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보수결집 막말 정치’의 역설

대표님의 ‘아무말 대잔치’…지지자는 쑥스럽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1/26 [15:21]

홍준표, ‘보수결집 막말 정치’의 역설

대표님의 ‘아무말 대잔치’…지지자는 쑥스럽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1/26 [15:21]

올해 들어 보수세력의 ‘문재인 정권 맹폭’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 우파정당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한편, 막말에 가까운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 내에서도 우려하는 세력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같은 홍준표 대표 ‘막말 정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특유의 캐릭터’로 이해해 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론 보수층마저도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하는 홍준표…사실 아닌 발언 쏟아내

오락가락 정치행보…시기 따라 이명박근혜 옹호or비판

지지하기 창피한 보수층?…‘지지율 정체현상’만 심화돼

“입만 열면 거짓말 洪 처벌해달라”…국민청원까지 등장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김상문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문재인 정권을 향한 ‘팩트체크’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홍 대표의 발언에 청와대가 바로잡으면서 공방이 이어지는 것이다.

    

아무말 대잔치

 

홍 대표는 지난 1월22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나는 문 대통령처럼 답변을 써주는 프롬프터도 없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물으면 실시간으로 프롬프터에 (답변이) 올라오더라”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언급한 프롬프터는 지난 1월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 앞쪽 연단 좌우에 설치된 설치된 스크린을 가르킨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이 1시간 이상 진행되자 “이쯤하자. 나는 혼자 답변을 해야한다”며 문제의 발언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답변을 스크린에 띄워주는 프롬프터가 있었기에 100분에 가까운 기자회견이 가능했고, 자신은 즉흥적으로 질의응답에 응하면서 내실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청와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홍 대표 발언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프롬프터는) 어느 매체의 어떤 기자가 무슨 질문을 한 건지 (워딩을) 쳐드린 것”이라며 “참모의 답변을 대통령이 읽은 게 아니다. 팩트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일 해당 프롬프터에는 기자들의 질문 요지만 간단히 올라왔고, 이마저도 실시간 질의응답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문장 요건도 갖추지 못한 조악한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이 참모진들의 답변을 보고 답했다는 취지의 지적은 팩트가 아닌 셈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대응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권한 축소와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등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편안을 발표하자, 홍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조 수석을 정면 겨냥했다.

 

홍 대표는 “‘조국’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고 있다. 사법시험을 통과 못한 본인의 한(恨)풀이를 하고 있다”며 “사법시험을 통과 못 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권력기관을 개편하고 검찰의 힘을 빼고 있다. 측은하다”고 몰아붙였다. 홍 대표의 공세를 전해들은 조 수석은 “대응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청와대 내부에 전달했다.

 

제1야당 대표의 권위를 지켜주고, 불필요한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참모진들 사이에서는 홍 대표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은 일찍부터 법학자의 길을 걷기 위해 아예 사법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응시원서조차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 대표가 팩트가 아닌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 대표의 ‘아니면 말고’식 문제제기에 ‘아닌 건 아니다’는 청와대 대응이 반복되는 셈이다.

    

▲ 홍준표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출처=중앙일보 영상 캡처>

 

오락가락 정치

 

이처럼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를 이어가는 홍준표 대표는 현재 ‘적폐청산’의 당사자인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해서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홍준표 대표가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취하는 입장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하는 모습과 여러 부분에서 겹치기 때문이다. 중요 국면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거리두기와 감싸 안기를 거듭하며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한 홍 대표의 입장은 ‘오락가락’이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 2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난해 2월에는 “박근혜 정권 4년간 일부 ‘양박’(양아치 친박)이 준동했다. 이 사건도 일부 양박과 청와대 민정(수석) 주도로 만들었다”며 분개했다. 박근혜 정부가 비박(非朴)인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취지로, 악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셈이다.

 

홍 대표는 대선 경선 때인 3월에도 “춘향이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고 박 전 대통령과 선을 그으며 친박계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해 효과를 봤다.

 

하지만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는 “이제 국민들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용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당시 보수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선대위 발대식 겸 필승대회에선 “홍준표 정부가 들어서면 박근혜가 산다”고도 했다. 보수 결집을 요구하는 메시지에 수 천 명의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이 같은 오락가락 태도는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홍 대표는 지난 12월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송년 간담회에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과거에 별로 잘 해주지도 않았는데 만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둘은 가까운 사이였지만, MB정부 시절 인사 문제로 홍 대표가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임종석 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이 한창인 지난 3일엔 돌연 안 만난다던 이 전 대통령과 회동했고, 지난 1월6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스(DAS)는 개인기업”이라며 “개인기업의 소유자가 누군지가 수사의 대상이 된 전례가 있냐”고 옹호 입장을 보였다.

