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남북·북미 정상회담 성사 내막

‘김정은·트럼프’ 흔든 외교…한반도 운전자론 빛났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3/13 [14:27]

문재인, 남북·북미 정상회담 성사 내막

‘김정은·트럼프’ 흔든 외교…한반도 운전자론 빛났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3/13 [14:27]

한반도 정세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뒤바뀌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긴장과 갈등만 지속되어 오면서 지나치게 경색된 남북관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빠르게 풀리고 있는 것이다. 4월 달 남북정상회담과 5월 달 북미정상회담 이라는 ‘거대한 분기점’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는 김정은의 친동생 김여정의 올림픽 개막식 관전 이후, 실무자인 김영철의 폐막식 방문, 그리고 우리측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에 이어 특사단의 트럼프 면담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4月남북정상회담 이어 5月북미정상회담…연이은 외교낭보

김정은과 트럼프의 파격행보…참모도 예측 못한 광속결정

‘북미정상회담’ 현실로 이끈 文 대통령…‘중재외교’ 빛났다

文지지율 70% 회복…‘남북정상회담 대북특사단 성과’ 영향

 

▲ ‘한반도 운전자론’을 기반으로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4월말 예정시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이 5월에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주도한 문재인 정부 외교력에 대한 찬사가 나오는 이유다.

    

북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그간 서로 더 큰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무시무시한 말싸움을 하며 전세계를 핵 위협에 떨게 했던 도덜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만나는 날이 가까워진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월8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직접 중대 브리핑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브리핑에 감사를 표시하고,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정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핵·미사일 실험 자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이해 등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그리고 전세계 많은 우방국들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완전하고 단호한 의지를 견지해 나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역시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며 “장소·시간이 결정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정 실장은 지난 3월5일 대북특별사절단의 수석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면담했다. 지난 3월6일 서울로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4월말 남북정상회담 등의 성과를 보고한 후, 3월8일 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미국 이후 주변 또 다른 국가들에도 남북 관계 및 비핵화 추진 상황을 설명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만남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는 아직 쉽게 추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기의 만남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실장의 발표에 앞서 CNN, 폭스뉴스 등 미 현지 언론 등이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장을 보냈다는 사실을 백악관 고위 관계자 등을 인용,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또 정 실장 브리핑 후 수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 실장은 발표문만 읽고, 자리를 떴다. 다양한 해석과 오해의 소지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5월에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김정은과 트럼프

 

이처럼 우리 정부의 ‘특사 외교’를 가교로 성사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합의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른 두 정상의 파격적인 태도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내내 서로 지지 않고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고 가는 듯했지만, 대화의 계기를 풀어나가는 장면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던 때와 마찬가지로 드라마틱했다.

 

먼저 승부수를 띄운 것은 김 위원장 쪽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의 제스쳐를 내밀기 시작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맞아 잇단 파격 행보에 나서면서 기대감을 부풀렸다.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불과 3시간 만에 영접해 무려 4시간 12분 동안 만찬을 겸한 면담을 진행한 것이다.

 

만찬 장소인 노동당 청사는 우리의 청와대 격으로 남측 고위급에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4월 남북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 ‘평화의 집’을 선택해 한국전쟁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는다는 상징성까지 보여줬다.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미 행정부로 전달된 메시지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초대장 성격의 친서를 보내는가 하면 비핵화 의지와 핵·미사일 실험 자제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초강력 대북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 작전은 물론 군사 옵션까지 공공연히 시사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역시 김 위원장 못지않게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국 정부가 “중대 성명을 발표한다”고 직접 예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제안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룸 방문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물론 참모들도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라고 CNN 방송과 AP 통신이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면서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 발표 예고를 먼저 한 뒤 문 대통령의 특사단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직접 면담한 것으로 보여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을 보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해듣자마자 곧바로 수락을 결정하고 5월을 회담 시한으로 공표한 것도 파격 중의 파격으로 볼 수 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급하게 결정했고, 그 결정은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백악관 참모들에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이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나, ‘역사적인 뉴스’를 외국 관료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웨스트윙 바깥쪽으로 장소를 바꿨다고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환영하면서도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대화 테이블에서의 기선 제압을 시도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방향을 다시한번 재검토 하게 만들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의 승부수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의 일대 전환을 가져올 역사적인 북미 정상간 직접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지난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성사 직전까지 갔던 북미 정상회담이 비로소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로,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모색하는데 있어 중대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구상에서 유일한 냉전의 외딴 섬으로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를 막고 평화체제를 조성해나가는 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적 사변(事變)”이라고 말이 나올 정도로 커다란 의미를 갖는 북미 정상회담을 현실화시킨 주역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군사적 긴장과 대결구도를 이어가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던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노력해온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직접 대화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속내’는 다르고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중재에 나선 문 대통령의 뜻과 노력을 존중하면서 대화의 장에 나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다양한 형태의 양자와 다자 정상외교를 거치면서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올인’해왔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뿐만 아니라 ‘실질적 당사자’ 격인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켜나가는 데 있어서도 결정적 관건은 북미대화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지난해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북 강경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대북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며,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는 외교적·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거듭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문 대통령은 외교적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1차례에 걸친 전화통화와 세 차례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북미대화에 나설 것을 끊임없이 주문했다.

    

한반도 운전자론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평창 외교전’이었다. 국제 스포츠제전의 개막을 축하하러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맞은 문 대통령은 양측 사이에서 대화를 하도록 유도했으나 막판에 불발됐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전제조건으로 삼은 미국과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의 입장차는 여전히 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요하게 중재 노력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평양방문 초청을 수락하면서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달라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평양에 보내 김 위원장에 직접 친서를 전달하고 비핵화에 나서달라고 설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결국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先代)의 유훈이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북미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특사단에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워싱턴으로 보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토록 했다. 최대한의 압박 기조 속에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접하고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이고 급기야 5월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뜻을 밝혔다.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정상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북핵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설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더라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4월말로 예정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5월 중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정지’를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고 이를 남북한 합의사항으로 공식화함으로써 북미 정상이 생산적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여건을 조성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볼 때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크게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지율 고공행진

 

한편, 커다란 외교 성과를 얻어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약 두 달 만에 70%대를 회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3월9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6~8일 전국 성인 1천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지난주보다 7%포인트 상승한 71%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줄어든 22%로 조사됐다.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70%대로 조사된 것은 지난 1월 둘째 주 73%를 기록한 이후 8주 만이다.

 

갤럽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에 합의하는 등 성과를 거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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