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진정한 평화올림픽 된 이유

“예상됐던 공격, 적극적으로 방어하라”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2/12 [12:00]

평창올림픽, 진정한 평화올림픽 된 이유

“예상됐던 공격, 적극적으로 방어하라”

이계홍 주필 | 입력 : 2018/02/12 [12:00]

‘평화보다는 대결, 화해보다는 전쟁, 그리고 증오와 저주.’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세계 어느 나라가 이렇게 대결적으로 올림픽 제전을 몰아간 적이 있는가. 실패하도록 저주의 화살을 날리는 경우가 있는가. 물론 거기에는 실패를 바라는 세력의 정치적 저의가 깔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보수 진보를 떠나 세계 앞에서 우리의 저력을 내보이는 잔치다. 평화를 사는 절호의 기회다.

 


 

이념 대결적으로 올림픽 제전을 몰아가는 보수

올림픽으로 끝나는 행사 아니라 평화의 시발점

 

▲ 선수촌에 걸려진 인공기.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자, 한번 보자. 한반도는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북미간에 전쟁일보 전까지 갔다. 한반도 하늘 아래 스텔스 전투기가 날고, 동해안에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집결하고, 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정밀타격이니 어쩌니, 여차하면 서로를 쓸어버리겠다는 협박전이 벌어졌다.

    

증오 키우는 세력

 

이런 때 극적으로 북한선수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평화올림픽 무드로 전환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우리 정부가 협력한 가운데 나온 평창올림픽의 새 흐름이다.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하고,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환영했다. 전쟁공포로 움츠리고 있던 국민들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 트럼프 미대통령, 펜스 부통령이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이에 뒤질세라 북한이 맞받아치고 있다. 북미간에 벼랑끝 전술인 측면을 감안해도 불안요인이다. 이런 처지에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평화 모드 전환이 북을 쓸어버리야 한다는 호전광에겐 아쉬울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이익을 안겨준다고 생각하는 정치세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모색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시그널이 왔다는 것은 불행 중 천만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핵 문제도 중재할 수 있는 터전도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평화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물고 늘어지면서 색깔론과 반북 대결노선을 견지하고, 전쟁과 증오와 배제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세력들이 있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이다. 보수언론은 편파와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조작의 오해를 살만한 기사도 나온다. 저주와 증오에 다름 아니다.

 

나라의 흥망을 볼 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재빨리 붙들어 성취하는 경우와, 분열과 대립으로 갈기갈기 찢겨서 기회를 박살내버린 경우를 본다. 오스트리아의 예와 우리의 해방전후사가 그렇다.

 

2차대전 후 전범국가 독일은 동서독으로 분단됐다. 같은 전범국가 오스트리아는 미·영·불·소 네 나라가 네 토막을 내 관리했다. 반면에 우리는 남북으로 양분됐다.

 

오스트리아는 네 나라의 이해상충이 맞물려 통일을 이루기가 지극히 어렵다고 전망했다. 신탁통치 기간도 우리의 3년보다 10년이나 길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지도자들은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고 외교협상력을 발휘해 예정대로 신탁통치 10년만인 1955년 영세중립국으로 통일했다.

 

독일은 더 복잡한 국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1990년 10월3일 통일했다. 분단 45년만이다. 독일통일로 인해 동서독 주민간의 경제적 격차, 사회주의 체제에서 잉태된 동독 주민의 나태와 비생산성을 우려했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유럽의 지도국으로 우뚝 섰다. 통일독일의 마르크화가 유럽을 지배할 정도다.

 

반면 우리는 해방 직후 미군정 3년의 기간 내내 대결과 충돌로 찢긴 채 결국은 한국전쟁을 불러오고 말았다. 독일·오스트리아보다 통일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보았던 우리는 극도의 내부분열상 끝에 만신창이로 찢겨서 오늘까지 온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상황을 보면서 해방 직후의 찬반탁 대립을 떠올리게 한다. 극도의 정파성·몰상식·오만·탐욕·반인권· 광기의 대립의 양상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지도층과 기득권자들이 더 몰이성적이고 잔인했던 것도 여전하다.

