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검찰의 모든 것 ‘서지현 성추행 폭로’

“권력기관에 울려퍼진 경고 잊지말라”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2/02 [16:27]

오만한 검찰의 모든 것 ‘서지현 성추행 폭로’

“권력기관에 울려퍼진 경고 잊지말라”

이계홍 주필 | 입력 : 2018/02/02 [16:27]

2017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은 ‘침묵을 깬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애매한 다수의 여성으로 이뤄진 이들은 바로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이 수십년에 걸처 행한 성추행의 피해자들 인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보도로부터 시작된 이 폭로는 피해 여성들이 자신들이 받는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성추행 피해자들이 ‘ME TOO’라는 말로 동의하면서 현재까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같은 ‘ME TOO’ 운동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번졌다. 엘리트중의 엘리트인 검찰출신 여성법조인이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실을 드러내며 사회의 충격을 준 것이다. <편집자 주>

 


 

성추행 피해 후 갑작스레 조직서 낙오된 여성 검사

검찰의 뻔뻔했던 민낯…누적된 조직 내 각종 적폐

 

▲ 뉴욕타임즈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침묵을 깬 사람들’. 이들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피해 여성들이다. <사진출처=TIME 캡처>

 

그는 법무부장관 표창 2회, 대검 우수사례 수차례 선정, 영상녹화 및 장애인 조사 매뉴얼 작성 등 검찰의 조사문화 개선에 앞장서온 성실하고 우수한 여검사였다. 법무장관 표창은 평생 받기 힘든 성과라는데, 두 차례나 받은 것으로도 이는 증명된다.

   

뻔뻔한 가해조직

 

그런데 어느날부터 갑자기 ‘사무감사에서 다수 사건을 지적받고, 사무감사 지적을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전결권을 박탈 당하고,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 관례를 깨고 먼 남쪽 경남 통영의 검찰지청으로 전속된 것. 이는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암시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납득하기 어려운 이런 일들이 벌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살펴본 여 검사는 인사발령의 배후에 법무부 A 검찰국장(검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법무무 검찰국장 자리는 국세청 조사국장과 함께 권력을 받쳐주는 양대 축으로 막강한 권력기구로 통한다.

 

A 검찰국장은 8년전, 법무장관과 함께 한 어느 장례식장에서 문제의 여검사 궁둥이를 만지고 허리를 감싸안는 등 성희롱을 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때 여검사는 임신 중이었다. 모욕적으로 성희롱 당한 사실을 고민하던 중 선배 여검사가 알게 되고, 이를 공론화하자 갑자기 피해 여검사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이 주어졌다는 주장. 이게 사실이라면 억울한 사람을 더 억울하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이것이 최근 여 검사 성희롱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은 검찰 내부에서 암암리에 유포되다가 지난 1월29일 저녁 JTBC 뉴스 시간에 비로소 공론화의 마당에 나왔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에 서지현 검사가 직접 나와 당시의 상황을 폭로한 것. 이후 이 뉴스는 전 매스컴은 물론 포털 사이트의 맨 상위권에 올라올 정도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밝혀진 내용과 그가 중앙일보에 제공한 일기장을 토대로 그가 겪었던 고통의 편린들을 살펴본다. 그것이 이 나라 최고 권부의 검찰 세계와 구조, 실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A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법무무 검찰국장이던 B(이와 관련, 여검사 성추행 의혹 사건보도와 관련해 B씨는 해명에 나섰다. 지난 1월30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자신은 “서지현 검사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임을 강조하며 ‘현장에도 없었고, 이 사건으로 당시부터 지금까지 서 검사와 통화하거나 기타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나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배 검사들이 “너 하나 병신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지금 떠들었다가는 그들은 너를 더더욱 무능하고 문제있고 이상한 검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입 다물고 그냥 근무해라“

 

이렇게 선배 검사들이 서 검사에게 입단속을 하라고 충고했다. 그래서 그는 번민했다.

