 1609장으로 집계됐다. 특정 기번호의 만원권 위조지폐가 많이 발견되면서 전체 위조지폐 발견 장수가 3년 만에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은이 직접 발견하거나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발견해 한은에 신고된 위조지폐가 총 1609장으로 전년(1378장) 대비 231장(16.8%)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위조지폐 발견 장수는 △2014년 3907장 △2015년 3293장 △2016년 1378장으로 최근 몇 년간 하락세였으나 지난해 소폭 늘었다. 지난해 위조지폐 발견 장수가 증가한 것은 특정 기번호(JC7984541D)의 만원권 위조지폐 585장이 대거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이 기번호가 적힌 위조지폐는 2016년 6월 처음으로 발견된 뒤 지난해까지 총 962장이 수거됐다. 위조범은 지난해 9월 경찰에 붙잡혔으나 유통 중인 남은 위폐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발견된 위조지폐 가운데 만원권이 1196장(74.3%)으로 가장 많았다. 5000원권은 322장(20%), 5만원권은 77장(4.8%), 1000원권은 14장(0.9%) 발견됐다.

 

만원권 발견 장수는 2016년(671장)과 비교해 525장(78.2%) 늘어났다. 반면 5000원권은 340장(51.4%) 줄었다. 5000원권 위조지폐의 감소세는 지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5만여장이 발견된 구권 위조지폐가 점차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위조지폐를 가장 많이 발견한 곳은 2016년과 마찬가지로 금융기관(1173장)이었다. 한국은행은 396장을 발견했다. 개인이 발견한 위조지폐는 40장이었다.

 

금융기관에서 발견된 1173장 중 924장(78.8%)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나왔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16장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251장 △강원 62장 △인천 57장 △대전 38장 △대구 28장 순으로 조사됐다.

 

새로 발견된 위조지폐 기번호 개수는 98개로 전년(100개) 대비 2개 감소했다. 권종별로 만원권이 56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5만원권(29개), 1000원권(9개), 1000원권(4개) 순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위조지폐 유통량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유통 은행권 100만장당 위조지폐 발견 장수는 0.3장으로 2016년과 같았다. 영국(91.8장), 멕시코(61.8장), 유로존(35.7장), 호주(22.7장), 캐나다(9.0장)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위조지폐를 발견하면 가까운 경찰서나 한은을 포함한 은행에 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으로 사용하기 위해 화폐를 위·변조하면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위·변조된 화폐인줄 알면서 사용했을 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같은 통화 위조 범죄는 처벌이 무거운 편이지만 실제 엄벌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어 근절이 쉽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단 검거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위폐범 검거율은 2014년 5.6%에서 2015년 9.5%로 높아졌지만, 2016년 6.9%로 다시 추락했고, 지난해에도 6.8%에 머물렀다. 또 검거한다고 해도 실제로 무겁게 처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화폐를 위·변조하면 형법 제207조에 의해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에, 위폐를 취득하거나 위폐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용하면 형법 제208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각각 처하게 돼 있다. 그러나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폐범들은 ‘그냥 장난으로 만들어 봤다’거나 ‘(범죄인지) 몰랐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경우 사법기관에서도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위조범들은 위폐를 구별하기 힘든 심야시간대 전통시장이나 택시, 편의점 등에서 5만 원권 위조지폐 등을 낸 뒤 거스름돈을 받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에 따라 주로 영세상인들이 범죄 대상이 되고 있지만, 별도의 보상정책은 없다.

    

▲ 초정밀 위조지폐(일명 슈퍼노트)를 감시하는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 <사진제공=KEB하나은행>

 

외화 위폐 요주의

 

이같은 위조지폐 피해는 국내에서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들어 해외여행객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위조지폐 피해가 늘어나 주의가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객의 위폐 피해사례는 수없이 많다. 최근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간 A씨는 위조지폐로 곤란한 일을 겪었다. 한 레스토랑에서 음식 값을 치르고 받은 거스름돈 중에 위조지폐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튿날 관광지 출입 티켓을 사기 위해 받은 거스름돈으로 요금을 지불할 때가 되서야 현지 직원의 얘기로 본인이 위조지폐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B씨의 경우에는 택시를 타고 요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위폐 피해를 당했다. 택시 기사가 B씨의 지폐가 위조지폐라며 지폐 몇 장을 바꿔달라고 한 것. 남자 택시기사가 중국말로 쏘아붙이자 당황한 B씨는 허둥지둥 지폐를 바꿔 요금을 지불했는데, 지나고 나서야 택시기사가 본인의 위조지폐를 자기 것과 바꿔치기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례다.

