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죽은 ‘김대중·노무현’ 사찰한 내막

불편했던 추모열기…“도덕성 흡집 내라!”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2/02 [16:01]

이명박, 죽은 ‘김대중·노무현’ 사찰한 내막

불편했던 추모열기…“도덕성 흡집 내라!”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2/02 [16:01]

각종 엽기적인 비리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또 다른 핵폭탄이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비위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원세훈 호 국정원이 서거한 전직대통령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행위를 캐고 다닌 것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절대로 건들여서는 안되는 ‘대북공작금’을 빼돌렸고, 이 돈으로 미국과 필리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냈으며, 일부 자금은 원세훈 전 원장의 호텔 스위트룸 숙박비로 들어가기도 하는 등 거의 ‘설명하기도 부끄러운’ 국가 망신 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에 늘 입으로는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과 강경 대치를 이어가던 이명박 정부가 주적인 북한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하는데 쓸 돈을 빼돌려 국내 정치 탄압에 썼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야 말로 진정한 종북이다”는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작전코드명 ‘김대중 데이비슨·노무현 연어’…풍문사찰

‘대북공작금’ 이용한 국정원…원세훈 스위트룸도 대여

포청천 TF 만들어 주요 野 정치인 및 민간인도 사찰

‘집사’ 김백준 입열며 혐의 드러나는 특수활동비 의혹

 

▲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추모열기를 잠재우기위해 흠집내기 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e영상역사관>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확인한다며 외국 공무원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국정원 돈 중에서 절대 건드려선 안 될 대북공작금을 빼돌으며, 더 큰 문제는 정치공작에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원세훈 본인의 호텔비를 내는 등 사적으로도 유용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2009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추모 열기가 조성되자 두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이 같은 공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국정원의 전임 대통령에 대한 불법 사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데이비슨·연어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1월31일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을 상대로 사건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이들 외에 공모한 국정원 직원들이 있다고 보고 여죄를 추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최 전 차장 등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직 시기 ‘데이비드슨’이라는 공작명으로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등 해외에 있는 비자금을 찾는다며 외국 공무원과 정보원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대북공작금 10억원을 김·노 전 대통령에 대한 풍문성 비위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음해공작에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데이비드슨이라는 공작명은 알파벳 첫글자(D)가 김 전 대통령의 이니셜(DJ)과 유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은 정보 수집 결과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최 전 차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연어’라는 공작명 아래 바다이야기 관련 피의자로부터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확인한다며 필리핀 정부 관계자에게 현금을 전달하고 해당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추방시키게 한 혐의도 있다.

 

‘연어’는 노 전 대통령의 해외 비리를 증언해 줄 관계자를 국내로 송환시키겠다는 취지로 붙여진 명칭이다. 2010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미국 한 카지노의 전직 마케팅 디렉터에게 비자금 13억원을 1만원권 지폐로 박스에 담아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노 전 대통령 방미 때 권양숙 여사가 현금 100만달러를 직접 전달했다”는 주장 등이 청와대 및 금융감독원에 제보됐고, 일부 재미 한인 언론인들은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뒷조사 끝에 사실무근으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같은 해 8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불법 공작활동을 본격화해 2012년까지 계속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당시 이들 공작을 벌이는 과정에서 대북 공작금 10억여원을 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파악됐다.

 

또 김승연 전 국장은 대북공작금을 원 전 원장 개인 사용목적의 서울 서초구의 한 특급호텔 호텔 스위트룸을 임차하는데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호텔은 임차 보증금만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호텔에는 국정원이 정식 ‘안전가옥(안가)’을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차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공작의 배경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원 전 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방첩 업무 등을 총괄하는 국정원 3차장을 맡았다.

 

이와 별도로 최근 검찰은 데이비드슨 공작에 참여하고 대북공작금 수천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청장은 MB 정부 때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 요직을 거쳐 2010년 8월부터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3월까지 약 2년 7개월간 국세청장으로 재직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의 공작 공모 과정에서 미국 국세청 직원에게 뇌물이 건네진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런 진술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진술만 나와 있어 조금 더 수사해야 사실 관계를 확정할 수 있다”며 “외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덮고 지나갈 수는 없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과 국정원이 ‘데이비드슨’을 일정 부분 함께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 수사 대상인 국세청 관계자는 이 전 청장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2008년 9월 김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캐기 위해 독일에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당시 국세청은 노 전 대통령을 목표로 해 태광실업을 표적 세무조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대통령들의 의혹을 캐기 위해 국정원과 국세청 등 이명박 정부 권력기구가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던 셈이다.