 

홍 대표는 지난 1월17일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을 조여 오는 검찰 수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밝힌 직후 “정치보복”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전직 대통령을 어정쩡하게 옹호하는 한편, 사법부의 판단의도를 공격하며 여론 결집을 모색하는 건 지난 대선과 현 시점의 홍 대표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홍 대표는 대선 때 박 전 대통령과 관련, “정치적 탄핵은 정치인들이 결정해서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법적 탄핵은 대상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촛불시위가 겁이 난 모양”이라고 말했었다. 최근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우리 당 출신이지만 (이 전 대통령이) 나가 당원도 아니다”라면서 다시 거리를 두면서 그를 겨냥하는 검찰을 “정권의 사냥개”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이 끝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청산작업도 추진했다. 청산 대상으로 꼽혀 탈당권유 징계를 받은 서청원 의원은 당시 홍 대표를 향해 “수시로 말을 바꾸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지난 대선 때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부관참시하지 않겠다’, ‘정치 이전에 인간적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이제는 나가라고 한다”고 극렬하게 반발했다.

    

지지하기 창피하다?

 

이같은 홍준표 대표의 ‘오락가락 막말 아무말 대잔치’ 행보가 결국은 보수 지지층에 대한 결집 의도라는 분석이지만, 지지층 결집이 좀처럼 되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정체에 빠진 것이다.

 

이에대해 홍준표 대표는가 특정 여론조사 업체를 ‘관제 여론조사’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표가 공개적으로 여론조사 업체를 비난하고 나선 데에는 한국당의 낮은 지지율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업체에 따라 너무 다른 지지율을 보이는 것도 불만 표출의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월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8.1%였다. 반면 한국갤럽의 경우 지난 19일 발표한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2%p 하락한 9%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관련,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월21일부터 22일 이틀 동안 네 번이나 여론조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홍 대표는 “관제여론 조사”라며 “그 조사가 마치 국민여론인양 괴벨스식 선전을 하면서 국민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지난 대선 때 갤럽조사에서 지지율 11%라는 것을 믿고 당에서 선거비용 보전 못 받는다고 방송홍보비도 다른 후보는 44회 법정횟수를 모두 채울 때 나는 11회 밖에 하지 않았고 그것도 값이 싼 밤늦은 시간에 방송광고를 했다”며 “치가 떨리는 여론 조작”이라고 썼다.

 

비슷한 시기에 시행한 여론조사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갤럽의 여론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직접 조사원과 통화를 통해 이뤄진다”며 “전화면접 여론조사는 ‘침묵의 나선이론’(사회적으로 특정한 견해가 널리 퍼져있을 때, 반대되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이론)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갤럽의 전화 면접 방식에서는 ‘샤이(shy, 부끄러움을 타는)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막말을 계속하고, 국정농단에 대한 성찰도 없고, 친박 청산도 안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태한 보수 야당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아주 강력한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아니고서는 면접원에게 당당하게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이런 차이가 10%정도의 여론조사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지자들로 하여금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5월9일 대선 이후 지지율이 20%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현재 ‘시대정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양극화 해소, 사회전반의 공정성 강화 등 ‘정의’와 관련된 것인데, 이에 부합하는 정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재 정국에서 여당이나 정부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자유한국당에 지지를 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자유한국당의 최근 행보가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다거나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홍 대표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사파 정권’이니 ‘좌파 사회주의 정부’라는 비판을 했는데 올 지방선거도 빨갱이몰이 선거로 치르고자 하는 계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빨갱이’ 장사 질리지도 않냐”고 비판했다. 이어 하 의원은 “한국당이 외면 받는 이유는 케케묵은 냉전반공주의에 아직도 얽매여서 시대가 바뀐지 모르고 빨갱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색깔론과 함께 홍 대표의 ‘막말’도 자유한국당 지지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홍준표 대표의 막말 폭주로부터 국민들의 삶을 지켜야 된다”며 “지금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말들을 너무 많이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금 평화올림픽을 앞두고 자체무장을 해야 된다든지 전쟁의 길을 부추기는 발언은 문제”라며 “지금 우리나라 비정규직 800만 시대에 너무 고통 받고 있는데 고용 유연화를 더 해야 한다고 하는, 오히려 서민경제를 파탄시키는 방향으로 얘기를 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입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견제한다고 외치지만, 대개 색깔론식 국론 분열이나 막말로 도배하며 제1야당으로서의 품위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시민의 청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며 ‘사기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다. <사진출처=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입만 열면 거짓말”

 

한편, 지난 1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처벌해달라며 “입만 열면 거짓된 정보를 발설하는 제1야당의 대표를 사기죄로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홍 대표를 ‘대국민 사기·선동죄’로 고발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청원자는 “국민된 한사람으로서 혹세무민하는 제1야당의 대표를 대국민 사기죄 혹은 선동죄로 고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 정치인들도 본인들의 발언에 더 신중을 기할 것이고 말도 안되는 가짜뉴스 수준의 발언도 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권자가 이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안주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차기 선거까지는 너무 많은 시일이 남았다”며 “날마다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제1야당 대표를 법적 처벌할 수 있을지 검토해 주시라”고 요청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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