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뇌물죄의 향방, ‘측근의 입’ 된 내막

MB대신 죄 뒤집어 쓴다고?…‘살기위한 진실 말한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3/09 [15:36]

이명박 뇌물죄의 향방, ‘측근의 입’ 된 내막

MB대신 죄 뒤집어 쓴다고?…‘살기위한 진실 말한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3/09 [15:36]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소환을 3월14일 통보하면서, 지난 10년 간 쌓여온 정치계 적폐청산의 정점을 찍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소환날짜에 대해서는 불만을 터트렸지만, 협의 후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측 요구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문제는 수없이 많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뇌물의 경우에는 대기업부터 빵집까지 온갖종류의 금품만 해도 100억대가 넘어갔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박한 소환 조사…날짜 통보한 검찰과 받아들인 MB

핵심은 뇌물죄…‘100억’ 넘어가면서 형량 무기한 늘어

진검승부 준비한 검찰…특별대우 없이 밤샘조사 시사

죄 뒤집어 쓸 위기 빠진 측근들…진실 말하기 시작해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일자를 검찰이 통보하면서, 양측의 수사 준비가 치열해지고 있다. <김상문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자격으로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선다. 이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 측에 3월1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특수활동비 상납(뇌물) ▲다스의BBK투자금 회수 과정에LA총영사관 등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의혹(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정원에서 받은 자금으로 18·19대 총선 때 청와대가 불법 여론조사를 하는데 개입한 의혹(공직선거법 위반) ▲전국에 상당한 차명재산을 갖고 있다는 의혹(부동산실명법 위반) ▲청와대 문건 관련 유출 등 의혹(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더불어 범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핵심은 뇌물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임박한 검찰은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해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에 적용될 여러 혐의 가운데 형량이 가장 높은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도덕성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강력한 방어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 포착한 이 전 대통령의 추정 뇌물액은 100억원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죄는 액수가 1억 원 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대법원 양형기준상으로도 5억원을 넘어가면 감경을 하더라도 징역 7년~10년을 권고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검찰이 구속수사 방침을 세울 경우 중대범죄로 분류되는 뇌물 혐의를 반드시 입증할 필요가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다스 비자금과 관련한 횡령과 배임 혐의보다 대통령으로서 10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가 입증돼야 구속 사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뇌물혐의는 크게 3가지 갈래다.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백준 전 기획관 등을 통해 수수한 것으로 보이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17억여원 ▲다스 해외 소송비용과 관련해 삼성이 대납한 60억여원 ▲김소남 전 의원·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대보그룹·ABC상사 등으로부터 받은 30억원 대 불법자금이다.

 

이 가운데 검찰이 막바지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30억원대 불법자금이다. 검찰은 영포빌딩 압수수색과 ‘차명재산 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조사를 통해 이팔성 전 회장과 대보그룹, ABC상사 등이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이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와 ‘친형’ 이상득 전 의원 측은 이 전 대통령과는 상관없는 단순 ‘정치자금’일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대선 전후로 이팔성 전 회장이 먼저 이 전무나 이 전 의원을 찾아와 돈을 건넨 것이기에 이미 시효(7년)가 지난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혐의 정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수 증거자료를 통해 이 돈이 뇌물이라고 판단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 이날 오전 이 전 의원을 불러 그가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부터 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 전달했다는 의혹 등을 집중 조사했다. 이 전 의원은 대선 당시 MB캠프 자금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MB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관련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김 전 기획관의 공소장에 그의 증언을 토대로 ‘주범은 MB’라고 적시했다.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도 미화 10만달러를 김윤옥 여사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에 대해서는 삼성 측이 이를 인정함에 따라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 것이라는 점만 증명해도 충분하다. 검찰은 직접 뇌물죄를 적용할 방침이지만 만약 이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다스가 ‘MB것’이 아니어도 가족회사라는 점에서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될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이때는 이건희 회장 사면 등 삼성 측의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범죄가 성립한다.

