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4월 위기설’ 직면한 내막

“발등의 불 떨어졌지만, 돈 달라 떼 만 쓰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3/10 [17:13]

한국GM, ‘4월 위기설’ 직면한 내막

“발등의 불 떨어졌지만, 돈 달라 떼 만 쓰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3/10 [17:13]

한국GM이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4월내로 차임금을 갚거나 희망퇴직 관련 비용으로 2조3000억이라는 거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4월에 한국GM의 보유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기에 위기 넘기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이 상황에서 미국GM은 한국정부를 압박하며 지원금을 받아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 한국GM 정상화는 쉽지 않아보인다.

 


 

‘최악의 자금난’ 4월말까지 2조3000억 원 마련해야

산은에 퇴직비용 분담요구…정부와 합의 원칙 위배

정부 압박카드 ‘신차’ 들이밀어…생산시설 배정되나

경영실사 노사 협상 모두 공회전…자료제출 소극적

 

▲ 한국GM이 ‘4월 위기설’에 휩싸였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한국 제너럴모터스(GM)가 3월·4월 2개월에 걸쳐 극심한 자금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본사 GM이 계획대로 약 3조원의 대출금을 주식으로 출자 전환해주지 않을 경우, 이 차입금을 갚거나 희망퇴직 위로금 등을 지급하는데 최소 2조3000억원을 마련해야하는 처지다.

    

위기의 GM

 

업계와 한국GM에 따르면 우선 한국GM은 3월 말 다시 GM으로부터 빌린 7000억원 차입금의 만기를 맞는다.

 

지난 2월23일 이사회에서 GM측이 일단 “실사 기간을 고려해 회수를 보류한다”는 취지로 만기를 당초 ‘2월말’에서 ‘3월말’로 한 달 연장해줬지만, 현재 본격적인 실사가 시작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달 말 다시 연장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3월 말 만기 연장 등으로 한 차례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4월에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한국GM 감사보고서(2016년말 기준)에 따르면 4월1일부터 8일까지 무려 9880억원 차입금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온다.

 

대부분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 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 수준이다.

 

이어 4월말에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500명에 위로금도 지급해야한다. 2~3년치 연봉, 평균 약 2억원으로만 계산해도 5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뿐 아니라 4월 중 지난해 격려금 중 절반(1인당 약 450만원)도 줘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약 720억원(450만원×1만6천명)도 부담이다.

 

결국, 이달 이후 4월말까지 차입금 만기 연장에 실패할 경우 한국GM은 약 2조3000억원(7000억+9880억+5000억+720억원)을 어디서 다시 빌려서라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최악의 자금난을 타개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GM의 차입금 출자전환뿐이다. 공장을 폐쇄하고 희망퇴직까지 받는 구조조정 상황에서 한국GM이 달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수천억 원의 GM 차입금을 감당할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GM은 2012년 이후 시중 은행권을 통한 자금 대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도 이사회에서 2대 주주 산업은행(지분율 17%)에 ‘단기자금 융통’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실사가 빨리 마무리되고 노사 임단협에서 성과가 나타나야 GM의 출자전환 실행 일정도 앞당겨질 것”이라며 “출자전환으로 일단 큰 불을 막고 재무 상황이 좋아지면, 그제야 나머지 자금은 단기 차입 등으로 융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갈등

 

이처럼 각종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국GM 구제 방안을 놓고 GM과 KDB산업은행이 대립하는 가운데 GM 본사가 산업은행이 한국GM 희망퇴직 비용 중 일부(850억원)를 분담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GM이 경영 실패 ‘결과물’인 인력 구조조정 부담까지 한국 측에 요구하면서 한국GM 회생 협상에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GM은 이날 “GM은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원 중 한국GM 지분율(83%)만큼만 기여할 수 있다”는 방침을 한국GM 측에 전달했다. 이는 곧 산업은행도 보유 지분율인 17%만큼 희망퇴직 비용을 분담하라는 뜻이다. 금액으로 역산하면 85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에 배정할 신차 물량 결정을 앞두고 본격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2월13일부터 전 직원(1만6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2500여 명이 신청했다. 희망퇴직자는 위로금으로 2~3년치 연봉(평균 2억원)을 받기 때문에 총 5000억여 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GM이 지분율만큼 돈줄을 대면 4150억원만 조달이 가능하다. 나머지 부족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한국GM 최대 회생 카드인 인력 구조조정이 첫발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GM 측은 “당장 희망퇴직 비용을 산업은행이 부담하라는 게 아니라 신규 대출을 해주는 등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자는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GM 회생을 위해 정부와 GM이 합의한 3대 원칙(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 장기 경영 정상화 방안)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한국GM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희망퇴직은 어디까지나 GM 본사 경영 실패에 따른 후속 조치”라며 “대주주가 책임져야 하는데 한국에 손을 벌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희망퇴직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달 ‘비용 폭탄’이 터진다. 한국GM은 희망퇴직자를 최종 선정해 3월 말까지 퇴사시키는데, 위로금 지급 시기는 4월 중순으로 예정됐다. 4월에는 한국GM 시재금(보유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분석되는데 GM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만기도 겹쳐 있어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외치는 직원들. <사진출처=SBS 뉴스 캡처> 

