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호황’에도 휘청이는 이유는?

금호재건 ‘돈 줄?’…‘오너의 욕심’이 화 불르나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8/08 [10:51]

아시아나항공, ‘호황’에도 휘청이는 이유는?

금호재건 ‘돈 줄?’…‘오너의 욕심’이 화 불르나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8/08 [10:51]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는 ‘아시아나 항공’이 위기에 빠졌다. 수조원의 부채를 안고 회사가 운영되면서, 점점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항공업계가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힘든 ‘금전적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살리기 위한 ‘수익창출원’역할을 아시아나 항공이 하면서,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욕심이 항공사의 위기를 불러온 꼴이다.


‘부채비율’ 1000%로 오를 위기…자본·자금 조달 초비상
항공 산업 활황에도 위기…박삼구 그룹재건 욕심 참사?
커지는 ‘오너 리스크’…각종 ‘비위 갑질 의혹’ 사로잡혀
올해들어 심해진 항공기 지연…우려되는 항공 안전문제 

 

▲ 아시아나항공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원인을 박삼구 회장의 ‘금호 그룹 재건’ 욕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아시아나항공이 내년 초 새 회계기준 적용에 앞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자본·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주가가 장기간 액면가를 밑돌면서 증자 추진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최근 벌어진 기내식 대란과 대규모 운항지연 사태로 투자 수요도 악화일로에 있어 차입 부담을 단기간내 낮출 여력도 낮은 상황이다. 경영난 심화가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경영난 심화


금융투자업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기내식 대란과 대규모 정비 지연 사태 등으로 자본 확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며 비상이 걸렸다. 최근 싱가포르 등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광화문 사옥과 CJ대한통운 보유지분 매각,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9000억원을 마련하며 상반기 유동성 위기는 극복했다.


하지만 오는 2019년 1월1일부터 운용리스 비용을 부채에 포함하는 내용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6) 적용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총 보유 항공기의 60%(76대)를 운용리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운용리스 비용은 2조4876억원(별도기준)이다.


연말 부채비율 추정치 562.1%(기말 환율 1110원 가정)를 새 회계기준에 적용했을 때 아시아나항공의 내년 초 부채비율은 1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경된 회계 기준 적용시 아시아나항공의 내년 초 예상 부채비율은 90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기말환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1000% 안팎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현 주가는 4170원(30일 종가 기준) 액면가 이하로 유상증자 실시가 어렵고, 지난 6월 실시한 9.5%의 고금리 영구채 발행도 투자자가 모이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해외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채권 발행 환경도 악화되고 있고 기말 환율 상승 추세도 차입 부담을 낮추는데 부정적이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336억원(증권가 컨센서스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0% 감소하고 순손실이 59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등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가 실질 가치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차입 여력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기내식 대란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고 박 회장 오너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채권단의 자구이행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 수요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진에어 등 타항공사들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운용리스 비중이 작거나 부채비율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 새 회계기준 적용에도 부채비율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운용리스 비중은 14% 수준이며, 운용리스 비중이 높은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부채비율이 각각 115.4%, 82.3%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새 회계기준 변경에 대비해 별도로 증자나 차입금 감축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영역이 대동소이한 양대 항공사의 상황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기재 전략 탓이다. 대당 2000억~4000억원을 웃도는 항공기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초기 투자 부담이 적은 운용리스 방식을 선호해왔다.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크고 조달 여력이 높은 대한항공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리스 방식을 취해 왔다.

 

▲ 금호아시아나 그룹도 한진그룹 못지 않게 ‘오너 갑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jtbc 뉴스 캡처>

 

캐시카우의 한계


이처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아시아나항공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간접지배를 받으며 그룹재건을 위한 끝없는 지원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에 봉착했다.


올해 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만 2조원. 이를 막지 못할 경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곧 그룹의 위기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박 회장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M&A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72%를 6조4255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2008년엔 대한통운 지분 60%를 4조1040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로 인해 2009년 대우건설을 헐값에 토해냈다. 대한통운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그룹 재정은 휘청였고 알짜기업이던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간신히 자율협약에서 벗어났지만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욕심에 또 다시 휘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설립한 금호기업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해줬다. 2016년에는 자산가치 8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던 자회사(지분 100%)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팔며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였다.


