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문 통해서 엿본 ‘사랑과 전쟁’

‘여친 알몸’ 몰래 찍어 그녀에게 전송…유죄냐, 무죄냐?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8/08/27 [10:52]

대법원 판결문 통해서 엿본 ‘사랑과 전쟁’

‘여친 알몸’ 몰래 찍어 그녀에게 전송…유죄냐, 무죄냐?

송경 기자 | 입력 : 2018/08/27 [10:52]

교제 중인 애인 나체 몰래 찍어 전송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

피해자 나체사진 당사자에 직접 전송 행위제공해당 안돼

 

▲ 교제 중인 여자친구의 나체사진을 몰래 찍어 여자친구에게 전송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 사진출처=대법원 홈피

 

교제 중인 여자친구의 나체사진을 몰래 찍어 여자친구에게 전송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제공’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미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월22일 밝혔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이씨에게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 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했다”면서 “죄책이나 비난 가능성이 촬영 행위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는 촬영물의 유포 행위를 한 자를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반포’와 별도로 열거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행위로서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 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이 촬영물의 유포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촬영의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팬티만 입은 채 잠을 자던 여자친구 김모씨의 신체사진을 찍는 등 8차례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을 하고 이 가운데 한 장을 김씨의 휴대폰으로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여자친구 김씨가 운영하는 주점 손님들에게 그녀의 나체사진을 보여주려 하고 이를 제지하는 김씨의 왼쪽 팔을 잡아 밀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정에서는 여러 가지 혐의들 중 이씨가 김씨의 나체사진을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제공’의 상대방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를 ‘제공’으로 인정하면서도 여자친구 김씨의 주점 손님에게 나체사진을 보여주려 한 행위와 일부 나체사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며 김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김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나체사진 전송 행위에 대해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의 관점에서 보면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이 피해자 본인에게 전송되는 것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사진이 있음을 인지하는 계기가 돼 오히려 손해배상청구권, 가처분, 형사고소 등의 법적 조치를 해 자기 정보를 통제의 기회를 보장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보호하는 법익을 고려하여 볼 때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을 피해자 자신에게 전송하는 것까지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제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종심을 진행한 대법원도 1·2심 판결의 전말을 살핀 후 “피해자 본인에게 촬영물을 교부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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