    

피의자 이명박

 

이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검찰은 앞서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경험이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진검 승부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3월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에게 상당히 정중한 방법으로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인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 과정에서 예우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출석에 앞서 서면 질의를 미리 보내는 등 ‘특별대우’ 역시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비춰 볼때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장면은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방송 취재진 등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며 두 마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더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내 설치된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은 이날 소환 통보 사실을 밝히면서 조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필요한 예의는 반드시 지키겠지만,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별한 장소가 아닌 통상적인 조사실에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씨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영상녹화실이 조사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1001호에 마련된 조사실에서 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영상녹화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돼 일반 조사실에서 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받기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예우 차원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차를 마신 뒤 조사에 임한 전례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어 노승권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티타임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윤 지검장 또는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조사 일정과 진행 방식을 개괄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으로 조사가 시작되면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 동석 하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검찰과 진검 승부에 나서게 된다.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진행할 검사로는 특수2부 송경호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 신봉수 부장검사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매관매직·공천헌금·대보그룹 등 뇌물 및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등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첨단범죄수사1부는 다스의 실소유주 및 이 전 대통령 차명 지분 등 의혹을 수사 중이다.

 

송 부장검사와 신 부장검사 등은 번갈아가며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이같은 의혹 전반을 강도 높게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반복해서 부르는 게 어려운 만큼 단 한 차례의 소환으로 모든 의혹을 한 번에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예우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호칭을 '대통령님'으로 부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대통령 법무비서관 출신 강훈 변호사와 대검 차장검사 출신이자 MB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변호사, 최근 선임된 피영현 변호사 등이 검찰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별도의 법무법인을 만들고 검찰 수사에 본격적으로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방대하고, 뇌물 액수가 100억원에 넘는 등 사안 자체가 중요함에 따라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동의할 경우에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 출석 당시 21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수세에 빠졌다. 사진은 검찰에 출두하는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김상문 기자>

 

MB vs 측근

 

이처럼 수많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이 검찰에 출두에 자백하면서 더욱 궁지로 몰린 상황이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MB 수사는 검찰과 MB의 대결이 아니라 지금 구속된 MB 측근과 MB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9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전 의원은 “지금 구속된 MB 측근들이 다 뒤집어 쓰게 생겼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사람들(MB 측근)이 자기네가 빠져나오기 위해서 증거를 막 대는 거다 그러니까 영포빌딩도 압수수색하고 뭐 압수하고 막 그러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이 배신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나름대로 살기 위해서 이제 그렇게 하는 거다. MB가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한다는 것은 결국 밑에 사람한테 다 (책임을)지우겠다는 거, 책임을 떠넘기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형국이 박근혜 재판하고 차이가 좀 있다. 측근과 MB와의 대결. 이런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예정인 가운데 정 전 의원은 “검찰이 진술은 많이 받았는데 딱 떨어지는 증거가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술 가지고도 기소하고 그러는데, 그게 정황 증거는 되지만 직접 증거는 안 된다. 그러니까 검찰에서는 지금 광범위하게 수사를 전개하는 이유가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외로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제가 확인했다”며 “MB가 신중하고 치밀하게 살아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검찰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키맨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런데 박 전 차관이 소환에 응하고 있지 않다. 왕차관인 박 전 차관이 구속될 상황이면 MB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박 전 차관이 워낙 일을 많이 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집행하는 일을. 돈을 쓰는 쪽 일을 많이 했다. MB와 형님 사이에서”라고 말했다.

 

이어 “MB가 나가기 전까지 자취를 감추게 만들 거다. 나가더라도 MB가 나간 후에 나가게. 그러니까 MB로부터, 이제 MB가 나갔다 오면 뭔가 검찰이 핵심을 알 거 아니냐. 그럼 박영준한테 전화해서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좀 해라. 서로 아직까지는 공조 체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차관은 MB 정권의 최고 실세로 '영포라인'의 핵심 인물이다.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2차관을 지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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