 

처음 입장하는 것도 아니고, 보수정권이 집권했을 때도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을 했는데도 느닷없이 한반도기 입장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서 한국선수 3명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몰매를 가한다. 갑작스런 북한팀 참가 발표로 시간이 촉박하고, 대신 단일팀 구성으로 세계에 평화를 호소한다는 명분이 있으니 다소 무리를 해서 절차를 무시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정부는 사과를 했다. 불이익당한 선수에게 충분히 배려하겠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그렇게 몰매를 가할 만큼 중대한 문제인가. 선수생활이 이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닌데 인생 망쳤다고 선수를 부추겨 주최측에 맹폭을 가할 수 있나. 그보다 더한 불이익과 인권유린 때는 뭘했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보수세력과 보수매체가 선수 개개인의 인권과 이익을 위해 노력했다면 또 모르겠다. 관심도 두지 않았으면서 실수가 나오자 문재인 정권을 걸고 넘어지고자 맹폭을 가하는 것이다.

 

최근 한 종편은 지난해 7월 단일팀 구성에 관해 선수 인터뷰한 것을 가지고 최근 인터뷰한 것인 양 의도적인 ‘인터뷰 조작’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평창올림픽을 비판함으로써 문재인 정권에 흠집내려는 의도가 이런 방송윤리 위반으로까지 번진 것.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프로에 문제제기를 하자 해당 방송사가 스스로 그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한다.

 

“현송월 김정은의 옛 애인설” / “2년전 현송월 총살성” / “마식령 현지답사 및 전지훈련은 김정은 홍보해주는 일” / “마식령 건설 때 인권 짓밟았다” / “북한 훈련비 지원에 문제있다”

 

그리고 마식령으로 띄운 전세기 비용까지 따지는 매체까지 나왔다. 그들 보수정권때 이런 문제로 따진 매체가 있었던가. 평창선수촌에 인공기가 3개층에 걸쳐 부착됐다고 비꼰 어느 언론보도를 보았다. 촌스럽다는 뜻일 게다.

 

인공기 바로 옆의 카자흐스탄 국기 역시 인공기와 비슷한 크기로 부착됐고, 일본 선수단은 선수촌 아파트 1,2라인에 2층부터 10층까지 8개층 창유리에 일본기를 모조리 달아놓고 있다. 그것이 더 촌스럽지 않은가.

 

반북 대결주의,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것에 극우세력 이외 국민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어른스럽지 못하고, 쪼잔하고 옹졸한 태도를 누가 반기겠는가. 보수정당의 태도는 늘 그래왔으니 그러려니 여기지만, 보수언론이 더 방방 뜨니 대략난감이다.

 

남북 단일팀 구성에 호들갑 떨지 말라고 으름장 놓으면서 그들이 더 요란을 떨고, 국민은 차분한데 북한 관계자나 선수단이 먹는 것, 입는 것, 화장발이 어떻다는 따위 시시콜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요란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는 곳마다 언론의 밀착경쟁 취재로 북한 아이들이 제대로 이동을 못할 형편인 것을 TV를 통해 목격한다. 그래서 경호를 강화하면 과잉경호, 칙사대접으로 몰아붙인다. 언론은 흥미를 촉발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찬반 시위도 있다. 전쟁 일보전까지 갔던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니 세계언론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경호를 엄중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이같은 문제는 어디에서 오는가.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의 남북대결적 품성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지만, 또다른 한편으로 대응에 미숙한 주최측에도 문제가 있다. 사안의 선제적 조치와 사후 조치의 신속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 인터뷰 조작이 들통났던 채널A의 보도. <사진출처=채널A 뉴스 캡처>

 

예상됐던 공세

 

평창올림픽을 어떻게든 흠집내고 보자는 세력과 언론이 있을 것이라는 예견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한두 번 당한 일이 아니라면 명분론적인 담론형성보다 홍보의 디테일에 능해야 한다. 남북 하키단일팀 구성에서 욕을 먹는 이유도 미숙한 대처에서 나온 것이다.

 

주최도인 강원도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본시 강원도는 보수적인 지역이긴 하지만 이것은 보수 진보로 갈라서 치르는 행사가 아니다.

 

평창올림픽은 이번 올림픽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다. 소치, 솔트레이크, 캘거리와 함께 겨울 스포츠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는 제전이다. 평화가 정착돼 평창-설악산-금강산-마식령을 잇는 관광벨트를 이어가면 세계의 어느 명소보다 경쟁력이 있다. 남북한 유일하게 같은 도명을 쓰는 강원도야말로 남북화해와 협력, 상생의 근원이 되는 평화상품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땅이 될 수 있다.

 

일부 세력과 언론이 평창올림픽을 분탕질하면 손실의 몫은 고스란히 강원도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직시하기 바란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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