 

이처럼 해외에서 위조지폐 피해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외화 위조지폐는 총 1031매(미국 달러화 환산시 15만6647달러)로 미국 달러화(592매)와 중국 위안화(418매) 등이 가장 많았고, 일본 엔화와 유로화, 기타 통화도 일부 적발됐다. 2015년에도 1734매(26만2845달러)가 적발되는 등 외화 위조지폐가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

 

위조지폐 감식 전문가는 “범죄학계나 관련업계는 적발된 위조지폐의 약 20배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며 “위조지폐를 발견해 신고한다고 해도 금전적인 보상이 없어 신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화폐에는 육안으로는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문자와 홀로그램, 볼록인쇄, 인쇄패턴의 선 굵기 차이로 글자나 숫자 등을 표시한 잠상 등 위조지폐를 구분할 수 있는 20가지 이상의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한국은행과 관련 전문가들은 위조지폐 감별 기계가 없더라도 지폐를 비춰보고, 기울여보고,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슈퍼노트(진짜 화폐와 다름없을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진 미국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제외한 대부분의 위조지폐는 감별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슈퍼노트는 지난해 말 일본에서 지폐 감별기를 속일 만큼 정밀해 지면서 주의를 요하고 있다. 하지만 슈퍼노트 같은 고액권은 대부분 은행 거래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거스름돈 등으로 받을 일이 없어서 위험은 적다.

 

기본적인 화폐들의 진품 구별법은 진짜 화폐는 지폐를 밝은 곳에 비춰보면 숨은 그림이 나타나고, 지폐를 기울이면 홀로그램 모양과 색 변환 잉크로 인쇄된 부분의 색이 변한다. 또, 지폐 표면을 만져보면 일관되게 매끄럽지 않고 오톨도톨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1만원권 앞면의 왼쪽 빈 공간을 비춰보면 보이는 세종대왕 얼굴이 숨은 그림이다. 또, 뒷면 오른쪽 하단에 있는 숫자 ‘10000’은 색 변환 잉크로 인쇄돼 지폐를 기울이면 색깔이 바뀌고 앞면의 홀로그램도 기울이는 방향에 따라 ‘한반도 모양’과 ‘태극문양+10000’, ‘태극기의 건곤감리’ 모양이 나타난다. 지폐 표면을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위조지폐는 밝은 곳에 비춰도 숨은 그림이 전혀 나타나지 않거나 흐릿한 경우가 많다. 또, 색 변환 잉크를 사용하지 않아 어느 방향으로 기울여도 색깔이 변하지 않고, 홀로그램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지폐 표면도 진짜 화폐와 달리 매끄럽다는 것이 위조지폐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위조지폐 감별법을 숙지하는 것 외에도 여행을 하려는 해당 국가의 통화를 미리 환전한 뒤 모양이나 색깔 등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통화에 익숙지 않아 위조지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환전을 할 때는 위폐 감별기를 구비하지 않은 곳이 많은 사설 환전소보다는 시중은행에서 하는 것이 위조지폐의 위협을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은행관계자는 “사설 환전소는 위조지폐를 막을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환전상이 알게 모르게 위조지폐를 내어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며 “환율 측면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은행에서 환전하고 환전 영수증을 보관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숨은 그림과 돌출은화, 띠형 홀로그램 등 위조방지장치를 2가지 이상 확인하고, 되도록 밝은 곳에서 현금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해외여행객 뿐만 아니라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찾아오는 외국인들 중 위조지폐 범죄를 노리고 입국하려 할 수도 있어 금융권에 주의보가 발령됐다.

 

전국은행연합회는 국가정보원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해외 위조지폐의 국내 유입 증가와 이로인한 대국민 피해예방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지난 1월24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은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위안화 위폐 적발 사건 등 과거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국제행사를 전후해 발생한 주요 위폐 유통 사례를 발표했다. 또 최근 주요 외화 위폐 유통실태 및 주요 수법에 대해 설명하고 은행권에 위폐 유통 차단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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