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격적 섹스 스캔들, ‘권력형 성폭행’의 민낯

“도지사님의 성 일탈행위, 미투 혁명 시작됐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3/12 [16:15]

안희정 충격적 섹스 스캔들, ‘권력형 성폭행’의 민낯

“도지사님의 성 일탈행위, 미투 혁명 시작됐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3/12 [16:15]

문화 예술계에서 시작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끝 모를 절정에 다다랐다. 차기 대권주자 1순위로 불리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범행 전력이 폭로된 것이다. 평소 반듯한 이미지였던 안 전 지사의 성범죄 의혹에 대중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폭로의 물결은 더욱 거세게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 동참 요청’ 했던 안희정…11시간 만에 가해자로

회견 준비 중 두번째 폭로…‘상습범’ 우려 대응책 부심

미투물결은 ‘빙산의 일각?’…한국사회 큰 변화 시작돼

‘권력형 성범죄’ 흉악범 처벌하겠다는 의지 밝힌 정부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 터지면서 ‘미투 운동’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김상문 기자>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 달라.”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3월5일 오전 9시 충남도청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미투(Me too) 운동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11시간 만에 그의 ‘말’은 가면을 쓴 이중적인 말이 돼버렸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인 김지은씨는 이날 JTBC에 출연해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충격적 의혹

 

지난 3월5일 안 지사가 도청 공무원들에게 강의한 내용은 김지은씨가 8개월 동안 속으로 아파했던 내용들이었다. 안 지사는 이런 내용을 담담하게 얘기한 것이다.

 

김지은씨는 이날 방송에서 “그가 가진 권력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항상 기분을 맞추고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강의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질서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정의했다.

 

안 지사의 미투 운동 동참은 지난 2월에는 더 공허한 외침이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월2일 “성희롱 피해를 당한 분들은 적극적으로 신고센터를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씨의 폭로에 따르면 안 지사는 이 발언을 한 뒤인 20여 일 뒤인 지난 2월25일에도 김 씨를 성폭행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안 지사가 미투 운동을 동참하자고 직원들에게 강의해놓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허탈해했다.

 

게다가 안 전 지사는 추가 성폭행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것도 안 전 지사 측이 ‘추가 피해자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자신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이 추가 폭로에 가담하면서 안 전 지사는 ‘거짓말쟁이’라는 꼬리표 까지 붙게 됐다.

    

회견 취소 내막

 

이같은 수행비서와 연구소 여직원 성폭행 의혹을 받아온 안 전 지사가 지난 3월8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 김지은 씨의 최초 폭로에 따른 잠적 이후 사흘 만에 국민에게 모습을 드러낼 줄 알았던 안 전 지사가 자취를 감추면서 의혹과 불신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시점상으로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 취소는 전날 밤 안 전 지사의 대선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의 추가 성폭행 폭로 이튿날 낮에 이뤄졌다. 추가 피해자 등장으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고 자신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한 것을 직감한 안 전 지사가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8일 오전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도 성폭력이 만연했다는 내용이 담긴 당시 캠프 참가자들의 성명까지 나온 터라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안희정’ 입장에서 제3, 제4의 폭로자 등장 가능성은 기자회견 발언 수위를 정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수행비서와 연구소 여직원의 폭로 내용만 감안한 섣부른 발언이 자칫 향후 수사 대응 과정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추가 피해로 인해 상습범의 의미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재판에서 이 상습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위협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날짜도 좋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날은 세계여성의 날(3월8일)이다. 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는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날에 안희정 전 지사가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기자회견장에서 피켓 침묵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추가 폭로를 우려해 기자회견을 취소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자신의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벗어난 추가 폭로가 나온다면 기자회견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된다.

    

▲ 지난 3월8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기자회견이 취소되자, 자리를 정리하는 충남도 직원들. <김상문 기자>

 

이제는 피의자로

 

안 전 지사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정치인 안희정’ 입장에서 안 전 지사는 이미 국민적 신뢰가 깨져버린 상황에서 사과가 대중의 가슴에 다가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충남 지역민과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지지자까지 등을 돌리면서 기자회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증폭됐을 거란 진단이 나온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검찰 소환이 임박한 마당에 안 전 지사가 포토라인에 두 번 서 반전을 기대할 수 없는 사과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터전인 충남도청 직원과 고향 지역민의 곱지 않은 시선도 기자회견 취소 요인으로 지목된다. 도청 내부에선 성추문으로 도민에게 상처를 준 성범죄자에게 도청 공간을 기자회견 장소로 내줄 수 없다는 반발이 컸다.

 

안 전 지사의 정치적 지지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안 전 지사의 2017년 대선 경선 캠프 구성원 중 일부는 지난 3월8일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김씨에 대한 위드유(WithYou)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저희는 안희정의 상습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씨와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앞에선 미투를 운운하며 뒤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안희정의 이중잣대를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안희정 캠프 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성폭력이 만연했음을 시인하며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 캠프에서 공보특보를 맡았던 김진욱 청와대 행정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위선의 가면 너머를 보지 못하는 바보 천치”라며 “충격. 배신감. 상실감. 자괴감. 이제까지 겪었던 모든 상황 중 최악의 상황에서 난 무기력한 존재임을 확인할 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안 전 지사 성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최초 폭로자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장소로 지목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사건 발생 당일의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 영상에는 김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지난 3월25일 전후로 안 전 지사와 김씨가 오피스텔로 들어간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법무부에 안 전 지사의 출국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조만간 김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진화하는 사회

 

이같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미투 열풍이 한국사회를 강타한지 한달이 훌쩍 넘었다. 통상 제 아무리 파괴력이 있는 이슈라 하더라도 이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세간의 관심도는 한풀 꺾이기 마련이지만 미투는 현재형으로 한국사회의 중심과 외곽 모두에서 마치 화산분화처럼 분출하고 있다.