이같은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항공업 호황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차입금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현금흐름에 따른 차입금 순상환 구조가 정착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완화된 유동성 위험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라며 “추가 유동성 확충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의 약정도 고민거리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자구계획에 대한 약정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시장에서 5000억원가량을 확보하고 1조 원 넘는 자금을 추가로 빌리기로 했다. 연말까지 자구안이 실행되야 하지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룹 재건에 자금을 퍼주는 사이 투자 시기도 놓치며 성장 발판 마련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 사이 몸집을 키운 저비용항공사(LCC)에도 밀리고 있다. 12일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8579억원으로 제주항공의 1조2414억원보다 3835억원 적다. 최근 상장한 진에어보단 불과 824억원 많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리스크에서 비롯된 기내식 대란이 발생하면서 하반기에 세운 계열사 IPO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욕심에서 비롯됐다”라며 “기내식 대란을 일으킨 기내식 사업의 경우도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으로 활용하고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사업을 활용해 결국 소비자와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보유 자산도 대부분 매각한 상황에서 자금을 마련할 길은 시장인데 기내식 대란에 오너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 자금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계열사 기업공개(IPO)도 제 평가를 받을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최근 아시아나 항공은 연이은 기체 결함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아시아나항공>

 

커지는 오너리스크


이처럼 기업재건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 큰 손해를 본 박삼구 회장을 둘러싼 각종 ‘오너리스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법쪽으로 문제가 되는 불법행위들도 최근 다수 포착되는 상황이다. 성희롱 논란, 회장님 딸 낙하산 인사, 과도한 의전 논란에 또다른 의혹이 추가된 것이다.


이번에 의혹의 대상이 된 곳은 금호기업이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량 기업을 사고는 그걸 통째로 지주회사인 금호기업에 몰아주는 식으로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KBS는 지난 7월27일 박삼구 회장이 2015년 금호터미널을 헐값에 사들여 실질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금호기업에 합병하는 식으로 그룹에 대한 오너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박삼구 회장은 2015년 금융권에서 3300억원을 빌려 금호고속(당시 금호기업)을 통해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박 회장은 불과 넉 달 뒤 아시아나항공 자회자인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박삼구 회장이 사들인 금호터미널의 재무상황을 따져보면 보유 현금 3000억원에 영업가치는 매년 고정적으로 150억원을 벌어들여 시장에서 대략 3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박 회장은 못해도 6000억원이나 되는 금호터미널을 반값도 안 주고 산 셈이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은 인수한 금호터미널을 곧바로 자신이 소유한 금호기업에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삼구 회장의 지주회사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빚어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때도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지주회사 ‘배 채우기’ 정황이 포착됐다. 아시아나항공과 새로 계약한 기내식 업체가 아시아나가 아닌 박삼구 오너 일가가 주인인 금호고속에 16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은 박삼구 회장 등 경영진이 박삼구 회장 일가와 지주사를 위해 아시아나에 피해를 입혔다는 등 배임 의혹을 두고 손해배상 소송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박삼구 오너 일가의 산소를 관리하는데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이 동원된 정황도 드러났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행사하던 2015년까지 박 회장 관련 산소 관리는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수 년 동안 박삼구 회장 일가의 가족묘만이 아니라 전남 나주에 있는 선산까지 벌초했다고 증언했다. 이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이 금호타이어에서 맡은 일은 사내 조경과 외부 미화다. 물론 박삼구 오너 일가의 묘역 관리는 도급 계약에는 없는 내용이다.


중국 업체에 매각돼 그룹과 분리된 금호타이어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 역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한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 지시로 묘역 관리가 이뤄진 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기내식 대란, 박삼구 회장의 ‘오너리스크’ 등 파문으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금호기업 배임 의혹 등이 불거져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 버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경영위기와 각종 ‘오너 리스크’에 흔들리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주시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7월24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이 급격히 나빠지면 바로 들어가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유사시 아시아나항공 거취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입장이라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더욱 주목된다.


이 회장은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맺은 자율협약이 끝난 상황이고 현재 자구 계획을 이행 중이기 때문에 산은이 더 이상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당장 행동에 나설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 말대로 산은이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자율협약은 2014년 말 종료됐다. 현재로써는 산은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도 “아시아나항공 관련 사안이 기업경영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쳐 자구계획이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어긋나면 그때 이야기할 것”이라며 개입 여지를 분명하게 남겼다.

 

심화된 안전문제


이같은 경영상의 리스크는 항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아시아나항공의 평균 지연율은 5.4%에 달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연율은 3%에 불과하며 LCC(저비용항공사)들도 3~4%대의 지연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무려 8.43%의 지연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5.79%, 제주항공은 6.05%, 진에어 3.98, 티웨이항공은 5.28%를 나타냈다. 아시아나항공이 유독 높은 지연율을 보이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정비 투자 부족 ▲정비 인력 부족 ▲무리한 운항 스케줄 등을 잦은 지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정비에 대한 투자는 적정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정비 인력 역시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정비관련 인력은 항공기 1대당 17.3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국토부의 권고사항인 비행기 1대당 12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서류상으로 나타난 수치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며 회사가 정비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숙련된 정비사들의 이탈이 이어졌다”며 “여기에 부족한 항공기로 많은 운항스케쥴을 소화하다보니 정비 스케줄까지 꼬이는 일이 다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리한 운항 스케줄도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하는 항공기 좌석 수에 운항 거리를 곱한 수치인 ASK(유효좌석킬로미터)는 대한항공보다 높다.


다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지연사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내식 대란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내의 컨트롤 타워가 무너지면서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체계가 매우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면서 “기내식 대란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회사 내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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