    

▲ 수많은 비리혐의에 연루되어 있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서거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풍문을 사찰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상문 기자> 

 

광범위 정치공작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정치공작 규모는 더 광범위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 1월23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내용에서 비롯되었다. 내용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정원이 대북공작금을 빼돌려 당시 야당 정치인들을 불법 사찰한 이른바 포청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국정원이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불과 2달 만에 다시 터져 나온 의혹이라 더욱 충격을 줬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1월23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이 2009년 2월 최종흡 3차장 임명 직후에 이른바 포청천 공작이라는 불법 사찰을 시작하여 김남수 3차장 시절에도 지속되어 이명박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2월까지 무려 4년 동안 지속했다고 한다. 이 불법 사찰공작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경기지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등 유력한 당시 야당 정치인을 비롯 민간인이 포함됐다고 한다.

 

민 의원에 따르면 최 3차장은 국정원에서 산업스파이를 담당하는 방첩국의외사 담당 부서에 ‘포청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치인 및 민간인 사찰을 지휘하며 감독했다. 여기에 대북공작국의 특수활동비 가운데 해외대북공작비 일종인 ‘가장체 운영비’가 쓰였다는 것이 민 의원의 설명이다. 이 TF는 내사파트, 사이버파트, 미행감시파트 등 방첩국 직원들로 구성된 3개 파트가 동원돼 전방위적인 사찰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의원은 “이 같은 진행 과정에서 단장은 공작담당 직원들에게 ‘승진은 책임질 테니 벽을 뚫든, 천장을 뚫든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사이버파트에는 대상자들의 이메일을 전해주면서 ‘PC를 뚫어라’라고 지시하면서 불법사찰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작 TF 구성과 진행 과정에서 일부 국정원 직원들이 불법성을 지적하며 반발했지만 공작은 진행됐고, 공작을 실행했던 직원들은 사후 대부분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불법 활동에 동원돼 공식적 업무성과가 없었음에도 성과를 조작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남재준 원장이 부임 후 해당 공작을 감사하려고 했지만, 당시 대북공작국장이 “이걸 감시하면 대북공작역량이 모두 와해한다”고 설득해 감사가 중단됐다고 민 의원은 전했다.

 

이와 관련 민 의원은 “국정원 업무 관행상 모든 진행 과정과 결과물이 이명박에게 보고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되고,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 한명숙 재판자료 등도 이러한 불법사찰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해 국정을 농단하고 청와대에 특활비를 뇌물로 건넨 것만으로 충격적인 일인데 국가안보를 위해 써야 할 대북공작금까지 유용해 야당 정치인 불법사찰 공작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진보정권이 대북역량을 약화했다고 주장하던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공작금을 빼돌려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하는 파렴치한 작태가 진행된 것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며 이명박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돌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유용된 ‘대북공작금’으로 서울에 위치한 고급호텔 스위트룸을 빌린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진출처=SBS 뉴스 캡처>  

 

MB의 저금통

 

이처럼 서거한 전직 대통령들의 풍문을 사찰하고, 이를 위해 대북 공작비를 유용하는 ‘엽기적인’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수하들은 현재 수많은 혐의로 검찰 수사망에 걸려있다.

 

특히 위와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연루된 ‘특수활동비’는 MB 측근들이 구속된 후 진술하면서 급진전 하고 있다.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는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일정한 관여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이어 김 전 기획관까지 최측근 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잇달아 함에 따라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 수사 등 활동에 사용하도록 배정된 국가 예산이다.

지난 2월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국정원에서 총 4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김 전 기획관에게서 최근 개인적으로 쓸 목적으로 국정원 자금을 받은 것이 아니며 이 전 대통령에게도 일정 부분 국정원의 지원 동향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은 구속 전까지 국정원으로부터 일체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구속된 이후 특활비를 전달하는 데 관여한 국정원 예산관 등과의 대질 조사 등을 받으면서 일부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했고, 최근 들어서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보다 전향된 진술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측 인사와 면회도 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재무 등 안살림을 총괄하는 총무기획관으로 일한 김씨는 2008년 5월께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 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는 등 국정원 측에서 총 4억원 이상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2월17일 구속됐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는 김희중 전 실장은 수사 초기부터 검찰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2011년 10월 미국 순방을 앞두고 국정원에서 1억원가량의 달러를 받아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 인사로 알려진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청와대에서 이례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국정원의 특활비 지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검찰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구입에도 특수활동비가 쓰였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도 그만큼 당겨질 전망이다.

    

전방위적 압박

 

법조계에서는 측근 인사들이 이처럼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면서 이 전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소환조사를 받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소환 시기는 대회 폐막 직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서울동부지검 ‘다스 비자금 의혹 수사팀’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 관여 의혹 등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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