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비례, 그리고 ‘황금비율’

“수학자와 예술의 아름다운 만남 시작되다”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3/11 [15:45]

조화와 비례, 그리고 ‘황금비율’

“수학자와 예술의 아름다운 만남 시작되다”

이일영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3/11 [15:45]

소리와 빛깔은 누구나 평등하게 듣고 보아야 하는 진리의 울림과 신성한 빛으로 전해져 왔다. 모든 만물은 빛깔로 존재를 나타내며 모든 생명은 소리와 빛깔로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영원한 전달과 공유를 추구하였던 기록으로 후세에 전하는 인류의 모든 그림과 자연계의 생명이 귀를 열고 눈을 뜨기 이전에 울음과 빛깔로 탄생을 알리는 의미도 존재를 나타내고 참여를 알리는 것임을 확인하게 한다.

 


 

음악과 미술의 태동…각종 지혜 후대 알리려는 노력

동서양 막론하고 우주질서와 같은 동일 가치로 인식

모든 아름다움 조화와 균형의 바탕 위에서 인지시작

각종 예술 작품들은 ‘황금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어

 

▲ 레오나르도 다빈치 황금비율. 

 

소리와 빛깔은 일차적으로 ‘알리다’ ‘나타내다’ 의 맥락으로 생명체를 대상으로 존재를 전달하는 신호이며, ‘보다’ ‘듣다’의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교감에서 소리와 빛깔은 존재한다. 소리와 빛깔이 가지는 생명체와의 상호교감의 반복이 시각적 언어와 청각적 언어를 이루게 되면서 인간은 이를 바탕으로 문자와 말(語)을 이루었고 이는 소통의 약속이라는 집단적인 질서를 가져왔으며 인류사회의 법이라는 규범이 자연적인 태동을 이루는 배경이다.

    

소리와 빛깔

 

소리와 빛깔에 담긴 정신의 개념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며 그 어원인 라틴어 커뮤니티니 카레(communicare)에는 ‘나눔’ ‘전달’ ‘참여’ ‘공유’라는 의미 이외에도 많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중심적인 개념은 공동(共同)에서 찾는 것이 적합하다. 이러한 사실은 바람 또는 천둥과 같은 자연의 소리가 재앙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려는 알림이며, 하늘의 빛깔과 풀과 나뭇잎의 빛깔 또한 자연의 현상을 파악하는 일차적인 그림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신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만큼 경이적인 조화와 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적인 피해의 현상에는 늘 자연적인 경계의 신호가 주어져 인간은 자연에 담긴 소리와 빛깔의 변화를 주시하여 얻게 되는 대비의 지혜와 창의로 문명을 가꾸어 왔다.

 

바로 그리스와 로마신화에서 제우스(Zeus)와 주피터(Jupiter)가 천둥과 번개로 비와 바람을 만드는 신(神)으로서 우주를 지배하고 다스리는 최고의 신(神)으로 숭배된 배경이다. 이처럼 인류의 조상들은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소리와 빛깔로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를 주시하며 일깨운 지혜들을 음악에 담아 알리고 그림으로 전하려 하였던 노력이 바로 음악과 미술이 생겨나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가장 오랜 회화기록으로 전하는 프랑스 라스코(Lascaux)동굴벽화와 스페인의 알타미라(Altamira)동굴벽화는 약 2만여년 전의 인류의 삶을 나타낸 기록으로 회화의 보존적인 의미에서 그 의미는 더욱 뚜렷하다.

 

경이로울 만큼 생생한 빛깔과 익숙한 솜씨로 그려진 들소 떼의 형상에서부터 여러 동물의 그림과 그 몸집에 꽂힌 화살과 창들은 주술적인 의도 속에 보존이라는 의식으로 그려진 당시의 삶에 이야기를 그림문자로 전하는 기록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인류의 가장 오랜 회화적 기록인 동굴이나 옛 무덤의 벽화들은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음악적인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다.

 

고대 이집트 고분 벽화에서 사냥과 축제를 담은 그림에 나타내는 음악적인 율동들은 그리스의 미노스 화가들에 의하여 춤추는 사람들로 그려졌으며, 로마의 고대 신화를 대상으로 하는 벽화 또한 음악적인 요소가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고구려 고분 벽화인 무용총에 담긴 음악의 율동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처럼 보이는 빛깔과 들리는 소리의 조화로 빚어낸 오랜 역사의 경이로운 기록들은 그림이라는 보존의 완성적 형태에서 소리를 함께 담아온 인류의 지혜를 생각하게 한다.

    

▲ 황금비율.

 

조화와 비례

 

소리의 질서를 어우르므로 빚어낸 혼이 음악이라면 빛깔의 변화를 조화로 담아낸 것은 그림이다. 인간은 자연이 빚어내는 소리에 귀를 열어 신성한 자연에 담긴 정신을 음악으로 승화시켜 서로를 헤아리는 삶의 가치를 높여 왔다. 오늘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환경과 여건이 서로 다른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내는 가장 큰 역할을 소리가 열어온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뜻으로 헤아릴 때 쉽게 인식되는 부분이다.