 

해결책은 신차?

 

GM에게 각종 위기가 산적한 가운데, 글로벌 사업장에 대한 신차 및 생산물량 배정을 결정하는 시기가 임박해지면서 한국GM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GM은 3월 중 이를 결정하는데, 한국GM이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회생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GM은 한국GM 신차 배정을 압박카드로 내세워 정부·노조와의 협상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 측과의 실사 추진도 속도감 있게 진행이 안되고, 노조와의 인건비 절감 논의도 시작도 못한 상황이어서 노회한 GM이 어떤 선택을 할지, 신차배정을 해도 실효성이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GM 카허 카잼 사장은 전날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린 임금단체협상 4차 교섭에서 "회생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GM을 위해 신차 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제품 배정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잼 사장은 또 “글로벌 GM이 한국GM의 회생계획 진전을 기다려주고 있지만 결정을 무기한 보류할 수 없다”며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노조의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글로벌 GM은 부평공장에 소형 SUV을, 창원공장에 CUV 신차를 각각 배정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부평공장 배정차량은 트랙스 후속모델(프로젝트명 9BUX) 20만대, 창원공장 배정차량은 GM 본사가 개발 중인 차량으로 알려졌다.

 

카잼 사장의 발언은 본사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인건비 절감과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신차 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정부·노조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관측된다.

 

GM은 통상 3월 중 글로벌 생산시설에 신차를 배정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 실사와 노사간의 임단협이 마무리될 때까지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차배정을 최대한 미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트랙스 후속모델은 한국GM이 자체개발한 모델이고, GM 본사가 개발중인 CUV 모델은 현재 개발 1단계로 양산까지 4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차 배정을 미룰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JTBC>에서 지난 3월8일 보도한 한 한국GM 핵심 임원의 메신저 대화록에 따르면 이 임원은 경영관리직 직원으로부터 신차 배정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초 2월말 예정이었지만 결정이 늦어져 2분기 내로 나올 것 같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실사와 노사 협상이 모두 공회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과 GM은 지난 2월21일 경영실사에 합의했지만 실사 범위와 기간, 제출 자료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산은은 한국GM 원가에 대한 이전가격, 고금리 정책, 본사 관리비, 기술 사용료 등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GM이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합의서에 넣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GM 측은 자료제출에는 협조하겠다면서도 경영기밀에 해당되는 본사와의 거래 내역 등은 미국 본사와 협의해 제출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와의 대화도 지지부진하다. 한국GM 노사는 임단협을 벌이고 있지만 인건비 감축 등 비용 절감 논의는 지난 3월7일 4차 임단협에서도 이뤄지지도 않았다. 사측은 이날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복지 혜택 축소 등을 담은 교섭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군산공장 전기차 생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측은 오는 3월15일 대의원대회 이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최근 2500여명 희망퇴직 신청으로 인건비와 부대비용 약 4000억원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한국GM의 연간 평균 순손실이 7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000억원 안팎의 경비를 추가로 줄여야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전망이다.

 

GM이 배정할 신차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GM이 4년 후 양산되는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하더라도 4년간의 공백을 감당해야 하고, 양산이 시작되도 한국GM이 회생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5000~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개발비용을 본사에서 부담할 지도 불확실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GM은 인도시장 철수 때도 신차배정을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글로벌 사업구조상 신차배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조치임에도 정부와 노조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회생 의지가 있다면 신차투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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