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노인이 대체 왜…봉화 엽총 살해극 전말

외톨이 귀농인 "늙은이 무시하는 것 같아" 마구잡이 총질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9/03 [10:34]

77세 노인이 대체 왜…봉화 엽총 살해극 전말

외톨이 귀농인 "늙은이 무시하는 것 같아" 마구잡이 총질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9/03 [10:34]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지옥이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8월21일 경찰은 9시31분께 신고전화를 받고 급히 봉화 소천면사무소로 출동했다. 도착한 경찰이 발견한 광경은 사무소 직원인 손모(47)씨와 이모(38)씨가 총상을 당한 모습이었다. 손씨는 가슴 명치와 왼쪽 어깨, 그리고 이씨는 가슴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시골마을에서 각각 민원행정 6급과 8급을 맡고 있는 젊은 공무원들은 경찰과 소방의 닥터헬기, 소방헬기 등으로 근처 안동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귀농인 김 노인 “상수도 문제로 주민들과 앙금 쌓였다”

목격자들이 전한 ‘섬뜩한’ 현장상황…“느닷없이 쐈다”

허술한 총기 규제 도마 위에 올라…경찰 “손 보겠다”

“8월에 큰 일이 벌어질 것” 공공연히…사격연습까지

 

▲ 지난 8월21일 오전 9시 15분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고로 공무원 등 3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이송됐다. <사진출처=무료이미지사이트 픽사베이>     ©

 

시골마을의 젊은 공무원들을 죽인 범인은 77세의 김모씨였다. 그는 경북 봉화로 귀농한 인물로 엽총을 소지한 상태였다. 문제는 김씨가 인간을 상대로 총을 쏜 것이 이들 공무원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피의자 김씨는 앞서 이날 7시 50분께 파출소에서 유해조수 구제용으로 엽총을 출고 했다. 이후 오전 9시 15께 봉화군 소천면 임기역 인근 사찰에 들어가 48세의 승려 임모씨를 엽총으로 쐈다. 임모씨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임씨의 어깨에는 어깨에는 총상이 남았다. 

 

피의자 김씨는 임모씨를 총으로 쏜 후 사찰에서 1차 범행을 저지른 이후, 자신의 차로 3.8km 거리 떨어진 면사무소로 행했다. 면사무소에 도착한 김씨는 면사무소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한 직원에서 ‘손들어’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곧바로 총을 발사했다. 이 때 손씨가 맞았다.

 

연이어 김씨는 인근에 있던 다른 직원 이씨에게도 총을 쐈다. 이 상황을 직접 본 목격자는 그날의 광경을 설명하며 ‘느닷없이 총을 쐈다’라고 설명했을 만큼 갑작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이어 면사무소 안에서 총을 1~2발 더 난사했지만 이로 인한 추가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씨는 민원인들과 직원 4명에게 제압당한 뒤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느닷없이 쐈다"

당시 사건 장소에서 사건을 목격하다가 범인 김씨를 제지하는데 일조한 박종훈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공포탄을 쏴 위협하는 줄로 알았다. 옆을 보니 조금 전까지 보이던 손계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총구가 옆 사람을 향했다. 아차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섬뜩했다. 공포탄으로 위협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총을 빼앗지 않으면 나까지 어떻게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달려들었다."고 말해 당시 사건의 긴박함과 심각함을 전했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제지하고 있었음에도 범인 김씨의 저항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박씨가 범인을 향해 달려든 순간 범인은 한 발 더 총을 쐈고 이에 이 공무원이 맞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 발이 추가 발사됐고 이 두 발은 빗나가 유리창을 관통했다.

 

민원인들은 총을 빼앗아 멀리 던졌지만 범인은 바지 속에 감추고 있던 10cm 길이의 칼을 뽑아들었다. 박씨가 범인의 칼을 빼앗아 멀리 던지고 나서야 범인의 저항은 줄어들었다. 다만 범인은 바닥에 쓰러져 제압된 상태에서도 ‘나는 죽어야 한다.’며 외쳤다고 전했다.

 

극단적인 사건의 이유는?

그렇다면 범인이 이러한 엽기적인 사건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범인은 4년 전인 지난 2014년 11월 귀농해 소규모로 아로니아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하지만 최근 폭염과 가뭄 등의 이유로 상수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이웃과의 마찰을 빚고있는 상황이었다. 

 

사건으로부터 10여일 전 김씨는 상수도 사용 문제등을 이유로 소천면사무소를 찾아 민원을 제기했다. 때문에 면사무소 직원이 현장을 찾아 인근 사찰에서 생활하고 있는 승려 임씨와 물 사용 문제를 조율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봉화에 귀농해서 수도관을 설치했고 임씨 등 3가구가 물을 같이 당겨 쓰자고 해 나눠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김씨는 이들 중 고지대에 살고 있는 임씨 때문이라 생각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경찰은 김씨가 면사무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선 물 관련 민원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사무소 측에서 예산 등을 이유로 바로 처리를 못해 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허술했던 총기규제

국내에서 거의 없었던 총기난사 사건으로 피해자가 발생하자, 총기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씨가 가지고 있던 엽총은 김씨가 귀농하기 전 경기도 수원에 거주할 당시 군에서 포획허가를 받고 담당 경찰서에서 총기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농한 이 후에도 농사를 직는데 유해조수가 많다며 10여 차례 총기를 출고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김씨의 총기 출고에 대해 ‘허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출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피해자 중 한 명인 임씨가 “김씨가 죽이겠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이미 제출한 바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씨는 지난 해 4월 1차적으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진정서에 따르면 김씨는 도끼를 들고 임씨를 찾아와 위협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 조사에서 임씨가 김씨 손에 도끼가 들려있었을 뿐, 직접 위협한 것은 아니라며 관련 내용을 정정했다.