 

음악의 어원에서 서양의 그리스어인 ‘무시케(musike)’에 담긴 기예(技藝)라는 넓은 의미는 시간성에 중심을 둔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인간 활동으로 동양에서의 예악(禮樂)과 그 뜻이 일치하다. 또한, 라틴어의 무시카(musica)에 담긴 소리와 울림에 관한 질서는 만물의 근원을 수(數)로 헤아린 피타고라스의 하모니아(Harmonia)에서 수(number)와 척도(measure)와 비례(proportion)로 정의되었다.

 

이는 고대 인도음악을 이루는 박자-리듬개념의 탈라(tala)와 멜로디-음계 개념의 라가(raga)가 시간과 계절로 상징된 내용과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음악에서 황종(黃鐘)을 기본음으로 하는 십이율이 음양오행의 질서로 파악된 정신과 서로 만나 동양과 서양의 나눔이 없는 인류는 하나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음악을 우주의 질서와 같은 동일한 가치로 인식하여 수학으로 헤아린 역사에는 피타고라스가 중심이 되었던 조화(harmony)의 승화된 정신이 시대를 이끌었던 여러 종교의 이상과 융합하여 음악으로 꽃피우면서 오늘날의 현대음악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존재하는 가장 오랜 수학서인 수의 성질과 분류를 통한 기초서 산술입문을 펴낸 고대 그리스의 니코마코스(Nikomachos,50~150?)는 음악서 화성학(和聲學)에서 “음악은 하늘이 전하며 신이 덕을 나누는 소리”라는 뜻을 담아 우주의 음악(Musica mundana)임을 알리고 있다.

 

그리스의 음악이론을 중세에 전하는 다리가 되었던 세계 3대 옥중문학으로 평가받는 『철학의 위안』의 저자 보이티우스(Boethius,470?-524)는 저서 『음악적 가르침,De institutione musica』을 통하여 우주 음악(musicamundana)과, 인간음악(musica humana), 악기음악(musica instrumentalis)으로 정의하며 음악은 우주의 질서와 같은 조화의 수로 이루어진 수학의 일부라는 당시의 시대적인 논리를 전하였다. 

 

화성관측을 토대로 한 『케플러의 법칙』으로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는 데 핵심적인 수학적 기초를 제공하였던 요한 케플러(J,Kepler,1571~1630)는 『우주의 화음』에서 음(音)들의 관계를 우주 행성들의 움직임으로 산출하였다. 이와 같은 많은 수학가의 음악에 대한 오랜 연구에 대하여 제자 러셀과 함께 펴낸 『수학의 원리』로 근세 기하학의 선구적인 토대를 일군 화이트 헤드 (Whitehead 1861~1947)은 “조화(harmony)의 발견은 인류 문명의 이정표이며 꽃이다” 라는 말로 이와 같은 바탕들을 깊게 함축하고 있다.

 

자연의 조화에서 생명의 균형으로 발전해온 음악을 수학적 관점에서 파악한 중심은 소리의 본질이 우주질서에 담긴 정신적 가치의 비례이며, 조화의 균형 또한 질서에 담긴 수치의 비례라는 점이었다. 이는 회화예술의 바탕을 이루는 조형(plastic-造形)에서 가장 중시되는 황금분할(黃金分割, golden section)과 만나게 된다. 

    

황금분할의 역사

 

황금분할이란 가장 안정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비율로 ‘선분을 둘로 나누었을 때, 짧은 부분과 긴 부분의 길이의 비가, 긴 부분과 원래 선분의 길이의 비와 똑같아지는 경우’에서 나타나는 1:1.618의 비율을 일러 일찍이 철학자 플라톤(Platon,BC429?~BC347)은 “이 세상의 아름답게 하는 방법 중 가장 완전한 것이다.”라고 말 했다.

 

펜터그램(Pentagram)이라는 별 모양의 5각형으로 대표되는 수의 조화와 비례에 나타난 황금분할의 역사를 열어온 피타고라스학파의 노력에서부터 무리수의 진동을 잠재운 그리스의 수학자 에우독소스(Eudoxos,BC408?~BC355?)의 일반비례론의 정립과 구면(球面)의 곡선에 관한 연구를 통한 황금분할(黃金分割)의 체계적인 발전은 원뿔의 체적에 대한 증명 및 원의 넓이는 그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천문학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와 우주의 윤곽이 과학적으로 드러났다.

 

황금분할의 이론적 연구과정에서 드러난 과학적인 우주의 먼 거리만큼이나 긴 세월이 흐른 이후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Fibonacci,L,1170~1250)는 자연계의 구조와 생성의 수열은 그 비율이 황금비와 같다는 이른바 피보나치 수열을 증명하였으며 르네상스의 수학자였던 파치올리(L,Pacioli,1445~1509)는 그의 저서 『신성한 비례에 관하여』를 통하여 신성비례(神聖比例)로 발전시켜 16세기 천체 물리학의 거성 케플러(Johann Kepler1571~1630)는 이를 일러 성(聖)스러운 분할로 정의하게 된다.

