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로 살펴본 남과 여 ‘사랑과 전쟁’

여친 죽음 부른 남친 폭력…재판부 판단은 과연?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8/09/12 [10:50]

사건·사고로 살펴본 남과 여 ‘사랑과 전쟁’

여친 죽음 부른 남친 폭력…재판부 판단은 과연?

송경 기자 | 입력 : 2018/09/12 [10:50]

데이트 폭력 발생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은 2014년 6675건에서 2015년 7692건, 2016년 8367건, 2017년 1만303건으로 증가했다는 것. 3년 만에 54% 늘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지난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데이트 폭력, 몰카 범죄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등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범죄 유형에 대한 수사당국의 적극적이고 촘촘한 대응을 당부했다. 특히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사법당국은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의 악질 데이트 폭력범에 대해선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경찰 사건과 법원 판결문에 비친 남녀 간의 사랑과 전쟁 이면을 들춰본다.

 


 

다툼 끝 남친 주먹질에 극단적 선택…여성 가족 손배 소송
재판부 “1회성 폭력은 자살 원인 아니다…손해배상은 해야”

 

1. 여친 죽음 부른 남친 주먹질
청주에서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경을 헤매던 20대 여성이 이틀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 발생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8월22일 오전 10시께 남자친구 A(21·구속)씨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B(21·여)씨가 숨졌다는 것.


B씨는 지난 8월20일 오전 5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거리에서 남자친구가 휘두른 주먹에 맞아 쓰러졌다. 남자친구에게 수차례 폭행당한 B씨는 넘어진 뒤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B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 했다.


남자친구 A씨는 경찰조사에서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말다툼을 하다가 손으로 어깨를 밀었는데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는 여자친구 B씨에게 수차례 주먹을 휘둘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A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 폭력→자살…남친 책임은?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이 남자친구와 사소한 다툼 끝에 사망에 이른 여성의 사건과 관련해 “1회성 폭력이므로 자살 원인이라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법조 전문 매체 <법률뉴스>가 9월3일자로 전한 사건의 전말과 판결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16년 3월 D씨는 여자친구 C씨와 다툼을 벌였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르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D씨는 다툼 중 C씨가 집으로 가려 하자 막으며 30분가량 옷과 팔 등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였다.


D씨는 C씨의 팔을 잡아채고 가슴을 밀다 급기야 목을 손바닥 날로 가격하고 가슴을 밀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C씨는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화단에 부딪혔다.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C씨는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잠을 자다 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C씨는 남자친구 D씨의 폭행을 신고했지만 국회의원 비서로 일하던 D씨가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자신에게 더한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력감에 빠졌다. 결국 분노와 억울함에 힘들어하던 C씨는 지인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C씨의 부모와 언니는 D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데이트 폭력’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어 폭행으로 인한 부상이 심각하지 않아도 자살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C씨의 유족들이 D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D씨는 C씨의 부모에게 4500만 원, 언니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D씨가 C씨에게 행사한 폭행 전후 사정 등을 종합하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연인 사이의 실랑이 범위를 벗어난 의도적이고 중대한 폭력행위임이 분명하고, 폭행이 없었다면 C씨가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을리 없으므로 폭행과 C씨의 자살로 인한 손해 사이에 조건적·자연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통상 자살은 자신의 삶이 무의미해졌거나 불행이나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절망에 빠졌을 때 최후로 취하는 선택이기에 타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경험칙상 폭행 피해자의 일반적인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폭행과 C씨의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C씨가 폭행 피해 다음날 경찰서에 출석해 D씨를 고소하며 폭행 당시 D씨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부위에 근육통이 있었으나 신체에 별다른 상처는 나지 않았고,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을 볼 때 폭행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신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자살이 폭행의 통상적인 결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데이트 폭력이 자살 시도를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고, D씨가 폭행 전 C씨에게 신체적·물리적 폭행을 가한 적이 한 번도 없을 뿐 아니라 평소 욕설이나 협박 등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 적도 없기에 데이트폭력과 자살의 추상적인 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자살을 초래하는 수준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실무상 군대, 학교 등 회피할 수 없는 단체생활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폭행은 그로 인한 피해의 의미가 일반사회에서의 폭행 등과는 크게 다르다는 이유로 폭행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집단적 특성이 약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행이나 일회성·우발적 폭행과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는 찾기 어려운 점 △C씨가 D씨를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C씨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D씨를 폭행치사가 아니라 폭행죄로만 기소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320시간의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사망을 직접 원인으로 하는 C씨의 일실수입 손해와 장례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폭행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조건적·자연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D씨가 폭행 이후 C씨에게 진솔한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C씨도 폭행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으로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모인 것도 C씨의 자살 결심에 중요한 원인중 하나”라며 제반 사정을 종합해 폭행에 따른 위자료 액수를 C씨 2500만 원, C씨의 부모 각 1000만 원, C씨의 언니 500만 원으로 정한 뒤 C씨에 대한 위자료는 법정상속분에 따라 절반씩 부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남친에 수차례 폭행당해 사경 헤매던 20대 여성 끝내 숨져
여자친구 알몸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 징역형의 집행유예

 

3. 여친 알몸 몰카 20대 집행유예
여자친구의 나체를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6단독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재판에 넘겨진 E(23)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의 명령을 내렸다고 9월5일 밝혔다.


E씨는 2017년 10월 울산의 한 모텔에서 욕실에 있던 여자친구 F씨의 알몸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했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뉘우치고 영상을 제3자에게 유포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연인 관계라고 하더라도 상대방 의사에 반해 신체를 촬영했다면, 영상을 유포하지 않아도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4. 여친 결별 요구에 알몸 확~
대구지법 형사항소3부는 9월5일 여자친구가 결별을 요구하자 사귈 때 찍은 신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G(2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렸다.


G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선고받자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한 숙박업소에서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촬영해 보관해오다 같은 해 8월 여자친구가 결별을 요구하자 신체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하겠다며 겁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G씨는 여자친구의 신체를 촬영하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하다 디지털 증거분석에서 신체 사진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결별 요구에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했고 촬영한 사진을 유포하지 않은 데다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 양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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