 

“언론에 이야기를 해보라는 (주변의)권유나 기자의 접촉도 있었으나, 조직을 위하겠다는 마음에 이를 거절하였습니다…나는 평범하게 성실히 일하는 검사이고, 내가 겪은 일련의 일들은 부당하다고 법무부 등에 조용히 의사를 표시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들은 답변은 ‘검사생활 얼마나 더 하고 싶냐, 검사생활 오래 하고 싶으면 조용히 상사평가나 잘 받아라’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들에게 힘없고 빽 없는 일개 검사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존재인지…”

    

▲ 검찰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사진출처=JTBC 뉴스 캡처>

 

오만했던 권력

 

한국의 검사라면 한국 최고의 엘리트이고 권부의 한 구성원인데, 그런데도 성희롱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다? 얼마나 오만한 권력이면 그렇게 안하무인일까. 그렇다면 일개 국민의 인권은 어땠을까. 탄식이 나오지만 그의 고백을 좀더 인용한다.

 

“빽 젤 쎈 놈이 젤 좋은데 간다는 인사제도. 빽 센 놈이 밀고 들어오면 인사발표 당일에도 요직 자리가 바뀌는 인사제도. 그래서 빽 없고 힘 없으면 간부 말 잘 들어서 평가라도 잘 받아야 하니, 간부의 그 어떤 갑질, 폭언, 부당한 지시에도 눈감고 입 다물게 하는 인사제도. 제대로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명확한 이유도 알 수 없는 상벌제도. 가해자들은 당당히 잘 살아가고 피해자들만 박해를 받고 위축되어야 하는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우리는 언제까지 ‘그 썩어빠진 것들 그냥 그대로 살라고 냅둬라’라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요....”

 

“저도 모르게 뭔가 튀는 행동은 자제하게 되고, 그저 묵묵히 내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겪는 불의와 폭력에는 눈 감고 입 다물며, 평범하고 힘없는 일개 검사가 무엇을 바꿀 수 있나 체념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제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검사라는 사실을 잊고 조직의 작은 부품으로 생활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너가 뭐라고 해봤자 검찰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너가 떠들면 그들은 눈깜짝 하지 않고 너를 더 문제 있는 검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인사에 불만 품고 떠드는 검사 취급이나 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있어라…“

 

“하지만, 10년전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이었던 ‘Me Too’ 운동이 전 세상을 울리는 큰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라는 Albert Camus의 글을 읽으면서, 아무리 제 존재가 너무나 작고 미미하더라도,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스스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아주 작은 발걸음이라도 된다면 하는 소망으로, 미래의 범죄에 용기는 주어서는 안되겠다는 간절함으로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명 벗어나자

 

이제 필자의 얘기로 돌아오겠다. 나는 용기가 있어야 할 때 비굴하게  숨어버렸고, 더큰 불의 앞에서 내 일이 아닌 양 외면했다. 두렵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Me too’ 고백을 통해 그 철옹성같이 견고한 벽을 허문 여 검사가 있다. 그에게 무한한 신뢰의 박수를 보내며, 속죄의 마음을 갖는다. 동시에 나 역시 용기를 얻는다.

 

권력을 이용하여 사회적 약자를 노예화하고, 겁주고 꼼짝 못하게 한 후 저질러지는 폭력들… 드러나지 않은 추악한 악행들이 권력의 뒤편에서 얼마나 많이 썩은 냄새를 풍겼던가. 이런 것을 목격하고도 두렵고 무서워서 피해버렸다.

 

침묵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 가해자들에게 오만과 용기를 준다. 결국 그런 사회는 짐승들의 세상이 되고 만다. 종교도 언론도 썩은 권력과 한 통속이라 세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언론이 이런 사실을 회피하거나 외면한다. 이익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타락하지 않고 정의의 파수꾼이 되었다면 이런 악행들이 나오겠는가.

 

이제 검찰은 민주주의와 인권 파괴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심에 따라 묵묵히 정의를 위해 복무하는 대다수 검사들을 위해 한 줌도 안되는 일부 정치검사, 일부 권력 아부꾼들을 과감히 정리하기 바란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대신 썩은 권력에 취한 자들을 준엄하게 청산해야 한다. 서지현 여 검사를 성희롱한 당사자는 물론 진실을 덮으려고 잘못된 권력을 행사한 주변부부터 명명백백히 책임을 묻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바란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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