 

이후 임씨는 사건이 벌어지기 10여일 전 경찰에 “김씨가 나를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말을 한 주민이 제삼자에게 들었다고 했다”며 2차로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경찰은 진정서를 받은 뒤 김씨에게 한동안 총기 출고를 해주지 않았지만 진정서의 사실여부를 조사한 결과, 제삼자로 지목된 주민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면서 위협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결국 총기를 출고해줬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총기 출고를 왜 해주지 않느냐고 다그치면 내주지 않은 방법이 없다. 총기 허가도 받았고 진정서의 내용도 다르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며 “김씨는 60여 년 전 상해로 벌금을 낸 적이 있고 도로교통법 위반이 1건 있을 뿐 다른 전과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 사고가 발생한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사진출처=YTN 뉴스 캡쳐>    

 

계획범행으로 무게 쏠려

범인이 피해자 임씨와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앙심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계획에 의한 범행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 김 모씨가 특정한 시기와 대상을 계획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위해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현장에서 탄환 60발과 메모지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메모지에는 '이웃 주민이 개를 10마리 풀어 놔 경찰에 신고했는데 해결해주지 않는다', '상수도 갈등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등 피해자들인 임씨와 공무원들에 대한 원망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날 김씨는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사실도 추가적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장은 “병원에 가야한다”며 김씨와의 만남을 거절하면서 만남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범인이 이장을 만났다면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또한 김씨는 ‘8월에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던 것은 물론 집에서 사격연습까지 했다. 김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 7월20일 수원중부서에서 소지허가를 받고 봉화군청으로부터 유해조수구제용으로 포획을 허가받았다. 이후 김씨는 한 달여간 13차례 총기를 파출소에서 꺼내갔는데, 수시로 집 근처에서 통을 쏴 마을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김씨의 집 마당에서 여러 발의 탄피와 사격연습을 할때 표적으로 삼았던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박스들이 발견돼 범행을 위해 사격연습까지 했다고 추측되고 있다. 

 

김씨는 사건 당일 자신의 차를 몰고 임씨가 거주하고 있는 암자 입구에서 김씨를 한시간 가량 기다렸다는 사실도 범행을 계획했다는 점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김씨는 당일 9시 13분쯤까지 기다리다가 귀가하던 임씨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엽총을 발사했다. 

 

이 밖에도 범인이 임씨를 쏘고 면사무소로 향하기 전 파출소를 한 번 둘러보고 갔다는 사실도 밝혀져서 경찰까지 범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 상황이다.

 

유령처럼 지냈던 귀농생활

범인이 범죄를 저지른 봉화의 소천면 임기2리는 주민이 222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 와중에 김씨는 4가구 밖에 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지내왔다. 

 

주민들에 의하면 김씨는 마을에서 주민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그가 경기도에서 살다 귀농했으며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정도만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가 인터뷰한 임기 2리의 주민은 김씨에 대해 “몇 년을 한마을에 같이 살았지만 얼굴도 거의 본 일이 없다”며 “마을에 새로 오면 경로당으로 인사를 오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성격도 특이해서 차를 몰고 가다가 다른 주민의 차와 마주치면 먼저 비켜주기는커녕 인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귀농생활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중재해줄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씨의 이런 극단적인 범죄의 원인은 결국 귀농인과 원주민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면사무소와 경찰에 수도 문제로 인해 민원을 여러 번 제기했지만 해결책이 마땅치 않고 감정적으로 변했다. 감정적인 갈들이 누적되자 김씨는 “임씨의 사찰에서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심하게 나니 처리해달라”며 다소 궁색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건의 피해자들인 손 공무원과 이 공무원이 ‘쓰레기 소각 냄세 민원’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김씨는 “면사무소 직원들이 사찰의 쓰레기 소각 냄새를 측정해 달라는 내 말을 외면했다”며 “늙은이를 무시하는 것 같아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하면서 감정적 갈등임을 드러냈다.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지난 8월24일 오전 봉화군청회의실에서는 엽총 난사사건의 피해자인 손 씨와 이씨에 대한 영결식이 봉화군청장 진행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은 고인 약력보고와 조사, 추도사,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엄태항 군수, 황재현 군의회의장, 동료직원, 주민 등 50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엄 군수는 조사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면서 “동료를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동료 직원 최은지 주무관은 추도사에서 “고인들이 못다 핀 꽃의 모습으로 우리 곁을 떠나지만 결코 떠나지 않았음을 선배, 동료, 후배 공직자들은 알고 있다”며 “두 분은 우리 가슴에서 영원히 빛날 보석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동료를 잃은 슬픔을 전했다. 

 

총기부실관리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은 진상조사와 함께 민간총기 보관해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8월27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정례 간담회에서 “전국 지구대나 파출소의 총기 관리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총기의 보관해제 심사절차를 엄격하게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총기 반?출입을 담당하는 경찰관은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경찰관 1명에 불과하다. 또한 총포류 소유자는 맷돼지나 고라니 등 유해조수를 처리하겠다고 밝히기만 하면 손쉽게 반납할 수 있다. 총기 관리가 다소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제 총기 소유자는 앞으로 2단계의 심사를 거쳐야 총기를 반출 받을 수 있게 된다. 먼저 경찰서 각 부서 관계자로 구성된 '내부심사팀'의 위험성 판단심사를 거쳐야 한다. 만약 소유자에게 수상한 점이 엿보이면 경찰은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2차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민 청장은 "지금까지 경찰서 생활질서계가 전담하던 심사체계를 관련 부서로 확대해 총기 보관해제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라며 "현재 심사 중인 보관해제 신청도 완전히 재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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