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人인터뷰] 진정한 대북 전문가, 정동영 의원

“보수정권이 망가뜨린 대북정책, 창의적으로 풀어야”

박재우 기자 | 기사입력 2018/02/02 [16:40]

[정치人인터뷰] 진정한 대북 전문가, 정동영 의원

“보수정권이 망가뜨린 대북정책, 창의적으로 풀어야”

박재우 기자 | 입력 : 2018/02/02 [16:40]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예술단 파견, 남북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되는 등 그 어느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남남갈등 역시 부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평창올림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라고 비난하며 색깔론까지 일고 있다. 이에 외교안보 전문가이자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국회의원을 통해 향후 나아가야 할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정 의원은 특히 “10년간 보수정권은 한반도 문제를 사실상 방관했다”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쉬운 것부터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만 남북관계 개선의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동영 의원과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북핵 위기 만든 보수 세력 국민 앞 통렬히 석고대죄 해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비핵화 이뤄내겠다는 방향은 바람직

끊겼떤 남북통일축구대회의 부활이나 농구 교류 고려할만

국제사회 긴밀 공조 속에서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 정동영 국회의원. <사진제공=정동영 의원실>

 

-최근 박근혜 정부 당시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대해 국정조사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대북정책에 문제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금의 북핵 위기를 만든 보수 세력은 국민 앞에 통렬히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은 한반도 문제를 사실상 방관했다. 미국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제재로 일관하다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을 방치했다. 미국과 중국의 눈치만 보다 주인 의식도 잃어버렸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보수정권은 ‘통일은 대박’이라 주장했지만, 한반도 외교 상황은 6자회담 당사국인 남·북·미·중·일·러가 한·미·일 대 북·중·러로 나뉘어 대립하고 갈등하는 냉전시대로 회귀했다. 그런데 보수 세력들은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전술핵 재배치나 한·미·일 연합방위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전술핵 재배치인 것이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말 한마디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국법상 행위는 반드시 문서로 하도록 한 헌법도 무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논의도 거치지 않았고, 개성공단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의견도 듣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이 북핵과 미사일에 사용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누명을 씌웠다. 그리고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근거가 없다’고 물러났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남북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박근혜 정부와 보수 세력들은 남북문제를 지지율 올리기 수단으로 사용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중국과 무역하는 우리 기업을 심각한 위기에 몰아넣은 사드배치 결정 역시 충분한 공론화 없이, 국회 비준도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사드배치로 남북문제 해결돼지도,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중 관계가 크게 훼손되고,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고, 국민들만 더 힘들어졌다.

남북문제 뿐만 아니라 한일 위안부 이면합의, UAE 원전수주 이면합의 등 지난 보수 정권의 외교 실패, 외교 적폐 국회에서 철저하게 국정조사하고 당시 의사결정에 책임 있는 관료들 철저하게 문책해야 한다.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 진행상황에 대해 연일 자유한국당 및 바른정당 보수정당의 비판이 계속됐다. 정 의원은 현 정부의 남북고위급 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정은의 북한이나 김정일의 북한이나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항구적인 생존확보이다. 즉,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의 수교를 통해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해달라는 것. 이에 북한은 5월 9일 ‘군사연습을 중단하면 우리도 핵미사일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 노르웨이에서 제안했고, 6월 20일에는 계춘영 인도 북한대사가 인도TV에 나와 ‘쌍중단’을 제안했다. 남북이 대화의 제안인 것. 이런 국제정세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냉전적 사고를 고집하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일. 특히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비아냥거리고 냉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대분기점, 대전환기에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얼마나 상황이 엄중했느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말 폭탄을 쏟아내고,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발사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 않았느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의 대화가 재개되고, 튼튼한 한미공조, 한중공조 속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비록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의 문제에서 대처가 미흡했고, 정부의 통합조정기능이 취약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기본적인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11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협력할 수 있는가?

▲내가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국민의당이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경쟁해야 한다.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개혁에 앞장서는 것이 국민에게 이로운 일이고,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은 ‘미국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했다. 또한, 사드배치로 한중관계도 무너지고, 중국과 교역하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한·미·일-북·중·러 냉전시대 대결구도로 회귀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국민에게 이로운 일.

평화주의의 깃발을 들고 개혁을 주도할 것입니다. 경쟁할 것.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길로 가면 비판하고,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확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당사국 간의 긴밀한 공조 등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꺼이 협력할 것.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평화주의 가치를 토대로 남북문제를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선수단이 기차를 타고 평양과 서울을 거쳐서 평창으로 들어오게 하자”는 제안도 했다. 경의선 복원, 실행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서울까지 연결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저 멀리 런던에서 북경, 만주, 평양, 서울, 그리고 목포와 부산으로 연결돼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12월에는 남측의 문산역과 북측의 판문역을 잇는 개성공단 전용 화물열차가 운행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을 설득하고, 남북 대화를 통해서 철길을 열면 얼마든지 평창올림픽 중국 선수단 관계자의 평화열차를 통한 입국을 이뤄낼 수 있다.

문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서 경의선을 복원하고 무려 208조원이 투입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중국과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경제적 이익 역시 매우 클 것. 경의선 철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고,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청년들과 노동자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문 정부가 새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 통일부 장관 시절 정동영 의원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  

 

-페이스북에서 평화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글도 올렸다.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관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 보나.

▲평창동계올림픽이 선물한 한반도 평화는 일시적.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평창올림픽 이후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남북은 지난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1992년 팀스피릿 훈련 중단과 북한의 IAEA 사찰 수용 등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지만, 1992년 9월 충격적인 대통령 훈령 조작사건과 갑작스러운 팀스피릿 훈련 재개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파국을 맞았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실패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평창올림픽 개막부터 패럴림픽 폐막까지 두 달 동안 남북 교류, 문화체육 교류를 남북 대화로 바꿔나가고, 남북 대화를 가지고 북·미 대화를 열어야 한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고위급 인사, 굉장히 비중 있는 인사를 단장으로 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남북 정상 간 간접적인 소통이 이뤄지게 될 것.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수준을 끌어 올려 대북 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회담,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논의해봐야 한다.

또한, 남북 문화체육 교류 활성화를 위해 2005년을 끝으로 중단된 남북통일축구대회의 부활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좋아하는 농구 교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올해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K-POP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가수 방탄소년단을 비롯해서 EXO, 트와이스, 워너원이 평양 공연은 그들을 동경하는 세계 각국 팬들에게 확고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부터 2017년 12월 22일까지 국제사회는 총 10번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의결했다. 매번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때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총 10번의 결의안 속에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국제사회의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과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 상대방의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공존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라는 제언. 이는 대북제재 결의안의 핵심이 북한의 핵 포기와 북미수교, 한반도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과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탓에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을 사실상 방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스승‘이라 불리는 라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은 얼마 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포기할 것이다.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 것은 실수”라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선이후난(先易後難), 쉬운 것을 먼저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반도 비핵화 논의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쉬운 것부터 주도적으로, 창의적으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렇게 남북 간의 신뢰가 탄탄해지고, 북미대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한반도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잘 계승할 수 있는 복안이 있나.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쉬운 것부터 주도적으로, 창의적으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렇게 남북신뢰가 탄탄해지고, 북미대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한반도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

    

parkjae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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