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웃기고 앉아있네’ 발언 의미

뻔뻔한 전직 판사님…‘사과없는 용서없다”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2/02 [16:37]

여상규, ‘웃기고 앉아있네’ 발언 의미

뻔뻔한 전직 판사님…‘사과없는 용서없다”

이계홍 주필 | 입력 : 2018/02/02 [16:37]

과거 군사독재시절 간첩조작 사건들이 만연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게 있겠지만, 법의 정의 없이 독재세력에게 협조한 사법부의 죄도 크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조작증거를 모두 받아들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쓰게 한 것이다. 문제는 세월이지나 진실이 밝혀지는 상황에서도 이들의 사과는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반응해 국민들의 분노를 이끌어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자신의 과거 용공조작사건 판결로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에게, “웃기고 앉아 있네”라고 막말을 해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는 여상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피해자들은 오히려 “고문상처를 한 번 확인해달라는 호소를 나무라던 판사들 이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용서하려 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편집자 주>

 


 

조작사건 지적에 오히려 막말로 응수한 여상규

처벌 받아야 할 사안…인권유린엔 시효 없어야

 

▲ 자유한국당 여상규 국회의원. <사진출처=자유한국당>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의 프로필부터 소개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한다. 네이버의 공식 인물정보에 나타난 그는 1948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출생했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 반갑게 어울린다는 화개장터의 고장이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이라고 조영남이 부른 대중가요에서도 엿볼 수 있듯, 화합과 상생의 교량 역할을 하는 아름다운 고장에서 그는 태어난 것.

    

반성없는 정치인

 

이렇게 살기 좋은 곳에서 태어난 그가 최근 비이성적인 말 한마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물론 그 말 한마디 뒤에 숨은 엄청난 인권유린 문제 때문에 더욱 그 ‘말’이 확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군림하는 태도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시에 합격해 판사로 임용되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새누리당에 입당해 사천·하동·남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중견 국회의원이다.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도 역임했다.

 

그런 그가 1981년 판사시절 ‘조작 간첩사건’ 피해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데 대해 소감을 묻는 방송 취재진에게 “웃기고 앉아있네”라는 막말을 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인 고문조작의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이들을 추적해 방송하면서 ‘사법 가해자’ 그룹 가운데 한 명인 여 의원을 찾았다.

 

여 의원은 1981년 진도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석달윤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사였다. 전남 진도 간첩단 사건은 진도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던 김정인 씨 일가족이 간첩 박영민에게 포섭됐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린 사건으로, 김 씨는 사형을 선고받고 형이 집행됐으며, 석씨는 무기징역을 언도받았다.

 

당시 서울시경 정보과에서 근무하며 대공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 석 씨는 박영민의 간첩 포섭 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함께 끌려갔다. 석 씨는 "47일간 고문을 받고 18년 동안 형을 살았다"고 증언했다. 그의 아들은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라든가 양쪽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매달아 놓는다든가 했다"고 고문 실태를 고발했다. 석 씨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9년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28년만의 일이다.

 

이와 관련 SBS 취재진이 당시 주심 판사였던 여상규 의원에게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고 말하곤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 전화 통화로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 재판에 대해 취재진이 지적하자 “웃기고 앉아있네”라고 막말하는 여상규 의원. <사진출처=SBS 영상 캡처>

 

국가 폭력 협조

 

이 장면은 고스란히 방송을 타고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이후 네티즌과 시민들이 폭발했다. 그를 옹호하는 글도 있었지만 더많은 비판의 댓글이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와 같은 사법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랐다. 포털엔 또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된 법조인들에 대한 처벌요구도 이어졌다.

 

그 내용은 이들은 간첩조작으로 실적을 쌓아 출세가도에 올랐으며, 공포정치로 독재정권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라는 것. 즉 ‘국가 폭력에 협조한 댓가로 출세한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눈만 달려있어도 조작된 것임을 가려낼 수 있는 증거들이 있는 재판도 있었고, 옷 한번 벗어보라는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로도 고문 흔적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눈으로 그 조작된 증거들을 보려하지 않고, 입으로 그 고문흔적을 찾아보게끔 지시하지 않은 것은 뻔히 결과(유죄판결)를 (하달 받아)정해놓고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가담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물론 반대의 글도 없는 것은 아니다. ‘빨갱이 정권이 오히려 간첩을 보호해주고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도 해체시킨 마당에 믿을꺼 같냐?’고 따지면서 ‘지금 文이 하는 짓을 봐라 간첩질을 하고 있는데? 북괴와 간첩을 옹호해주고 빨갱이짓 하는 이 정권에 맞서고 있는 여 의원 잘하고 있다! 절대 소신굽히지 말고 할말을 하길 바란다!’고 위법의 막말로 응원(?)하고 있다.

 

‘판사가 어떻게 간첩조작의 가담자가 될 수 있나? 판결에 필요한 증거와 자료가 조작된 것이면 판사는 오판을 한 것이 되겠지만, 조작에 가담하였다고 매도될 수는 없다. 말장난 좀 치지 말자’고  역공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확산시키며,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려 했던 과거 정권에 복부했던 일부 인사들을 모르지 않는다. “너 이자식, 빨갱이지!” 사실과 동떨어지게 이런 말로 세상을 떵떵거리며 권세를 누린 일부 인사들의 야만의 시대가 있었다. 삼척간첩단 사건 혐의자 가족이 말한 당시의 재판과정 얘기를 소개한다.

 

“‘노동당에 어떻게 가입했느냐’고 물으니까 ‘반장하고 리장이 하라고 해서 가입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공화당을 생각하고 말한 건데, 한글도 못 읽는 분이 노동당이나 공화당이 뭔지 구분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노동당을 반장이나 리장이 시켰다는 게 말이 됩니까. 판사들이 그 얘길 듣더니 웃더라고요. 그렇게 웃어놓고, 어떻게 징역을 줍니까. 아마 그 사람들은 우리가 간첩이 아닌 걸 다 알았을 겁니다.”

 

이런 힘없고 무지하고 가난한 농부와 어부가 간첩으로 몰려 죽거나 옥살이를 했다. 이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판단 이전에 평범한 시민이 억울하게 고문당하고 18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무죄가 확정되었다면 ‘사법가해자’들에게 사법정의의 여부를 따져야 한다. 그때 왜 그랬던가. 양심의 소명대로 자판했는가, 권력이 지시한대로 선고할 수밖에 없었던가, 아니면 자신도 권력의 한 축이 되어서 공범적 위치에 있었던 것인가.

 

권력 가진 사람들이 개인의 삶과 인격을 말살했다가 하나씩 둘씩 진실이 드러나고, 뒤늦게 재심 과정에서 무죄가 드러나자 도리어 과거의 행위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또다른 조작으로 맞섰던 것도 사실이다. 외면하고 묵살하다가 때로는 빨갱이라고 뒤집어 씌우면서 덮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보수정권 하에서도 파헤쳐졌다. 지금 새삼스럽게 들춰진 것이 아니다. 다만 새 정권 들어서서 좀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권력의 광기로 희생된 사람들의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는 대명천지 세상에 살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반성과 치유

 

이제는 반성과 치유에 나설 때다. 철두철미 가해자가 마음으로부터 사죄해야 한다. 사과하지 않는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다. 위법자는 과감히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법의 공평성은 누구나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인권을 유린한 범죄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프랑스의 작가 까뮈가 말한 경구를 다시 음미한다. “어제의 죄악을 용인하면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준다.”

    

khlee0543@naver.com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