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게이트’로 드러난 검찰의 민낯

폐쇄적인 마초 조직…“호소할 곳 없네요”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2/02 [15:02]

‘성추행 게이트’로 드러난 검찰의 민낯

폐쇄적인 마초 조직…“호소할 곳 없네요”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2/02 [15:02]

여성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대한민국 검찰 조직은 물론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성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검찰 내부가 오히려 성희롱·성추행이 만연한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특유의 마초적·폐쇄적 분위기, 그리고 인사상의 불이익 등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호소하기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이에 검찰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으나, 과거의 각종 검찰 내부 사건처럼 ‘제 식구 감싸기’가 될 가능성도 존재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성추행 피해 당하고도 좌천돼

진상 조사위 발족…‘셀프조사·제 식구 감싸기’ 우려

부글거리는 女법조인들…조직문화 자성목소리도 커

정치권서도 시정 목소리…긴 침묵 이어가는 한국당

 

▲ 검찰 조직이 내부 성추행 사건으로 크게 비판받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폭로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곪은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서 검사는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를 통해 “지난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이후 사무감사에서 다수 사건에 대해 지적을 받아 검찰총장 경고 조치가 내려졌고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진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이귀남 전 장관도 동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쉽지 않은 조사

 

이에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응분의 조치를 주문했다. 이에 대검찰청도 전격 감찰에 착수하면서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검 감찰본부는 우선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진술을 듣고 당시 사실관계 및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실관계가 정리되면,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검사들이나 법무부 직원 등 주변인들을 차례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방위 적인 조사에 대검과 법무부가 나섰지만, 사건이 8년 전인 2010년에 발생해 징계나 처벌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성추행 혐의는 이미 고소 기간 1년이 지나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국장을 고소할 수 없다. 2013년 6월 법령 개정으로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폐지됐지만, 그 이전에 일어난 사건은 친고죄로 고소 기간이 적용된다. 즉, 이 사건은 발생일 1년 후인 2011년 10월29일까지만 고소를 할 수 있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된다.

 

또 안 전 국장이 지난해 금품 관련 사건에 연루돼 법복을 벗은 상태로 사실상 내부 징계도 불가능하다. 대검 감찰은 현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면직돼 검사 신분이 아닌 안 전 검사를 조사할 수도 없다.

 

다만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이로 인해 실제 부당 인사가 있었는지에 따라 인사에 관여한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권남용 혐의는 인사 불이익 시점을 기점으로 공소시효가 7년이다.

 

하지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인사 불이익을 줬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인사권자의 ‘재량’ 영역도 있기 때문에 해당 인사발령이 검찰 내에서 통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이례적 인사라거나 찍어내기 인사 등의 객관적 증거가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서 검사가 제기한 인사 불이익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5년 8월 당시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 역시 전날 서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가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하는 사무감사 지적 사항의 적정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법무부 또는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현직에 남아있는 관련자들은 내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또는 5년)의 시효가 있다.

 

법조 관계자는 “서 검사에게 구체적 상황을 물어보고 당시 배석자들을 상대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은폐를 했거나 방해하는 등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이가 현직에 있다면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검찰 내부 조사를 위해서는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월31일 대검찰청이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단’을 발족하겠다고 발표하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대검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각각 권고안을 밝혔다.

 

두 위원회는 진상 규명에 검찰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킬 것과, 검찰 내 성폭력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문무일 검찰총장은 “위원회의 권고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조희진 지검장은 조사단 운영과 관련해 “외부 민간인들과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해 검찰 외 인사들을 통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임을 예고했다.

    

▲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가해자 안태근 전 검사.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현장에 있었고, 최교일 의원(당시 검찰국장)은 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JTBC 캡처>

 

곪아터진 문제

 

이처럼 조사가 진행되는 것과 별개로 검찰 내부에서는 성추행 등 문제가 발생해도 조직의 상명하복식 남성중심적 문화 탓에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서 검사가 8년간 주저하다 최근에서야 관련 의혹을 폭로한 것도 이 같은 조직 문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조직은 한마디로 ‘군대’라고 보면 된다”며 “최근 여성 검사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 통용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검찰은 기수 문화가 강하고 매우 폐쇄적인 분위기”라며 “서 검사 사건처럼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좋게 넘어가자’는 식으로 무마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승진 등 인사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검찰 조직의 특성 탓에 서 검사 사건과 같은 일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또다른 법조인은 “서 검사 주장대로라면 성추행 사건 당시 많은 검사들이 그 일을 목격하고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셈”이라며 “추후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모두가 입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괜한 문제를 일으켰다가 조직 내에서 찍히게 될까봐 서 검사처럼 피해를 입은 검사들이 스스로 입을 닫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2000명 안팎의 작은 조직인 탓에 좋지 않은 소문이 빠르게 도는 점 등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 성추행 문제는 간간히 불거져 왔다. 국정감사 자료에 나타난 법무부·대검 소속 공무원의 성 비위 징계 건수(2012~2016년)는 34건이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부장검사는 회식 자리에서 만취해 후배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사직 권고를 받고 옷을 벗었다.

 

같은 해 서울북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후배 여검사를 껴안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가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서울서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후배 여검사의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하고 ‘따로 은밀하게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8월 면직 처분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 내 성범죄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이에 상응하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유야무야 넘어갔던 일들도 이제는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검찰 스스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조직 문화를 더 유연하게 바꾸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인은 “성추행 등 문제를 일으킨 검사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해 본보기를 만들면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을 강화하거나 복무 규정 등을 손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변한 만큼 검찰의 조직 문화를 바꿔 나가려는 다양한 시도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검찰이 ‘젠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자성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검찰 조직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겪는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술을 많이 마시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는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서 검사의 행동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반성할 수 있도록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서 검사를 두고 ‘정치하려고 저러나’라는 비아냥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 검사가 지난 8년 동안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검사 신분이라도 해도 검찰이란 공고한 조직 안에서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법조계 내부의 자정 활동과 피해자 구제책 등 구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객관적인 인사 절차를 마련하고 검사 개인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법원 인사는 내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뤄져 당사자도 다음 부임지가 어딘지 쉽게 판단할 수 있고, 윗선의 개입 여지가 적지만 검찰 인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법학 전문가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외풍에 시달린다”며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희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 <사진제공=서울동부지검>  

 

침묵하는 보수

 

이같은 검찰 내 성추행 논란에 정치권에서도 서지현 검사에 대한 지지와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월31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전 검찰 간부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아픔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하얀 장미를 들어 보인 것과 관련해 비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올림픽 정치쇼, 추미애 대표는 국가 참사 책임 떠넘기기 쇼, 우원식 원내대표의 백장미 쇼, 가히 쇼쇼쇼 정권”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검찰에 대한 비판수위 올리기가 한창이다. 서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정치권에서도 ‘미투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서 검사가 성추행을 당하고 은폐 압력에까지 시달린 데 대해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한국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 한국당의 반응이 거의 없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서 검사는 과거 성추행 피해 사건을 덮은 인물로 최교일 한국당 의원을 지목했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최 의원을 겨냥해 “피해자 진술이 나온 만큼 철저한 가해자 추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검사의 폭로와 관련해 논평을 내지 않았던 한국당은 1월31일 “갑질 성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 의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피해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특히 갑질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 의원은 “서 검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한 번도 연락한 사실도 없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지목해 끌어들이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성희롱 발언 문제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당에서 제명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너는 말하지 마라. 여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 예쁘다. 밤에만 쓰는 것이 여자다’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성희롱은 할만한 사람한테 해야지”라고 대응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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