 

현직 여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에서 시작한 미투는 법조계와 문화계의 지형도를 바꿔놓았으며 여권의 차기유력 대선주자는 정치를 떠나게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춰지는 남성 권력자들의 추악한 행태는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피로감’없이 계속되는 미투 운동은 과연 언제까지 전개될까.

 

여성계 및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투 운동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미투 운동은 표면적으로는 서구사회에서 건너온 최신 트렌드이지만 우리 사회에 오랜시간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왜곡된 성문화에 반발하는 약자들의 외침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4월 남북정삼회담, 6월 지방선거 등 인화성 높은 사안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투 운동이 뚜렷한 결실물을 내놓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로서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대중의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투 운동이 거둔 긍정적인 성과를 지지하는 이들의 일부는 이 운동이 단순히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 모순을 타파하는 것을 넘어 사회가 아노미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현재 한국사회는 미투 운동이후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는 공통의 가치나 도덕적 규범이 무너진 뒤의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인사는 이같은 점을 우려하면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투 운동은 21세기임에도 여전히 전근대적인 의식에 젖어있는 권력자들이 건재하는한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권 전문가는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7, 8, 9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진 것처럼 2017~2018년 촛불항쟁 이후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대규모 항쟁 이후의 부문운동적 성격도 있지만 우리 사회를 근본부터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투는 약자를 함부로 무시하고 심지어 범죄마저 서슴지 않는 야만사회에서 보다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면서도 "다 피해자들의 아픈 고백 덕분”이라고 말했다.

    

▲ 미투운동은 단순히 성범죄 폭로를 넘어서서 ‘여성 인권’의 상징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 현장 모습. <성혜미 기자>  

 

정부의 대책은?

 

정부가 지난 3월8일 미투 운동에 부응해 발표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은 현실적으로 내놓은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다만 법적인 단죄가 대중의 비판에 걸맞는 수준이 될 것인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부가 내놓은 민간 부문 성폭력 대책의 핵심은 직장 내 성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문제로 여겨온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대다수의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는 버젓이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는 이를 문제 삼지 못한다. 그 배경엔 솜방망이 처벌뿐 아니라 신고와 처벌을 가로막는 폐단이 겹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권력형 성폭행(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의 법정 최고형을 징역 5년(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징역 10년(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늘리는 것은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이 죄목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도 1994년 이 죄목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형량이 조정됐다. 법정 최고형이 징역 2년(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징역 5년(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현행법상 법정 최고형이 징역 10년인 죄는 ‘살인 예비’와 ‘미성년자 약취(납치)’, ‘추행을 위한 인신매매’ 등이다.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한 성추행(강제추행)의 법정 최고형도 징역 10년이다. 권세를 이용해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성폭행한 사람을 살인을 준비하거나 아동을 납치한 흉악범에 준해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대검찰청은 ‘미투’ 폭로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해자에겐 원칙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성폭력 가해자가 도리어 “물증이 있느냐”며 피해자를 고소한다고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땐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阻却)’ 단서가 있지만 수사기관이 최종 판단을 법원에 맡긴다며 성폭력 피해자를 기소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박성민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성폭력 사실을 공개한 피해자 대다수는 이번 조치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범죄 피의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무료로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한법률구조공단 및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 속한 피해자 지원 변호사의 수를 늘린다.

 

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팀장과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등으로 구성된 ‘미투 피해자 보호관’ 915명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자 상담과 의료 지원 등을 맡는다.

 

피해자의 신상을 들춰내고 조작하는 악성 댓글과 게시물은 경찰이 집중 모니터링 중이다. 도가 지나친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즉각 삭제하고, 악의성을 띠는 것은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을 통해 작성자를 찾아내 구속 수사한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 씨가 SNS 등에서 심한 인신공격에 시달리는 등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성폭력 은폐를 부추기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정지시키는 관련법 개정안도 추진한다. 현재는 형사 소송의 공소 시효만 정지시키는 탓에 미성년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반쪽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중 성폭력 특별 신고·상담센터를 열어 6월까지 100일간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피해 신고를 접수한다. 특히 영화와 출판, 대중문화(음악 만화 이야기 패션 등) 및 체육 등 주요 분야엔 국가인권위원회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 조사단을 보내 관계자들을 심층 면접하며 숨겨진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성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국고보조금 등 공적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도록 관련 지침을 고친다. 지금은 성범죄가 사실로 확인돼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돼야 보조금을 끊었지만, 앞으론 가해자가 성폭력을 시인하거나 정황 증거만 확실해도 곧장 조치한다. 국립 문화예술기관 등의 임직원 채용 규정에도 성폭력 관련 내용을 넣는다.

 

문체부는 이 같은 내용을 전부 포함해 예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침해행위 구제 등을 위한 ‘예술가의 권익 보장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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