 

황금비율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인류문명에서 그 바탕이 되어왔으며 건축 및 각 분야에서 인간의 감각적인 경험으로 축적되어 왔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라고 플라톤에 의하여 전해진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B.C.500~430)의 인간 척도설(人間尺度說)을 증명하듯 이오니아의 아폴론 신전 조성에서 신장은 인간 발바닥의 6배인 점에 감안하여 신전 기둥 높이를 그 바닥 지름의 6배가 되도록 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체 균형의 비례를 건축물 구성의 비로 옮긴 대표적인 예다.

 

모든 대상의 구성과 제작에서 균형을 고려하고 미를 추구한 일차적 중심은 인간이 지니는 잠재적인 능력이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일정한 양식을 가져왔고 그 비율을 파악하여 논리적인 토대를 마련했으며, 감각적인 美의 추구를 통하여 모든 아름다움은 조화와 균형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헤아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사시대부터 전해오는 금강비례는 수혈식 주거지 또는 역대 건축에서 잘 나타나 있는 비례로 1 : 1.4142의 비율을 가진 실용적 비례에서 무량수전이나 석굴암과 같은 황금비율로 발전된 내용 또한 감각적 비례에서 이론적 비례로 발전한 사례라 할 것이다. 자연에 담긴 조화를 이루는 일정한 비율과 인체의 균형에 담긴 비례의미가 나타내는 불가사의함을 인식하여 일차적이고 시각적인 미의 추구에서 복합적이고 정신적인 미의 탐구로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수학자와 화가

 

황금분할의 가장 큰 발전은 조화와 균형의 실체를 증명한 수학자 피보나치(Fibonacci,L,1170?~1250?)에 의하여 증명된『피보나치 수열』과의 만남이라 할 것이다.

 

피보나치는 집에서 키우던 토끼의 번식과정을 관찰하며 자연계의 구조와 생성의 조화에 담긴 심오한 비율을 수열로 증명하였다. 그의 저서 『계산판의 책,Liber abaci』에서 제시한 여러 문제 중에서 “한 쌍의 토끼가 매달 암, 수 한 쌍의 새끼를 낳으며, 새로 태어난 토끼도 태어난 지 두 달 후면 어미가 되어 한 쌍씩의 새끼를 낳는다. 1년 후 태어난 토끼는 모두 몇 쌍 인가”?라는 문제를 제시하였다.

 

이는 1년 동안 매달 태어나는 토끼 쌍의 수는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이다. 이와 같은 합계가 376쌍이라는 산술적 계산과 해답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바로 각 달에 태어난 토끼의 수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일정한 규칙이 있는 수들의 나열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1,1,2,3,5,8,13,21,34,55,89,144,......)예문의 수처럼 모든 숫자가 앞선 두 숫자의 합과 같은 법칙으로 이루어진 수열이 가지는 1:1.618 비율의 균형과 조화가 황금분할의 비율과 같다는 것이었다, 즉 자연계에 모든 동식물의 생성과 구조의 조화가 그 비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실체를 수열로 증명하여 훗날 프랑스 수학자 루카스(F,E,A,Lucas,1842~1891)가『피보나치 수열』로 이름 하였다.

 

이처럼 물질적인 대상에서 파악된 조화로운 비례(proportion)가 생명체의 생성구조와 같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되면서 감각적 경험에서 헤아려온 황금분할은 자연과 생명체에 담긴 신성한 아름다움을 이상으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피보나치수열을 바탕으로 황금분할에 대한 깊은 인식과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그 배경에는 수학자와 화가의 만남이 존재하고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자 파치올리(L, Pacioli, 1445~1509)는 화가이었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 D, Francesca. 1420~1492)의 수학 분야의 문하생이었다.

 

프란체스카는 오늘날 현대 추상회화의 정신적인 시조로 평가받는 화가로 수학 및 여러 분야에 뛰어났으며 원근법과 황금비례에 기초한 『투시화법(透視畵法)에 대하여』 등 여러 저서를 남길 만큼 황금분할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파치올리는 당시 다양한 학문에 통달하였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vinci, 1452~1519)와도 절친하였다. 화가이면서 수학 분야에도 학문적 연구가 뛰어났던 천재 화가 다빈치는 기하학적인 투시화법의 그림을 그리면서 수학적 원리를 깊이 헤아렸으며 모든 작품 제작을 황금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수학자와 화가의 만남을 통하여 무수한 토론과 연구가 토양이 되어 비례의 미학이 완성도가 높은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는 곧 르네상스라는 인류사의 가장 빛나는 문화를 열어간 원천이었다.

 

수학과 미술의 만남이 빚어낸 융화의 미학과 같은 비례의 균형을 헤아리게 된 화가들의 미술작품들은 황금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내용을 출발점으로 음악을 구성하고 새로운 악기가 제작되는 등 예술 분야에 황금비율의 정신과 논리가 단일화된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조화와 균형을 통한 의식은 모든 분야에 빠르게 응용되었으며 오랜 인류사의 장인 기술 시대에서 과학으로 발전하게 되는 결정적인 영향을 가져와 세상은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는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기 위한 몸부림이 가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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